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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답은 무엇일까

- [서촌 칼럼] 이원락 언론학 박사ㆍ재단 기획편집위원

기사승인 2018.06.13  12:0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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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면 1

일상에서 무심하게 지나쳤지만 개운하지는 않았다. 언뜻 불편한 느낌이 들기도 했다. 그게 다였다. 그렇게 지나가곤 했다.

그것을 박성현 자유언론실천재단 기획편집위원이 바로 이 코너, 〈서촌 칼럼〉 ‘호칭의 빈곤, 호칭 속 차별’에서 짚었다. 습관적으로 던지는 “어머니” “아버지”가 얼마나 큰 상처가 될 수 있는지, “선생님”과 “아저씨”가 불러일으키는 함의의 차이가 무엇인지를.

일상의 호칭이 가할 수 있는 상처가 이토록 클지 몰랐다.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모르던 것이 아니라 무심했다. 뜨끔했다. 강력하게 머리에 각인되었다.

글이 나오고 얼마 지나지 않아 술자리 모임에 갔다. 술상에는 내 옆으로 여성 A, B가 앉았고, 맞은편에 후배 정치인 C가 자리 잡았다. A, B와 초면인 C는 정치인의 넉살로 다짜고짜 누님이라고 불렀다. 나이 들어 보이는 정치인의 누님 호칭이 불편했던 A, B는 족보를 펼쳐 자신들이 연하임을 확인했으나 C는 술이 취했는지 버릇인지 누님을 고집했다. 불편한 감정이 밀려왔다. 참다 못한 A가 발끈하려는데, B가 이런 친목의 자리를 굳이 악의적이지 않은 호칭을 문제 삼아 낯을 붉혀야 하냐고 눈짓을 주며 A의 소매를 잡아당겼다. 진보성에서 남에 뒤지지 않는 B가 어색할 뻔 했던 자리를 뭔가 불편하지만 화기애애한 자리로 유지했다. 그렇게 술자리는 끝났다.

 

 

# 장면 2

늘 보는 학교 후배와 술자리를 가졌다. 정치적으로 보수임을 알고 있었지만 어차피 선후배로 만나는 사이였다. 둘 다 취할 때 즈음 후배가 그날따라 뜬금없이 나의 정치 성향이 뭐냐고 물었다.

순간 당황하다가 그래도 이게 정답 아닐까 생각하며 답했다.

“진보”

자신의 형도 진보란다. 그리고는 진보라는 형이 얼마나 불합리한지 늘어놓기 시작했다. 온갖 좋은 말은 다 하는 형이 자신의 이해관계가 얽힌 상황에서 어떻게 터무니없는 짓을 하는지 설명하면서 울분까지 터뜨렸다.

젊을 때 진보였던 형이 지금은 바뀐 것이 아닌지 의문을 제기했다. 후배는 최근까지 형이 보인 진보적인 행태로 반박했다. 진보에게 유독 더 많은 도덕을 강요할 수는 없다고 대응했다. 더하여 속으로 형제 사이의 이해관계에서 너의 일방적인 진술만으로 형을 부도덕하다고 몰아붙일 수는 없다고 말하고 싶었으나 그것까지는 차마 입 밖으로까지 내뱉지 못 했다. 그리고는 우리의 화제는 다른 세상으로 넘어갔다.

 

진보하기 참 쉽지 않은 세상이다.

관리자 freemediaf@gmail.com

<저작권자 © 자유언론실천재단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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