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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보법 개폐 주장과 인권위, 헌재, 대법원의 국보법에 대한 입장

- [국보법 연구(7)] 고승우 80년해직언론인협의회 공동대표ㆍ언론사회학 박사

기사승인 2020.06.17  10: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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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회의 발전을 위해서는 국민에 봉사하는 진정한 리더십과 미래에 대한 탐구 교육, 미디어 비판 및 인성교육이 실시되어야 하고, 분단과 대립을 부추기는 국가보안법은 폐지되어야 한다. 특히 사상의 자유를 억압하고 적을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격멸하는 것이 정의라는 국가보안법이 하루 속히 폐기되어야 한다. 이 법은 70년 동안 독기를 뿜으면서 젊은이들이 통일을 왜 해야 하느냐고 묻는 세상을 만들었다. 민족 최대의 과제인 평화통일은 한민족을 살리면서 동북아를 번영과 행복의 땅으로 만들 필수적 사항이라는 점을 국보법이 존재하는 한 청소년에게 최우선적으로 교육시킬 수 없는 것이 오늘의 현실이다.

우리나라 역대 대통령 가운데 현직에 있을 때 국보법 개폐 필요성을 언급한 경우는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이다. 다른 대통령들은 국보법을 지지하고 계속 시행을 소신으로 갖고 있었다. 19대 대통령 후보 가운데 민주당의 계보를 이었다는 문재인, 안철수 후보조차 당선되면 국가보안법을 개폐하겠다는 언급은 발견되지 않았다.

김대중 대통령은 지난 1999년 8월 국보법의 전면적인 개정을 언급했고,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 2004년 9월 한 방송국의 프로그램에 출연하여 국가보안법 폐지를 주장했다. 김 대통령은 당시 8.15 경축사에서 국가보안법 개정의 필요성을 언급했는데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가 앞장서 극력 반대했다. 당시 박 대표는 “간첩을 알고 있는데도 신고할 의무를 폐지하는 것이 과연 분단 조국 현실에서 가능한 일이냐”며 당시 개정 논의가 있던 불고지죄 부분도 유지해야한다고 주장했다. 김 대통령의 국보법 개정 언급은 당시 여소야대 상황에서 진전이 없었다.

 노무현 대통령의 경우 지난 2004년 9월 5일 밤 MBC TV의 '대통령에게 듣는다'프로그램에 출연해 “국가보안법은 칼집에 넣어 박물관으로 보내는 것이 좋을 것"이라며 "국가를 보위하기 위해서 필요한 조항이 있으면 형법 몇 조항 고쳐서라도 형법으로 하고 국가보안법을 없애야 대한민국이 드디어 야만의 국가에서 문명국가로 간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국가보안법 폐지 입장을 강한 어조로 공식화 한 것이다. 노 대통령의 국보법 폐지 발언에 당시 한나라당 대표 박근혜와 수구정치인, 보수언론 등이 앞장서 반대했다.

박근혜는 지난 2004년 9월 20일 '정부참칭'조항(국가보안법 제2조)은 얼마든지 논의할 수 있으며, 국가보안법의 명칭도 바꿀 수 있다고 종전보다 전향적인 자세를 보였다. 그러나 그 후 소속 당내 일부 의원들이 "국보법의 '정부 참칭' 조항과 법안 명칭은 체제 수호의 상징성이 크기 때문에 절대 양보할 수 없다"고 박 대표를 비판했고, 박 대표도 자신의 발언이 오해되었다고 주장하면서 뒤로 물러섰다.

노 대통령의 국보법을 없애자는 발언 이후 그 개폐를 놓고 당시 여당 내부에서도 의견이 '폐지 후 형법 보완'과 ‘별도의 대체 입법’을 주장하는 쪽으로 나뉘는 등 엄청난 논란과 갈등이 벌어졌다. 그러나 여당 내에서도 단일안에 합의하지 못했다. 당시 새천년민주당, 열린우리당, 민주노동당 등은 국보법의 폐지·개정안을 논의하였으나 야당의 반대로 유보되었고 이듬해 5월, 여·야의 국가보안법 폐지·개정안이 각각 상정되었으나 진전을 보지 못했다. 그러다가 노 대통령 임기가 끝났다. 국보법 개폐 논란은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자 여의도에서 자취를 감추었다.

국보법 개폐 논란은 성과가 없었지만 국가기관이 폐지를 공식 주장하는 견해를 표명해 주목을 받았다. 1948년 정부 수립이후 국가기관이 국보법 폐지를 건의한 것은 그 때가 처음이었고 그 이후에 유사한 사례는 없었다. 2004년 초 진보적 시민사회단체 등을 중심으로 국가보안법 개정 또는 폐지를 지지하는 주장과 운동이 거세지자 그 해 8월 국가인권위원회가 법무부 등에 국가보안법 폐지를 공식 권고했다. 그러자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이 잇따라 국보법 합헌 결정을 하거나 그 폐지를 반박하는 판결을 내놓으면서 맞불을 놓았다.

두 헌법 기관의 결정, 판결은 당시 법체계에서 국보법이 위헌이 아니라는 점 등을 강조한 것으로 국회의 입법권과는 별개의 것이었다. 즉 3권 분립 차원에서 국회가 국보법을 개폐하는 것에 대해 헌재 등이  왈가왈부 할 수 없는 것이었다. 하지만 두 헌법 기관의 국보법에 대한 완강한 입장은 당시 노무현 정권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했던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은 사법부에 속하지만, 헌법재판소는 사법부에 속하지 않는 독립된 기관이다. 대법원의 재판이 개인과 개인과의 재판이라서 개개인에게 영향을 준다면 헌법재판소의 재판은 국가나 법을 상대로 하는 재판이기에 사회나 제도에 영향을 주게 된다. 두 헌법 기관의 국보법 옹호 태도는 수구보수층은 물론 일반 시민사회에도 미치는 영향이 컸다.

노무현 정부 당시 3개 국가기관이 앞 다퉈 국보법에 대한 입장을 밝힌 것은 이 사회가 국보법에 대해 지니고 있는 태도를 반영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이들 국가기관의 국보법에 대한 견해나 결정 등을 좀 더 자세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국가인권위원회( 당시 위원장 김창국)는 2004년 8월 24일 전원위원회를 열고, "양심의 자유를 침해하는 국가보안법을 폐지하고 국가보안법 관련 사범 문제를 해결할 것"을 국회의장과 법무부장관에 권고했다. 국보법은 1948년 제정 이래 50여 년간 끊임없이 인권과 사상.표현의 자유 침해 논란을 일으켜왔고 이로 인해 인권. 시민단체와 진보적 지식인 등은 이 법을 비판하고 그 폐지를 요구해왔다. 유엔 등 국제기구도 이 법의 폐기를 촉구한 바 있지만 국가 기관이 이 법안을 폐지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기는 당시가 처음이었다.

한편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의 국보법에 대한 결정, 판결 내용은 국가인권위의 권고 결정에 찬물을 끼얹었다. 헌법재판소는 국가인권위가 국보법 폐지 권고문을 발표한지 이틀 뒤인 2004년 8월 26일 최악의 독소조항인 보안법 제7조(찬양·고무)에 대해 재판관 전원일치로 합헌 결정을 내렸다. 헌법재판소는 제7조에 대해 재판관 전원일치로 합헌 결정을 내리면서 보도자료를 통해 입법부가 이런 판결내용을 반영할 것을 요구했다.

이어 대법원도 그로부터 수일이 지난 8월 30일 한총련 간부에 대한 판결문을 통해 국가보안법 개폐에 반대한다는 적극적인 정치적 주장을 밝혔다. 대법원의 위와 같은 판결에 대해 당시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들은 ‘대법원의 판결문 중  북한에 동조하는 세력이 늘어가고, 통일전선의 형성이 우려되는 상황임을 직시할 때 체제 수호를 위해 관용에는 한계가 있어야 한다는 부분은 지나친 표현’이라며 ‘대법원이 사건과 직접 관련이 없는 국보법 폐지 논리를 반박한 것은 사법부가 입법부의 입법 활동에 개입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민변은 "대법원이 입법정책에 대한 호 · 불호를 표현한 것은 정치적 영역을 침범, 3권 분립의 원칙을 스스로 어긴 것"이라고 질타했다.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의 판결은 남북 분단이라는 특수상황에서 국보법의 필요성이 인정된다는 최고 법률기구의 입장을 확인한 것으로, `국보법 폐지'를 권고한 국가인권위의 결정과 당시 정치권의 국보법 개폐 논의를 중단시키는 결정적 역할을 했다.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은 헌법에 규정된 최고의 법적기구로 이들 기구가 국보법 폐지를 공식적으로 반대하면서 노무현 정부의 국보법 폐지 움직임이 둔화된다. 당시 여대야소 국면으로 국보법 개폐가 가능할 수도 있는 정치상황 이었고 진보적 시민사회운동 진영도 국회의사당 주변에서 장기 농성을 하는 등 국보법 폐지를 강하게 주장했었다. 그러나 헌재와 대법원의 잇단 반대 의견 발표 후 노무현 정권의 국보법 개폐 추진력이 약해지게 된다.

국보법에 대해 국가인권위가 발표한 국보법 폐지 권고 발표문 전문 가운데 결론 부분은 국보법의 문제점이 압축되어 있어서 소개한다. 이어 헌재와 대법원의 국보법 옹호 판결문 내용도 소개한다.

 

<국가인권위원회>

---먼저, 국가보안법은 그 제정과정에서부터 태생적인 문제점을 안고 있을 뿐만 아니라, 국가의 기본법인 형법이 제정된 이후에 이루어진 수차례의 개정도 국민적 합의 없이 절차적 정당성을 결한 채 이루어졌다. 따라서 국가보안법은 법률의 규범력이 부족한 법으로서 그 존재 근거가 빈약한 반인권적 법이라고 본다. 

둘째, 국가보안법은 행위형법 원칙에 저촉되며 죄형법정주의에 위배되며, 사상과 양심의 자유, 표현의 자유 등 인간의 존엄성을 해할 소지가 많은 점이 지적되고 있다. 셋째, ‘국가안보’ 관련 사안은 형법 등 다른 형벌 법규로 의율이 가능하여 국가보안법이 폐지되더라도 처벌 공백이 거의 없다고 볼 수 있다. 단 필요시, 미흡한 부분에 대하여는 형법의 관련 조문을 개정·보완하는 방안을 강구할 수도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우리나라는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국제사회의 여론과 결정을 수용할 필요가 있으며, 시대적 환경 변화에 부응하는 자세로 북한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 

국가보안법은 몇 개 조문의 개정으로는 이상에서 지적한 문제점들이 치유될 수 없고, 그 법률의 자의적 적용으로 인한 인권 침해 역사, 법 규정 자체의 인권 침해 소지로 인해 끊임없는 논란을 일으켜온 현행 국가보안법은 ‘전면 폐지’하는 것이 시대적 요구라고 판단된다. ---

(2012년 1월 20일 국가인권위원회(당시 위원장 현병철)는 ‘국가보안법의 폐지’ 의견을 삭제하고 대신 '국보법 남용을 방지해야 한다'고 의견을 내 동일한 국가기구가 다른 목소리를 내는 일이 벌어졌다. 대통령에 따라 인권을 보는 시각이 달라진다는 것을 드러낸 사례다. 어느 것이 과연 인권 보호, 신장에 기여하면서 정의와 진실에 가까운 것인지는 역사가 언젠가 밝힐 것이다.)

 

<헌법재판소>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주심 이상경 재판관)는 2004년 8월 26일 국보법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렸다. 그간 독소 조항으로 꼽혀온 제7조 제1항(찬양 · 고무죄)과 제5항(이적표현물 소지 등)에 대해 소수 의견조차 없이 재판관 9명의 '전원일치'로 합헌 결정을 내린 것이다.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1991년 이전 국보법과 달리 개정된 국보법은 법규 개념의 다의성과 적용범위의 광범성이 제거됐고 기존 결정이나 학설, 법원의 판례에 의해 개념이 정립돼 있다”며 “죄형법정주의에 위반된다는 주장은 이유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국보법 7조를 형법상 내란죄 등으로 대체할 수 있다는 주장에 대해 '형법상 내란죄 등 규정의 존재와는 별도로 독자적 존재의의가 있다'고 언급, `분명히 평화시대를 기조로 한 형법상 내란죄나 외환죄는 고전적이어서 오늘날 우리가 처한 국가의 자기안전-방어에는 다소 미흡하다'고 판시한 1990년 판례를 유지했다.

재판부는 이적표현물 소지죄 조항과 관련, '단순한 학문연구나 순수 예술활동을 목적으로 이적표현물을 소지-보관한 경우 처벌대상이 아니라는 점은 대법원 판례로 확립돼 있다'며 '그러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할 목적으로 소지한 경우 처벌토록 한 현 조항은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대법원> 
대법원 1부(주심 이용우 대법관)는 2004년 8월 30일 국가보안법 상 찬양·고무 혐의로 구속기소돼 2심에서 징역 2년6월을 선고받은 한총련 간부인 이모씨(대학생) 등 2명의 상고를 기각하는 판결문을 통해 ‘일방적 무장해제’ ‘‘체제수호’ 등의 표현을 포함시키는 방식으로 국가보안법 폐지에 반대하는 입장을 강하게 밝혔다<.동아일보 2004년 9월2일>.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북한은 1950년 불의의 무력남침을 감행함으로써 민족적 재앙을 일으켰고 수많은 도발과 위협을 계속해오고 있다는 경험적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되며, 역사적으로 우월함이 증명된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헌법체제를 양보할 수 없는 이상 일방적 무장해제를 가져오는 조치에는 신중을 기해야 한다"며 "나라의 체제는 한번 무너지면 다시 회복할 수 없으므로 국가의 안보에는 한치의 허술함을 허용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이어 "아무리 자유민주주의 사회라 하더라도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전복시키려는 자유까지 허용함으로써 스스로를 붕괴시켜 자유와 인권을 모두 잃어버리는 어리석음을 범해서는 안 되며, 더욱이 오늘날 북한에 동조하는 세력이 늘어가고 통일전선의 형성이 우려되는 상황임을 직시할 때 체제수호를 위해 허용과 관용에는 한계가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또 북한이 국가보안법상 반국가단체인지 여부에 대해 "남북정상회담이 개최되고 공동선언이 발표됐지만 북한이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전복하고자 하는 적화통일노선을 완전히 포기했다는 명백한 징후를 보이지 않고 있고, 뚜렷한 민주적 변화가 없는 만큼 북한의 반국가단체성이 소멸했다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관리자 freemediaf@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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