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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탉과 강기석

- [귀신 씻나락 까먹는 소리(287)] 이승호 동화작가

기사승인 2018.07.16  11:4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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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암탉과 오바탈라

태초에, 세상에는 하늘과 물만 있었다. 물 위에 얼마간의 땅이 떠있긴 했으나 아무것도 살 수 없는 늪과 진흙으로 덮여 있었다. 오바탈라는 어느날  하늘의 대장신을 찾아갔다. “물, 늪, 진흙 뿐인 세상을 좀 말려서 제대로 된 땅을 만들면 좋지 않겄슈. 그럼 온갖 것이 그 위에서 살 수 있을틴디.....” “그려, 한번 해봐.” 대장신은 그러라고 했다.

하지만 막상 드라이 작업을 하려니 막막했다. 오바탈라는 똑똑하기로 유명한 예언신을 찾아갔다. “땅을 제대로 다지려면 준비물이 필요혀. 암탉이랑 모래 가득 채운 왕달팽이 껍데기는 필수품이여. 고양이랑 야자나무 씨앗은 옵션인디 가져가문 좋아. 몇푼 안하니 기냥 공짜로 주께.” “고맙구먼유.”

그게 끝이 아니었다. “근디 어떻게 아래로 내려가쥬?” “금사슬을 만들어 타고 내려가야 혀.” “그럼 사슬 만들 금도 좀 주시문 안되겄슈?” “곤란혀. g당 가격이 4만7천원이 넘어갔더구먼.” “알았슈. 금은 뭐 지가 어떻게 해보쥬.” 고민하던 오바탈라는 금 모으기 운동을 벌였다. 신들은 취지가 좋다면 금가락지 따위를 내놓았다. 그걸로 골드체인을 만들 수 있었다.

오바탈라는 예언신이 준 것들을 자루에 넣어 둘러멘 뒤 금사슬 타고 하강을 시작했다. 이런, 사슬 끝까지 내려와보니 길이가 약간 짧았다. “금 한 돈쭝만 더 얻었으면 됐는디..... 으아아!” 속상한 오바탈라는 소리를 질렀다.

 

 

하늘에 있던 예언신이 그 소리를 듣고 응답했다. “당황하지 말고 내 말대로 혀. 우선 왕달팽이 껍데기 안에 있는 모래를 밑으로 쏟아부어” “부었슈” “그럼 암탉을 그 위로 날려보내” “보냈슈” “그럼 잠시 암탉이 하는대로 냅둬봐.” “그류”

“꼬꼬, 드디어 내 차례구먼!” 모래 위에 착지한 암탉은 기다렸다는 듯이 부지런히 모래를 쪼아대기 시작했다. 팍!팍! 암탉이 모래를 쪼아대니 언덕과 계곡을이 만들어졌다. 그렇게 이 세상 최초의 땅다운 땅이 만들어졌다. 암탉이 땅을 팍팍 쪼아 만든 것이다.

 

 

 

(2) 어미닭과 강기석

(전략) 뉴스통신진흥회는 연합뉴스 대주주이자 관리 감독기구로 2005년 설립됐다. 목적은 ‘뉴스통신의 진흥과 공적 책임을 실현하고 연합뉴스사의 독립성 및 공정성을 보장하기 위하여…’(뉴스통신진흥에 관한 법률). 지난 2월 뉴스통신진흥회 5기 이사진이 새로 꾸려졌다. 5기 이사진은 사장을 선출하는 과정에서 사장선출위원회를 좀 더 민주화하고 처음으로 공개정책설명회를 여는 등 ‘참여와 공개’라는 시대정신에 부합하는 모습을 보였다. 지금까지 보인 무기력과 무책임을 반성하고 과거와 다른 뉴스통신진흥회가 되겠다는 다짐에 부합했다.

5기 진흥회를 이끌고 있는 강기석 이사장은 알을 깨기 위해서는 어미닭과 병아리가 동시에 깨야 한다는 ‘줄탁동시(啐啄同時)’를 인용하며 “연합뉴스 혁신을 위해 외부에서 쪼는 어미닭 역할을 하겠다”고 했다. (중략) 아래는 일문일답.

 

"껍데기 쪼는 어미닭 역할 하겄슈!"

 


- 연합이 망가졌다면 관리 감독 기구인 뉴스통신진흥회에도 책임이 있지 않나.

“과거 이사회에 대해 왈가왈부하지 않겠다. 다만 불공정 보도와 노사 갈등 상황에 제대로 대처를 안했다면 문제가 있다고 본다. ‘줄탁동시’라는 말이 있다. 어미닭과 병아리가 안팎에서 쪼아야 알이 깨지는 것처럼 연합이 잘못된 알 속에 갇혀 있다고 본다면 5기 진흥회는 밖에서 쪼고 연합 안에서 호응이 있어야 한다. 진흥회는 매달 정기이사회 때 새 경영진이 경영을 건실하게 하는지, 콘텐츠 품질을 제대로 관리하는지 보고 받고 그에 따른 의견을 내고 있다. 5기 이사회는 책임을 다하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권한이 뭔지 찾고 있다.”

(후략, 기자협회보 2018년 07월 11일, 5기 이사진 이끌고 있는 강기석 뉴스통신진흥회 이사장 인터뷰, “줄탁동시… 연합뉴스 혁신 위해 ‘껍데기 쪼는’ 어미닭 역할 하겠다”)
 
네, 팍팍 쪼아주세요. 팍팍 쪼아서 연합이 언론다운 언론이 되게 해주셔요. 연합이 연합다운 연합이 되게 해주셔요. 팍팍팍팍. 그리하야, 마침내 연합이 연합다운 연합이 되었던 것이었다. 어미닭이 연합을 다시 만든 것이다.

 


(부록)


후일담
오바탈라는 암탉이 다진 땅 위로 펄쩍 뛰어내렸다. 오바탈라는 그곳에 야자수 씨앗을 심었다. 지상 최초의 나무와 숲이 생겼다. 오바탈라는 하늘로 올라가지 않고 땅 위에 그냥 눌러앉아 살았다. 고양이랑 놀며 외롭지 않게 살았다. 모래밑 진흙을 파내 최초의 인간을 만들었다. 야자열매로 과실주도 담가 먹었다. 마시고 또 마셨다. 오바탈라는 평화로웠다. 땅도 평온하였다.  (이상 아프리카 요루바 족의 창조신화.)

 

 

출연진
주인공=Obatala. one of the oldest of all of the orishas and was granted authority to create the Earth.
하늘신=Olorun
바다신(女)=Olutun
예언신=Orunmilla
암탉=땅 리모델링 전문가

 

 

달팽이 껍질
African Giant Snail (Archachatina marginata, 검색해보니 사람 손바닥보다 크네!) 껍데기로 추정. 바닷조개 버전도 있음. The snail Achatina fulica is used for religious purposes in Brazil as an offering to Obatala. It is seen as a substitute for the African Giant Snail that is used in Yorubaland, because they are known by the same name (Igbin , also known as Ibi ) in both Brazil and Yorubaland.

관리자 freemediaf@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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