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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의 계절, 언론은 '확증 편향' 키우는 매체 돼선 안된다

- 대중매체가 사회의 소금과 목탁 역할을 하려면
[칼럼] 고승우 80년해직언론인협의회 공동대표ㆍ언론사회학 박사

기사승인 2021.08.06  04: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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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의 계절이다. 대선이 다가오면서 정치권이나 언론, 유권자들의 관심과 열기가 점차 더 뜨거워지고 있다. 대선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 가운데 하나는 대중매체와 페이스북, 카카오톡과 같은 정보매체다. 이들 정보매체가 제대로 작동할 경우 건전한 선거가 가능해진다. 그렇지 않을 경우 그로 인한 사회적 비용이 커진다.

21세기 선거와 정보매체의 관계와 관련해 특이한 인물의 하나가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다. 그는 2016년 대선 때부터 트위터로 정치적 의견을 발표해 왔다. 대신 기존 대중매체는 철저히 무시하거나 가짜뉴스로 매도했다. 이 같은 태도는 그가 대통령이 된 이후에도 변하지 않았다. 트럼프는 대통령 재직 기간에도 소셜미디어를 통해 정보를 직접 유통하는 방식을 썼다. 대중매체와 선거의 전통적인 관계를 철저히 무시한 것이다.

그는 지난해 미국 대선 이후에도 계속 “선거 승리를 도둑맞았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주장은 결국 페이스북, 트위터 등에서 가짜뉴스로 결론났고, 그 결과 트럼프의 계정은 폐기되어 퇴출당했다. 그러나 상당수 공화당 지지자들이 트럼프의 가짜뉴스에 호응했다. 결국에는 조 바이든 당선자의 대선 승리를 확정하기 위한 상·하원 합동회의가 열리던 워싱턴 의회 의사당 난입 사태가 일어났다.

트럼프는 최근에도 공화당 우세 지역을 순회하면서 미국 대선에서 부재자 투표 등이 잘못되어 자신이 부당하게 패배했다고 주장하는 한편, 2022년 대선 출마를 공언하고 있다. 그가 최근 모금한 정치 후원금은 1억 달러를 넘었다. 일부 공화당 출신 주지사들은 우편투표를 제한하는 법을 만들며 트럼프에게 호응하고 있어 연방의회는 이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공화당은 대선 도중 트럼프에 비판적이었던 상원의원을 쫓아내기도 했다.

트럼프 사태를 보면서 경계하게 되는 것은 이른바 확증편향이다. 자기가 보고 싶고 듣고 싶은 것만을 접하려 하거나 그것을 기억하는 현상이다. 이런 현상은 자신의 이해관계가 걸린 경우에서 흔히 발견되고 지역감정, 정치적 성향 등에서 심하게 나타난다.

확증편향은 어디에 어떻게 활용되느냐에 따라 그 결과가 크게 달라진다. 따라서 원천적으로 잘못된 것이라고 말하기 어렵다. 인간의 인식 작용 자체가 선천적 또는 후천적 요인에 의해 다양하게 일어나기 때문에 동일한 현상에 대해서도 여러 판단이나 평가가 나오기 마련이다. 예를 들어 물이 절반 들어 있는 컵을 보았을 때 ‘물이 절반이나 있다’와 ‘물이 절반 밖에 없다’는 견해가 공존할 수 있다. 이를 고려할 때 사회적 관심의 대상에 대해서 균형 잡힌 판단과 평가를 제공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그 역할은 대중매체가 해야 한다.

제4부로서 대중매체는 균형 잡힌 정보를 생산해 대중에게 제공해, 사회적 학습 효과를 높여야 한다. 소셜미디어의 보편화와 그에 따른 가짜뉴스 양산 현상은 대중매체의 건전한 정보 유통 필요성을 더 키우고 있다.

대중매체가 정치를 어떻게 보아야 할 것인가는 자명하다. 정치는 한정된 자원을 어떻게 다수의 국민에게 혜택이 돌아가도록 하느냐를 결정하는 장이다. 선택과 집중이라는 특성이 있는 만큼 어느 경우든지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따라서 대중매체는 여야라는 이익집단의 입장을 초월해서, 여야를 아우르는 시각으로 정보를 가공, 생산, 전달해야 한다. 전체 언론이 이런 보도 기준이나 취재 윤리에 합의해야 한다.

그런데 현실은 어떤가? 영상매체의 시사대담, 전문가의 토크쇼 대부분에 여야의 전현직 의원이 출연한다. 자연히 시청자는 오직 두 거대 정당의 정견발표나 듣고 정치적 판단을 내려야 한다. 이는 결국 제한된 정보로 인해 시청자의 확증편향을 강화하는 결과로 이어지기 쉽다.

정치권이 생산하는 정보를 현장 중계하듯 속보경쟁하거나, 여야 정치집단의 입장을 여과 없이 전달하거나, 유튜브나 페이스북에 올라온 주장을 검증 없이 보도하고 보는 대중매체의 태도가 낳을 부작용은 심각하다. 대중매체가 이 문제점을 의식하지 못한다면, 스스로를 정치의 하부구조로 격하시키는 자해행위를 이어가게 된다.

대중매체 내부에서 정치 전문가를 양성하거나, 외부의 탁월한 중립적 전문가의 힘을 빌려 보도에 활용해야 한다. 대선 후보의 대담을 어떻게 관리하고 보도할지도 고민해야 한다. 단순히 유권자의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후보의 선전을 내보내는 식으로 대담을 꾸려서는 곤란하다.

선거는 대의 정치에서 가장 중요한 행사다. 대중매체가 올바른 선거를 위한 견인차 역할을 해야 한다. 트럼프처럼 근거 없이 확증편향에 경도된 일부 대중을 기반으로 3류 정치를 시도하려는 행위가 방치되어서는 안 된다. 나아가 대중매체가 트럼프와 같은 가짜뉴스 생산자가 되어서는 더더욱 안 된다. 대중매체가 사회의 소금과 목탁의 역할을 하면서 정의로운 정치를 견인해 내야 한다.

관리자 freemediaf@gmail.com

<저작권자 © 자유언론실천재단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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