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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료를 장악하지 못한 문재인 정부

- [서촌 칼럼] 원희복 경향신문 선임기자ㆍ재단 기획편집위원

기사승인 2018.10.10  17:1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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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 2년차에 들어서며 이런 저런 우려가 나오고 있다. 지난 7월 문재인 정부를 지지했던 진보 지식인 323명이 ‘개혁 촉구’ 선언을 했다. 이 정부들어 진보적 지식인들의 첫 번째 우려 표시로 문 대통령에게 매우 아픈 대목일 것이다. 이들은 문재인 정부의 잇단 우클릭을 우려하며 ‘길을 잃고 방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을 둘러싼 청와대와 기재부의 갈등, 교육부장관의 입시개혁 실패, 복지부의 섣부른 국민연금 개혁(개악), 심지어 통계청의 가계동향조사(소득) 논란 등 국정 여러 곳에서 난맥이 노출되고 있다.

 

“담대히 나아가라” 지난 7월 18일 서울 마포구 경의선 공유지에서 강수돌·김서중·전성인 교수 등 진보 지식인들이 ‘문재인 정부의 담대한 사회경제개혁을 촉구하는 지식인 선언’ 기자회견을 열고 최저임금, 부동산 보유세, 재벌개혁 정책 등의 후퇴를 비판하고 있다. 경향신문 이준헌 기자 ifwedont@kyunghyang.com

 

필자는 우클릭 지적에 공감하면서 문재인 정부가 ‘관료 장악’에 실패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개혁적 성향의 교수나 신념을 가진 시민단체 출신이 장관에 기용되지만 대체로 성공하는 장관이 되긴 어렵다. 오래 공무원을 관찰한 기자의 관점에서 교수나 시민단체 출신 장관은 ‘거의’ 관료를 이길 수 없다.

이는 행정 관료의 힘이 커지고 조직화되면서 아예 관료가 정치를 주도하는 관료정치(뷰러크러시) 때문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는 장관의 위치 때문에 벌어지는 불가피한 현상이기도 하다. 장관은 헌법상 국무위원으로 대통령을 보좌해 국정을 심의하지만, 정부조직법상 각 행정기관을 통할해야 한다. 따라서 훌륭한 장관은 소관부처를 능숙하게 장악해 대통령의 의지를 실현해야 한다.

그런데 교수출신 장관은 대부분 조직 장악에 애를 먹는다. 조직이 따라주지 않아서가 아니라 장관 스스로 조직에 애정이 없는 경우가 많다. 관료들은 매우 똑똑한 사람들이다.(고시에 합격한 이들은 아마 대학원에 진학해 교수가 된 장관보다 훨씬 공부를 잘했을지도 모른다) 게다가 교수보다 많은 국제회의나 연수(공무원 중 해외 석박사도 수두룩하다)를 통해 최신 행정이론을 갖추고 있다. 계속 공부하지 않거나 확실한 신념이 없으면 관료를 당해낼 재간이 없다.
 
시민단체 출신 장관도 마찬가지다. 이들도 조직에 애정이 없기는 매 한가지다. 여기에 시민단체 출신의 특징은 다른 부처와 협조보다 자기 입장만 고집한다는 점이다. 정부 정책에는 무수히 많은 이해관계자들이 얽혀있고, 수십 년간 누적돼 있다. 정책변경으로 조금이라도 불이익이 생기는 세력은 즉각 반발한다. 그래서 정교한 정책조정이 필요하다.

〈고위 공직자의 공직적응 매뉴얼〉을 보면 “장관은 모든 갈들의 중심에 있는 자리”라며 “복잡한 환경을 관리하고 갈등을 조정해야 한다”라고 돼 있다. 그러나 교수나 시민단체 출신은 갈등조정 경험이 많지 않다. 신념을 가진 정책이 있다면 반대세력을 설득하고, 협조를 구하는 정교함과 설득력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기자가 관찰한 교수나 시민단체 출신 장관은 자기 주장과 의욕만 앞서지 정책실현의 정교함이 없다.

당연히 정책실행 최고 책임자인 대통령의 입장에서 의욕만 앞선 보고서보다, 현실과 전후 상황을 꼼꼼히 대비한 공무원 출신의 보고서를 더 선호하게 돼 있다. 최근 경제정책을 놓고 청와대와 경제부처가 벌이는 갈등도 배경은 이런 것일 것이다.

그래서 대안으로 정치인 출신 장관이 꼽힌다. 정치인 출신 장관은 법을 만들고, 예산을 배정한 경험으로 정책변경이 가져올 갈등상황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정치인 출신 장관은 욕을 먹지 않고 무난히 임기를 마치는 것이 최선이다. 문재인 정부가 많은 현역 국회의원을 장관에 임명했는데 총선을 사실상 1년여 밖에 남지 않은 최근 개각은 우려스럽다.

정치인 출신 장관이 적폐를 개혁한 경우는 과거 이해찬 교육부장관(현 민주당 대표)이 거의 유일할 것이다. 그는 교육부장관 시절 교원정년을 65세에서 62세로 단축하는 자신의 조직에 칼을 댔다. 그래서 이 대표는 지금도 ‘교육공무원의 공적 1호’로 꼽히고 있다. 그런 공적이 될 각오와 신념 아니면 적폐 청산이 어렵다.

관료정치 폐해를 막을 사람은 임명권자인 대통령 뿐이다. 관료들은 장관의 의중도 관찰하지만, 대통령의 장관 신임를 예민하게 관찰한다. 관료들은 장관이 끝까지 대통령의 신임을 받는 ‘실세장관’이면 납작 엎드린다. 만약 장관이 대통령의 신임을 잃는 기미가 보이면 무섭게 표변한다. 그것이 관료의 생리다. 
 
이제 문재인 정부가 2년차를 넘고 있다. 어떻게 할 것인가. 머리는 대통령의 의지로 똘똘 무장한 사람, 갈등을 회피하지 않고 당당히 대통령의 의지를 실현할 장관, 정책 전후를 따져 설득하고 조정할 장관, 인사청문회에서 최소한 비난받지 않을 윤리성을 갖춘 장관 등등의 인재를 찾아야 한다. ‘협소한 인재풀’에 머물지 말고 널리 인재를 찾아야 한다. 결국 이는 ‘인사가 만사’이고 임명권자인 문재인 대통령이 해야 할 문제다.

 

* 필자는 공무원의 생리를 오래 관찰, 분석한 〈국가가 알려주지 않는 공무원 승진의 비밀〉을 저술했음.

관리자 freemediaf@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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