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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을 보는 이유

- [서촌 칼럼] 이원락 언론학 박사ㆍ재단 기획편집위원

기사승인 2018.10.24  11:2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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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부터 뉴스의 주 통로(media)가 인터넷 포털로 바뀌었다. 인터넷 포털로 접하다 보니 뉴스를 다 읽고 밑에 달린 댓글까지 이어보는 습관이 생겼다. 그리곤 어떤 댓글들이 가장 많은 찬성을 받는지 확인한다. 때로는 댓글에 달린 답글을 살펴보기도 한다.

댓글을 보면 뉴스에 대한 사람들의 보편적인 의견을 엿볼 수 있다. 미처 생각하지 못 했던 의미풀이들도 도움이 된다. 촌철살인의 기발한 반응에 슬그머니 미소 짓게 되는 재미도 심심치 않게 누린다. 정치적 입장에 따라 선호하는 포털이 다르다 보니 진영별 지배 의견을 엿보기 위해 같은 뉴스도 이 포털, 저 포털 옮겨 가며 댓글을 살피기도 한다.

신문과 방송 같은 매스 미디어는 뉴스를 일방적으로 전달할 뿐이지만, 인터넷 포털은 댓글을 통해 시민들이 뉴스의 의미를 형성하며 서로 확인하도록 만든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댓글을 보는 것이 불편해지고 있다. 정치 뉴스의 댓글은 이제 시민들이 의견을 주고 받으며 사회적 합의를 구축하는 공론의 장이 아니라 세력 과시의 장이 되었다. 뉴스 속 내용이 상대 편 잘못이면 벌떼 같이 달려들어 비난하고, 우리 편 잘못이면 그게 뭐가 문제냐는 식으로 열심히 물을 탄다. 특히 정치인을 비판하는 기사에 극성 지지자들이 달려들어 무조건적으로 쏟아내는 우상숭배적인 댓글은 광기마저 느껴져 섬뜩하다.

사회적 일탈 뉴스의 댓글도 불편하기는 마찬가지다. 일탈 현상은 그 자체로서 눈살을 찌푸리게 하지만, 여기에 달린 극단적 증오와 저주, 그리고 일탈을 막지 못 했다고 관련 기관이나 인물에 퍼붓는 막무가내식 비난은 때로 뉴스 속의 일탈보다 더 역겹다. 특히 지역 요소가 더해지거나 요즘 심화되고 있는 성별 갈등 등 사회적 대립이 첨예한 현상에는 합리성이라고는 눈꼽만큼도 찾아보기 어려운 극단적 혐오와 조롱의 댓글들로 뒤덮인다. 여기서의 댓글은 여과 없는 감정 배설의 장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한화 김태균이 22일 저녁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넥센과의 2018 프로야구 준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9회초 결승 2루타를 친 뒤 대주자와 교체돼 더그아웃으로 들어오며 동료들의 환영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그래도 여전히 뉴스를 보면 댓글도 보곤 한다.

22일 밤 10시 넘어 프로야구 준 플레이오프 3차전 뉴스를 보았다. 2패로 벼랑 끝에 몰린 한화가 9회 득점으로 넥센에 극적인 승리를 거두었다는 따끈따끈한 소식이었다. 기사를 읽고는 또 습관처럼 댓글까지 내려갔다. 한화 팬의 댓글이 눈에 들어왔다.

“퇴근길 지하철에서 소리지를 뻔!! 그래, 오늘의 야구가 이글스의 야구다!! 끝까지 포기하지 말기를.”

한화 팬은 아니지만 11년만에 포스트 시즌을 경험하는 한화의 감동 스토리를 알기에 흐뭇하게 공감했다.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공감하나 싶어 내친 김에 답글도 열었다.

“퇴근 늦게 하시네요. 오늘도 고생하셨습니다.”

마음이 잔잔하게 따뜻해졌다.

이 맛에 때로 불편할지라도 꾸준히 댓글을 보고, 답글을 여나 보다.

 

 

관리자 freemediaf@gmail.com

<저작권자 © 자유언론실천재단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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