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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마음 대로인 대북 선제공격 전략, 한국 대통령은 투명인간?

- [바이든 정부 출범, 한미동맹 현안 점검(08)] 고승우 80년해직언론인협의회 공동대표ㆍ언론사회학 박사

기사승인 2021.02.15  14:3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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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한국 외교장관 대북 시각 공개비판, 국제적 망신 줘

오늘날 국가 관계에서 언론이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막중하다. 정부 차원의 외교적 논평이나 해설 등은 언론 보도를 보고 하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외교문서를 주고받는 것이 아니라 언론에 보도된 내용을 보고 즉각 대응하는 것이다. 한미관계도 마찬가지다. 미국 정부는 한국 언론에 보도된 내용을 놓고 빠를 경우 24시간 내에 감 놔라 배 놔라는 식의 의사표현을 내놓는다.

미국 정부는 미 국가예산의 지원을 받는 관영매체인 자유아시아방송(RFA), 미국의소리방송(VOA) 등을 통해 미국 전.현직 관리들을 동원하는 방식으로 미국이 원하는 논리를 제기하고 있다. 미국 정부가 전 세계를 향해 전개하는 심리전의 방식이다. 미국이 생각하는 적국에 대해서는 공포나 혼선을 부추기면서 동시에 우방국에 대해서는 특정 방향으로 여론을 유도하는 것이 목적이다. 한국의 경우 대북 정책을 놓고 여야가 갈릴 경우 미국을 지지하는 보수 세력에게 논리적 근거를 제공하기도 한다.  가장 최근 목격된 사례를 소개하면 아래와 같다.

“미국 국무부는 지난 5일(현지시간) 한국 정의용 외교장관 후보자가 김정은 북한 총비서의 비핵화 의지가 있다고 발언한 것에 대해 북한의 불법적 핵과 미사일 그리고 관련 기술을 확산하려는 의지는 국제평화와 안보에 위협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자유아시아방송 2021년 2월5일).

국무부 대변인은 5일 정의용 후보자의 이 발언에 대해 북한의 불법적인 핵과 탄도미사일 프로그램 그리고 관련 고급 기술을 확산하려는 의지는 국제평화와 안보에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고 지구적인 비확산 체계를 위태롭게 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미 바이든 행정부는 북한의 위협을 평가해서 동맹 및 동반자 국가들과의 긴밀한 조율을 통해 이 문제를 다룰 수 있는 접근법을 채택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일부 미국 전문가들은 지금까지 김정은 총비서의 비핵화 의지를 보여주는 증거는 없었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행정부 당시 대북 협상팀으로 북한을 방문하고 미북 정상회담에 참가한 랜달 슈라이버 전 미 국방부 인도∙태평양 안보 담당 차관보는 김정은 총비서가 비핵화를 향한 자신의 약속을 준수하겠다는 의도를 보여주는 증거를 여전히 목격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위의 기사는 정의용 후보자가 지난 5일 한국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김정은 총비서의 비핵화 의지가 아직 있다고 본다며 그 근거로 핵과 미사일 시험 유예, 즉 모라토리엄을 계속 존중하고 있다는 점을 들었는데 미 정부와 적직 관료가 이에 대해 반박한다는 내용이었다. 바이든 정부는 외교안보팀이 아직 구성중인데도 대북 전략 등에 직결된 사안 등에 대해 신속히 그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이는 대북 정책의 큰 가닥이 무엇인지를 밝히는 목적의 기선제압용의 성격이 강한데, 문제는 한국에서는 미국에 대해 미국이 하는 방식의 반응을 내놓는 경우를 찾기 어렵다는 점이다. 한국 정부나 전직 관료 등이 외교장관 후보자가 한 발언을 미국이 공개 반박한데 대해 ‘그게 아니고’라면서 나서서 항변한 사례가 발견되지 않았다. 두 나라가 갑론을박을 하는 식으로 활발하게 의견을 개진할 경우 그 과정에서 조정 보완될 수 있을 것 아닌가 하는 점에서 매우 아쉬운 부분이다.

한국 정부나 민간 부분의 지극히 소극적이고 수동적인 모습은 미군정이후 지속된 평등하지 못했던 한미관계의 현주소를 나타내는 현상의 하나라 할 수 있다. 미국은 정의용 후보자의 발언에 대한 입장을 밝힘으로써 북한에 대해서는 각을 세우고 남한에 대해서는 미국지지 세력들에게 정부에 대한 비판 논리를 제공한 것이다. 그러나 그 시기 와 태도를 부면 부적절했다는 비판을 자초한다. 미 새 정부가 들어서는 시기로 아직 두 나라 정부 담당 관료가 상견례도 하지 않은 상황이다. 미국 국무부의 무례할 정도로 일방적인 태도로 인해 한국 정부와 한 국민은 국제사회에서 얼굴을 들기 어려울 정도로 체면을 구기게 되었다.

미국 바이든 정부가 한국 정부의 외교부 장관 후보자가 밝힌 대북 정책의 첫 단추 또는 전제에 대해 전 세계가 주시하는 가운데 짓뭉개 버린 것이다. 이는 앞으로 전시작전권 전환이나 미중 갈등에 대한 한국 입장 등에서 미국이 판단하는 데로 한국은 따라와 주었으면 좋겠다는 강력한 요구이면서 강박인 셈이다. 주권국가간에, 더욱이 한국은 한반도 당사국이라는 점에서 미국은 대북 인식 태도에서 신중을 기했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한미관계의 과거를 살펴보면 더 심한 경우에도 미국은 한국을 철저히 무시해왔다. 한국대통령이나 관리들은 다 그 존재감이 없는 투명인간 취급을 받아왔다고 보아야 한다. 수도권이 쑥대밭이 되거나 한반도 주민 전체의 생사가 걸린 미국 대통령의 대북 선제 타격 전략이 그런 경우의 하나다.


미국, 80개 핵무기로 북한 선제 타격하는 핵전략

미국 언론인 밥 우드워드가 자신의 신간 <격노>에서 거론한 한반도 관련 핵무기 80개를 놓고 지난 해 9월 국내에서 누가 그 핵무기의 주체냐를 놓고 논란이 발생한 해프닝이 벌어졌다. 청와대와 일부 언론이 그 해프닝에서 주요 역할을 했는데 미국의 북한에 대한 최첨단 핵전략의 일면을 드러낸 대단히 중요한 계기였지만 영문법 논란에 가려져 버렸다. <격노>속 문장 하나에만 시선을 집중했을 뿐 책 속의 전체 내용, 맥락 등에 주목하지 않아 벌어진  어처구니없는 일이었다. 첫 소동이 벌어진 뒤 그것은 미국이 북한에 핵폭탄 80을 쏟아 붙는다는 전략으로 판명 났다. 하지만 영문법을 앞세워 북한이 미국에 80발을 쏟아 붙는다는 점에 주목해 결과적으로 오보를 한 언론은 그 이후에도 아무런 정정 보도를 내지 않았다. 그냥 지나친 것이다.
 

▲ 밥 우드워드 신간 ‘격노’

 

이런 해프닝은 선제공격의 기본 개념에 대한 기본 지식만 있어도 방지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점에서 매우 놀라운 일이다. 즉 선제공격은 공격자가 적의 반격능력을 순식간에 무력화시키는 것이 주목적이라서 적국의 공격무기 발사 징후, 최초의 발사 등에 대응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적국의 핵미사일이 소수, 심지어 한발만 아군 심장부를 타격해 마비시킬 경우 아군의 전체 보복 력이  마비될 수 있다. 이럼 점에서 미국이 북한으로부터 80개의 핵무기가 사용된 공격에 반응한다는 식으로 생각했다는 것은 어안이 벙벙할 뿐이다.

핵전략에서 선제공격은 기습 타격으로 상대국의 핵전력을 무력화 시켜 보복을 할 수 없도록 만들어 승리를 거두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이를 위해 상대국의 전략적 핵전력, 즉 핵미사일 저장고, 핵잠수함 기지, 핵전략 폭격기 비행장과 함께 핵 지휘통제소 등을 불시에 공격한다. 미소 두 나라는 냉전 시대에 상대방이 먼저 공격할 것에 대비해 상대국 정탐활동을 강화해 적의 공격이 임박한 결정적 시점에 적의 반격 또는 보복 능력을 무력화시키는 작전을 수립해왔다(https://en.wikipedia.org/wiki/Pre-emptive_nuclear_strike).

우드워드는 <격노>에서 “2017년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대북 선제 타격을 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지만, 전쟁을 위한 계획은 준비돼 있었다”고 썼다. 우드워드는 책에서 미국 네브래스카주 전략사령부가 북한의 정권교체를 위한 ‘작전계획 5027’을 주의 깊게 연구·검토했고, 이는 공격이 있을 때 핵무기 80개의 사용 가능성이 포함된다고 밝혔다. 작계 5027은 한반도 유사시를 대비한 한·미 연합작전계획이다. 이에 대해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지난 9월16일 기자들과 만나 밥 우드워드의 신간 <격노>에 관한 질문에 ‘핵무기 사용은 한미연합사 전략인 작계 5027에 없었고, 한반도내 무력 사용은 우리나라의 동의 없이는 불가능하다’고 밝혔다(연합뉴스 2020년 9월16일).

이 관계자는 이어 “문재인 대통령이 2017년 8·15 경축사에서 전쟁 불용 입장을 천명했다. 한반도에서 또다시 전쟁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 대한민국 내 군사 행동은 대한민국만이 결정할 수 있고 누구도 대한민국 동의 없이 군사행동을 결정할 수 없다, 정부는 모든 걸 걸고 전쟁만은 막을 것이라고 했다”면서 이는 “공공연히 북한에 대한 ‘외과적 타격’ 등을 거론해온 트럼프 행정부에 대해 한국 정부의 동의 없이 대북 군사적 공격은 불가함을 역설한 것”이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정부가 전쟁이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에서 위기를 어떻게 넘겼는지에 대한 언급이 없어서 자세히 설명한 것”이라면서 “비록 현재 교착상태에 빠졌지만 한반도 평화는 시대정신이며, 정부는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멈추지 않을 것이다. 신의 옷자락을 놓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상과 같은 청와대 관계자의 발언을 통해 청와대는 미국에 대해 한반도에서 한국 정부의 동의 없이 전쟁은 절대 안 된다는 입장을 밝혀 왔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그렇다면 그것이 전부일까. 미국은 한국 정부의 견해를 존중해 한국 정부의 동의 없이 한반도에서 절대 전쟁을 일으키지 않겠다는 입장인가.

이와 관련해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미국 정부의 입장을 보도한 적이 있다. 이 신문은 지난 2017년 8·15 경축사당시 문 대통령의 경축사에 대해 “미국이 한국의 동의 없이 북한을 먼저 공격하는 어떤 움직임도 한·미 동맹을 긴장시킬 위험이 있다”면서도 “미국이 위협을 받을 때 군사행동을 위해 한국의 동의를 받아야할 법적인 의무는 없다”고 보도했다(조선일보 2020년 9월16일). 미 전문가들은 북한의 핵 공격이 임박한 상황에서는 한국의 허락은 필요 없다는 입장이었다. 데이비드 맥스웰 민주주의수호재단(FDD) 선임연구원은 언론 인터뷰에서 “북한이 핵무기를 발사했거나 발사할 것이라는 정보가 포착되면 미국 대통령이 전권을 갖고 결정할 수 있다”고 했다. 이는 미 국민을 보호할 책무를 앞세워 대통령에게 부여된 선제공격 권을 지적한 것이다.

미국인 한반도 유사시 어떤 전략인지는 청와대가 작계 5027에는 핵무기 사용 계획이 포함되어 있지 않다고 밝힌 것에 대한 미국의 찰스 리처드(Charles Richard) 전략사령관의 발언에서 간접적으로 확인된다. 리처드 사령관은 2020년 9월14일 미 국방부 청사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한반도 전쟁 발발시 한미 군사작전계획인 ‘OPLAN 5027’에 핵무기 사용이 포함돼 있느냐는 작전계획의 자세한 내용은 밝힐 수 없다면서 “자신이 말할 수 있는 것은, 미국은 한국과 매우 긴밀한 동맹 및 동반자 관계를 유지하고 있고 미국이 한국에 핵확장억지(extended nuclear deterrence)를 제공하며 안보공약을 지킬 수 있다는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자유아시아방송 2020년 9월14일).

리처드 사령관의 답변은 우드워드가 신간 <격노>에서 미국의 전략사령부가 2017년 북한 정권교체를 염두에 두고 작전계획 5027을 검토했으며 여기에는 핵무기 사용 가능성이 포함된 것으로 밝힌 것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가 ‘핵무기 사용은 해당 작전계획에 없고 한반도 내 무력사용은 한국 동의 없이는 불가능하다’고 밝힌 뒤에 나온 것이다. 리처드 사령관은 이날 우드워드의 신간 <격노>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017년 북한과 전쟁을 할 경우 비밀리에 개발한 핵무기를 사용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는 것과 관련해서는 ‘백악관과 국방부에 문의하라’고 말했다. 백악관과 국방부는 우드워드의 저서에 나오는 2017년 북한과 전쟁할 경우 트럼프 대통령이 사용하려고 했다던 비밀신형핵무기 여부에 대한 자유아시아방송의 질문에 대해 답변하지 않았다.

미국 전략사령부는 장거리 핵폭격기,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의 3대 핵전력을 운용하는 곳으로 한국 등 동맹국이 핵공격을 받으면 미국 본토가 공격받았을 때와 같은 수준의 전력으로 응징, 타격한다는 핵확장 억지력을 제공하고 있다.

한편 미국은 북한을 향한 구체적인 핵 공격 계획을 가지고 있으며 미 본토를 위협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가진 북한에 대한 핵공격에 한국의 허락은 필요 없다고 미 군사전문가들은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조선일보 2020년 9월16일). 토마스 매키너니 전 미 공군참모차장은 지난 2017년 8월 폭스비즈니스 인터뷰에서 ‘만일 김정은이 서울을 폭격하면 미국의 핵 반격으로 15분 안에 모든 것이 끝난다. 북한의 모든 도시가 사라질 것이다. 북한이 서울을 공격하면 미국은 즉각 ‘크롬돔’이라는 전략 핵폭격을 하기 때문에 북한에 남는 게 없다. 공격명령과 함께 우리(미국)의 크루즈 미사일 2000개가 날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대북 선제 타격 1997년 이후 한국과 협의 없이 검토

미국은 1997년 이후 북한의 주요 핵시설을 공격하는 선제타격을 대통령이 바뀔 때마다 검토했지만 한국은  단 한 번도 사전에 논의 대상이 되지 못했다(중앙일보 2020년 9월19일). 미국은 전략무기인 핵무기에 관해선 사용 계획을 동맹국과도 협의하지 않기 때문이란다. 미국의 북한 선제타격은 한반도 전면전을 의미하고 그렇게 되면 남북한 전역에서 천문학적인 인명 피해가 발생하는 최악의 사태인데도 한국이 사전 협의대상이 되지 않는다? 어떻게 이런 해괴한 일이 벌어질 수 있을까. 한민족의 생사가 어느 순간 미국 대통령에 의해 좌우될 수 있는 현실이라는 것은 끔찍한 일이다.

미국 대통령의 선제타격 권은 미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것으로 미국내법에 규정되어 있다 해도 그런 결정으로 한국이 엄청난 피해를 당하는 것은 어쩔 수 없다는 것인가. 대한민국 정부는 미국의 선제타격 대신 다른 선택을 하도록 권유하거나 설득 또는 필요하면 강제할 수단을 고민하고 구체적 방안을 내놓는 것이 국민에 대한 당연한 도리일 것이다. 한국이 미국과 같은 주권국가인데 전쟁과 평화를 선택할 권한이 없는 황당한 일이 벌어질 가능성에 대해 한국 정부가 발 벗고 나서서 미국에 항의하고 바로잡아야 할 것 아닌가. 그렇지 않은 정부라면 그 존재 이유에 대해 심각한 고민을 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 현실을 보면 너무 안타깝다. 미국의 대통령에 부여되어 있는 선제타격 권한에 의해 한반도가 쑥대밭이 될 장치가 항상 가동되고 있는데도 한국 정부나 정치권, 학계, 언론 등은 이의 정당성 여부를 정면에서 따지고 항의하는 행동을 한 적이 거의 없다. 문재인 대통령이 공식석상에서 ‘한반도에서 전쟁은 안 된다. 북한에 대한 선제공격 가능성이 커지면 안 된다’는 식의 발언을 한 적은 있다. 하지만 그에 대해 자세한 설명을 곁들이지는 않았고 청와대 등 정부 부처도 침묵했다. 언론도 그에 대한 심층보도를 외면했다. 그 결과는 한심했다. 국내에서는 미국의 선제 타격에 대한 기초 지식이 널리 알려져 있지 않은 탓인지 단군 이래 최악의 비극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미국 정책에 대해서는 주목도가 매우 낮은 일과성 사안으로 지나갔을 뿐이다. 한반도 전면전쟁이 벌어지면 남한에서만 최대 천 만 명이 죽고 다치는 참사가 벌어진다는데도 큰 소동 없이 지켜보는 한국을 미국은 어떻게 생각할까. 그리고 세계는 또 어떤 시선으로 한국을 바라볼까.


# 미국, 한미상호방위조약으로 대북 선제공격 빌미 확보

한반도에서 미국의 선제타격 또는 선제공격은 한미상호방위조약과 깊이 연관되어 있다는 점도 한국에서는 거의 거론되지 않고 있다. 선제타격의 개념을 살피면 한미상호방위조약에 의해 미국이 일상적으로 대북 공격의 구실을 마련하고 있다는 점이 분명한데도 말이다. 선제타격은  적의 공격이 임박한 것으로 판단될 때 취해지는 것으로 되어 있다. 이는 주관적인 판단에 의한 무력행사라는 의미다. 이 주관적 판단이 대외적으로 설득력이 있으려면 그럴 듯 해야 한다. 즉 북한이 미국을 향해 엄청난 군사행동을 할 것을 알았다는 증거를 제시해야 한다. 그래야 국제적으로 비판을 받지 않고 넘어갈 수 있는 것이다.

미국은 그런 자료를 챙기거나 ‘바로 이것이 증거다’라고 공개하기 위한 자료를 수집하기 위해 미국 첨단정찰기를 수시로 한국 영공에 보내 북한을 감시하고 있는데 이런 대북 정찰은 한미상호방위조약에 의해 가능하다. 미국은 이 조약 4조에 의해 언제든 맘만 먹으면 북한에 근접한 남한의 상공으로 정찰기를 보낼 수 있고 선제공격 사전 준비 작업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대북 선제공격 사전 준비 작업은 미본토로부터 엄청난 군사력을 남한에 약 3개월에 걸쳐 배치하는 것이 골자다. 한미상호방위조약이 존재하는 한 미국은 언제든 대북 선제타격 카드를 활용할 수 있는 입장인데  당사국인 한국으로서는 그로 인한 참극이 발생하는 미래에 대해 철저히 대비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겠다. 이런 점을 전제로 해서 한민족 공멸의 키를 미국 대통령이 쥐고 있는 현실이 얼마나 지독한 것인지를 살펴보기로 한다.


# 미국식 선제공격, 타격의 의미

학계에서는 선제타격 또는 공격이 지닌 문제 때문에 그것을 침략전쟁으로 규정하고 불법으로 주장하고 있다. 침략전쟁은 아직 무력에 의한 공격이 발생하지 않았는데 평화를 파괴하는 것으로 유엔헌장에 위배되는 것으로 해석된다는 것이다(https://en.wikipedia.org/wiki/Preemptive_war#Legality). 유엔헌장 2조 4항은 “모든 회원국은 그 국제관계에 있어서 다른 국가의 영토보전이나 정치적 독립에 대하여 또는 국제연합의 목적과 양립하지 아니하는 어떠한 기타 방식으로도 무력의 위협이나 무력행사를 삼간다.”로 되어 있다.

이 4항이 ‘삼간다(refrain)’으로 되어 있는 것은 불가피한 상황이라든지, 강대국이 그런 일을 저질러서 국제기구 등 어느 누구도 그것에 대해 제재를 가할 수 없는 상황을 전제한 것이다. ‘안된다’로 규정할 경우 그런 행위를 한 가해국가의 제재 문제가 따르고 이를 수행할 수 없을 경우 문제가 매우 복잡해지기 때문에 그렇게 한 것으로 추정된다. 역사 속에서 흔히 그렇듯 국제사회는 힘이 정의인 경우가 적지 않은 것을 고려한 태도라 하겠다.

예방적 전쟁은 선제공격과 뒤섞여 사용되기도 하는데 두 개념은 차이가 있다. 예방적 전쟁은  상대방의 공격이 임박하지 않거나 계획된 상태가 아닌데도 상대방의 잠재적 위협을 공격하는 경우다. 즉 상대방의 잠재적 공격 능력이 있거나 미래에 공격할 의향을 보여준 경우이다. 예방전쟁은 힘의 균형 상태에서 기선을 제압하기 위한 목적인 경우이다. 유엔이 허가하지 않은 예방전쟁은 오늘날의 국제법적 관점에서 불법으로 여겨진다(https://en.wikipedia.org/wiki/Preventive_war).


미 대통령의 선제타격 권 행사를 정당화하는 근거

미국 정부가 선제타격을 거론할 때는 미국 헌법 2조와 ‘무력사용 권한(AUMF)’ 두 개를 법률적 근거로 제시하고 있다. 미국은 북한에 대해서도 이 두 가지 근거를 제시하는데 상황에 따라서 미국의 조치를 합법화하려는 그런 조치라 할 수 있다.


# 미국 헌법 2조

먼저 미국 헌법 2조가 거론된 경우는, 미 국무장관과 국방장관이 2017년 10월 상원 외교관계위원회 청문회에서 미국에 대한 북한의 공격이 임박했거나 실제 공격이 이뤄질 경우 헌법 2조에 따라 대통령은 국가를 보호해야 할 책임이 있다고 발언한 것을 들 수 있다. 미국 헌법 수정조항 제2조의 원문은 “잘 규율된 민병대는 자유로운 주(State)의 안보에 필수적이므로, 무기를 소장하고 휴대하는 인민의 권리는 침해될 수 없다(A well regulated Militia, being necessary to the security of a free State, the right of the people to keep and bear Arms, shall not be infringed.)로 되어 있다. 이 조문에는 선제타격이라는 말이 없지만 유권해석을 할 때 가능하다는 논리다. 전형적인 ‘귀에 걸면 귀걸이’라는 식이지만 미국 관리들은 그렇게 주장하고 있다.

당시 미국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과 짐 매티스 국방장관은 미국에 대한 북한의 공격이 임박했거나 실제 공격이 이뤄질 경우 군 통수권자로서 대통령의 권한이 적용될 수 있다고 밝히면서 대북 군사 조치에 앞서 의회의 승인이 필요한 것으로 보느냐는 한 의원의 질문에 즉답을 피했다(미국의소리방송 2017년 10월31일). 틸러슨 장관은 당시 상원 외교관계위원회 청문회에서 의회 승인 여부는 모든 상황에 달려있다며, 정확한 근거에 따라 결정을 내려야 할 사안이라면서 대통령이 의회의 승인 없이 (전쟁 수행) 권리를 행사할 것인가는 즉각적 위협인지 여부 등 위협의 성격에 달린 문제라고 설명했다.

매티스 장관은 헌법 2조에 따라 대통령은 국가를 보호해야 할 책임이 있다며, 시간이 촉박한 상황에서는 의회와 상의하지 않거나 혹은 지난 2017년 4월 시리아 공군기지에 대한 미군 공습 때처럼 먼저 행동을 취한 뒤 의회에 즉시 통보하는 상황을 상상해볼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북한의 경우에는 미국에 대한 직접적이고 즉각적 혹은 실제 공격이 이뤄질 때, 군 통수권자로서 대통령의 권한을 명시한 헌법 2조가 적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두 장관은 상대방의 핵 보유를 미국에 대한 즉각적 위협으로 간주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지나치게 가정적 상황이라며 역시 말을 아꼈다. 틸러슨 장관은 핵 보유 상황은 (핵무기가) 지하 시설에 적재돼 있음을 의미하거나 혹은 발사 직전 상태를 의미할 수도 있다며, 사실에 근거해 즉각적 위협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청문회에서는 핵무기를 이용한 대북 선제공격 가능성을 묻는 질문도 나왔지만 매티스 장관은 위협이 임박한 상황이고 (핵 공격이) 이를 막을 유일한 방법일 경우, 재래식 무기 등 다른 (방어) 수단도 있을 수 있겠지만 대통령은 국가를 보호해야 할 책무를 진다고 답했다. 이상과 같은 미 두 장관의 발언을 통해 미국은 자국의 주관적인 판단에 따라 대통령이 북한을 모든 수단을 동원해 선제타격할 수 있다는 것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 미 대통령의 ‘무력사용 권한(AUMF)’

다음은 미 대통령의 ‘무력사용 권한(AUMF)’에 대한 것으로 이 권한은 테러와의 전쟁에서 적용되게 되어 있다. 미국이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지정한 것도 이 권한을 발동하기 위한 사전 조치라는 점도 의심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020년 10월 테러 지원국 명단에서 수단을 제외할 것이라고 밝혔는데 이 조치에 따라 북한, 이란, 시리아 3국만 테러 지원국으로 남게 되었다(세계일보 2020년 10월20일). 북한은 1988년 테러 지원국으로 지정된 뒤 2008년 1월 조지 부시 대통령이 북한을 테러 지원국 명단에서 삭제했지만 2017년 웜비어 사망 사건 및 여러 사건이 터진 뒤 11월 21일 다시 테러지원국 명단에 올랐다. 북한이 테러지원국으로 남아 있는 한 미국 대통령의 ‘무력사용 권한(AUMF)’ 적용대상이 될 수 있는 것이다.

AUMF는 2001년 9·11과 같은 테러를 계획, 주도, 지원, 실행한 개인이나 그룹에게 필요하고 적절한 군사력을 사용할 권한을 미 대통령에게 부여한 것이다. 하지만 미국이 전 세계에서 군사행동을 정당화하고 지속하기 위한 구실로 활용되어 2016년까지 14개국이나 공해상에서 37 건에 개입하는데 AUMF가 적용되었다<Matthew Weed (February 16, 2018). "Congressional Research Service Report" (PDF). Congressional Research Service. Retrieved June 19, 2019.>. AUMF는 2003년 미국의 이라크전쟁 때 처음 활용된 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군 실세인 카셈 솔레이마니를 제거하면서 이란과 전쟁 위기로까지 치달았던 것과 같은 사태도 마찬가지였다. 이처럼  AUMF가  미 대통령이 해외에서 군사력을 사용할 때 그 근거로 이용되고 있어 이를 폐지해야 한다는 법안이 미 의회에 제출되었지만 통과되지 못했다.

미국 하원은  2020년 1월 미 대통령에게 부여된 AUMF를  폐지하는 등 미 대통령의 군사행동 결정 권한을 크게 제한하는 내용의 안건을 통과시켰지만 상원에서 부결되었다. 미 하원의 이런 움직임은 2017년 북한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화염과 분노’ 발언, 그리고 트럼프 행정부가 예방적 차원의 대북 선제공격을 검토하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을 때에 이어 두 번째였다(미국의소리방송 2020년 2월1일).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군사행동에 제동을 가하려는 움직임은 모두 민주당이 주도했지만, 공화당이 상하원을 모두 장악한  상황이어서 관련 안건 처리는 매번 무산됐었다. 2017년 10월 상정된 ‘위헌적 대북 선제공격 금지 법안’은 북한의 공격이 임박했거나 실제 공격이 이뤄진 상황이 아니라면 의회 승인 없이 행정부가 대북 군사행동을 위한 예산을 사용할 수 없게 함으로써, 대통령의 독자적 선제공격에 제동을 건다는 내용이었다. 비슷한 시기 민주당의 크리스 머피 상원의원도 유사한 내용의 ‘대북 선제타격 예방’을 상정했지만, 모두 상임위 문턱을 넘지 못하고 폐기됐다.

미국의 대북 군사행동 논란과 관련해 공화당 의원들은 군사행동을 비롯한 모든 옵션을 테이블 위에 두고 북한이 협상에 나오도록 압박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선제공격 가능성에 대해서는, 미국에 대한 위협이 임박할 경우 대통령은 헌법 2조에 근거해 선제공격을 가할 권한이 있다는 논리를 강조했다. 공화당 일각에서는 현재의 AUMF는 대통령에게 어떤 대북 군사행동 권한도 부여하지 않는다면서, 북한과 이란에 대한 대통령의 군사행동 권한도 부여하도록 AUMF를 개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내놓고 있다.


미국의 대북 선제타격 논의와 한국 배제

미국은 북한이 핵과 미사일로 세계평화를 위협한다거나 북한의 미사일 실험 등을 도발로 규정하고 있는데 이는 대북 선제공격의 구실을 일반화시키는 선전전의 일부라 하겠다. 북한이 미국 국력의 수백분의 1에 불과하고 핵무기만 해도 미국은 실전에 약 7천 발을 배치하고 있는데도 북한이 20~30발 보유한 것에 대해 엄청난 수위의 비난을 퍼붓고 있다. 이런 선전전과 함께 첨단 항공기를 동원해 대북 정찰을 지속하는 것은 대북 선제공격의 합리적 근거를 확보해 국제사회의 반발을 억제하려는 사전조치라 하겠다.

미국은 북한을 선제타격 할 대상이라고 규정하는 논리를 계속 유포하고 있다. 예를 들어 미국의 케네스 윌즈바흐 태평양공군사령관은 2020년 10월 중국, 러시아, 북한을 태평양 지역에서의 위협국으로 지목하고 북한과 당장이라도 싸울 준비가 돼 있다면서 북한을 매우 면밀히 감시하고 있다고 밝혔다(자유아시아방송 2020년 10월27일). 윌즈바흐 사령관은 미국 민간연구기관인 미첼연구소가 주최한 온라인 대담회에서 북한은 절대 멀리 떨어져 있지 않다며 북한의 위협에 맞설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우리는 북한과 오늘밤이라도 싸울 준비가 돼 있다. 우리는 북한을 매우 면밀히 감시하고 있고 계속 그렇게 할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미국의 호전적인 발언과 함께 미국의 지상감시정찰기가 2020년 10월 한 달간 10차례 가량 서해 상공에 출동해 대북 감시 비행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항공기 추적사이트 ‘노 콜싸인’ 등에 따르면 미국 감시정찰기인 E-8C 조인트 스타즈(J-STARS)가 서해 상공에서 비행했고 전 세계에서 단 2대만 운용되는 미 공군 정찰기 ‘RC-135U 컴뱃 센트’도 2020년 3월25일 한국 수도권 상공을 비행하면서 4시간 넘게 서울과 경기 남부, 인천 일대를 비행한 뒤 사라졌다고 ‘노콜사인’ 등이 밝혔다(미국의소리방송 2020년 3월25일).

미 공군 소속 특수 정찰기인 컴뱃 센트는 수 백 km 밖에서 지상에서 나오는 전자신호와 전자파를 탐지해 미사일 발사 준비 과정과 탄도미사일의 궤도 분석 등을 할 수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반도 상공에서는 ‘컴뱃 센트’ 외에도 다양한 미 정찰기들도 포착됐는데 거기에는‘RC-135W 리벳 조인트’와 ‘E-8C 조인트 스타즈’ 등이 포함됐다. 이처럼 미군 정찰기들 한반도 상공에 등장하는 것은 선제타격의 구실 또는 그 합리화 논리를 수집하는 것이 그 목적의 하나이고 이런 전투자원이 남한 지역을 제 집 안방 드나들 듯 비행할 수 있는 것은 한미상호방위조약 4조에 규정된 ‘권리’ 때문인 것이다. 만약 한미상호방위조약이 정상화되어 미국 군사력의 한반도 배치를 권리가 아닌 것으로 전환하고 미국 군사력의 한반도 진입을 사전에 한국의 동의를 받는 것으로 만든다면 미국의 선제타격 전략의 실현성은 현저히 약화될 가능성이 있다.

대북 선제공격은 가공할만한 피해를 몰고 온다는 점에서 한국 정부의 사전 동의 등을 확고히 해놓아야 하는데 그 이유는 한반도 전면전을 의미하고 그로 인한 남측의 인명 피해만 해도 천문학적인 숫자가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미국은 선제공격 기획 단계부터 한국을 배제하고 있다. 이는 미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군사작전에 외국의 동의를 받지 않고 독자적으로 수행한다는 자국 이기주의적 발상에 근거하고 있다. 예를 들면 김영삼 정부는 미국에서 선제공격 논의를 검토하고 있다는 사실조차 파악하지 못했다. 클린턴 행정부의 선제타격 방안 검토 과정에서 한국 정부는 배제됐다. 트럼프 행정부는 '블러디노즈'(코피작전)란 이름의 선제타격 계획을 공개하며 북한을 압박할 때 문재인 정부와 사전협의하지 않았다.

미국의 대북 선제공격 논의는 1994년, 북한 그 전해 3월 핵확산방지조약(NPT)을 탈퇴한 뒤 그해 5월 노동 1호를 시험 발사하며 본격적인 핵무기 개발을 대내외에 선포해 소위 1차 핵 위기가 발생하면서 시작됐다(중앙일보 2020년 9월19일). 그 이듬해 3월 판문점에서 북한 대표인 박영수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부국장이 “전쟁이 일어나면 서울을 불바다로 만들겠다.”고 공개적으로 협박한 뒤 클린턴 행정부는 당시 영변 핵시설만 제거하는 선제타격 ‘외과수술식 정밀 폭격’을 준비했다.

그러나 북한이 보복에 나서 휴전선 부근에 배치된 300여문의 장사정포가 일제히 포격에 나설 경우 불과 십 여분 만에 수천발의 포탄이 서울에 떨어져 90일 이내에 주한미군 5만2000명, 한국군 49만명이 다치거나 죽는 등 민간인을 포함해 100만명의 사망자가 예상돼 미국은 선제타격을 포기했다. 부시 행정부도 2002년 북한을 ‘악의 축’으로 비난하면서 선제타격을 논의했다. 김정일 정권을 축출하는 ‘정권교체’ 목표까지 세웠다. 2005년 럼스펠드 국방장관은 새로운 선제공격 계획을 승인했는데 거기에는 대량살상무기를 보유한 국가나 테러 단체의 위협을 사전에 제거하는 공격으로 북한도 대상에 포함됐다.

▲ 북한이 지난 1월14일 저녁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노동당 8차대회를 기념하는 열병식을 진행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5일 보도했다. 열병식에는 단거리 탄도미사일 ‘북한판 이스칸데르’의 개량형도 등장했다. 지난해 10월 열병식에서 공개됐던 KN-23형과 비교해 탄두모양이 바뀌고 바퀴도 한 축 늘어났다. ⓒ 연합뉴스

▲ 북한이 지난 1월14일 저녁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노동당 8차대회를 기념하는 열병식을 진행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5일 보도했다. 열병식에는 단거리 탄도미사일 ‘북한판 이스칸데르’의 개량형도 등장했다. 지난해 10월 열병식에서 공개됐던 KN-23형과 비교해 탄두모양이 바뀌고 바퀴도 한 축 늘어났다. ⓒ 연합뉴스

북한이 5차 핵실험을 강행했던 2016년 9월9일 당시 오바마 대통령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을 제거하기 위한 선제타격 방안으로 북핵 위협이 정확한(외과수술 방식의) 군사 공격으로 제거될 수 있을지 검토해야 할 시간이 됐다는 결정을 내렸던 것으로 알려졌다(디지털타임스 2018년 9월11일). 오바마 대통령은 북한 미사일을 저지시킬 수 있는 극비 작전인 '특별 접근 프로그램(Special Access programs(SAP)'을 승인해 △북한 미사일 부대 및 통제 시스템을 겨냥해 사이버 공격을 하는 작전 △북한 미사일을 직접 손에 넣는 작전 △북한에서 발사된 미사일을 7초 내에 탐지하는 작전 등을 검토했다.

당시 미 국방부 등은 미국이 식별할 수 있는 북한의 핵무기와 관련 시설의 85% 가량을 타격해 파괴할 수 있지만 북한의 핵무기기 완전히 제거되지 않을 경우와 북한이 반격하는 과정에 핵무기만으로 최소한 수만 명의 사상자가 발생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지적해 대북 선제타격 안이 백지화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국민의 생명과 재산 지킬 방안 강구해야

문재인 대통령은 미국의 선제타격과 한반도 전쟁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이다. 문 대통령의 지난 2017년 6월 미국 언론과 인터뷰에서 선제타격 문제는 “추후 위협이 훨씬 더 긴급해지면 논의해 볼 수 있다”며 비판적 시각을 밝혔다. 이어 그 해 8·15 경축사를 통해해 “무력 사용은 우리나라의 동의 없이 불가능하다. 누구도 대한민국의 동의 없이 군사행동을 결정할 수 없다. 절대 전쟁을 막겠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의 이런 발언에 대해 정부나 정당 어느 곳도 그 배경 등에 대해서는 자세히 설명한 적은 없다. 거두절미하고 본론만 간략히 발언한 셈인데 미국의 반응을 보면 부정적인 것으로 미 정부나 해외언론에 보도되었다.

미 국무부는 문 대통령의 8·15 경축사와 관련해 “북한 문제는 전 세계의 문제”라면서 “미국은 한국 정부와 지속적으로 대화하고 있다. 그 질문에 답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2017년 8·15 경축사당시 문 대통령의 경축사에 대해 “미국이 한국의 동의 없이 북한을 먼저 공격하는 어떤 움직임도 한·미 동맹을 긴장시킬 위험이 있다”면서도 “미국이 위협을 받을 때 군사행동을 위해 한국의 동의를 받아야할 법적인 의무는 없다”고 보도했다(조선일보  2020년 9월16일).

미 전문가들은 북한이 핵무기를 발사했거나 발사할 것이라는 정보가 포착되면 미국 대통령이 전권을 갖고 결정할 수 있는 것처럼 북한의 핵 공격이 임박한 상황에서는 한국의 허락은 필요 없다는 입장이다. 그렇다면 이 같은 미국의 대북 선제공격 전략에 대해 한국 정부 당국은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 것일까? 미국에게 그러면 안 된다고 공식적으로 강력 촉구하고 있는가, 아니면 미국이 자국 법에 의해 하는 일이니 자칫 내정간섭이 될 것이 우려돼 침묵하는 것인가? 그것도 아니면 설마 그런 일이 일어나겠나 하면서 신경을 안 쓰는 것인가? 그리고 이런 민감한 사안은 국내에서 국민의 알 권리 범위에 속한다고 생각하는가? 미국의 한반도 핵전략과 관련해 여러 가지 의문이 꼬리를 물고 제기될 수 있지만 문 대통령 외에 어느 당국자나 언론도 이에 대해 관심을 갖는 모습을 보인 적이 없다.

정부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켜야 할 책무가 있다. 어떤 이유로든 이런 국민의 권리가 박탈되거나 침해되어서는 안 된다. 정부가 이를 위해 모든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해야 할 조치를 취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렇게 하지 못하는 정부는 국가를 운영할 자격을 상실하는 것이다. 기이한 것은 남한에서는 미국의 군사전략에 대해 꿰뚫고 있는 전직 정부 고위 관리들이 많을 터인데 그들은 민족 전체가 거덜 날 수 있는 미국의 선제공격 전략 등에 대해 침묵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만약 미국이 어떤 이유(그것이 단순한 오판이나 실수로 인한 것일 수도 있다)로 미국의 대북 선제타격이 가해지면 자신과 가족들도 해를 입을지 모르는 일이다. 그런데도 침묵한다? 이런 정신 상태는 이해하기 곤란하다. 하찮은 미물이라도 생명에 위협을 느끼면 도망도 가고 반항한다. 그런데 왜 그들은 침묵으로 일관하는 것인가? 죽는 것보다 더 한 것이 그들을 두렵게 해서 입을 다물고 있는가?

과거 국보법은 한미동맹을 신성시 하면서 그것에 비판적이면 이적 행위, 친북으로 몰아 처벌했다. 그러나 국보법도 그 적용에서 과거와 달리 신중해졌다는 것 아닌가. 변화된 시대상황에서 그들은 어째서 하나같이 침묵하는가? 촛불혁명으로 들어선 정부라고 하지 않나? 물론 문재인 정부가 집권한 뒤 장차관들의 시민사회에 대한 태도는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 군사정권 시절의 모습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청와대와 광화문에서는 여전히 정부를 규탄하고 정상화를 촉구하는 시위가 벌어지고 있지만 정부당국은 과거 권위주의 정권과 별반 다를 것 없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을 뿐이다.

관리들은 군사정권시절의 그 모습으로 갑질을 하고 있다. 그들은 그렇다 치고 현 정권 들어 정부에 들어간 자칭 진보인사들은 민족의 사활 문제에 왜 침묵하는가? 그 침묵은 무엇을 위한 것인가? 정권을 더 잡기 위해 안보문제는 과거 군사정권처럼 다 대외비로 해야 하는가? 그들은 하나같이 미국의 국익을 최대한 챙겨주는 그런 언행만을 할 뿐이다. 미국의 실체를 밝히면 미국이 주한미군을 빼내간다고 하고 그러면 시민들이 놀라 선거에서 패배할 것이라서 그런가?

기이한 일이다. 어느 날 미국 대통령의 판단에 의해 한반도의 생명체들이 한순간에 도륙이 날 시스템이 가동되고 있는데 태평성세의 모습으로 정치, 학문, 언론을 하고 있는 현실이  이해할 수가 없다. 모두가 살고, 그래서 한반도와 동북아가 평화롭고 행복한 지역이 될 수 있는 그런 전략을 창출하기 위해 노력하는 그런 일을 왜 다들 외면하는가? 언제까지 미국의 손에 한반도가 쑥대밭이 될 운명으로 방치되어야 하는가?

최근 중국 CCTV는 미중관계의 날선 관계를 반영하는 듯 6·25 한국 전쟁 당시 중국인민해방군의 참전 기록 영화를 반복해서 방영하고 있다. CCTV의 이런 모습은 전에도 미중간 군사적 긴장 상태가 고조될 경우 등장했다. 미국을 향해 중국 정부의 입장에서 까불지 마라는 식의 심리전을 하고 있는 셈이다. 한국 안방에서 시청할 수 있어서 변화된 시대상을 실감케 한다. 한국전쟁 당시 총부리를 맞대고 싸웠던 참전국이 한국의 국방논리와 상반된 전쟁 기록영화가 상영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중국어를 대부분 모르기 때문에 무슨 내용인지 모르고 지나가니 별 문제 없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북한에 대해서는 국가보안법으로 모든 것을 차단하고 머릿속에서도 고무, 찬양, 동조하는 식의 생각을 하지 말라는 금기사항이 여전히 모두를 옭아매고 있는 상황이다. 안방 속의 CCTV는 세계화 시대에 국보법이 얼마나 유명무실한 것인지를 드러내는 사례의 하나다. 그런데도 문재인 정권이나 집권당에서 국보법 개폐 문제를 진지하게 거론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미국은 미중 군사적 충돌 발생 시 한미상호방위조약이 적용되어야 한다는 논리를 미국 국영 매체를 통해 한국에 계속 확산시키고 있다. 묻지마 친미 식의 논리에 함몰된 세력이 적지 않은 한국적 현실을 고려할 때 미국은 힘 안들이고 자국 논리를 한국에서 관철시킬 심리전을 전개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 정당, 학계, 언론이 과거의 타성에 젖어 침묵하고 외면하고 있는 현상을 외국에서 어떻게 볼지 생각해 볼일 이다. 동북아 정세가 지각변동을 일이키고 있는데 정부나 비정부권이 제대로 대응치 못하고 진영논리에 함몰되어 저급한 말싸움이 난무하는 국내정치에만 올인 하는 모습에 외세는 손뼉을 치고 환호하고 있을지 모르겠다. 안타깝고 울화통이 치밀어 오르는 현실이다.

끝으로 미국 관영방송 미국의소리방송(팸)가 지난 6일 미 전직 관리들을 동원해 “한국 정부는 미국에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설득하려 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한 기사의 주요 내용을 소개한다.

“미국과 한국 정상이 최근 전화통화에서 대북 전략에 대한 긴밀한 조율에 합의했다. 전직 미국 당국자들은 문재인 한국 대통령이 북한이 ‘비핵화 의지’가 있다며 신임 바이든 대통령을 설득하려 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두 정상이 함께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시험해야 한다는 것이. 전직 당국자들은 또 북한 비핵화는 미국에게 포기할 수 없는 최종 목표라는 점도 거듭 강조했다. (중략) 1990년대 제네바 핵 협상과 미사일 협상 등에 나섰던 로버트 아인혼 전 국무부 비확산·군축담당 특별보좌관은 “문재인 대통령은 설득력 있는 증거 없이 트럼프 정부에 김정은이 비핵화에 진지하다고 주장했다”고 말했다. (중략) 1994년 북 핵 1차 위기 당시 미북 제네바 기본합의의 주역인 로버트 갈루치 전 국무부 북 핵 특사도 VOA에 “한국의 대통령이 미국의 새 대통령에게 북한이 비핵화에 대해 진지하다고 설득하려는 것은 좋은 생각이 아니”라고 말했다. (중략) 바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대량살상무기 조정관을 지낸 게리 세이모어 박사도 “지금은 북한이 핵 포기 의사가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관리자 freemediaf@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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