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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TN 기자들은 꼭 이길 것입니다.

- 등록일 : 2008/10/08 08:48

기사승인 2008.10.08  08:4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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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해마다 3월이 되면 가벼운 흥분이랄까 긴장감 같은 걸 느끼곤 합니다. 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두 가지 사건을 경험한 달이기 때문입니다. 그 하나는 기자라는 직업을 유난히도 싫어하시던 장인의 완강한 반대를 무릅쓰고 결혼에 성공한 일이고, 다른 하나는 20대 후반과 30대 초반의 황금같은 내 젊음을 바친 신문사에서 해고된, 그것도 이태에 걸쳐 같은 날 두 번씩이나 목이 잘린 사건입니다. 첫 번째 일은 조금 어렵게 통과하긴 했지만 누구나 다 한 번씩 치르는 일이니 뭐 그리 특별하달 것이 없는 일이지만, 두 번째 일은 그리 흔치 않은 특별한 경험임에 틀림없을 것입니다. 이태에 걸친 두 번의 해고 중에서도 첫 번째 해고를 당했을 때는 두렵기도 하고 어이없기도 하고 분하기도 하여 어찌할바를 몰랐습니다. 세상에, 아무리 유신체제 아래라지만 노동조합을 결성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집행부 전원에다 덤으로 두 명을 붙여(그 두명은 학생운동을 하다 감옥살이를 한 경험이 있는 위험분자라는 이유로) 열세 명씩이나 한꺼번에 목을 치고, 그에 항의하여 대책위원회를 만들었다는 이유로 또 열세 명을 해고하다니! 그것도 민족주의 민주주의 문화주의를 사시로 내걸고, 입만 열면 불편부당 시시비비 정론직필을 되뇌이던, 그 때까지만 해도 내가 사랑한다고 믿었던 그 신문사에서! 첫 번째 무더기 해고사태는 아무리 유신치하라 해도, 아무리 염치없는 사주라 해도 감당하기가 어려웠던지 40여일만에 해결되어 나도 제자리로 돌아갔습니다. 그리고 그 해 가을부터 그 다음해 봄까지, 10.24자유언론실천선언, 박정희 정권의 광고탄압, 권력에 대한 동아일보사의 투항과 야합, 사원들의 제작거부 등등 일련의 사태들이 정신없이 이어지는 소용돌이 속에서 나는 1년 전 노조문제로 해고됐던 바로 그날에 또다시 목이 잘렸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1년 전과는 달리 두려움도 없고 황당한 느낌도 없이 그저 담담했습니다. 이미 회사에 대한 믿음이 사라진터라 그 다음 수순이 뻔히 눈에 보였습니다. 그래서 회사에 대한 분노보다도 그럴듯한 치장으로 독자를 기만하고 민족과 민중을 배신하기를 여반장으로 하는 그런 회사를 철석같이 믿었던 내 자신이 부끄러워 울분이 치솟았습니다. 몇 해가 지난 뒤 나는 긴급조치 위반 혐의로 동지들과 함께 감옥에 갇혔습니다. 그 때서야 나는 조용히 나를 되돌아보았습니다. 내가 지금 이 자리에까지 오게 된 것이 나의 자주적 결단에 의한 것이었는가, 아니면 누구의 말대로 '부화뇌동'하다그리 된 것인가를 놓고 생각하고 또 생각했습니다. 결론은 "나의 모든 행동은 나의 자주적 결단에 따른 것이지만, 그것은 역시 좋은 동지들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생각은 지금도 변함이 없습니다. 만일 지금 30여년 전과 똑같은 상황이 벌어진다 해도 나는 역시 그 때와 같은 선택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나는 믿습니다. 그래서 나는 지금 그 옛 동지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가장 행복합니다. 투위 동지들 모두 같은 마음이겠지만, 나는 석 달 가까이 벌어지고 있는 YTN사태를 줄곧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지켜봤습니다. 그리고 엊그제 YTN기자 여러명이 해직 또는 정직되는 것을 보고는 " 아, 어쩌면 저렇게 33년 전 세종로 139번지에서 벌어진 것과 똑같은 일이 벌어지는 것인가" 하고 답답해지는 가슴을 진정시킬 길이 없었습니다. 권력의 방송 장악을 저지하기 위해, 공정방송을 위해, 자유언론 독립언론을 위해, 대통령 후보 특보 출신 낙하산 사장을 반대하다 기자들이 무더기로 해직된 것만이 아니라, 정치권 주변에서 쏟아지는 협박성 발언들도 완전히 복사판입니다. 역사란 정말로 반복되는 것일까요? 하지만 설령 역사가 반복된다 하더라도 첫 번째 것과 두 번째 것의 결론이 결코 같을 수는 없습니다. 첫 번째는 비극으로 끝났더라도 두 번째는 반드시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될 것입니다. 그래야 우리가 역사에서 배운 게 있는 민족이 될 테니까요. 33년 전 동아일보와 지금 YTN 경영진의 작태가 그 진행과정만을 놓고 보면 완전 복사판처럼 보이지만 다른 것도 참 많습니다. 무엇보다도 '촛불'로 상징되는 민주시민의 고양된 의식이 YTN 경영진의 무모한 학살극을 지켜보고만 있지는 않을 것이라고 나는 확신합니다. 한겨레, 경향신문, 오마이뉴스 등 우군이 될만한 온, 오프라인 매체들이 든든하게 버텨주고 있다는 것도 옛날과는 크게 달라진 환경입니다. 그만큼 YTN 기자들은 외롭지 않은 것이지요. 하지만 인사처벌을 당한 YTN 기자 당사자들과 가족들은 지금 조금은 황당하고 두렵고, 울분을 삭이지 못해 힘들어하고 있을지 모릅니다. 또 앞으로 그들이 가야 할 길도 멀고 험할지 모릅니다. 동아투위 사람들이 겪었듯이 생활상의 여러 어려움이 그들을 괴롭힐 수도 있겠지요. 그러한 시련이 닥칠 때 결코 주저앉지 않고 기필코 승리한다는 믿음을 가질 수 있게 격려하고 성원하는 것이 먼저 똑같은 경험을 한 우리 동아투위 동지들의 몫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래서 세월이 한참 흐른 뒤 지금의 투쟁을 되돌아보며 '그래, 그 때는 역시 잘한 일이었어' 하며 행복한 미소를 지을 수 있도록 우리 모두 열심히 응원해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이 게시물은 상머슴님에 의해 2008-10-19 23:05:59 자유게시판에서 이동 됨]

관리자 freemediaf@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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