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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관들이여 깨어나라

- 특별재판부를 반드시 설치해야
〈김종철 자유언론실천재단 이사장ㆍ동아투위 위원장〉

기사승인 2018.11.09  15:4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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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정의당, 바른미래당, 그리고 민주평화당이 양승태 대법원의 사법농단 사건을 심판할 특별재판부를 설치하는 법을 만들자고 나선 데 대해 김명수 대법원이 격렬하게 반대하고 나섰다. 안철상 법원행정처장은 지난 8일 국회에 보낸 의견서에서 “특별재판부는 헌법이 말하는 ‘법률이 정한 법관’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위헌 소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대법원장의 승인을 받았음이 분명한 그 의견서는 “같은 재판부에 근무했다는 사정만으로 공정성에 의심을 제기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보통사람들이 보기에도 법적 상식과는 동떨어진 ‘논리’이다. 사법농단과 직접 관련이 있는 판사만 해도 서울중앙지법 재판부의 46%, 서울고법 형사부의 40%나 되기 때문이다. 특별재판부가 아닌 보통 재판부가 ‘양승태 게이트’ 심판을 맡게 된다면 피의자가 법대 앞에 앉아 다른 피의자를 심리하는 기상천외의 장면이 연출될 수도 있을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 등 56명이 지난 8월 발의한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임기간 중의 사법농단 의혹사건 재판을 위한 특별형사 절차에 관한 법률안’의 특별재판부 구성 방식은 1심과 2심에 각각 판사 3명이 참여하는 합의부를 설치하는 것이다. 그 재판부를 구성하는 데 필요한 조직이 특별재판부추천위원회(추천위)이다. 대법원장은 대한변호사협회와 판사회의(서울중앙지법과 서울고법)가 3명씩 추천한 6명을 위원으로 위촉하게 된다. 나머지 위원 3명은 대법원장이 직접 선정한다. 이런 절차를 거쳐 9명으로 구성된 추천위가 1·2심 특별재판부 판사 후보를 각각 2배수(6명)로 추천하면 대법원장이 3명씩을 선정해 특별재판부로 임명한다. 사법부와 재야 법조계의 의견을 골고루 존중하면서 대법원장이 최종 결정권을 갖게 되는 방식을 택함으로써 공정성과 합리성에 이의를 제기할 수 없게 하자는 것이다. 그런데도 대법원은 ‘위헌 소지’가 있다는 이유로, 자유한국당은 ‘초헌법적 발상이자 정치적 선동’이라는 구실로 특별재판부 설치를 반대하고 있다.

 

대법원 전경. 한겨레 자료사진

 

지난해 5월 10일,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이래 사회 각 분야에서 적폐 청산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아직도 성역으로 남아 있는 데가 많다는 비판이 최근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그 가운데 가장 두드러진 개혁 대상이 사법부임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그런데 사법부 구성원들은 전반적으로 조용하다 못해 ‘나는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단순히 기득권에 안주하려는 태도라고 보아 넘기기에는 사태가 너무나 심각하다. 헌법 제103조에는 “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그런데 사법농단을 대하는 현직 법관들의 방관 또는 침묵은 ‘양심’과는 거리가 먼 것으로 보인다.

박정희 독재정권 때(1·2차 사법파동)는 물론이고, 김영삼 정부(3차 사법파동), 이명박 정부(4차 사법파동), 박근혜 정부(5차 사법파동)  시기에도 일부 법관들은 권력의 부정과 비리에 맞서 과감하게 싸운 바 있다. 그런데 그 사례들보다 훨씬 심각한 헌정 파괴 행위를 자행한 양승태 대법원의 사법농단을 사법부 구성원 전체가 방관하는 까닭은 무엇인가? “법관들이여 깨어나라”고 외칠 수밖에 없는 일이다.  

박근혜 정권 시기인 2015년 6월 22일에 열린 ‘대법원 긴급조치 판결 규탄 토론회’에서 법학자들이 외친 소리를 여기서 다시 들려주고 싶다.

“5·16이 쿠데타인지 혁명인지의 질문이 국회 인사청문회의 단골 메뉴가 되어버린 이 시점에서, 대법원은 자신이 이미 ‘위헌 무효’라고 판단했던 긴급조치의 불법성을 새삼 부정해버림으로써 또 다른 친위쿠데타의 결과인 유신체제를 다시금 정당화하고 나선 것이다. (···) 사법부에 대한 미진한 과거 청산의 과오가 이제 양승태 대법원의 과거 회귀라는 또 다른 과거사를 만들어내고 있는 셈이다. 그리고 그 와중에 우리의 민주주의는 시나브로 스러져가고 있다.”(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한상희 교수)

“호소하건대, 법과 양심에 따라 정의와 인권을 옹호할 용기가 없으면 차라리 법관이 되지 말라. 그들이 내린 판결로 얼마나 많은 무고한 이들이 고통을 받았는가. 양심을 판 법관들이여, 정의와 인권을 조롱한 법관들이여, 지옥에 떨어질지어다.”(강원대 법학전문대학원 문병효 교수)

이 법학자들의 경고는 이 시점에 더욱 유효하다. 사법부가 최대의 위기에 빠진 지금  일선 판사들이 전체회의를 열어 양승태 사법농단 특별재판부 설치에 찬성하는 성명이라도 발표해야 옳지 않은가?

관리자 freemediaf@gmail.com

<저작권자 © 자유언론실천재단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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