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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 배치 방치하면 제2, 제3의 사드 사태 온다

- [기고] 고승우 6.15언론본부장ㆍ언론사회학 박사

기사승인 2021.02.28  10:2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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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미국 국무부가 중국이 한국에 배치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에 대해 경고하자 ‘한국과 미국은 사드를 한국에 배치하는 동맹의 결정을 내린 것’이라며, 이 문제와 관련해 중국의 경고를 일축하면서 한국을 적극 지지하고 나섰다(미국의소리방송 2021.2.12).

미국무부의 이 같은 입장은 사드가 한미상호방위조약에 의해 배치된 것이라는 것을 강조하는 것으로,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가 지난 2월 5일 한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의 한국 내 사드 배치는 목적이 구체적으로 무엇이든 중국의 전략적 안보 이익을 훼손하고 위협한다고 말한 뒤 나왔다.

사드에 대한 미국무부의 태도를 볼 때 한국의 군사적 주권이 미국에 예속된 불평등 조약인 한미상호방위조약 4조가 존속되는 한 제2, 제3의 사드 사태가 나올 수밖에 없다.

성주 사드 기지를 둘러싼 중국의 경고와 미국의 맞대응 속에 한국 국방부는 경찰력을 동원해 기지 주변 주민 등의 사드 반대를 물리적으로 제압하면서 사드 기지 완공을 지원하고 있다. 주민들은 정부 당국의 책임 있는 해명과 사과를 듣지 못하면서 시위에 나선 주민 수보다 10배나 많은 경찰력에 밀려 속수무책의 고통을 당해야 했다.

경북 성주 사드 기지 인근 소성리 마을회관 앞에서 지난 25일 공사 장비·자재를 실은 차들이 기지로 들어가는 것을 저지하려는 주민들이 경찰과 충돌해 주민 1명이 실신해 병원으로 긴급 이송됐다.

국방부는 이날 사드기지에 공사장비와 자재를 추가로 반입하기 위해 경찰에 지원을 요청했고 경찰은 500여명의 병력을 동원해 소성리 주민들과 반전단체 관계자들 50여 명을 에워쌌다. 이어 양측은 차량 진입로 확보를 놓고 몸싸움이 벌어져 부상자가 발생했다(대구CBS 2021.2.25).

국방부는 지난 1월 22일 공사를 위해 트럭 등 30여대를 사드 기지에 들여보낸데 이어 이날 공사 장비와 자재 등을 실은 차량 40여대를 사드기지에 반입했다.

이에 대해 사드 반대단체인 사드철회평화회의는 “정부가 경찰병력을 동원해 사드 기지공사를 위한 자재 반입을 또다시 실행했다”며 “이번 폭력적인 기지공사 자재 반입은 지난 12일 서욱 국방부 장관이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미국 정부 인사들에게 제시했던 성주 임시 사드기지 생활 여건 보장과 주한미군 사격장 갈등 해소라는 유인책을 실행한 결과다. 정부는 스스로 정한 정부 정책과 지켜야 할 국민보다 주한미군이 우선한다는 것을 증명했다”고 비판했다.

논란이 되고 있는 사드의 한국 배치는 미국이 한미상호방위조약 4조에 따른 ‘권리’를 행사하는 과정이었고 한국은 ‘허여’할 수밖에 없는 입장인데도 정부는 이런 진실을 국민 앞에 밝히지 않고 있다. 박근혜 정권 시절 한미 간에 사드의 배치를 놓고 줄다리기를 했다는 것은 눈 가리고 아옹 하는 식의 기만적 언사에 불과했다.

문재인 정권은 성주에 배치되는 사드에 대해 한미주둔군지위협정(SOFA)에 규정된 환경영향평가를 내세웠으나 이는 기본적으로 미국의 ‘권리’가 잘 집행될 수 있는 여건을 제공한다는 제한적인 취지에 불과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이 주한미군 부대시설에 대해 환경을 문제삼아 제공하지 않은 전례가 없기 때문이다.

한국의 입장에서 한미동맹을 정상화하기 위해 한미군사동맹의 불평등성을 주장하고 시정하려면 동맹의 최고 규범인 한미상호방위조약, 그 가운데 특히 4조를 거론해야 한다. 한미상호방위조약 4조는 ‘상호적 합의에 의하여 미합중국의 육군해군과 공군을 대한민국의 영토내와 그 부근에 배치하는 권리를 대한민국은 이를 허여하고 미합중국은 이를 수락한다’로 되어 있어 미국이 원하는 데로 한반도와 그 주변에 미군사력을 배치하게 되어 있다.

이 4조의 첫 부분 ‘상호합의에 의하여’는 SOFA에 의한 합의를 가리킨다. SOFA의 정식 명칭은 ‘대한민국과 아메리카 합중국 간의 상호방위조약 제4조에 의한 시설과 구역 및 대한민국에서의 합중국 군대의 지위에 관한 협정’이다. 방위비분담협정(SMA)은 SOFA 5조(주한미군에 대한 시설과 구역은 한국이 제공하고 주둔 경비는 미국이 부담하는 내용)의 적용과 관련한 예외적 특별 조치를 담았다.

한미상호방위조약 4에서 미국이 누리는 권리(right)의 법률적 의미는, 어떤 일을 원하는 대로 행하거나 타인에 대하여 당연히 요구할 수 있는 힘이나 자격을 말하고 ‘허여(grant)’와 ‘수락(accept)’은 무상으로 주고받는 것을 의미한다. 미국이 군사력을 한국에 배치할 때 갑의 입장에서 할 수 있는 자격이 이 조항에서 보장되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4조에서 파생된 하위법체계인 SOFA, SMA은 미국의 우월한 지위를 인정하는 형식으로 주한미군에 대한 시설, 구역, 미군 주둔비 일부를 한국이 부담하게 만들고 있다.

한미상호방위조약 4조는 미국이 원하는 미군 군사력을 한국에 배비하는 결과를 초래해 주권국의 군사적 자주권 문제, 국토의 효율적 이용 문제를 초래하고 중국과 러시아의 반발 초래 등으로 한반도 평화와 안정이 위태롭게 될 우려가 커지고 있다.

SOFA, SMA와 같은 파격적인 예외 조항이 만들어진 것도 4조에 규정된 미국의 권리(right)가 한국에서 보장되기 때문인 것이다. 이에 따라 한국은 주한미군에 부여된 권리를 행사할 수 있게 정부가 정치, 경제, 사회적 편리를 제공한다. 당연히 미국은 한국에서 슈퍼 갑에 걸 맞는 권리를 행사하기 때문에 주한미군에 의해 저질러진 환경오염 등에 대한 합당한 의무조차 지지 않는다.

이에 대해 한국의 일부 시민사회단체 등이 그러하듯이 SOFA, SMA만 지적하거나 비판하면 미국인들은 되레 한국인들이 한미군사동맹에 역행하는 터무니없는 주장을 하는 것으로 인식할 수도 있다. 주한미군과 관련된 SOFA, SMA는 한미상호방위조약이라는 기본 뿌리에서 파생된 하위법 성격의 협정이라는 점에서 그러하다. 한국에서 핵심적인 한미상호방위조약은 언급치 않고 그 하위법인 SOFA, SMA만 거론하는 것은 미국에게 보장된 권리에 대해 부당한 문제제기라는 식으로 미국이 역공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한미동맹은 이처럼 한미상호방위조약을 뿌리로 삼아 SOFA, SMA 등이 하위법으로 만들어져 실행되고 있다. SOFA, SMA가 한국의 입장에서 불평등한 것은 두 협정의 상위법인 한미상호방위조약이 불평등하기 때문이다. 한국에게 불평등한 것은 미국에게는 특권을 부여하고 있다는 것과 같은 말이다. 미국은 그 특권이 한미상호방위조약에서 보장되어있기 때문에 당연한 것으로 여기고 있고 SOFA, SMA에 의한 특권도 당연한 미국의 권리로 인식하고 있다.

미국의 이런 태도는 미국식 법치주의에 비춰볼 때 하자가 없다고 할 수 있다. 한미상호방위조약이 미국에게 ‘권리’를 부여한 것은 한미 두 나라의 합의사항이고 그 ‘권리’는 SOFA, SMA에 의해 구체적으로 실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한국 일각에서 한미상호방위조약이 아닌 SOFA, SMA를 문제 삼고 있는 것은 법치에 어긋난다고 판단할 수도 있다. 이럼 점을 고려할 때 한미동맹의 비판이나 시정 요구는 한미상호방위조약을 표적으로 삼아야지 그 하위법인 SOFA, SMA만 거론하는 것은 미국의 법치주의 방어에 막혀 실효를 거두기 힘들 것이다.

한미군사동맹은 필리핀, 일본이 미국과 맺은 그것과 큰 차이가 있다. 필리핀의 경우 미군은 필리핀 군 기지 내에서만 주둔하고 핵무기 반입은 안 되는 등 미군의 주둔 조건을 필리핀이 주도권을 갖게 되어 있다. 일본의 경우도 미군의 일본 영토내 배치가 한국과 같은 권리(right)로 규정되어 있지는 않고 주둔 문제 등에 대해 수시로 협의하고 관련 조약도 유효기간이 10년이다.

미군이 한국에 대해 군사력 배치를 요구할 경우 한국은 허용할 수밖에 없고 미군기지 환경오염문제도 나 몰라라 하는 것은 기울어진 운동장 식으로 만들어진 한미상호방위조약 때문이다.

한국과 미국은 1966년 환경 관련 규정이 전무한 SOFA을 맺은 뒤 지금껏 명확한 환경오염 정화 기준을 마련하지 못했고 미군은 단 한 차례도 기지 안 오염에 대한 책임을 인정하고 치유에 나선 적이 없다(수원시민신문 2017.7.7). SOFA의 양해각서인 환경조항에는 ‘주한미군은 대한민국 정부의 환경법령 및 기준을 존중한다’고만 돼 있어 주한미군에 오염 문제 해결을 강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JTBC 2017.7.11)

미군이 사용하다 한국에 반환한 부대 부지에서 발생한 오염문제 사례를 살펴보면 한미 간의 불평등한 현실이 그대로 드러난다. 서울지하철 녹사평역 주변 오염이 근처의 용산 미군기지에서 유출됐다며, 법원이 2007년 18억 원의 배상 판결을 내렸을 때 그 배상금 전액은 한미상호방위조약에 따른 특별법에 따라 미국이 아닌 한국 정부가 서울시에 지급했다(JTBC 2014.1.18). 국민의 혈세가 미군기지 오염 제거 등에 지출된 것이다.

트럼프가 한국의 주한미군 주둔비 부담을 500% 인상한다고 말한 것도 깡패가 위협한 것이라기보다 부동산 재벌의 상식으로 볼 때 ‘미국의 권리’를 행사하는 것이 법치에 맞는다고 판단한 결과로 보아야 한다.

미국은 한미상호방위조약에 따라 1950년대 말부터 전술핵무기를 남한에 배치하는 등 맘먹은 무기는 다 남한에 들여왔다 빼가는 일을 되풀이 하고 있다. 미군이 2017년 상반기에 군산비행장에 배치한 무인폭격기나, 얼마 전까지 한반도 상공을 제집 드나들 듯하며 북한을 정탐한 미군의 최첨단 정찰기 등이 그런 사례의 일부다.

이 조약이 유지되는 한 제2, 제3의 사드 배치 사태는 불가피하고 미국의 대북선제공격 전략은 언제나 사용 가능한 카드가 된다 할 것이다. 또한 미군기지 오염에 대해서도 한국이 미국에 그 원상회복 등을 요구할 근거를 갖지 못할 것이 뻔하다.

한미상호방위조약이 맺어진 이후 미국 핵무기나 사드 등 미국의 군사력을 한국 배치할 때 미국이 실효적인 사전 협의를 한국 정부와 하지 않았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또한 이 조약으로 주한미군은 미국이 원하는 무기를 한국에 들여올 때 권리를 행사하는 식이고, 본토에서 주둔하는 것보다 엄청나게 저렴한 비용으로 군대를 유지할 수 있다. 평택미군기지가 세계 최고인 것도 이 조약에 근거했다는 지적을 받는다. 미국 행정부나 의회에서 한미동맹을 최상의 동맹으로 추켜세우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미국은 바이든 대통령이 들어선 뒤에도 한미동맹을 강조하면서 이를 더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동시에 미국 전문가들은 한미간에 동맹 관련 이견이 커지고 있다는 볼멘소리를 내놓는다. 그것은 한국이 미국과 중국 사이에 낀 샌드위치 신세로 남아 있지 말고 미국 편을 들라는 요구에 다름 아니다. 한국은 군사적으로 미국에게 의존하거나 종속된 상태인 반면 경제적으로 대중국 의존도가 커지고 있어 상당히 난처한 입장이 되고 있다.

오늘날 동북아 지각변동이 일어나면서 한국이 당하는 고충은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미국과 중국은 대만 부근 등에서 지난해에 이어 새해에도 군사적 힘겨루기를 계속하면서 신냉전이 재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수십 년 묵은 한미동맹의 근간을 유지할 경우 한국이 강대국의 패권싸움에 휘말리거나 평화통일의 꿈을 접어야 할 지경에 될지도 모른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향후 한국의 선택이 한반도는 물론 동북아의 평화와 안전을 더욱 공고히 하는 쪽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점에서 한미상호방위조약에 대한 정밀한 시시비비는 더 이상 뒤로 미룰 수 없는 시점이다. 정부와 정당, 언론, 시민단체 등은 SOFA와 SMA의 상위법인 한미상호방위조약의 폐기 없이는 경북 성주 사드나 미군기지 환경오염문제, 북한에 대한 미국의 군사적 위협을 막을 수 없다는 점을 확실히 밝히면서 국민에게 정확히 진실을 알려야 할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특히 성주 사드에 대해 2017년 대선 과정에서 마치 백지화가 가능한 것과 같은 공약을 내놓았지만 대통령 당선이후 박근혜 정권과 다를 바 없는 사드 배치 강행 조치를 계속 취하고 있는 점에 대해 사과해야 한다. 지금처럼 정부가 진실에 대해 함구한 채 밀어붙이기 식으로 사드 기치 보강 조치 등을 취하는 것은 국민적 분노만 키울 뿐이다. 대통령, 장관 등 공직자는 주권자인 국민의 머슴이라는 점에서 정부는 조속히 사드와 관련된 한미동맹의 현주소 등 진실을 밝히면서 재발 방지책을 공론에 부쳐야 한다.

 

 

관리자 freemediaf@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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