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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를 오만하게 만든 박정희·박근혜의 원죄

- ‘식민 지배 사죄’를 ‘돈’으로 대신 받았으니
[칼럼] 재단 명예 이사장ㆍ동아투위 위원장

기사승인 2019.08.09  12: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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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뒤면 광복절이다. 우리 겨레가 일제의 국토 강제점령과 억압, 수탈 때문에 35년이 넘도록 신음하다가 해방을 맞이한 날이다. 그 뜻 깊은 국경일을 앞두고 최근 한국사회에서는 일본 총리 아베 신조의 오만한 언행을 비판하는 소리가 크게 울려 퍼지고 있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해 10월 30일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일제강점기 (조선) 피해자들에게 일본 기업(신일철기업[옛 신일철주금])이 배상해야 한다”고 최종 확정 판결한 것이었다. 그 판결에 따라 여운택 씨 등 강제징용 피해자들은 1억원씩 배상을 받을 수 있게 되었다. 피고인 신일철기업이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고 있는데, 엉뚱하게도 아베가 그 판결이 나온 지 9개월이나 흐른 지난 7월 1일부터 한국에 대한 반도체 소재 수출을 규제하기 시작했다. 대한민국 사법부의 판결을 우회적으로 비판하면서 한국 산업의 숨통을 조이려는 기도가 분명해 보였다. 아베는 “한국이 한일 청구권협정을 위반하는 행위를 일방적으로 하면서 국교 정상화의 기반이 된 국제조약을 깨고 있다. (한국 정부는) 국가와 국가 간 관계의 근본에 관련된 약속을 우선 제대로 지켰으면 한다”고 ‘경고’했다. 그로부터 한 달 뒤인 8월 2일 아베는 “화이트리스트(수출 절차 우대국)에서 한국을 빼겠다”고 발표했다.

바로 그날 오후 문재인 대통령은 긴급 각료회의를 열고 “이번 조치는 우리 대법원의 강제징용 판결에 대한 명백한 무역보복”이라고 규정하면서 “‘강제노동 금지’와 ‘3권 분립에 기초한 민주주의’라는 인류 보편적 가치와 국제법의 대원칙을 위반하는 행위”, “일본이 G20 회의에서 강조한 자유무역 질서를 스스로 부정하는 행위”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세계경제에 이기적인 민폐행위’라는 강도 높은 표현도 서슴지 않았다. 1965년 한일협정 체결로 국교가 수립된 뒤 54년 만에 두 나라 관계가 최악의 상태에 빠져버린 것이다.

여기서 일본 정부 수반인 아베가 왜 이렇게 한국을 오만불손하게 대하는지, 그 원인을 짚어볼 필요가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박정희와 박근혜가 대통령 자리에 있던 때 ‘국가원수’ 자격으로 일본이 식민지 조선에서 저지른 온갖 만행과 약탈, 착취에 대한 책임을 엄중하게 묻지 않고 오히려 일시적으로 경제적 대가를 받아내는 데만 관심을 보였기 때문이다. 박정희는 대학생들을 중심으로 다수의 주권자들이 ‘굴욕적 한일회담’을 결사적으로 반대하는 데도 위수령을 발표하고 대학 문을 닫은 뒤 1965년 6월 22일 한일협정을 체결했다. “어제의 원수라 해도 오늘과 내일을 위해 필요하다면 일본 사람과도 손을 잡아야 하는 것이 국민복리를 도모하는 현명한 대처”라는 것이었다. 한국이 일본으로부터 받은 ‘청구권 자금’은 무상 3억 달러, 유상 2억 달러, 민간상업차관 3억 달러로 경제 발전에 도움이 되었지만, 심각한 문제는 일본 정부의 ‘조선 식민지배’에 관한 사죄가 전혀 없었다는 사실이다.

박정희의 딸도 아버지와 같은 길을 걸었다. 박근혜는 대통령 재직 중인 2015년 12월 28일 일본 정부와 ‘위안부 합의’에 서명했다. 일본이 10억엔(약 108억원)을 출연해 ‘피해자들의 명예와 존엄 회복, 마음의 상처 치유를 위한 사업’에 사용하도록 ‘화해·치유 재단’을 설립하고 일본 정부가 ‘위안부 할머니들에게 진정으로 사죄한다’는 내용이었는데, 2016년 10월 총리 아베는 ‘사죄 편지를 써서 피해자들에게 전달할 생각이 털끝만큼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

재단은 일본이 출연한 10억엔으로 위안부 피해 생존자 47명 중 34명, 사망 피해자 199명 중 58명의 유족에게 ‘치유금’을 지급했다. 그러나 다수 피해자들이 재단 해산을 요구하자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9월 25일 미국 뉴욕에서 한일 정상회담을 하면서 아베에게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과 국민의 반대로 화해·치유재단이 정상적 기능을 못하고 고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사실상 재단 해산 방침을 통보했다.

박정희와 박근혜가 일본 정부로부터 ‘식민 지배에 대한 사죄’를 단 한 마디도 받아내지 못하고 ‘돈’으로 화해한 것이 오늘날 아베가 한국에 대해 오만방자한 언동을 계속하는 행태의 뿌리가 되었음이 분명하다.

 

2015년 12월28일 서울 외교부 청사에서 위안부 문제와 관련한 회담을 마친 뒤 윤병세 외교부 장관(오른쪽)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외상이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 : 한겨레 김봉규 선임기자

 

 

관리자 freemediaf@gmail.com

<저작권자 © 자유언론실천재단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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