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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스탠다드’, 검찰 기자실도 기자단도 없다

- 한국·일본만 법조기자단·사법기자클럽 운영, 유럽에선 공식 브리핑 위주로 피의사실 공표 최소화…미국 연방 검찰 미디어 매뉴얼 핵심은 ‘사건에 대한 선입견 가능성 차단’

기사승인 2019.12.10  17: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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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출입 기자들이 기자실로 출근해 종일 타사 기자들과 한 공간에 머물며 검사들을 만나 수사 단계 상황을 집중취재 해 기사를 출고하는 모습은 사실상 전 세계에서 한국에서만 볼 수 있는 장면이다. 한국의 법조기자단도 일본의 사법기자클럽을 제외하면 세계적으로 사례를 찾기 어렵다. 해외에서도 사법 기자의 전문성은 중요한데, 한국처럼 기자단이나 출입처라는 ‘장벽’ 없이 자신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이 차이점이다.

법조언론인클럽이 대검찰청 용역을 받아 2007년 12월 내놓은 연구보고서(‘외국사례를 통해 본 수사상황 공개의 기준과 한계’)에 따르면 영국·독일·프랑스 검찰청에는 기자실이 없다. 당연히 기자단도 없다. 검찰 출입 기자들이 검사들 방에 들어가 질문하는 모습은 보기 어렵다. 공식 브리핑도 보통 주요 사건의 피의자를 구속했거나 수사가 종료됐을 때 이뤄진다. 

독일은 대부분의 정부부처 및 정부 기관 내에 기자실을 두지 않는다. 독일 기자들의 취재는 공보관실을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기자회견은 청사 내 브리핑룸에서 이뤄진다. 역시 수사가 종료됐거나 기소 이후에 이뤄진다. 검찰 취재원과 만남이 없는 것은 아니다. 비공식적으로 만남은 이뤄지지만, ‘티타임’처럼 제도화되거나 청사 내에서 이뤄지는 만남은 아니다.

독일에서 검찰발 기사는 거의 찾기 어렵다. 대부분 경찰 발 기사 또는 법원의 판결기사다. 이곳에선 프리랜서 기자도 기사를 쓴다는 인증만 받으면 독일 기자협회·기자노조의 통합 기자증을 받을 수 있다. 통합 기자증이 있으면 검찰을 비롯해 어디서든 취재 제한은 없다. 이곳에선 특정 언론사 기자가 아닌, 한 명의 기자, 한 명의 언론노동자로 인정받는다.

출입처 개념은 점점 무의미해지고 있다. 프랑스의 경우 뉴스통신사인 AFP마저 출입처 중심 보도에서 벗어나고 있다. AFP는 대통령 관저, 총리실, 외무부, 의회, 파리 중앙재판소, 파리 경찰청 등 6개 기관에만 출입 기자를 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신 이슈별로 분야별 담당 기자들이 움직인다. 

 

검찰. ⓒ연합뉴스


네덜란드는 검찰이 수사 종료 전 범죄사건을 설명하지 않고 기자들도 기소 전 단계에서는 검찰청을 통해 사건을 취재하지 않는 관행이 자리 잡혀있다. 중대 사건일 경우 피의자나 그의 주변인 등 외곽취재를 통해 기사를 작성한다. 검찰청은 고정 출입처 개념이 아니다. 피의자가 정치인이라면 정치부 기자, 연예인이라면 연예부 기자가 검찰 기자회견에 참석한다. 취재는 공보관을 통해서만 가능하며 검사장·부장검사·평검사 직접 취재는 금지하고 있다.

영국은 피의사실 유포에 엄격한 편이다. 영국에선 법정 모독(contempt of court)에 해당하는 정보는 법정에서 언급되었더라도 보도할 수 없다. 보통 성폭행 사건 재판이 그렇다. 보도제한의 목적은 보도로 인해 공정한 재판에 영향을 끼칠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함이다. 법정 모독으로 기자는 최고 2년 형을 받을 수 있다.

미국에는 연방 검찰 미디어 매뉴얼이 있는데, 핵심은 진행 중 사건에 대해 선입견을 줄 가능성을 차단하는 것이다. 법무부와 관련 기관 구성원들은 어떤 경우에도 판결이나 결정 과정에 실질적으로 영향을 주는 언급을 할 수 없다. 조사 중인 사건의 존재 여부, 사건의 성격이나 진행 상황, 영장 발부 여부 등에 대한 질문에 답하면 안 된다. 검찰은 보도자료에서 법정에서 유죄가 가려질 때까지 무죄로 추정해야 한다는 문구를 반드시 포함 시켜야 한다.

한국과 유사한 해외는 일본 정도다. 일본 기자들은 출입처를 배정받아 기자클럽에 가입해 기자실을 거점으로 취재한다. 앞서 국경없는기자회는 “일본의 기자클럽 시스템은 여전히 프리랜서 기자와 외신기자를 차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美 뉴욕타임스는 일본 기자클럽을 가리켜 “(기자들이) 클럽에서 배제되거나 정보에 접근하는 특권을 잃어버릴 것을 우려해 당국자와의 대립을 피하는 경향이 있다”고 보도했다. 

그럼에도 일본은 한국보다 검찰발 기사가 많지 않다는 지적이다. 일본 동경지검은 △개인의 이름을 거론하며 용의자를 특정하는 기사 △‘특수부도 파악하고 있다’, ‘동경지검도 추적 중’ 등 검찰의 이름을 사용해 권위를 부여한 기사 △내용이 구체적이고 정확해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는 기사 △‘조만간 체포’ 등 수사의 동향을 예고하는 추측기사 등에 대해 출입금지 형식의 제재를 가하고 있다. 

‘사법 보도의 뉴스특성에 관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은 유용민 연세대 커뮤니케이션연구소 연구원은 “배심원제가 정착된 미국의 경우 법원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주는 사법 보도 관련 연구가 많지만, 한국은 관련 연구가 부족한 상황”이라고 전하며 “국내 법조 보도의 99%는 검찰 보도다. 공판 보도에 대한 국내 언론의 이해도나 전문성은 많이 떨어지고 취재 관행도 과거에 머물러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이범준 경향신문 사법전문기자는 2018년 ‘신문과방송’ 8월호에서 “검찰의 강력한 힘은 수사가 실시간으로 중계되는 현실에서 비롯됐다. 검찰 수사를 실시간 중계하는 나라는 한국이 사실상 유일하다. 검찰이 언론의 지지를 바탕으로 정국을 주도하는 단계에 들어섰다”고 진단한 뒤 대검찰청-대법원-헌법재판소를 한 묶음으로 다루는 국내 법조 기자단의 출입 관행을 바꾸기 위해 당장 법원 담당과 검찰 담당 기자를 분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를 통해 공판 중심 보도를 늘리고, 피의사실 중심의 검찰 보도는 줄여야 한다는 의미다.

해외사례의 시사점은 기자단이 없어도, 기자실이 없어도 사법 보도가 가능하다는 데에 있다. 최근 시사IN의 검찰개혁 보도를 주도하고 있는 고제규 시사IN 편집국장은 “우리는 따로 법조 출입을 하지 않지만 지금까지 원세훈 재판, 박근혜 최순실 재판, 이명박 재판 중계를 줄기차게 했다. 사법 농단도 끈질기게 추적하고 있다”고 자평한 뒤 “법원 중심으로 취재 방식을 옮겨야 한다. 화력을 검찰이 아닌 법원에 쏟아야 된다. 편집국장이 결단을 내리면 된다. JTBC·MBC·KBS·한겨레·경향신문이 나서면 바뀔 수 있다”고 강조했다.

 

* 이글은 2019년 12월 10일(화) 미디어오늘 정철운 기자의 기사 전문입니다. 기사원문 보기 클릭

 

관리자 freemediaf@gmail.com

<저작권자 © 자유언론실천재단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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