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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중거리미사일 韓 배치되면 남북 평화 물건너간다

- 불평등한 한미 동맹부터 바로잡아야
[칼럼] 고승우 80년해직언론인협의회 공동대표ㆍ언론사회학 박사

기사승인 2019.08.09  12:0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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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러시아와 체결했던 중거리핵전력(INF) 조약 탈퇴를 선언한 후 아시아에 재래식 중거리미사일 배치를 원한다고 밝힌 가운데, 중국과 러시아가 강력 반발하면서 동북아 냉전 구도가 더욱 악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중국 <환구시보> 등은 최근 미국의 중거리미사일은 공격용이고 핵 탑재가 가능해 방어용인 고고도비사일방어체계, 사드와 차원이 다르다면서 한국과 일본에 중거리미사일 배치가 현실화되면 해당 국가는 군사·경제적 보복 조치를 각오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은 사드의 한국 배치에 이어 중국 전역과 러시아 일부를 겨냥한 사정거리 500~5500㎞의 중거리미사일을 일본이나 한국에 배치할 경우 공수 양면에서 월등한 전략적 우위를 점할 것으로 자평하고 있다. 여기에서 우려되는 것은 미국이 아시아 어느 나라에 중거리미사일을 배치하느냐는 점인데, 미국 언론이 한국을 이미 거론해 그냥 지나치기 어려운 점이 있다.

한국과 미국의 군사동맹은 미국에 슈퍼 갑의 위상을 보장하고 있어, 미국 입장에서는 한국이 가장 간편한 배치 후보지역이 될 수 있다. 사드의 한국 배치 과정을 복기하면 그 심각성을 확인할 수 있다. 

한미동맹의 상징인 한미상호방위조약상 미국이 '갑'의 위치이고 한국이 '을'이라서 대등한 주권국가간 협상은 불가능하다는 사실은 사드의 한국 배치와 관련해 2016년 7월 열린 국회 대정부 질의 시 김관진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등의 발언에서 드러났다.

사드 배치가 기정사실화되면서 큰 논란이 벌어졌던 2016년 7월 12일 한민구 당시 국방부 장관은 국회 대정부 질의에서 제기된 '사드 배치에 대해 왜 국회 동의를 받지 않느냐'라는 질문에 "사드 배치는 주한미군이 우리에게 통보하면 협의하는 것이다. 한미상호방위조약과 소파(주둔군지위협정), 주한미군전력 운용통보 및 협의절차 법규 등에 의해 국회 동의 등의 절차는 전혀 필요 없다고 판단했다"라고 답변했다. (<한겨레> 2016년 7월 12일)

2016년 7월 13일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도 김관진 당시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사드 배치가 국회동의 사항인지에 대해 "한국에 사드 배치를 요청할 것이냐 말 것이냐 하는 판단은 미국이 한다. 미국이 (판단)하고 우리는 받아들였다. 사드 한국 배치는 미국이 자체적으로 검토해서 한국에 요청했고, 한미동맹체제에서 결정된 것"이라고 밝혔다. (<뉴시스> 2016년 7월 13일)

이 같은 발언의 근거는 한미상호방위조약 제4조다. 이 조항에 따라 미군은 자국 군사력을 한국에 배치하는 '권리(right)'를 보장받았다. 이 '권리'를 한국은 허여(grant)하며 미국은 수용(accept)하게 되어 있다. grant, accept는 조건 없이 주고받는다는 의미의 외교용어다. 미국에 슈퍼갑의 위치를 보장한 해당 조약 4조에서 주한미군의 시설과 구역을 한국이 제공하는 SOFA와 주한미군방위비 분담협정인 SMA가 파생되었다. 한국이 주한미군의 거의 모든 경비를 부담하는 법적 근거가 된 것이다. 

일본과 미국의 상호방위조약에는 한미상호방위조약에서와 같은 미국의 '권리' 규정이 없다. 이 때문에 미국이 중거리미사일을 아시아에 배치하려 할 경우 일본보다 한국이 더 쉬운 교섭 대상이 된다. 미국의 볼턴 보좌관이 중거리미사일의 아시아 배치는 동맹국을 위한 것이라고 언급한 의미가 간단치 않아 보인다. 

미국은 한미군사관계에서 지난 수십 년간 한미상호방위조약을 앞세워 군사적 이익을 챙겼다. 예를 들어 트럼프 대통령이 주한미군의 주둔비용을 한국이 100% 부담해야 한다고 말한데 이어, 최근 그것을 기존 1조 원의 5배로 늘린다고 말했다는 보도가 나왔는데, 그 근거는 한미상호방위조약 4조라는 추정이 가능하다. 결국, 미국이 중거리미사일 배치를 한국에 요구할 경우 사드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 같은 관점에서 미국이 일본의 대 한국 무역 제재 조치를 관망하는 태도를 보이는 데도 향후 중재 조건으로 주한미군 주둔비 증액과 중거리미사일 배치를 요구하려는 속셈이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미국의 중거리미사일 아시아 배치가 현실화한다면 한반도 비핵화는 물 건너간다고 보아야 한다. 중국과 러시아가 강력한 대응조치를 취한다고 경고하고 있어, 동북아의 신 냉전 구도가 대단히 심각한 상황으로 악화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한미상호방위조약에 보장된 특권에 이어 전시작전지휘권까지 장악한 미국이 지난 수십 년 간 북한 선제공격 카드를 대북 협상 또는 위협용으로 휘두른 배경에 바로 이 한미동맹 4조 등이 존재한다. 미국은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할 경우에도 주한미군이 1978년 창설된 한미연합사령부에 의해 계속 주둔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혀왔다. 미국식 합리주의가 한반도에서의 군사적 이익을 보장받기 위해 만들어놓은 장치가 여럿이라는 점을 의미하는데, 이에 대한 정확한 검토 등이 군사적 주권 확립 과정에서 취해져야 한다.

미국이 한미동맹과 관련해 취하는 입장은 한국 사회의 뜻과 배치됨이 최근 연이어 드러나고 있다. 미국 정부는 일본의 경제 보복과 관련해 한국이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을 계속 유지하기를 희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반도 전면전쟁을 전제하기 때문이다. 미국은 한반도 유사시 미 지상군, 해군, 공군 병력 69만 명, 선박 160척, 비행기 2000대 등 지원군의 한반도에 증강 배치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이를 위해 일본의 비행장과 항구가 큰 역할을 해야 하는데, 이는 지소미아에 의해 보장될 수 있을 것으로 미국은 판단하고 있다. (<자유아시아방송> 2019년 8월 6일) 반면 한국인 다수는 지소미아 폐기를 지지한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오마이뉴스> 의뢰로 지소미아에 대해 조사한 결과 47.7%가 폐기에 찬성, 반대는 39.3%로 찬성 응답률이 반대 응답률보다 8.4%포인트 높았다. (<쿠키뉴스> 2019년 8월 7일)

미 정부는 북한을 방문한 외국인들의 무비자 미국 입국을 제한하는 조치를 취했는데 이에는 비자 면제국 시민의 방북을 위축시키면서 특히 금강산 관광 재개 등 남북교류를 적극 추진 중인 한국 정부를 압박한다는 목적이 있으리란 진단도 제기됐다. 미국이 북한 비핵화에 집중하기 위해 한국 정부에 속도조절을 주문한다는 평가다. (<미국의소리방송> 2019년 8월 7일) 그러나 북한의 비핵화를 추동하기 위해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을 재개하는 방안에 한국인은 10명 중 6명꼴로 찬성했음이 나타났다. (<서울신문> 2019년 7월 18일) 더불어민주당 역시 개성공단·금강산 관광 사업이 반드시 재개되어야한다는 입장을 밝혀왔다(<머니투데이> 2019년 7월 31일)

사드 배치 강행 후 중국이 강력 반발하고 중국의 한국 경제 제재가 이어지는 등 그 그늘이 짙은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미국의 군사전략이 한국의 국가적 이해관계나 동북아의 평화와 안정 강화에 역행하는 부작용을 낳고 있는 것이다. 이는 기울어진 운동장인 한미군사동맹의 정상화를 통해 바로 잡아야 한다. 그래야 미국이 자국 이익에만 집착하는 일방주의에 빠지는 오류를 범하지 않도록 유도할 수 있다. 

21세기 동북아 정세는 한미군사동맹의 정상화를 요구하고 있다. 한미군사동맹의 정상화는 한미상호방위조약을 폐기하는 것에서부터 필리핀과 미국의 군사협정과 같이 군사적인 호혜평등관계를 설정하는 것 등 그 선택지가 다양할 것이다. 21세기 국제사회가 수긍할 수 있는 합리적인 상식에 부합하는 것이어야 한다. 한국이 군사적 자주권을 확보할 경우 한국이 한반도의 비핵화나 평화통일, 나아가 동북아의 진정한 조정자나 평화증진자로 활동할 수 있을 것이다. 

관리자 freemediaf@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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