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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영방송 성인용 프로에 어린이 고정, 재고해야

- [칼럼] 고승우 80년해직언론인협의회 공동대표ㆍ언론사회학 박사

기사승인 2020.03.25  18:5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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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영방송들이 영유아나 어린이 청소년 보호와 같은 공익성 증대에 역행하는 방송을 하고 있어 그 시정이 시급하다. KBS는 ‘슈퍼맨이 돌아왔다(이하 슈돌; 매주 일요일 밤 9:15)’, '날아라 슛돌이 - 뉴 비기닝'(매주 화요일 밤 8:55), 이웃집 찰스(매주 화요일 오후 7:40), 살림하는 남자들2(매주 화요일 오후 8:55)에 어린이를 출연시켜 성인 시청 시간대에 방영하고 있다. MBC는 휴먼다큐 사람이 좋다(매주 화요일 밤 10:05)를 방영하고 있다.

다른 상업방송이 유사 프로를 뒤따라 방송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는데 SBS <동상이몽 2 - 너는 내 운명> 같은 경우다. 어린이들을 등장시킨 이들 성인용 프로는, 영유아의 스크린 미디어 시청을 금해야 한다는 과학자들의 경고를 정면으로 짓밟는 결과를 초래할 위험이 큰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미국소아과학회가 1998년부터 권장하는 어린이의 스크린 노출 시간 기준을 보면 이런 우려에 근거가 있다는 것을 입증한다. 즉 이 학회는 만 2세 이하는 TV 등 모든 전자 미디어를 이용하면 안 되고, 만 2-5세는 하루 2시간 이상은 건강을 해친다며 부모가 통제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또한 학교에서 태블릿 등을 학습용으로 이용할 경우에도 하루 2시간 이내로 제한할 것을 강조하고 있다. 어린이 등의 TV 이용 시간을 제한하는 이유는 TV의 빛과 영상, 음향이 어린이의 두뇌발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 육체적 운동이 제한되어 비만 위험이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 등이다. 각주1)

 

KBS 2TV 예능프로그램 <해피 선데이-슈퍼맨이 돌아왔다>


이들 여러 프로 가운데 ‘슈돌’의 경우를 살필 때, 출연하는 어린이들에게 미칠 직접적 영향은 다음과 같다. 먼저 촬영 장소인 아파트 거실 등에 작은 텐트를 치고 촬영기사가 작업을 하거나, 다른 어린이들이 보는 앞에서 촬영하는데, 출연 어린이에게 실내 촬영기사는 그 존재감이 무엇인가에 대한 의문과 함께 자신이 다른 어린이에 비해 특별하다는 식의 인간에 대한 평등 의식에 부정적 인식을 줄 수 있고 성인들의 재미를 위한 속임수와 같은 기획 연출로 인한 잘못된 지식이 주입될 수 있다는 점 등이 우려된다.

또한 15일 밤 방영된 내용 가운데 어린이가 배 상자를 보고 공포를 느끼고 울며 도망가는 것을 어른의 시각에서 계속 촬영한 경우, 어린 시절의 공포는 평생을 간다는 전문가들의 견해를 고려할 때 부적절하다. 어린 시절에 갖게 되는 가치관 등이 성장 이후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영유아와 어린이의 고정출연, 제작방식 등에는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 성인 오락용으로 다수 어린이가 등장하는 이들 프로에 출연하는 부모의 직업이 대부분 연예인 등으로 일반인의 직업과 달라 계층 간 위화감을 조성할 우려도 적지 않다.

다음으로 이들 프로가 주는 간접적 효과다. 즉 영유아나 어린 청소년은 TV에 자기들과 동년배가 출연하면 강한 시청욕구를 보인다는 점을 고려할 때 KBS, EBS 등의 관련 프로의 경우 영유아 등의 TV 시청 제한 필요성에 역행한다. 특히 영유아, 어린이가 가정에서 TV를 시청할 때 부모의 역할이 결정적인데 부모들이 ‘슈돌’ 등을 시청할 때 곁에서 자녀들도 같이 시청하면서 TV의 위험성에 노출되는 것이다.

최근 스마트폰이 대중화되면서 최근 보호자들이 영유아를 달랠 목적이나 장난감 대용으로 스마트폰을 쥐어주는 일이 흔히 목격되는데, 이는 TV의 무절제한 시청과 함께 경계해야 할 현상이다.

영유아나 어린이들은 TV와 같은 스크린미디어를 가급적 적게 이용하는 것이 좋다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진 과학적 지식이다. 이런 점에서 영유아가 고정출연하는 프로가 방영되고 인기가 높은 것은 TV 등 스크린미디어에 대해 경계해야 한다는 의식을 약화시킬 우려가 크다. TV에 영유아가 출연하는데 그것을 보는 것이 무슨 문제인가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들 수 있는 것이다.

 

KBS 2TV 예능 프로그램 <살림하는 남자들 시즌2>


어린이와 성인이 TV, 태블릿, 스마트폰 등 다양한 스크린 미디어를 복합적으로 이용하는 현실을 감안해 모든 스크린 미디어를 종합적으로 연구하는 자세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점이다. 게임 장애론에 대해 일부에서 반대하는 근거는 게임의 영향에 대한 연구에서 긍정적 효과가 있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으나, 모든 스크린 미디어의 경우 잘 이용하면 약이 되고 그렇지 않으면 독이 된다는 상식에 입각해서 소통하려는 자세를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

한편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지난해 9월 ‘슈돌’에 대해 한 시청자가 심의 요청을 한 것에 대해 “방송 프로그램의 구성과 소재 선정, 편성 등에 관한 사항은 「방송법」 제4조에 의한 편성권의 일환으로 방송사의 고유권한에 해당하는 바, 방송심의규정 적용대상에 해당하지 않다”고 결정한 바 있다. 방심위의 이런 결정은 출연 어린이의 정상적 발육이나 전국의 일반 가정 영유아나 어린 청소년들의 TV 시청을 유발할 요인으로 작용할 우려가 크다는 점에서 매우 소극적인 것으로 보인다.

영유아나 취학 전 어린이는 자신과 비슷한 연령대가 출연하는 프로를 시청하기를 즐긴다는 점에서 TV 등 영상미디어의 시청을 금하거나 줄여야 한다는 교육적 경고를 공영방송이 무력화시키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특히 영유아 보호자가 아이를 달래기 위해 TV와 스마트폰을 오락용으로 이용하게 하면서 건강한 성장 발육에 적신호가 켜지고 있어 방송통신 심의기구나 공영방송 등이 이를 예방하는 캠페인 등에 앞장서야 할 때다.

다채널 시대, SNS 대중화 시대에 공영방송의 존립 의의는 공정성, 공익성의 확대 재생산이라 하겠다. 스마트폰의 전 국민 소유가 이뤄진 상황에서 스크린 리터러시, 즉 TV나 스마트폰과 같은 스크린 미디어의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사회적 캠페인이 시급한 실정이다. 스크린 리터러시가 당면한 가장 심각한 과제는 영유아나 취학 전 어린이, 청소년 등이 스마트폰 등 스크린 미디어를 과도하게 사용치 않게 계도하는 일이지만, 불행하게도 이 부분은 아직 매우 미흡한 상태다. 공영방송은 스크린 리터러시에 주목해서 TV 프로그램등급제가 각 가정에서 잘 지켜지도록 계도하는 동시에 스마트폰 이용의 주의 사항 등도 널리 알리는 데 노력해야 할 것이다.

 

[각주 1]
https://www.medicalnewstoday.com/articles/321016.php?utm_source=TrendMD&utm_medium=cpc&utm_campaign=Medical_News_Today_TrendMD_1 /
https://www.yorkshirepost.co.uk/read-this/too-much-telly-at-age-two-makes-for-unhealthy-teenagers/

 

관리자 freemediaf@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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