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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세웅 신부, ‘교회가 자본주의 부스러기 먹고 살고 있다’

- 〈김종철 자유언론실천재단 이사장ㆍ동아투위 위원장〉

기사승인 2018.09.17  15:1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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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세웅 신부가 올해 사제 서품 50주년(금경축)을 맞이했다. 이탈리아 로마에 유학 중이던 1968년 6월에 신부가 된 그는 5년 동안 그 나라에서 공부를 더 하며 신학 석사와 신학 박사 학위를 받은 뒤 1973년 6월에 귀국했다. 내가 그를 처음 만난 것은 1974년 10월 말이었다. 그 달 24일 동아일보사의 젊은 언론인들이 ‘자유언론실천선언’을 발표하고 박정희 유신독재정권을 상대로 본격적인 싸움을 벌이기 시작한 직후였다. 함 신부는 원주교구 지학순 주교 구속(민청학련 관련)을 계기로 그해 9월에 결성된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의 대변인이었다. 명동성당에서 함 대변인을 상대로 유독 자주, 급하게 질문을 하는 나를 보고 처음에 그는 ‘기관원’(중앙정보부 요원)인 줄 알았다고 나중에 실토했다.

그때부터 44년 동안 함 신부와 동아투위(1975년 3월 동아일보사에서 강제해직당한 언론인들의 모임)는 뜨겁고 끈질긴 인연을 유지해 왔다. 사제직에서 은퇴한 그는 지금도 가난하고 소외된 이웃의 벗이 되어 ‘사랑의 삶’을 실천하고 있다. 근자에는 ‘설조 스님과 뜻을 함께하는 사람들’의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설조 스님은 지난 6월 20일부터 조계종 적폐 청산을 요구하며 41일이나 단식을 한 뒤 입원했다가 다시 ‘정진장(조계사 앞 우정총국 자리)’으로 돌아와 초인적 투쟁을 계속하고 있다. 조계종 집행부는 “왜 천주교 신부가 남의 종교 일에 간섭하느냐”고 비난하지만 함 신부는 “조계종을 개혁하는 일이야 말로 한국사회 민주화의 핵심”이라며 설조 스님을 자주 만나 동지애를 확인하고 있다.

한겨레 토요판(9월 15일자)에는 2쪽에 걸쳐 ‘함세웅 신부 인터뷰’ 기사가 실렸다. 제목은 “교회가 자본주의 부스러기 먹고 살고 있다”이다. 충격적이기까지 한 몇 대목을 아래에 옮긴다. [ 한겨레 기사 원문보기 클릭 ]

“우리 시대 교회는 자본주의와 손잡고 있지 않나. 조금 과한 표현으로 하자면 자본주의의 하수인이나 노예가 됐다. 교회가 자본주의를 정화시켜야 하는데 오히려 자본주의의 부스러기로 먹고 살고 있다.”

“가톨릭이 19세기 말의 사상가였던 카를 마르크스와 껴안았더라면 아름다워졌을 텐데 안타깝다. 가톨릭이 마르크스를 배척했던 이유로 내세웠던 것은 그가 무신론자라는 거였는데 명분만 그랬고 실제로는 공유사상 때문이었다. 마르크스의 공유사상을 껴안았더라면 세상은 많이 바뀌었을 거다. 이것은 여러 신학자들이 한 얘기이기도 하고, 나도 그런 내용의 글을 쓴 적이 있다.”

“ (···) 예수님이나 부처님이나 모두 약자에 관심을 가지신 분들인데 오늘의 종교 책임자들은 그 핵심을 놓치고 있다. 대신 종교 자체를 기업처럼 생각한다. 그래서 말도 안되는 교회세습까지 하고 있다. 공동체 원리를 망각하고, 상업적 논리를 따라간다.”

“처음에는 ‘여성신학은 또 뭐야’라고 속으로 생각했는데 공부를 하고 나서는 여성의 시각에서 성경도 다시 해석해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유대교와 그리스도교가 가부장적 신관이 아니라 모성적 신관이었다면 아마 사랑과 평화가 훨씬 많이 깃들었을 것이라는 내용에 공감이 갔다.”

그래서 함 신부는 가톨릭이 아직 수용하지 않는 여성 사제를 허용할 것을 촉구해 왔으며 하느님에 대한 호칭도 ‘아버지 하느님’ 대신에 ‘하늘에 계신 아버지이시며 어머니이신 하느님’으로 바꿔 부르자고 제안한 바 있다. 나도 이 견해에 전적으로 공감하면서, 가까운 장래에 천주교가 남성만을 사제로 임명하지 말고 여성도 신모(神母), 나아가서 주교 또는 추기경이 되게 하는 과감한 개혁을 하기를 기원한다.

 

“자본주의를 정화해야 할 교회가 오히려 자본주의의 하수인, 노예로 전락했다.” 함세웅 신부가 지난 13일 오후 서울 명동성당 들머리에서 <한겨레>와 인터뷰를 하면서 한국 교회를 질타하고 있다.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함세웅 신부가 지난 12일 서울 원효로 성심수녀원 기념관에서 최근 자신이 펴낸 회고 대담집인 <이 땅에 정의를>에 손을 얹고 <한겨레>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종철 선임기자 phillkim@hani.co.kr
함세웅 신부가 1968년 6월 로마에서 아가지니안 추기경으로부터 사제품을 받고 있다. 함세웅 신부 제공
로마에 유학 중이던 1970년 교황 바오로 6세, 김수환 추기경(왼쪽)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함세웅 신부 제공
1979년 12월 두번째 옥고를 치르고 서울 서대문구치소를 나오고 있는 함세웅 신부. 함세웅 신부 제공
1986년 명동성당 앞에서 시위 중인 민가협 어머니들 앞에 문익환 목사(왼쪽)와 함께 서 있다. 함세웅 신부 제공
김인국 신부(앞줄 왼쪽) 등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신부들이 2007년 10월29일 서울 제기동성당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삼성그룹의 비자금을 폭로하고 있따. 함세웅 신부(뒷줄 오른쪽 둘째)도 참석했다.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관리자 freemediaf@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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