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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 미디어 15] 언론이 흉기가 되는 순간

- 〈이용재 시나리오 작가ㆍ재단 기획편집위원〉

기사승인 2018.04.23  14:4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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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선택 (Absence of Malice, 1981)
[연출] 시드니 폴락
[각본] 커트 러드케

 

 

1981년 미국 마이애미. 마피아 보스의 아들 마이클 갤러거(폴 뉴먼)는 선친의 뜻을 받들어 불법적인 일에 가담하지 않고 주류 도매업자로 착실하게 살아간다. 한편 지방 검찰은 6개월 전 벌어진 항만노조 간부 납치 사건을 수사 중인데 영 진도가 안 나간다. 출세욕에 불타는 검사보가 꾀를 낸다. 지역 마피아들과 친한 갤러거의 주리를 틀어 납치 사건의 정보를 얻자는 것. 검사보는 일간지 ‘마이애미 스탠더드’ 기자 메간 카터(샐리 필드)를 사무실에 불러들인 뒤, 갤러거를 뒷조사한 파일을 슬쩍 펼쳐두고 자리를 비운다.

기자는 덥썩 물고, 이튿날 단독기사로 대서특필한다.

‘갤러거, 노조 간부 실종 유력 용의자’

기사는 즉각 효력을 발휘한다. 국세청의 세무조사가 시작되고, 술집들은 거래를 끊는다. 항만노조는 갤러거가 용의자가 아니라 범인이라고 확신한다. 조합이 그의 창고에서 일하던 하역 노동자들을 철수시키자, 영업은 중단된다.

 

오보를 항의하러 신문사를 찾은 갤러거. ‘정통한 관계자’에게 취재한 내용이니 정정 보도를 낼 수 없다는 답변을 듣는다. 자신이 결백하면 어떡할 거냐고 묻지만, 신문사 측은 의심이 갈 때는 기사를 써도, 의심이 풀렸다는 기사는 없다고 답한다.

 

사실 갤러거에겐 알리바이를 입증해줄 증인이 있었다. 그의 오랜 친구이자, 가톨릭 여학교 교직원인 테레사 페론이다. 항만노조 간부가 납치당하던 날, 둘은 멀리 아틀란타 병원에 함께 있었다. 그러나 갤러거는 증언할 필요가 없다고 그녀를 다독인다. 납치 당일, 페론은 낙태를 했고, 갤러거는 독실한 카톨릭 신자인 그녀의 비밀을 지켜주고 싶었던 것. 그러나 페론은 궁지에 몰린 친구를 도우려는 순진한 마음에 기자를 만나고, 이튿날 기사에는 갤러거의 알리바이보다 페론의 낙태 사실이 더 도드라진다. 낙태 후 가뜩이나 심리적으로 불안정했던 페론은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분노한 갤러거는 복수를 준비한다. 흉기와 어깨를 동원하는 대신 검사의 출세욕과 언론의 특종 욕심을 교묘하게 엮는 지능적인 보복이다.

영화는 주로 피해자 갤러거의 감정을 따라가지만, 가해자인 기자의 입장도 설득력 있게 그렸다. 어떤 기자가 검사의 파일에서 엿본, 그것도 단독으로 보도할 수 있는 내용을 기사로 쓰지 않겠는가? 여기서 기자를 용서할 여지가 없는 ‘기레기’로 그렸다면 이 작품은 그저 그런 권선징악 영화에 머물렀을 것이다.

그러나 시드니 폴락 감독은 가해자인 기자의 상황을 세밀한 터치로 그림으로써 악의 없는 보도라 하더라도 그 기사가 누군가에게 ‘흉기’가 될 수 있다는 걸 더욱 효과적으로 드러낸다. 예컨대 감독은 기자가 최대한 조심스럽게 쓴 기사에 데스크가 ‘초’를 치는 장면을 연출하면서 기자의 불편한 눈빛을 빠뜨리지 않는다.

어찌 보면 영화는 <모두가 대통령의 사람들>의 반대 버전이다. ‘워싱턴 포스트’가 대통령의 비리(워터게이트)를 폭로하는 과정과 이 작품에서 ‘마이애미 스탠더드’가 갤러거의 혐의를 보도하는 과정은 엇비슷하지만 결과는 정반대다. 전자에서 기자는 영웅이지만, 후자에선 기레기다.

원제목 ‘악의 없음(Absence of Malice)’은 언론이 오보를 하더라도 면책을 받을 수 있는 법적인 요건 중 하나다. ‘악의 없음’이 오보의 법적인 변명이 되는 것은, 오보를 두려워말고 정론을 위해 최선을 다하라는 헌법과 공동체의 격려일 터. 절대로 취재원, 특히 ‘정통한 관계자’라는 방패 뒤에 숨어 비겁한 보도를 남발해도 좋다는 면허증이 아니란 점을 영화는 경고한다. 악의가 있든 없든, 오보는 당사자에게 상처를 입히고 그 상처는 너무 오래 가기 때문이다.

 

평점 : IMDB(6.9/10), 로튼 토마토(86/100), 왓챠(3.3/5)

 

관리자 freemediaf@gmail.com

<저작권자 © 자유언론실천재단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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