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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국의 '황장어'

- 귀신 씻나락 까먹는 소리(396)] 이승호 동화작가

기사승인 2019.01.15  17:0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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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호주의 ‘애국 장어’

“왜 이렇게 목이 마르디야.....” 어느날 아침 일어난 그 호주의 왕개구리는 어마어마한 갈증을 느꼈다. 왕개구리는 물을 마시기 시작했다. 마시고..... 또 마시고..... 벌컥벌컥...... 중단없이 마시고..... 왕개구리는 마침내 호주 전역의 물을 한방울도 남기지 않고 몽땅 다 마셔버렸다.

큰일났다. 나라에 큰가뭄이 들었다. 호주에 살던 모든 동식물이 말라죽게 생겼다. 살아있는 것들이 모여 회의를 열었다. “이를 어쩐디야.” “어쩌긴유, 개구리가 물을 다시 토해내야쥬.” “근디 으떻게 토하게 한댜?” “와글와글” 소란스러웠다.

 

 

“에헴! 조용들 혀봐.” 호주에서 가장 똑똑하다는 올빼미 영감이 나섰다. “에헴, 누가 왕개구리를 웃기면 되지 않겄어. 웃기문 웃다가 물을 다시 토해날 것이여.” “우리가 무슨 장소팔도 아니구, 무슨 재주루다 웃긴대유?” “그런 재주 있으문 고춘자 뒤를 잇겄네!” “와글와글” 더 소란스러워졌다.

“지가 한번 웃겨보쥬!” 그때 장어가 비장한 표정으로 나서 말했다. “지가 나라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하겄슈! 구국의 결단이유!” 호주 나라에 살던 모든 것들이 환호성을 터뜨리며 우레와같은 박수를 쳤다. “애국 장어 만세!” “애국 장어 만세!”

장어는 개구리 앞에서 개그를 시작했다. 개구리가 크게 웃음을 터뜨렸고, 물을 토해냈고, 그리하여 호주 전역의 호수와 강은 다시 물로 채워졌다. 죽어가던 모든 살아있는 것들은 다시 삶을 얻을 수 있었다. 장어는 과연 애국 장어였던 것이다. 국가 영웅의 반열에 올랐던 것이었던 것이었다.

그건 그렇고, 장어는 개구리를 어떻게 웃겼을까? 몸개그로 웃겼다. 제 몸뚱아리를 이리저리 꽈배기처럼 꼬아 웃긴 것이다.
 

"지금 개그 하는 겨?"

 

(2) 대한민국 ‘구국 장어’

“나라가 크게 흔들리고 있슈. 국민들이 힘들어 하고 있슈. 이러한 때에 나 개인이 아니라 대한민국과 국민만 생각해야 한다고 판단했쥬. 국민통합을 위해 의욕과 용기를 갖고 새 출발하겄슈. 구국의 결단이쥬!” 황장어가 ‘구국의 결단’을 내세우며 15일 자유한국당에 입당했다.

나라가 흔들려유? 어디 지진 났슈? 우리가 힘들어유? 나오시문 더 힘들틴디? 대한민국과 국민만 생각하신다구? 은제부터 우리 생각 했디야? 증말 국민 생각 하시문 씰데읎는 짓 그만허시고 염가봉사 장어집이나 하나 개업허슈. 이왕이문 여의도에서 아주 먼 디다 열문 좋겄네. 그 장어집 백종원이 좀 도와주면 좋겄네.

 

 

(부록)
 

호주 장어

Nabunum. 특기 몸개그.
 

왕개구리

Tiddalik. 나라의 물을 몽땅 처마셔서 가뭄이 들게 함. an indigenous legend in Australia. it drank all of the water in Australia.

 

 

전설

Tiddalik awoke one morning with an unquenchable thirst, and began to drink until all the fresh water was greedily consumed. Creatures and plant life everywhere began to die due to lack of moisture. Other animals conspired against Tiddalik, and devised a plan for him to release all of the water he had consumed. This was successfully coordinated by a wise old Owl, when Nabunum the eel made Tiddalik laugh when he tied himself in comical shapes. As Tiddalik laughed, the water rushed out of him to replenish the lakes, swamps and rivers. The story came from South Gippsland, Victoria, and soon after that the story spread around the world. Since then, many variations of the story have been made.

 

(특별부록)
 

황장어

황교안의 별명. 요즘은 황교활이란 별명이 더 유명한 듯.
 

"지금 개그 하는 겨?"

 

(관련기사)

한국당 입당 황교안, 나라ㆍ국민 운운보다 ‘고해성사’가 먼저다

황교안 전 국무총리가 15일 자유한국당에 입당한다. 2017년 5월 대통령 권한대행에서 물러난 지 1년 8개월 만에 현실 정치에 뛰어드는 그를 보는 시선은 기대와 견제, 착잡함과 비난으로 갈린다. 여론조사에서 줄곧 보수의 리더로 거론된 만큼 그의 입당이 한국당의 권력 구도와 보수 재편은 물론 여야 역학관계에도 만만치 않은 파장을 미칠 전망이다. 하지만 황 전 총리는 국정농단으로 탄핵된 박근혜 정부에서 최고위직을 지낸 사람이다. 그 멍에를 ‘구국의 결단’으로 포장해 벗어던지고 ‘무임승차’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면 완벽한 오산임을 먼저 깨달아야 한다.

황 전 총리는 입당에 앞서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한국당에 입당하겠다고 하니 많은 분들이 ‘왜 지금이냐’고 묻더라”며 “나라가 크게 흔들리고 국민들이 힘들어 하는 이때 나 개인이 아니라 대한민국과 국민만 생각해야 한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또 “한국당의 변화와 혁신에 힘을 보태고 나아가 국민들의 삶을 나아지게 하며 우리가 지켜 온 대한민국의 안녕과 발전을 위해 제가 가진 모든 것을 다 받치겠다”고 결의를 밝혔다. “국민통합을 위해 의욕과 용기를 갖고 새 출발하겠다”는 말도 했다. 당권, 대권 도전 의지를 분명히 한 셈이다. 
 

 

한국당 분위기는 대체로 우호적이다. 리더십 공백 상태가 장기화한데다, 원내대표 경선 이후 친박으로 급속히 회귀하는 기류를 반영한다. 물론 친박 내부에서도 “황 전 총리가 당권에 나서면 ‘도로 박근혜당’이라는 프레임에 갇힌다”는 우려가 나오고, 비박 역시 “탄핵 때 정권 2인자로서 아무 한 일도 없는 사람이 꽃가마만 타려고 한다”고 비판하지만 대세는 아니다. 반면 민주당과 다른 야당은 비난 일색이다. “정당 가입은 자유지만 국정농단 정부의 핵심 부역자로서 반성과 사과가 먼저”라는 것이다. ‘철면피’라는 막말도 나왔다.

반응이 격하다는 것은 황 전 총리의 정치적 잠재력이 크다는 반증이다. 한국당의 당권 게임과 리더십에도 큰 변화를 예고한다. 그러나 ‘부끄러운 침묵’으로 일관한 그의 귀환을 보는 마음은 결코 편치 않다. 그가 한국당을 넘어 진정 나라와 국민을 생각한다면 뼈저린 ‘고해성사’를 앞세우기 바란다. (한국일보 사설 2019-01-15)

관리자 freemediaf@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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