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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 미디어 28] 파파라치의 탄생

- 〈이용재 시나리오 작가ㆍ재단 기획편집위원〉

기사승인 2018.11.19  10:4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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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달콤한 인생 (La Dolce Vita, 1960)
[연출] 페데리코 펠리니
[각본] 페데리코 펠리니, 엔니오 플라이아노, 툴리오 피넬리

 


명사들의 뒷이야기를 쫓는 가십 칼럼니스트가 주인공이다. 철이 덜 든 남자(아마도 많은 영화감독들의 페르소나임에 틀림이 없는)가 허세와 욕망의 늪에 빠져 헤매는 이야기다. 미국의 영화 평론가 로저 에버트는 “중심을 잡지 못한 남자의 이야기로, 대중에게 경각심을 일깨우기 위한 일종의 우화”라고 평가했다. 저널리즘에 관한 고민이 그윽한 영화는 아니다.

영화는 9개의 장소에서 진행이 된다. 장소마다 하나의 시퀀스를 구성하는데 유기적으로 연결되지 않고 툭툭 끊긴다. 각 시퀀스에서 벌어지는 일은 주로 파티나 술자리다. 영락한 귀족이나, 이류 배우 등의 명사들이 음주가무하고, 거기에 주인공 마르첼로(마르첼로 마스트로얀니)가 대충 꼽사리를 끼거나, 가끔 초대받는다.

잘 생긴 그의 주변에는 항상 여자들이 꼬인다. 일을 핑계로 매일 밤 주지육림의 출근부를 찍는 셈인데, 영화 내내 취재하거나 기사를 쓰는 모습이라곤 보이질 않으니 기자들의 시시한 농담 중 하나인 “기사만 안 쓰면 정말 좋은 직업인데…”를 실제로 구현하는 인물이다. 그러니 영화의 제목을 시쳇말로 번역하면 ‘꿀 빠는 인생’이라 하겠다.

물론 마르첼로가 마냥 쾌락을 쫓는 인간으로 그려지진 않는다. 문학과 저널리즘 사이에서 고뇌하며, 눈을 가늘게 뜨고 고뇌에 찬 먹물의 표정을 짓는다. 그의 고민은 그러나 숙고나 투쟁으로 이어지지 않기에 상업 영화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성장의 결말은 없다. 감독은 인생이란 그렇게 쉽게 답을 찾을 수 있는 게 아니라는, 맥 빠지지만 현실에 가까운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 같다.
 

펠리니는 원래 회화적 재능이 뛰어났다. 2차 대전이 끝난 직후에는 박수근 화백이 그랬듯 미군의 초상화를 그려주고 밥값을 벌었을 정도. 그의 안목과 취향은 미술 감독 피에로 게라르디를 만나면서 화면 위에 눈부시게 구현되었다. 공간 구성과 인물의 배치를 기본으로 의상, 미술 등 미장센이 뛰어난 그의 영화는 줄거리와 상관없이 ‘보는 즐거움’을 준다.


이 작품에서 재미난 지점은 그레고리 펙과 오드리 햅번 주연의 <로마의 휴일>을 못마땅하게 여기는 펠리니 감독의 속마음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로마의 휴일>은 1953년에 만들어져 전 세계적인 성공을 거둔 로맨틱 코미디. <달콤한 인생>과 마찬가지로 로마라는 도시가 배경이고, 기자가 주인공이다.

영화 도입부에서 “그레고리 펙이라도 되는 모양이야?”라고 비꼬는 대사라든가, 극중 이탈리아에 초대받은 여배우 실비아(아니타 에크버그)가 로마 시내를 쏘다니는 장면 등이 대표적인 흔적이다. <로마의 휴일>의 햅번은 상큼하고 사랑스러운 캐릭터였지만, 펠리니 감독은 실비아를 ‘몹시 무례하고 피곤한 스타일’이라는 느낌이 들도록 연출했다.

이 영화가 언론 역사에 찍은 사소하지만 선명한 점(획이라고 하기엔 다소 민망하다)이 하나 있다. 마르첼로의 동료로 등장하는 사진 기자다. 그의 극중 이름은 파파라초. 이 영화 이후 사진기를 들고 명사들을 쫓아다니며 사진을 찍어대는 이들이 파파라치로 불리게 됐다.

 

평점 : IMDB(8.1/10), 로튼토마토(97/100), 왓챠(3.8/5)

관리자 freemediaf@gmail.com

<저작권자 © 자유언론실천재단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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