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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세 설조 스님의 목숨 건 단식과 주류언론 ‘묵살의 카르텔’

- 〈김종철 자유언론실천재단 이사장ㆍ동아투위 위원장〉

기사승인 2018.07.02  11: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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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국사 주지와 1994년 조계종 개혁회의 부의장을 지낸 설조 스님(87)이 지난 20일 오후 서울 조계사 옆 우정공원에서 ‘조계종 적폐청산 시민연대’(시민연대) 사람들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무기한 단식에 들어갔다. 지난 5월 1일과 29일 두 차례에 걸쳐 MBC 피디수첩을 통해 보도된 조계종 총무원장 설정 스님과 전 총무원장 자승 스님 등의 비리와 불법행위 등을 보고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단식을 하기로 결심했다는 설조 스님의 기자회견 내용은 비장했다.

“1980년 이후 적주(賊住:정식으로 비구계를 받지 않은 승려)가 행정대표를 하면서 때로는 군화가 전국 사찰을 짓밟았으며, 때로는 민주를 자처한 정권의 경찰봉이 난무하여 총무원을 수라장으로 만들었으며, 때로는 노름꾼의 수괴가 많은 불자들의 존경을 받는 크신 선지식 스님을 종단 밖으로 내모는 끔찍한 일이 벌어졌으며, 근자에는 음주로 실성한 자가 살인을 하고 정재를 가로채고 그 악행의 유례가 없는 자가 종단의 행정대표가 되어도 거침이 없으니 이 일을 어찌 하면 좋겠습니까? (···) 적주와 그 무리들에게 눈치 보며 짓눌리는 유약한 비구와 비구니의 승보에 의지하여 바른 삶을 살려는 재가불자와 이 사회의 정서적 안정을 바라는 많은 이웃을 위하여 적주비구들은 본래의 신분에 맞는 옷으로 갈아입고 지금 점유하고 있는 교단의 자리에서 떠나야 합니다.”

설조 스님은 은처자, 부정축재 등 의혹을 받고 있는 설정 스님과 성추행과 성매매 의혹에 휩싸인 조계종 교육원장 현응 스님 등의 사퇴를 강력히 요구하면서 뜻이 관철될 때까지 곡기를 끊겠다고 밝힌 것이다. 2016년 10월 말에 시작된 촛불집회가 혁명으로 발전한 데 힘입어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고 한국사회의 주요 부문에서 개혁이 추진되었지만 조계종은 성역이나 다름없었다. 자승 집행부에 의해 승적을 박탈당한 명진 스님이 지난해 여름에 20일 가까이 단식을 하며 조계종의 적폐 청산을 요구했으나 그들은 명진 스님과 개혁세력을 오히려 ‘해종(害宗) 행위자들’이라고 몰아붙였다. 결국 인내의 한계에 이른 설조 스님이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평안하게 지낼 수 있는 절을 버리고 시자(侍者)들에게 비장한 ‘유언’을 전한 뒤 귀국해 무기한 단식에 들어간 것이다.

설조 스님의 단식이 12일 째로 접어든 7월 1일 현재까지 한국사회의 주류언론으로 불리는 신문과 방송 그 어디에도 이 의미심장한 사건에 관한 보도는 전혀 없었다. 조계종 적폐 관련 피디수첩 제작에 참여했던 피디가 홈페이지에 올린 동영상이 유일하다. 주류언론이 ‘침묵의 카르텔’이 아니라 ‘묵살의 카르텔’로 일관하고 있다고 볼 수밖에 없는 현상이다. 시민연대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이번 주말에 오마이뉴스와 주간경향 기자가 취재를 하고 갔다고 하니 이르면 월요일인 7월 2일쯤에야 설조 스님의 단식이 주요 매체를 통해 전해질 것 같다.

주류언론이 보인 ‘묵살의 카르텔’과는 대조적으로 소규모 매체인 불교닷컴은 설조 스님의 기자회견 이래 거의 날마다 관련 기사를 쏟아내 왔다. 답답한 마음을 다스릴 수 없던 나는 지난 금요일 오후 5시께 설조 스님의 단식 현장을 찾아갔다. 천막 앞에는 ‘면회는 5분 이내’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는데 설조 스님은 30분이 넘도록 대화에 응해 주셨다. 단식을 열흘이나 하신 분이 시종 꼿꼿한 자세로 차분하게 이야기를 풀어가셨다. 마침 그 자리에 있던 불교닷컴 기자가 그날 밤 대화 내용을 기사로 내보냄으로써 내가 스님을 인터뷰한 셈이 되어버렸다. 관심 있는 분들이 참조할 수 있도록 그 기사를 아래에 소개한다.

 

 

“내가 죽어도 반응 없을 총무원…”
김종철 자유언론실천재단 이사장, 29일 설조 스님 단식정진 위로

 

김종철 자유언론실천재단 이사장이 29일 오후 서울 우정총국 공원에서 열흘 째 단식하는 설조 스님을 찾아와 위로하고 이야기를 나눴다. 사진=불교닷컴

 

94년 개혁회의 부의장과 당시 한겨레신문 논설위원이 만났다. 김종철 자유언론실천재단 이사장이 29일 오후 서울 우정총국 공원에서 열흘 째 단식하는 설조 스님을 찾아와 위로하고 이야기를 나눴다.

김종철 이사장은 “94년 그때 스님께서 고생하신 것이 다 물거품이 된 것 같다”며 “서의현 문제도 그때 다뤄 결과가 좋았는데, 도로 제자리가 됐다”고 탄식했다.

설조 스님은 “제 책임이 크다. 재정을 통제하고 공개하도록 종헌 종법을 잘 정비했어야 하는데, 제가 우리 종단이 이렇게 된 데 면치 못할 큰 허물을 지었다”며 "94년 개혁 후에도 상식적이지 않고 편의대로 여러 일들을 진행해 교단이 이 모양이 됐다“고 했다.

 

“도로 조계종…기관지에 한 줄도 실리지 않는 악습”

이어 “우리 교단이 암울하고 절망적인 것은 비판의 목소리가 집권자의 비위에 안 맞으면 기관지에는 한 줄도 실리지 않는 악습이 계속돼 왔다는 것”이라며 “기독교는 현실 문제를 시정하라는 토론이 생중계 되는 것을 여러 번 봤다. 우리집단은 언로가 막혀 있다. 언로를 막고 제대로 되는 집안이 있겠냐”고 했다.

그러면서 스님은 “우리가 상식적으로 요구하거나 건의나 진정으로는 (설정 총무원장 등은) 자리를 내놓거나 변화할 의사가 없을 것 같다”며 “때문에 내 개인적 속죄도 하고 제가 가진 것을 다 내놓고 저항해 보려 단식을 시작했다”고 했다.

김 이사장은 언론의 무관심을 우려했다.

그는 “94년 개혁회의는 김영삼 정권 때인데 서의현이 물러나고 조계종 개혁이 다 되는 걸로 알았다”며 “조계종은 개혁 이후 더 철저히 개혁하지 못하고, 스님들은 물론 사부대중이 철저하게 제도나 개혁을 위한 방안을 마련하지 못한 것”이라고 했다.

이어 “조계종이 94년 이후 오늘날처럼 타락한 때는 없었다. 자승 원장이 이명박근혜 정권과 결탁하거나 집행부가 권력화 되면서 심각해졌다”면서 “피디수첩에도 나왔듯이 은처자 부정축재 성폭행 등이 공공연하게 자행돼도 집행부에 묵인하고 방조한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설조 스님 단식은 우리 사회전체에 경종을 울리는 것“

또 “명진 스님의 20일 단식에 이어 스님께서 단식에 나선 것은 조계종은 물론 우리 사회 전체에 경종을 울리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 이사장은 “언론계 일하면서 느낀 것은 언론이 조계종 문제나 종교계 전반의 타락에 무관심하다는 것”이라며 “스님이 열흘째 단식 하지만 <불교닷컴> 등을 빼고는 전혀 보도가 안 되는 것은 심각한 문제이다. 일반 언론이 단식하는 동기나 87세라는 고령에도 결단 내린 이유를 당연히 보도해야 한다. 국민에게 알려야 한다”고 했다.

이어 “60년대 베트남 정권이 부패하고 인권을 유린할 때 스님들이 소신공양하는 대단한 결단 내렸다”며 “스님이 단식을 통해 조계종 개혁의 결정적 계기가 되어 종단 개혁운동이 본격적으로 일어나고, 은처자 문제나 공금횡령 등 적폐가 청산될 것으로 믿는다. 빠른 시일 내 결과 나와 건강하게 장기적인 개혁을 이끌어 주시면 좋겠다”고 위로했다.

 

“정신이 살아 있으면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는다”

설조 스님은 종단 현실을 냉혹하게 바라봤다. 자신이 단식을 하다 죽어도 권승들은 반응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스님은 “나는 살만큼 살았다. 교단정화의 희생물이 돼도 좋다”며 “종교는 시민의 정서를 순화하는 일을 해야 하는데, 시민의 걱정거리가 되고 상식 이하의 짓을 해도 부끄러움이 없고 당당하다.”며 “특별한 일이 아니고는 도저히 개혁될 수 없다”고 했다.

또 “제가 부끄럽게 생각하는 부분은 큰 사찰의 방장이나 조실, 율사들이 이런 사태를 언급하지 않는 것”이라며 “이런 모습은 설정 원장과 자승 전 원장의 부패 타락보다 더 큰 문제다. 정신이 살아 있으면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없다”고 개탄했다.

설조 스님은 “스님들에게 경종을 주기 위해서라도 헌신해야겠다. 끝장내지 않으면 이런 분위기를 묵인하거나 심하면 동화된다”며 “적폐의 고리를 끊으려면 단식으로 목숨을 끝내는 길까지는 제가 하겠다”고 했다.

김 이사장이 94년 종단개혁 당시 <한겨레신문>에서 일했던 경험을 이야기하자, 설조 스님은 <한겨레신문>에 대한 고마움과 자신이 사장이었던 <법보신문>의 현실을 꼬집었다.

스님은 “제가 <한겨레신문> 덕을 몇 번 봤다. 불국사 주지 때 고속전철 경주 통과를 반대하는 단식 16일 동안 했다. 당시 한겨레 기자가 매일 와서 보도해 줬다. 그 덕으로 이수성 총리가 전국체전에 대통령 치사를 대독하러 왔다가 내 단식이야기를 듣고 고속철 확정을 연말까지 보류하고 결국 노선을 변경했다”고 회고했다.

이어 “94년 종단개혁 때는 체구가 작은 한겨레 기자 한 분이 매일 현장을 지키고 취재해 가서 기사를 내줬다”고 했다.

또 "불국사 주지 때 이영희 교수를 <법보신문> 고문으로 모셔 일주일에 한 차례 교육을 하도록 했다. 그때 <법보신문> 기자들은 말똥말똥했는데, 이제는 이영희 교수의 말을 들은 사람이나 안 들은 사람이나 똑같이 돼버렸다“고 했다.

 

"조계종은 돈과 관련해 가장 어두운 집단"

설조 스님은 “나는 10·27법난 아침에 표 끊고 미국으로 도망갔다. 교단에 얼굴을 들고 다닐 사람이 못 된다”며 “그런데 우리 교단이 제자리를 찾아서 최소한 불자들에게 의지처가 되고 사회를 이끌어주는 집단이 되면, 겨레의 한 부분이 맑아지고 국가사회도 맑아지지 않겠나. 우리 교단은 속히 제자리를 찾고 맑아져야 한다. 김 선생께서 관심 가져 주시고 앞으로 교단 이끌어 주길 바란다. 지금 교단은 말이 아니다”고 했다.

김 이사장은 “저도 조계종 현실을 어느 정도 안다. 자승 총무원장이 조계종을 이끄는 동안 많은 사건이 있었다. 종단 집행부가 인간성을 상실한 것 같다”며 “도박 성폭행 등은 일반 불자들도 하지 않을 짓”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불교계는 미풍이 사라졌다. 조실 주지 종회의원만 하려 한다. 본사주지조차 권력화 해 임금 노릇하는 체제가 됐다”며 “불교 1700년 역사에서 지금은 권력과 돈 등 모든 것을 가졌지만 최악의 상태”라고 했다.

설조 스님은 “조선시대 탄압을 받으면서도 불교는 명맥을 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이 종단에 몸을 담고 있어 더 느낀다”며 “돈에 관한 한 조계종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어두운 집단”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돈을 관리하지 못하는 집단은 성장하지 못하고, 부패 할 수밖에 없다”며 “이 종단은 특별한 일이 있기 전에 변할 수 없다”고 했다.

스님은 “단식하러 올라올 때 상좌들에게 내 잿(뼈)가루는 바위 밑에 뿌리고 작은 표지석이나 세우고 거창히 장례하지 말라 했다”며 “우리나라에서 내로라하는 거부도 수목장을 하는데 명색이 중이 호사스럽게 부도하는 건 말이 안 된다. 내가 가면 끝”이라고 했다.

또 “법주사 각단의 부처님께 고했다. 교단을 위해 늙은 몸이라도 공양 받아 주실 것”이라며 “불쏘시개가 되면 변화의 희망이 되겠지라는 작은 소망뿐이다. 늙은 몸이지만 후배들에게 좋은 공양거리가 되면 여한이 없다”고 했다.

김 이사장은 “사유재산을 가진 분들이 너무 많다. 속된 욕망을 뿌리치지 못하고 여자를 얻고, 은처자 두고, 권력을 유지하려 사조직을 둔다”며 “조계종이 10여년 내에 많이 타락해 돈, 권력을 앞세운 범죄 집단화가 심각하다. 적광 스님이 바로 옆에서 호법부라는 사람들에게 납치돼 치명적 폭행을 당했지만 가해자는 처벌이 거의 없고, 이명박근혜 정권 동안 권력의 비호를 받았다”고 했다.

이어 “스님의 육신공양이라는 숭고한 뜻이 전달될 것이다. 꼭 건강하게 고비를 넘겨 개혁의 실마리나 국민과 사부대중에게 각성이 크게 일면 스님의 불교 정화와 청정함 위한 일이 되지 않겠냐”며 “우리도 빠른 시일 내 힘 있는 대로 전달해 스님이 후학들을 이끌고 개혁에 직접 나서 보람 있는 일을 하시길 바란다”고 했다.

 

“근본적으로 개혁하지 않으면 범죄집단 된다”

설조 스님은 “한 두 사람이 바뀐다고 되지 않는다. 근본 체질을 바꿔야 한다. 조선시대 스님들은 핍박받으면서 서민을 감쌌다”며 “조그마한 희생이라도 미약한 선량한 사람들이 양심 불러일으키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

또 “근본적으로 개혁하지 않으면 종교가 아니라 범죄집단이 된다”며 "<MBC>를 해종 훼불세력이라 하더라. 부끄러운지 모르고 문제를 비판한 사람을 훼불 해종이라고 한다. 이 교단은 행동도 망나니지만 언어도 모르는 사람들“이라 했다.

김 이사장은 “저들이 각성하지 않으면 외부에서 개혁운동이 일어 중앙종회나 총무원 집행부 체제를 근본적으로 개혁하는 운동으로 가야 한다”고 했다.

설조 스님은 “저들은 다 장악하고 있다. 위로는 종정 원로 종회 본사주지를 모두 장악해 떠들려면 떠들라는 식”이라 했다.

 

“권력은 무상, 내부에서 무너지는 전조 보인다”

김 이사장은 “저들은 권력이 영원하다고 믿는 것 같다. 이명박근혜도 그랬다. 막강한 권력을 가지고도 모두 감옥에 갔다”며 “권력은 무상하고 무서운 것이다”고 했다.

설조 스님은 “사회는 언론이 있고 야당이 있고 지식인이 있지만, 우리 종단에는 어른이 없고 언론이 없고 특별한 무엇이 있기 전에 변화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보았다.

그러자 김 이사장은 “스님의 단식을 계기로 이명박근혜 정부가 국정농단으로 무너지듯, 실마리가 풀어지리라 본다”며 “아무리 통제하고 돈과 권력으로 장악해도 다 무너진다”고 했다.

설조 스님은 “제가 견딜 수 있을 때까지 견뎌 그런 계기가 되길 바란다. 많이 배려해 달라”고 했다.

설조 스님과 김 이사장의 대화는 30여 분 동안 이어졌다.

 

▶ 2018년 6월 29일자 불교닷컴 서현욱 기자 기사원문 바로가기 (클릭)

 

관리자 freemediaf@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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