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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이후 정국 어떻게 되나?

- [칼럼] 고승우 80년해직언론인협의회 공동대표ㆍ언론사회학 박사

기사승인 2019.09.11  16:5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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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도 많던 조국 후보가 법무장관으로 취임하면서 우리 사회를 다시 돌아보게 된다. 사회는 변하게 마련인데 우리의 경우는 어떨까? 변화를 살피는 데는 여러 방법이 있겠지만 계급구조와 그 계급의식, 도덕성의 측면에서 바라볼 경우 흥미롭다. 이른바 이 사회 보수와 진보 진영의 상층부는 그 차이가 거의 사라졌다는 점이다.

보수와 진보의 정권교체가 거듭되면서 두 진영의 상층부는 사회적 지배계급으로 그 위상이나  위세 등이 유사해졌다. 조국 장관의 청문회 전후 상황에서 그것이 입증되었다. 두 진영의 상층부는 이 사회의 지배계급으로 뿌리를 내리면서 자기들의 기득권을 유지 증폭시키는 논리와 방법이 차이가 거의 사라진 것이다. 이른바 ‘정직하지만 무능한 진보’. ‘부패했지만 유능한 보수’라는 통념은 존재하지 않는 것 같다.

조국 후보가 장관으로 임명장을 받는 날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대법원 판결이 난 것이나 청문회에서 조 후보와 그의 가족관계를 집요하게 추궁했던 장제원 자유한국당 의원의 아들 교통사고가 발생했는데 이는 우연의 일치만으로 보이지 않는다. 이른바 내로남불 현상이 줄을 잇고 발생한다. 조국의 최대의 적은 조국이라는 말이 나온 것은 그의 과거 언행이 너무 달랐다는 점이고 그가 진보의 아이콘이었다는 점에서 사회적 충격은 대단했다. 이른바 강남 진보의 실체가 무엇인지 드러났고 본인도 그것은 인정했다.

조 장관은 각종 의혹에 대해 위법은 아니라는 것을 강조했고 지금도 그러고 있다. 이는 진보정치권에 대한 사회적 기대치를 크게 후퇴시키는 결정적 요인이 되면서 수구보수 진영의 지배계급 구성원들이 가슴을 쓸어내리고 안심시키는 결과가 되기도 할 것 같다. 이는 사회구조적으로 볼 때 ‘정(政)은 정(正)이어야 한다’를 기대하던 촛불에 찬물을 끼얹는 것이고 이에 대한 반작용은 적지 않을 전망이다.

거대 여야 정당이 오늘날 보여주는 태도는 박근혜 정권 시절 거대여야 정당의 모습과 너무 닮아 있다. 서글프고 화나는 정치판이다. 정치권은 당리당략에 매몰되어 발밑 챙기기에 급급하다. 신바람 나는 정치적 비전은 전혀 보여주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는 제3의 정치세력이 나올 법한데 아직 그런 움직임은 보이지 않는다. 이런 꼴이라면 거대 여야 정당은 과거 하던 대로 지역을 볼모로 삼은 구태정치에 매달릴 공산이 크다. 정치적 변혁이 기대하기 어려울 것 같은 환경이다.

조국 장관의 등장은 이른바 진보, 보수 진영 각각의 내부 결집을 강화한 측면이 있다. 그러나 차이가 있다. 진보진영에서는 조국 장관의 등장을 반대하는 부분이 있는 반면 보수 진영에서 내부 이탈은 없는 듯하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어느 진영에도 속하지 않는다고 스스로 여기는 중도 층이다. 그들은 이른바 진보와 보수 지배계급이 유사한 집단이며 집권 욕구가 강한 것도 매우 닮은꼴이라는 것을 파악한 상황이다. 향후 어느 쪽을 지지할 것이냐 하는 점이다.

조국 사태의 진행 과정은 극적인 것들의 연속이었다. 조국 장관 취임 다음날에도 검찰의 사모펀드 수사에서 조 장관을 피의자로 기재했다는 것을 mbn이 보도했다. 검찰이 행정 직제 상 직속상관에 대해 범법 가능성을 수사하고 있으니 이는 매우 이례적이라 할만하다. 세계 토픽감이기도 하다. 조 장관은 현충원을 참배했을 때 방명록에 ‘검찰 개혁’이라고 썼다. 검찰이나 언론의 조 후보, 장관에 대한 의혹 제기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한 달 가까이 매일 새로운 의혹이 쏟아져 나오고 그에 대한 반론이 제기되는 일이 반복되었다. 얼핏 보면 당장 큰일이라도 벌어질 것 같은 아슬아슬한 모습이다. 당사자인 조국 후보는 의혹은 사실이 아니며 위법은 아니라고 강변했다. 이런 과정에서 청와대와 검찰이 격돌하는 것 같은 모습도 보였다. 마치 검찰공화국 같기도 했다. 과연 모두가 보고 들은 것이 전부일까.

개인이나 조직에서 극적인 것은 어쩌다 일어나는 것이다. 그래서 극적이라고 하는 것이다. 이 지점에서 음모론이 제기될 수 있는데 만약 검찰의 최근 움직임에 집권층의 주도적 입김이 작용했다면, 그래서 검찰의 태도가 청와대에 적대적인 것이 아니라면 향후 판이 어떨 것인지는 대략 짐작할 수 있다. 단기적으로 청와대가 미소 지을 수 있는 상황이 가능할까? 예를 들어 이탈한 지지층과, 실망하고 분노한 중도층을 만족시키고 적폐청산 세력들을 왜소화시킬 일석 이조의 묘수가 있을까? 그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전무하지는 않은 듯하다.

조국 장관이 등장하면서 향후 여야, 진보와 보수는 극한 대치 상태로 갈 것이지만 이른바 집권 프레임은 만만치 않다. 집권세력은 활용할 카드가 상대적으로 많다. 그 카드가 무엇일까. 그것은 지난 한 달 가까운 기간 동안 그 윤곽이 드러났다. 조국 장관의 의혹을 검찰이 수사하듯 야당의 적폐에 대한 청산 작업을 벌이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하지만 야권도 그것을 모를 리 없다. 최대한 집권층을 흠집 내고 공격해서 정치판을 자기들의 놀이터로 만들려 노력할 것이 분명하다. 이런 가정이 틀리지 않다면 조국 카드는 위험부담이 엄청난 고육지책의 성격을 지니고 있다. 언제든 돌발 변수가 나올 수 있는 것이고 엉뚱한 방향으로 치달을 수 있다. 그래서 낙관할 수는 없다. 특히 강한 개혁 추진력을 유지할 능력이 현 집권층에 있느냐 하는 점도 변수다.

정치는 가변적이다. 정치적 승리는 두 가지로 가능하다. 즉 자기 실력이 월등한 경우와 상대보다 실수가 적을 경우다. 우리 거대 여야 정치권은 내년 4월 총선을 향해 총력전을 벌이고 있다. 조국 사태도 그런 과정의 하나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10일 "조국 파면과 자유민주 회복을 위한 국민연대를 제안 한다"며 "문재인 대통령의 독선과 이 정권의 폭주를 막아내려면 자유민주의 가치 아래 모든 세력이 함께 일어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내년 총선에서 누가 승리하느냐를 둔 대접전이 더욱 가열될 전망이다.

문재인 정권은 객관적으로 보면 그 입지가 조국 사태 이전보다 좁아졌다. 향후 강력한 돌파력을 보이지 않으면 곤란한 처지가 되었다. 촛불혁명이후 민주화 공간이 더 확대되면서 사회 각계각층에서 제기되는 요구는 더욱 많아지고 강력해졌다. 문 정권의 사명처럼 보이는 개혁이 성공하지 않으면 실패한 정권으로 귀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난 2년간을 되돌아보면 개혁은 입법을 통해야 한다는 것이 너무 분명해졌다. 대통령이 진두지휘하는 식의 행정 개혁은 그 한계가 너무 명확하다. 비정규직 문제, 교육개혁 등에서 그것은 입증되었다.

현 정권은 박근혜 대통령 탄핵과 촛불혁명의 뒤를 이어 등장했다는 점에서 적폐청산. 민주화와 평화통일 진전의 책무가 크고 그 실적을 보여줄 의무가 있다. 이런 면을 외면하고 여권이 ‘집권한 것은 정당의 능력이다’라는 단견에 사로잡힌다면 그 결과가 어떨 것인지는 뻔하다. 대통령 직무수행에 대한 부정이 긍정보다 많아진 것은 심각한 적신호다. 조국 카드는 지금까지는 실이 더 많다. 대통령은 진영이 아닌 모든 국민의 대통령이라는 점을 전제할 때 더욱 그러하다. 현 정권이 진보와 보수의 차이를 무산시킨 것은 큰 과오다. 하지만 검찰개혁이나 적폐청산을 크게 주장하고 있고 그에 대한 사회적 기대가 적지 않다. 거대 야당을 중심으로 한 보수 세력은 자신들의 부정적인 모습을 부인하면서 시정할 움직임을 전혀 보이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만약 현 정권이 개혁과 청산의 의지를 상실한다면 그것은 현재의 거대 야당과 실질적인 야합이라는 비판을 자초할 것이다.

조 장관 취임에 즈음해 북한은 올해 들어 10번째 미사일과 같은 발사체를 쏘아 올렸다. 미국은 주한미군 방위비를 5조 원으로 올린다고 통고해왔다 하고, 일본과는 경제적 마찰이 가열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 조 장관의 취임은 현 정권에 큰 혹이 하나 더 붙은 것인가, 아니면 복덩이가 들어온 것인가? 이는 현 정부의 총체적 정치력과 역사의식, 그 실천의지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것이다. 궁극적으로 정(政)은 정(正)이어야 한다. 그것이 정(政)의 올바른 길이다. 21세기 정치는 더욱 그러하다.

 

관리자 freemediaf@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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