[자유언론실천선언 50주년 기념 새언론포럼 성명]
자유언론은 본질적으로 언론 종사자들의 실천 과제다
지난 10월 17일 서울행정법원은, ‘부산저축은행 수사 무마 의혹’에 대한 뉴스타파 보도를 인용·방송한 MBC PD수첩에 대해, 방통위가 부과한 과징금 처분이 위법하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심의의결 당시 방통위는 대통령이 지명한 2인 위원으로만 이루어져 있어 실질적 토론을 위한 구성원 수 자체가 보장돼 있지 않고, 이해관계가 다른 구성원의 토론 참석 가능성 자체가 배제됐다”고 지적했다. “방통위의 2인 체제 의결은 위법하다”는 최초의 법원 판단이 나온 것이다. 이에 대해 방통위는 대국민 사무와 기능이 마비되지 않도록 한 2인 체제의 적법성을 주장했지만 군색한 변명에 지나지 않는다.
서울행정법원은 이번 판결에서 의사결정에 대한 절차상의 하자만을 지적한 것이 아니다. 재판부는 “방통위는 합의제 행정기관으로 위원 구성에서도 정치적 다양성이 반영되도록 하고 있다”며 “이는 방송의 공공성, 공익성, 독립성 보장 등 입법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핵심 수단”이라고 적시했다. 재판부의 이러한 판결은 ‘방송통신위원회의 설립 및 운영에 관한 법률’(방통위법)에 대해 제대로 된 법적 해석을 내린 것이며, 방송의 올바른 역할과 향후 방통위의 합리적 운영 방향을 제시한 것이다.
그동안 방통위의 위상과 관련해 ‘합의제 기구’라는 주장은 수없이 있었으나, 방통위는 중대 사안의 결정에서 이런 주장을 무시한 채 임명권자인 대통령의 독단적 의지를 추수하는 방향으로만 운영돼왔다. 대통령 직속이라는 ‘독임제 기구’의 성격만 강조해온 것이다. 그런 차원에서 이번 법원의 판결은 향후 방통위의 법적 위상과 운영방식을 변화시킬 중대한 분기점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그동안 2인 체제 방통위가 저지른 폐해는 한 두 가지가 아니다. 2023년 8월 이동관 씨가 취임한 이후 방통위의 2인 체제는 김홍일, 이진숙 위원장 등을 거치며 140여 건의 안건을 의결했다. 그때마다 방통위원장들은 법원의 위법성 지적에도 불구하고 “위법은 아니”라고 강변해왔다. 방통위는 2인 체제에서 공영방송 YTN을 사영화할 목적으로 대주주를 변경했고, 지역 공영방송인 TBS에 대해 법정 제재를 가했으며, MBC·KBS·JTBC·YTN 등 방송 4사의 보도에는 1억 4000만 원의 과징금을 때렸다. 아무런 논의도 협의도 없이 결정된 KBS 이사와 방문진 이사의 선임과정은 회복하기 어려운 인사 파행이라는 점에서 더욱 심각하다. 다행히 방문진의 경우는 일부 방문진 이사들이 낸 가처분 신청을 법원이 받아들여 파행을 피할 수 있었으나 KBS 이사회는 당장 KBS 사장 선임을 앞두고 있고, 이후 KBS 내부의 연쇄적 인사 파행을 일으킬 것이라는 점에서 심각한 우려를 낳는다.
오늘의 언론 현실을 50여 년 전의 유신 시절에 빗댈 수는 없다. 50여 년 전 당시는 영장 없이도 인신을 구속하고, 언론사에 기관원이 무시로 드나들고, 일상적 검열로 보도할 자유는 물론 보도하지 않을 자유마저 박탈당했던 시절로 입법부와 사법부마저 대통령 발밑에 있었다.
그러나 윤석열 정권 들어서 언론계에 두드러지고 있는 문제는 비판적인 언론사와 언론인에 대한 마구잡이 압수수색과 기소, 방통위와 방심위 등의 반헌법적, 반민주적 태도가 50여 년 전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이다. 절차뿐 아니라 내용 면에서도 그렇다. 법은 멀고 주먹은 가깝다고 하듯, 법적 판결은 뒷전이고 선행적 행정조치로 언론을 억압하려는 것이 윤석열 정권의 언론통제 방식이다.
문제는 이런 선행적 통제와 억압에 대한 언론 전반의 연대와 일치된 목소리가 없다는 것이다. 민주화가 이루어지고, 언론사 노조를 통해 내적 자유를 키우며 외부의 통제를 막아온 지 40년이 가까워지는 지금에도 언론과 언론인에 대한 마구잡이 압수수색과 제재가 이루어지고 있음은 예사로운 일이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도 언론 전체가 나서서 행동하지 않고 침묵하고 있다면 언론이 50여 년 전의 상황으로 돌아가지 말라는 법이 없다.
지난해 윤석열 정권의 언론통제 현실을 비판한 동아투위는 성명에서 “지금은 적어도 정치적 폭압 때문에 써야 할 것을 쓸 수 없는 야만의 환경은 사라지지 않았나”고 묻고, “그런데도 오늘의 언론은 여전히 정치권력, 자본권력의 편에 서 있으며, 왜곡과 날조와 편향으로 얼룩져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는 정권의 언론통제에 침묵하고 극단적 상업주의 언론에 대해 반성하지 않는 언론인들을 꾸짖은 것이다.
올해는 자유언론실천선언 50주년이 되는 해다. 1974년 10월 엄혹한 유신체제에서 동아일보, 조선일보, 한국일보 등 31개 언론사의 언론인들이 언론통제를 거부하며 떨쳐 일어났다. 당시 동아일보의 젊은 언론인들은 10·24 자유언론실천선언문에서 “자유언론은 본질적으로 바로 우리 언론종사자들 자신의 실천 과제일 뿐 당국에서 허용받거나 국민 대중이 찾아다 쥐어주는 것이 아니다”고 선언했다. 이제 모든 언론인들이 스스로 떨쳐 일어나 언론을 통제하려는 세력과 맞서야 할 시점이다.
2024년 10월 23일
새언론포럼
자유언론은 본질적으로 언론 종사자들의 실천 과제다
- 모든 언론인들은 단결과 연대로 자유언론을 가로막는 세력에 맞서라
지난 10월 17일 서울행정법원은, ‘부산저축은행 수사 무마 의혹’에 대한 뉴스타파 보도를 인용·방송한 MBC PD수첩에 대해, 방통위가 부과한 과징금 처분이 위법하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심의의결 당시 방통위는 대통령이 지명한 2인 위원으로만 이루어져 있어 실질적 토론을 위한 구성원 수 자체가 보장돼 있지 않고, 이해관계가 다른 구성원의 토론 참석 가능성 자체가 배제됐다”고 지적했다. “방통위의 2인 체제 의결은 위법하다”는 최초의 법원 판단이 나온 것이다. 이에 대해 방통위는 대국민 사무와 기능이 마비되지 않도록 한 2인 체제의 적법성을 주장했지만 군색한 변명에 지나지 않는다.
서울행정법원은 이번 판결에서 의사결정에 대한 절차상의 하자만을 지적한 것이 아니다. 재판부는 “방통위는 합의제 행정기관으로 위원 구성에서도 정치적 다양성이 반영되도록 하고 있다”며 “이는 방송의 공공성, 공익성, 독립성 보장 등 입법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핵심 수단”이라고 적시했다. 재판부의 이러한 판결은 ‘방송통신위원회의 설립 및 운영에 관한 법률’(방통위법)에 대해 제대로 된 법적 해석을 내린 것이며, 방송의 올바른 역할과 향후 방통위의 합리적 운영 방향을 제시한 것이다.
그동안 방통위의 위상과 관련해 ‘합의제 기구’라는 주장은 수없이 있었으나, 방통위는 중대 사안의 결정에서 이런 주장을 무시한 채 임명권자인 대통령의 독단적 의지를 추수하는 방향으로만 운영돼왔다. 대통령 직속이라는 ‘독임제 기구’의 성격만 강조해온 것이다. 그런 차원에서 이번 법원의 판결은 향후 방통위의 법적 위상과 운영방식을 변화시킬 중대한 분기점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그동안 2인 체제 방통위가 저지른 폐해는 한 두 가지가 아니다. 2023년 8월 이동관 씨가 취임한 이후 방통위의 2인 체제는 김홍일, 이진숙 위원장 등을 거치며 140여 건의 안건을 의결했다. 그때마다 방통위원장들은 법원의 위법성 지적에도 불구하고 “위법은 아니”라고 강변해왔다. 방통위는 2인 체제에서 공영방송 YTN을 사영화할 목적으로 대주주를 변경했고, 지역 공영방송인 TBS에 대해 법정 제재를 가했으며, MBC·KBS·JTBC·YTN 등 방송 4사의 보도에는 1억 4000만 원의 과징금을 때렸다. 아무런 논의도 협의도 없이 결정된 KBS 이사와 방문진 이사의 선임과정은 회복하기 어려운 인사 파행이라는 점에서 더욱 심각하다. 다행히 방문진의 경우는 일부 방문진 이사들이 낸 가처분 신청을 법원이 받아들여 파행을 피할 수 있었으나 KBS 이사회는 당장 KBS 사장 선임을 앞두고 있고, 이후 KBS 내부의 연쇄적 인사 파행을 일으킬 것이라는 점에서 심각한 우려를 낳는다.
오늘의 언론 현실을 50여 년 전의 유신 시절에 빗댈 수는 없다. 50여 년 전 당시는 영장 없이도 인신을 구속하고, 언론사에 기관원이 무시로 드나들고, 일상적 검열로 보도할 자유는 물론 보도하지 않을 자유마저 박탈당했던 시절로 입법부와 사법부마저 대통령 발밑에 있었다.
그러나 윤석열 정권 들어서 언론계에 두드러지고 있는 문제는 비판적인 언론사와 언론인에 대한 마구잡이 압수수색과 기소, 방통위와 방심위 등의 반헌법적, 반민주적 태도가 50여 년 전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이다. 절차뿐 아니라 내용 면에서도 그렇다. 법은 멀고 주먹은 가깝다고 하듯, 법적 판결은 뒷전이고 선행적 행정조치로 언론을 억압하려는 것이 윤석열 정권의 언론통제 방식이다.
문제는 이런 선행적 통제와 억압에 대한 언론 전반의 연대와 일치된 목소리가 없다는 것이다. 민주화가 이루어지고, 언론사 노조를 통해 내적 자유를 키우며 외부의 통제를 막아온 지 40년이 가까워지는 지금에도 언론과 언론인에 대한 마구잡이 압수수색과 제재가 이루어지고 있음은 예사로운 일이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도 언론 전체가 나서서 행동하지 않고 침묵하고 있다면 언론이 50여 년 전의 상황으로 돌아가지 말라는 법이 없다.
지난해 윤석열 정권의 언론통제 현실을 비판한 동아투위는 성명에서 “지금은 적어도 정치적 폭압 때문에 써야 할 것을 쓸 수 없는 야만의 환경은 사라지지 않았나”고 묻고, “그런데도 오늘의 언론은 여전히 정치권력, 자본권력의 편에 서 있으며, 왜곡과 날조와 편향으로 얼룩져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는 정권의 언론통제에 침묵하고 극단적 상업주의 언론에 대해 반성하지 않는 언론인들을 꾸짖은 것이다.
올해는 자유언론실천선언 50주년이 되는 해다. 1974년 10월 엄혹한 유신체제에서 동아일보, 조선일보, 한국일보 등 31개 언론사의 언론인들이 언론통제를 거부하며 떨쳐 일어났다. 당시 동아일보의 젊은 언론인들은 10·24 자유언론실천선언문에서 “자유언론은 본질적으로 바로 우리 언론종사자들 자신의 실천 과제일 뿐 당국에서 허용받거나 국민 대중이 찾아다 쥐어주는 것이 아니다”고 선언했다. 이제 모든 언론인들이 스스로 떨쳐 일어나 언론을 통제하려는 세력과 맞서야 할 시점이다.
2024년 10월 23일
새언론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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