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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대 대선-‘박근혜 대통령 만들기’(2)

- 조선일보 대해부 5권 - 22장(최종회)

기사승인 2021.01.13  10:0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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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안철수 단일화에 계속 딴죽 걸기

 18대 대선 과정에서 야권은 물론이고 여당인 새누리당이 가장 관심을 보인 것은 민주당 후보 문재인과 무소속 후보 안철수가 단일화를 이룰 수 있는 것인지였다. 벤처사업가로서 명성과 부를 쌓은 데다 서울대 융합과학대학원장 출신인 안철수는 정치 경력은 전혀 없었지만 2010년 서울시장 선거 때 박원순을 지지함으로써 결정적 승리의 바탕을 만들어 준 이래 그 어떤 직업정치인보다 높은 대중적 인기를 누리고 있었다.

 안철수가 9월 19일 대통령선거에 출마하겠다고 선언한 직후부터 언론과 대중은 그가 마지막까지 완주할 것인지, 아니면 야권후보 단일화를 위해 결단을 내릴 것인지에 주목했다. 오랫동안 민주화운동을 해온 재야인사들도 문재인·안철수 단일화 작업에 열성적으로 나섰다. 새누리당이 가장 원하는 것은 문재인과 안철수가 대선 투표일까지 치열한 경쟁을 벌임으로써 박근혜가 어부지리를 누리게 하는 ‘시나리오’였을 것이다. 

 조선일보는 10월 31일자부터 11월 23일자까지 문재인과 안철수의 단일화에 딴죽을 걸거나 에둘러 비판하는 사설을 무려 10건이나 내보냈다. 그 가운데 대표적인 사설 몇 건의 내용을 차례로 살펴보기로 하자.

 · 「후보보다 더 설치는 단일화 중재업자들」(10월 31일자)
 
  민주당 문재인 후보와 무소속 안철수 후보 간의 단일화 줄다리기를 앞두고 야권 장외(場外) 세력이 대선판을 휘젓고 다니고 있다. 첫 테이프를 끊은 것은 선거판의 단골손님인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 함세웅 신부 등이 중심이 된 옛 재야 그룹이다. 이들은 지난 8월 말 안철수 후보의 출마를 강권하더니 지난 25일 “문·안 후보가 후보 등록 전에 단일화해야 한다”며 일정까지 내밀었다. 백 교수 등은 지난 총선 때 민주당과 친노세력 결집체인 ‘혁신과 통합’의 등을 떠밀어 민주통합당으로 합당을 성사시켰다. 이들은 이어 ‘단일화 필승론’을 명분 삼아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이 선거 연대를 하도록 했으나 통합진보당 내 주사파 잔존 세력의 문제가 불거져 야권의 총선 패배를 불렀다. 문학평론가·신부님·목사님·스님 등 갖가지 직업의 인사들로 구성된 이 원탁회의 멤버들은 총선 패배에 대해 아무런 책임감도 표시하지 않은 채 대선판이 다가오자 다시 정치 중개업에 나선 것이다. (···)
  문 후보와 안 후보는 29일엔 강금실 전 법무장관의 출판기념회에 참석해 각자 강 전 장관과 맺은 인연을 강조하는 덕담을 했다. 강 전 장관은 “야권 단일 후보는 민주당 당적을 가져야 한다”는 민주당 주장에 대해 ‘시기상조’라면서 안 후보 쪽 손을 들어주고 있다. 소설가 황석영 씨는 지난 27일 “문·안 후보의 단일화가 안 돼 정권 교체에 실패하면 프로방스(프랑스 남부)로 이민 가겠다”고 했다. 황 씨는 2009년 5월 이명박 대통령의 중앙아시아 순방에 동행해 “이명박 정부는 중도 실용”이라고 했다.
  장외 세력은 큰 선거 장(場)이 설 때마다 공정한 심판인 양 흥정을 붙이겠다고 나서지만 선거판에서 이들이 어느 편을 밀고 있는지 모르는 사람이 없다. 그런데도 선거 중개업자들이 겉으로 엄정 중립인 듯 위장하는 것은 그래야 상대를 거래판으로 끌어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후보들도 이 중개 업자들의 손을 뿌리쳤다가는 야권의 공적(公敵)으로 몰리기 십상이고 이들의 연출 솜씨에 올라타야 흥행이 된다는 걸 알고 있다. 중개업자들은 사는 사람과 파는 사람 간의 공정한 거래가 이뤄지도록 돕는 법인데 이 나라 정치판의 중개업자들은 집을 내놓은 사람, 사겠다는 사람보다 더 설치며 거래 질서를 어지럽히고 있다. 복덕방이 미심쩍어서도 집 사려는 마음이 사그라질 판이다.

 이 사설은 1970년대 중반 이래 유신독재에 맞서 싸우다 온갖 고난을 당한 재야인사들을 “대선판을 휘젓고 다니”는 ‘중개업자’로 몰아붙이면서 ‘정치판의 중개업자들’이 ‘거래 질서를 어지럽히고 있’다고 모욕적인 비난을 퍼붓는다. ‘중개업’에 나선 동기가 자신의 명예와 이익을 위한 것이라면 그런 비난을 받아야 마땅하겠지만 그들은  ‘민주정부 수립을 위한 대선 후보 단일화’가 최대의 목표라고 시종일관 주장해 왔다.

 · 「박근혜, 단일화에 끌려다닐 것인가 넘어설 건가」(11월 9일자)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는 7일 “국민의 삶과 전혀 상관없는 단일화 이벤트로 민생 위기를 극복할 수 있겠느냐”면서 “국가 간의 약속도 뒤엎겠다고 공언하는 세력, 북방한계선(NLL)을 지킬 의지조차 의심스러운 세력에게 우리 국민의 안전과 미래를 맡길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박 후보 선대위도 사흘째 후보 단일화를 ‘권력 나눠 먹기 야합’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문·안 두 후보 간 단일화는 후보 등록일인 11월 25일 직전에야 이뤄질 전망이다. 국민은 앞으로 보름 이상을 누가 야권 단일 후보를 차지하느냐는 야권 내부의 선거 공방을 지켜봐야 한다는 말이다. 그러고 나서 3주 후엔 투표장으로 향해야 한다.
  문·안 후보가 단일화를 여론조사로 할지 아니면 담판으로 할지는 자신들이 알아서 할 일이다. 그러나 문·안 후보 두 사람이 각기 내걸었던 공약들을 무슨 이유로 어떻게 단일화할지는 국민의 이해가 걸린 관심 사항이다. 각 공약을 아무 원칙도 없이 국민에게 최대 혜택을 주겠다는 쪽으로 단일화한다면 그것은 너무나 노골적인 대중 영합주의다. 그게 아니라 문 후보 공약 몇 개, 안 후보 공약 몇 개를 대표 공약으로 추려서 신(新)공약집을 내놓는다면 그것은 무원칙한 공약 안배다. 국가 지도자가 되겠다고 나선 후보들이 국민과의 약속인 공약을 이런 식으로 넣었다 뺐다 바꿨다 하는 나라가 어디 있겠는가. 선거일에 촉박해 국민 앞에 두꺼운 공약집을 내놓은 걸로 할 일 다 했다고 생각한다면 그건 국민더러 우리 공약을 두드려 점검할 생각은 하지도 말고 무조건 따라오라는 말과 다를 게 없다.
  박근혜 후보는 갈림길에 섰다. 야권 후보 단일화를 향한 공세에만 매달려 대선판을 단일화 이벤트 장으로 만든 야권에 그냥 끌려갈 것이냐, 아니면 단일화 이슈를 넘어설 시대의 과제를 들고 국민의 선택을 받을 것이냐를 결정해야 한다. 단일화를 계속 비판한다고 해서 이미 확실하게 야권 단일후보에게 표를 던지려고 마음먹은 유권자의 생각을 돌리기는 힘들다. (···)
  박 후보와 야권 단일후보 중 박 후보를 지지하겠다는 유권자가 45%쯤 된다. 이 중엔 박 후보 개인을 적극적으로 지지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야권 두 후보의 국가관이나 정책 노선이 못 미더워서 박 후보를 지지하는 사람들도 있다.
  박 후보는 “새누리당은 구국의 각오로 이번 대선에서 승리해야 한다. 우리가 승리하는 것이 대한민국을 위기에서 구하는 유일한 길”이라고 했다. 박 후보가 야권 단일화에 맞서 승리하려면 상황이 어찌 바뀌어도 야권 단일후보에게 표를 던지겠다고 마음먹은 사람을 제외한 나머지 국민이 박 후보가 승리하는 것이 나라를 구하는 길이라는 걸 확실하게 믿게 하는 수밖에 없다.
  ‘구국의 결단’은 지도자가 맡아야 할 몫이지 국민에게 넘길 일이 아니다. 던질 일이 아직 남아 있다면 그것도 던지고, 승리를 위해 쓴 소리를 하는 인사들을 넓은 가슴으로 끌어안고 후보 개인의 스타일과 정치적 입장에는 마뜩치 않은 일이라도 그게 국민의 뜻이라면 선선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그게 구국의 자세이고 자신을 지지해온 사람들에 대한 의무다. 그래야만 세 후보 어느 쪽에도 아직 마음을 주지 못한 부동층의 마음도 열린다.

 조선일보는 문재인과 안철수가 각기 내걸었던 공약들을 “아무 원칙 없이 국민에게 최대 혜택을 주겠다는 쪽으로 단일화 한다면 노골적인 대중영합주의”라고 비판하면서 박근혜에게는 “야권 단일화에 맞서 승리하려면 상황이 바뀌어도 야권 단일후보에게 표를 던지겠다고 마음먹은 사람을 제외한 나머지 국민이 박 후보가 승리하는 것이 나라를 구하는 길이라는 걸 확실하게 믿게 하는 수밖에 없다”고 ‘친절하게’ 조언을 하고 있다. 문재인과 안철수 가운데 한 사람이 대통령이 되면 나라를 구할 수 없다는 뜻인가?

 · 「 문재인·안철수, 공약 단일화는 ‘국민 뜻’ 안 묻는가」(11월 12일자)

  무소속 안철수 후보는 11일 고위공직자 부동산 백지신탁, 소득 하위 5% 계층의 건강보험료 면제 등 850개의 실천 공약을 담은 440쪽 분량의 공약집을 책으로 내놨다. 민주당 문재인 후보도 이날 2017년까지 비정규직의 절반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고 노동시간 단축을 통해 일자리 70만개를 창출하겠다는 등 117개 공약을 발표했다. 두 후보가 후보 단일화 협상을 앞두고 무더기로 공약을 쏟아냈으니 후보도 공약 내용을 정확히 모를 판인데 국민이 어떻게 각 공약의 가부를 판단이라도 하겠는가. (···)
  문·안 후보는 정치 분야 협상팀 외에 단일화 룰 협상팀과 경제와 외교·안보 정책 협상팀을 새로 가동하기로 했다. 벼락치기 협상을 해서라도 공약 차이를 메워보겠다는 것이다. 공약 단일화는 어느 한쪽이 자기 공약을 버리고 다른 쪽으로 공약을 따르거나, 두 공약의 중간 입장을 취해 새로 만들어야 한다. 이런 방식으로 이날 안 후보가 내놓은 850개 공약을 조정하려면 얼마나 세월이 걸릴지 모른다. 이걸 며칠 안에 해치우겠다는 것은 ‘공약의 값’을 서푼도 안 쳐준다는 뜻이나 마찬가지다. 안 후보는 지금껏 탈북자 북송 반대 집회에 참석하고 북한인권법 제정에 원칙적 찬성 입장을 밝혀오다가 지난 8일 문 후보 측과 입장을 맞춰 북한인권법 반대로 돌아섰다. 두 후보가 가장 많이 쓰는 말이 ‘국민의 뜻’이다. 그런 그들이 공약 바꾸기 과정에서 ‘국민의 뜻’을 물어보겠다는 시늉조차 않고 있다.
  선거 공약이란 후보의 정치철학에서 도출(導出)한 현실 문제에 대한 처방전이다. 문·안 후보가 갑자기 수백 개의 공약을 한꺼번에 쏟아내고, 그 가운데 절반 가까이를 며칠 안 가 뒤집어엎는다면 후보의 정치철학이 오락가락하고 있거나 애초 내놨던 국정 처방전이 아무 뿌리 없는 탁상공론이었다는 것을 자인하는 것밖에 안 된다. ‘새정치’건 ‘헌정치’건 국민과의 약속을 이렇게 무성의하게 다루려면 다시는 공약 이야기도 꺼내서는 안 된다.

 이 사설은 문재인과 안철수가 “단일화 협상을 앞두고 무더기로 공약을 쏟아”낸 것을 비난하고 있다. 조선일보는 두 후보가 “공약 바꾸기 과정에서 ‘국민의 뜻’을 물어보겠다는 시늉조차 하지 않고 있다”고 공격을 퍼부었다. 그런데 이 사설이 나온 11월 12일부터 선거일까지는 36일이나 남아 있으므로 단일화가 곧 이루어진다면 ‘공약 조정’에 관한 여론조사를 할 시간은 충분한 것이었다.

 · 「대선 한 달 남기고 열었다 닫았다 하는 단일화 협상」(11월 19일자)
 
  민주통합당 문재인 대선 후보와 무소속 안철수 후보가 18일 저녁 단독 회동을 갖고 단일화 방식 실무협상을 19일부터 재개하기로 했다. 안 후보 측이 문 후보 측 인사들의 발언과 조직 동원 등을 문제 삼아 협상 중단을 선언한 지 나흘 만이다. 양 후보 측은 국회의원 정수 조정을 비롯한 「새정치 공동선언문」도 발표했다. 이날 오전 민주당 이해찬 대표와 최고위원 전원은 “(우리의 거취가) 단일화를 회피하거나 지연하는 핑계거리가 되면 안 된다”며 사퇴했다. (···) 
  지난 6일 문·안 후보가 단일화에 합의했을 때 협상이 쉽게 타결되리라 믿은 사람이 없었던 것과 마찬가지로, 지난 14일 단일화 협상이 중단됐을 때 단일화가 끝내 무산되리라 예상하는 사람도 없었다. 문재인·안철수 후보가 각자 나서는 3자 구도는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에게 대통령 당선을 갖다 바치는 것이나 다름없다. 문·안 두 사람은 야권 단일후보 한 자리를 놓고 반(反)박근혜, 반새누리 유권자층의 지지를 다퉈야 하는 경쟁 상대다. 그래서 상대방 때문에 단일화에 문제가 생긴 것처럼 책임을 떠넘기며 협상을 중단시켰다가 협상을 재개할 때는 자신이 단일화를 위해 희생하고 양보하는 것처럼 제스처를 취했다.
  19일로 대선이 꼭 한 달 남았지만 선거 대진표는 여전히 미정 상태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후보 등록 마감 다음 날인 11월 27일부터 투표용지를 인쇄하던 관행을 바꿔 이번엔 12월 10일부터 인쇄하기로 했다. 대선판 돌아가는 모양새를 보니 대선 열흘 전까지도 야권 후보가 확정되지 않을지 모르겠다고 판단한 모양이다. 문·안 두 후보가 한 번쯤 더 열었다 닫았다 하며 단일화 벼랑 끝 싸움을 할 시간을 벌어 놓은 셈이다. 지구상에 이처 럼 서커스 경기처럼 아슬아슬하게 대선을 치르며 국가 지도자를 뽑는 나라가 우리 말고 또 있는지 모르겠다.

 대통령이 되겠다고 나선 문재인과 안철수가 단일화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려고 협상을 ‘열었다 닫았다’ 하는 것이 그렇게 큰 정치적 ‘악덕’일까? 그리고 “서커스 경기처럼 아슬아슬하게 대선을 치르며 국가 지도자를 뽑는” 것이 그렇게도 부끄러운 일일까? 그런 노력을 해서 진정한 민주정부를 세울 수 있는 후보를 결정하는 것을 나무랄 수는 없는 노릇이다.

 · 「‘뱃심 겨루기’로 하루를 보낸 단일화 담판」(11월 23일자)
 
  민주통합당 문재인·무소속 안철수 대선 후보는 22일 오전 배석자 없이 만나 후보 단일화를 위한 여론조사 설문을 어떻게 할 것인가를 논의했다. 문 후보는 “야권 단일 후보로 누가 더 적합한가” 또는 “누구를 지지하는가” 같은 설문을 제시한 반면, 안 후보는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와 양자 대결을 가상해 조사하자고 했다. (···)
  두 사람은 이견이 좁혀지지 않자 일단 헤어졌다. 그러다 문 후보 측은 이날 오후 재야인사들이 “누가 더 적합한가”와 ‘가상 대결’을 묻는 조사를 동시에 실시해 그 합산으로 단일 후보를 결정하자는 제안을 내놓자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그러자 안 후보 측은 “누가 더 적합한가” 대신 “누구를 지지하는가”를 조사하자는 게 문 후보 측 마지막 제안이었다며 “누구를 지지하는가”와 ‘가상 대결’을 실시해 그 결과를 합산하자고 역(逆)제의해 문 후보 측이 “진지하게 숙고하겠다”고 했다. 이 과정에서 양측은 공개적으로 상대 진의(眞意)에 의문을 제기하는 등 격한 감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
  양 후보 측은 ‘가치와 철학을 공유하는 단일화’를 이루겠다며 분야별 정책 단일화 작업도 함께 벌여왔다. 그러나 두 후보는 21일 밤 TV 토론에서 외교안보·재벌·복지정책에서 상당한 인식 차이를 보였다. 여론조사 방안을 놓고도 이토록 티격태격해온 두 후보가 대선일까지 빠듯한 시간에 서로 다른 가치와 철학의 차이를 좁혀 명실상부한 단일 정책을 내놓기는 불가능에 가깝다는 느낌이다.
  양측은 ‘새정치 공동선언’을 먼저 발표했지만 벌써 서로 다른 소리가 나오고 있다. “국회의원 정수를 조정한다”는 문구를 두고 안 후보는 ‘국회의원 정수 축소’라고 하고, 문 후보는 “지역구를 줄이는 만큼 비례대표를 늘린다”는 내용이라고 해석했다. 말이 ‘공동선언’이지 단일 후보가 되는 쪽 마음대로 해석하면 그만인 문서라는 이야기다. 두 후보 측이 앞으로 내놓을 다른 분야 ‘단일 정책’들도 이와 닮은 꼴이 돼갈 것이다.
  문·안 두 후보는 누가 더 버티는 힘이 센가 뱃심 겨루기로 하루를 보냈다. 가치와 철학을 공유하겠다는 단일화가 뱃심 겨루기로 바뀌었는데 정책이라고 제대로 설 자리가 있겠는가.

 조선일보는 “문·안 두 후보는 누가 더 버티는 힘이 센가 뱃심 겨루기로 하루를 보냈다”고 ‘관전평’을 했는데 그런 걱정은 이튿날 ‘쓸데없는’ 것이었음이 드러났다. 이 사설이 나간 바로 그날 안철수가 후보직을 사퇴했기 때문이다.

  안철수 무소속 대선 후보는 23일 정권 교체를 위해 후보직을 내려놓고 백의종군하겠다”며 대선 후보에서 사퇴했다. 9월 19일 출마 선언 이후 66일만이다. (···)
  안 후보는 “이제 야권 단일후보는 문재인 후보”라며 “단일화 과정의 모든 불협화음에 대해 저를 꾸짖어주시고 문 후보에게 성원을 보내달라”고 했다. 후보직 사퇴 이후 문 후보를 돕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해석된다. 안 후보는 다만 문 후보 선거캠프에는 들어가지 않고 외곽에서 문 후보를 지원할 것으로 알려졌다(조선일보 11월 24일자 1면).


 ‘국정원 댓글 사건’ 파문 차단하기

 조선일보 12월 13일자 사설(「민주당이 헛짚고 떼쓰나, 국정원이 거짓말하나」)은 ‘댓글 사건’에 관해 아래와 같은 논조를 펼쳤다.

  민주당 의원과 당직자 수십 명이 11일 밤 국정원 직원이 문재인 후보를 비방하는 댓글을 인터넷에 올려 여론을 조작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비방 댓글을 올리는 현장이라고 자기들이 지목한 서울 시내 모 오피스텔로 몰려가 출입문 앞에서 진을 쳤다. 이 바람에 이 직원은 11일 오후 7시쯤부터 12일밤까지 오피스텔에 사실상 감금돼 있었다.
  선관위는 “민주당 신고를 받고 출동해 경찰, 민주당 관계자와 함께 들어가 확인한 결과 컴퓨터, 침대, 옷장, 빨래 건조대가 있었을 뿐 불법 선거운동을 했다고 볼 만한 증거는 발견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국정원이 심리 정보 요원 70여명을 동원해 인터넷에 문 후보에 대한 악성 댓글을 달게 하고 있다는 제보가 들어왔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국정원 직원의 오피스텔을 어떻게 알아냈는지, 이 직원이 비방 댓글을 올렸다는 증거가 무엇인지는 설명하지 않았다. 만약 민주당이 이 직원을 미행하고 그의 차량 번호를 추적해 오피스텔 주소를 알아냈다면 정당이 불법으로 사찰했다는 말이 된다. 민주당 사람들이 오피스텔 출입문 앞에서 컴퓨터와 휴대폰을 보자고 소동을 피운 것도 심각한 인권침해다. 민주당이 국정원 직원의 불법 선거 개입 의혹을 제보받았다면 수사기관에 정식 고발하고 합당한 법적 절차를 밟아야 했다.
  이 국정원 직원은 인터뷰에서 문 후보 비방 댓글을 올린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다. 국정원도 “국정원은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정치 활동을 한 일이 없다”며 “민주당이 근거도 없이 정보기관을 선거에 끌어들이는 것은 흑색선전”이라고 했다. 국정원이 인터넷에 비방 댓글을 올리는 방식으로 여론을 조작한다는 것은 너무나도 구시대적 발상이다. 요즘의 국정원이 집단적으로 선거에 간여할 만큼 상명하복이 이뤄지는 조직이라고 믿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정부가 나서서라도 국정원 직원의 선거 개입이 사실인지, 아니면 민주당이 제보 하나에 매달려 소동을 피웠는지 철저히 가려 그에 합당한 처벌을 받게 해야 한다.

 이 사설은 민주당이 국정원 여직원의 ‘댓글 사건’에 관한 정보를 입수한 뒤 중앙선관위에 신고하고 경찰과 함께 현장을 확인한 사실보다는 국정원이 “민주당이 근거도 없이 정보기관을 선거에 끌어들이는 것은 흑색선전”이라고 주장한 사실에 더 비중을 두는 논조를 펴고 있다.  

 대통령선거를 이틀 앞둔 12월 17일자 조선일보 3면에는 아래와 같은 기사가 실렸다.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와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는 16일 국가정보원 여직원 댓글 논란과 인터넷 댓글 센터 의혹 등을 놓고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
  박 후보는 국정원 여직원의 인터넷 댓글 의혹 사건에 대해 “민주당이 증거도 없이 여직원을 2박 3일간 감금하고 밥과 물도 못 먹게 한 것은 인권 침해”라고 했다. 그는 “문 후보 스스로 인권변호사라면서 여성 인권 침해에 대해 한마디도 사과하지 않느냐”고도 했다.
  그러자 문 후보는 “여성이 중요한 게 아니라 (댓글 달기를) 했는지가 중요하다”며 “집 문을 열라고 한 것은 경찰이고 그 여직원은 피의자인데 왜 감금이라고 하느냐”고 했다. 그는 또 “왜 여직원을 변호하면서 수사에 개입하느냐”며 “그 사이 증거 인멸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고 했다.
  박 후보는 “민주당이 증거주의와 영장주의, 무죄 추정의 원칙을 무시한 것을 지적했는데, 수사 개입이라고 엉뚱한 소리를 하느냐”며 “민주당이 아무 증거도 못 내면서 자꾸 억지를 부리면…”이라고 했다. 문 후보는 “여직원이 문을 열어주고 인터넷 IP 주소를 내놓았다면 금방 확인될 일이었다”며 “민주당이 증거를 내놓을 사건이 아니다”라고 했다.
  문 후보는 이어 “새누리당이 불법 조직을 통해 온라인에서 여론 조작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고 공격했고, 박 후보는 “민주당도 선거사무실로 등록하지 않고 SNS 활동을 한 것이 보도됐다”고 했다.

 조선일보는 대선 투표 전날인 12월 18일자에 다시 그 사건에 관한 사설(「야, ‘국정원 댓글’ 증거 없으면 깨끗이 사과하라」)을 내보냈다.
 
  민주통합당이 문재인 후보 비방 댓글을 달았다고 고발한 국가정보원 여직원 김 모 씨를 조사해온 경찰은 16일 “김 씨가 제출한 컴퓨터 두 대를 정밀 분석했으나 대선 관련 댓글을 찾지 못했다”고 발표했다. 경찰 발표 후 새누리당은 “민주당의 선거 공작이 확인됐다”고 했고, 국정원은 “정보기관 직원을 미행·감금하고 신분을 노출시킨 범죄행위에 대해 법적 책임을 묻겠다”고 했다. 민주통합당은 “경찰이 김 씨의 포털 접속 기록을 확인하지 못하고 스마트폰을 조사하지도 않은 채 부실한 수사 결과를 서둘러 발표한 것은 선거에 영향을 미치려는 의도”라고 맞받았다.
  사건의 진상을 하루빨리 밝혀달라고 경찰에 고발한 것은 민주당이다. 그렇다면 민주당은 아무리 경찰 수사 결과가 자기들 기대와 다르다 하더라도 경찰을 비난하기에 앞서 자기들이 헛짚었을 가능성은 없었을까도 한 번쯤 되짚어봐야 한다.
  경찰은 김 씨가 40여개 온라인 아이디와 닉네임을 사용해와 추가 조사는 필요하다고 했다. 경찰은 김 씨가 범죄행위에 관련돼 있다는 증거가 있어야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아 김 씨가 포털 사이트에 접속한 IP를 역추적할 수 있다고 했다. 민주당은 지난 11일 국정원 직원들이 문 후보 비방 댓글을 다는 현장이라며 김 씨 거주 오피스텔을 급습할 때만 해도 “증거를 갖고 있다”고 큰소리쳤다. 그러나 지금까지 경찰에 아무 증거도 제출하지 않고 있다.
  문 후보가 16일 TV 토론에서 “증거는 민주당이 내놓을 게 아니다”라고 말한 것은 무슨 뜻인지 모르겠다. 민주당은 증거를 갖고 있다면서도 진상을 밝혀달라고 고발할 때 증거를 같이 제출하지 않고 경찰이 김 씨가 혐의가 없다고 발표했는데도 증거를 움켜쥐고 내놓지 않으면서 경찰보고만 밝힐 의지가 없다고 비난하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다. 문 후보가 아직은 혐의가 확인되지도 않은 피고발인인 김 씨를 ‘피의자’라고 단정한 것도 변호사 출신답지 않았다. 문 후보가 그렇게 단정할 만한 증거를 갖고 있다면 즉각 경찰에 전달해야 한다. 당에 들어온 제보만 믿고 확인 절차도 밟지 않고 일을 벌인 것이라면 이제라도 깨끗이 사과하는 게 옳다.

 이 사설 논조가 합당한 것인가에 관한 판단은 당시 독자들에 따라 달랐을 것이다. 그러나 대선이 끝난 지 한참 뒤에 드러난 ‘국정원 댓글 사건’의 진상은 민주당이 근거도 없이 그 사건을 고발한 것이 아님을 입증했다.

 2013년 4월 19일자 한겨레 1면 머리에는 「서울경찰청, 국정원 댓글 수사 조직적 은폐·방해했다」라는 기사가 올랐다. 부제목은 「하드디스크 분석자료 중간발표하고도 실무팀에 안 줘 / 권은희 수사과장 “위법” 격렬 항의 받고 이틀 뒤 넘겨」이다. 기사의 내용은 아래와 같다.

  서울지방경찰청이 국가정보원의 대선 개입 의혹 사건을 수사하던 일선 수사팀에 핵심 수사자료를 넘겨주지 않으려 하고, 주요 증거물을 피의자에게 돌려주려 하는 등 지속적으로 수사를 방해했다고 당시 수사 책임자가 폭로했다. 지난해 대선을 사흘 앞둔 12월 16일 밤 갑자기 면죄부성 중간 수사결과를 발표하도록 지시해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고발당한 김용판 당시 서울경찰청장 등 지휘부가 사건 수사에까지 부당하게 개입한 정황이 드러난 것이어서 검찰 수사가 불가피해 보인다.
  이 사건 수사 책임자였던 권은희 전 서울 수서경찰서 수사과장(현 송파경찰서 수사과장)은 19일 한겨레와 만나 “(지난해 12월 16일) 서울경찰청이 중간 수사 결과를 발표한 뒤 아예 국정원 직원 김아무개(29) 씨의 컴퓨터 하드디스크 최종 분석자료를 우리에게 안 주려고 했다. 우리(수서경찰서 수사팀)가 ‘당신들 법 위반이다’라는 말까지 하며 격렬히 항의했다”고 말했다. 공무원이 정당한 이유 없이 그 직무 수행을 거부하면 직무유기죄에 해당한 다. 서울경찰청은 16일 밤 분석을 끝낸 자료를 중간 수사 결과 발표에만 이용한 뒤 이틀이 지난 18일 밤에야 수서경찰서에 건네줬다.
  또 서울경찰청은 국정원 직원 김 씨가 제출한 하드디스크 등을 김 씨에게 돌려주려다가 수서경찰서 수사팀의 강한 항의를 받고 계획을 철회한 것으로 확인됐다. 권 과장은 “제출된 컴퓨터 등은 사실상 압수상태인 증거물이기 때문에 (형사소송법상) 증거물 관리에 대한 판단은 수서경찰서가 해야 한다고 서울경찰청에 주장했다”고 밝혔다.

 
 민주통합당의 고발에 따라 국정원 직원 김하영에 대한 수사 책임을 맡았던 권은희가 지난 대선 막바지에 최대 쟁점으로 떠올랐던 ‘국정원 댓글 사건’이 국정원의 개입에 의한 것이라는 사실과 그에 대한 수사 과정에서 받은 ‘외압’을 공식적으로 밝힌 것이었다.

 ‘박근혜 대통령 만들기’에 그 어느 매체보다 열성을 쏟은 조선일보는 대선 개표가 끝나자 12월 20일자 39면에 「 박근혜 당선인, 겸허하게 온 국민 껴안는 걸로 시작하라」는 사설을 올렸다.

  (·····) 정권 재창출보다 정권 교체를 바라는 여론이 더 높은 가운데 치러진 이번 대선은 박 후보에게 버거운 선거였다. 선거 초반 한동안 유지되던 박근혜 대세론은 무소속 안철수 후보 등장으로 몇 차례 크게 흔들렸다. 박 후보는 박근혜·문재인·안철수 3자 가상 대결에선 늘 1위를 지켰으나 야당 단일후보에겐 밀리는 결과가 몇 번이나 나타났다. 안 후보 사퇴 이후 박 후보에게 10%포인트 이상 뒤지던 문 후보의 지지율이 꾸준히 올라가 선거 이틀 전에는 뒤집히기도 했다.
  이 순간 박 당선인에게 가장 절실한 자세는 자신을 지지한 1600만 국민과 함께 자신의 경쟁자에게 표를 던진 1500만 국민의 마음을 정확히 읽고 그들을 진정으로 끌어안는 것이다. (·····)
  당선인은 선거 기간 국민에게 ‘해주겠다’는 말만 했다. 이제부턴 ‘참아달라’는 말을 함께 해야 한다. 공약은 지켜야 하지만 당장 해야 할 것과 중·장기 과제로 추진할 것을 구분하는 선거공약 아닌 국정 공약을 다시 만들어야 한다. 그것이 국민 다수가 당선인보다 더 많은 것을 해주겠다고 약속한 문 후보의 ‘전면적 변화’보다 당선인이 내건 ‘책임 있는 변화’ 쪽에 손을 들어준 뜻일 것이다. (·····)
  선거 기간 반대 진영은 박근혜 시대가 열리면 과거 권위주의 시절로 회귀할 것처럼 공격하고 박 당선인을 지지한 적지 않은 국민도 이런 우려를 완전히 떨쳐버리지 못했다. 박 당선인이 이런 우려를 잠재우려면 자신을 과거 시대의 상속자가 아니라 미래시대의 대표라는 인식 아래서 그에 걸맞은 민주적 리더십과 미래지향적 리더십을 분명히 해야 한다. 박 당선인 본인의 변화가 중요하다. 그러나 그에 못지않게 당선인 주변에 바른 말을 서슴없이 할 줄 아는 사람들을 모을 수 있어야 한다. 그러지 못하면 대통령과 국민 사이에 불통 시대가 이어질 수 있다. (·····)
  박 당선인은 5·6·7·8·9대 대통령을 지낸 박정희 전 대통령의 딸이다. 중·고교·대학 학창 시절을 청와대에서 보냈다. 그 시대의 영광, 그 시대의 좌절, 그 시대의 빛, 그 시대의 어둠을 누구보다 가까운 데서 보고 체험했을 것이다. 그만큼 나라를 잘 이끌어야겠다는 각오가 클 것이다. 다시 한 번 강조 하지만 당선인의 성공 여부는 지지자들만이 아니라 당선인을 찍지 않은 절반의 반대파들 손에도 달려 있다. 반대파들이 박근혜 당선인을 우리 대통령이라고 받아들이는 것이 성공의 첫 걸음이라는 것을 가슴에 깊이 새겨야 한다. 그것이 당선인이 말해온 진정한 국민대통합이고 시대 교체일 것이다.

 이 사설은 박근혜가 ‘국민대통합’과 ‘시대 교체’를 이루는 대통령이 되라고 당부하고 있다. 그러나 2013년 2월 25일 대통령에 취임한 박근혜가 과연 그런 길을 걸어갔는지, 그리고 조선일보가 ‘박근혜의 길’에 관해 건강한 조언이나 비판을 했는지, 아니면 찬사와 감싸기로 일관했는지는 박근혜 정권 시기를 총체적으로 다룰 <조선일보 대해부 6>에서 살펴보기로 하겠다.

 

관리자 freemediaf@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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