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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보법은 해방이후 최강, 최장의 보도지침

- [고승우의 국보법 연재(02)] 진보, 보수 언론 국보법에 갇혀 집단 세뇌 현상 심화시켜

기사승인 2022.07.07  16:2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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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한국 언론의 대북 보도는 냉전시대 및 그 이전의 것과 큰 차이가 없다. 북한은 악(惡), 북한과 대칭관계에 있는 국가들은 선(善)이라는 2분법이라는 틀에 갇혀 있다. 그리고 전쟁 불사의 군사적인 해법을 앞세우면서 강대국의 위세를 과시하는 미국 논리를 크게 무비판적으로 보도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한국 언론 대부분은 북한의 언행에 대해서는 ‘도발’ ‘음모’, ‘저의’ ‘흉계’ ‘노림수’ 등 부정적인 단어들로 평가한다. 그러나 북한과 적대관계에 있는 국가나 국제기구 등의 언행은 ‘평화’ ‘안정’ ‘방어’ 등의 긍정적인 단어들을 사용한다.

선과 악의 2분법 구획 속에서 판박이처럼 매우 단순한 틀 속에 박힌 논리가 획일적으로 적용되고 광범위하게 반복해서 유포된다. 이러니 북한의 진정한 의도가 무엇이고 미국의 한반도 정책의 실체, 그리고 한반도 핵 또는 북한 핵에 대한 평화적 해법이 무엇인지에 대한 진득한 분석 등은 잘 보이지 않는다.

분단시대의 ‘멍텅구리 언론’이 된 것은 국가보안법의 탓이 크다. 국보법에 의해 북한은 반국가 단체로 규정되어 있어 북에 대한 보도에서 ‘고무, 찬양, 동조’ 등으로 해석될 수 있는 것이 포함되면 큰 일 난다는 고정관념이 언론계에 고착되어 있기 때문이다. 국보법에 자의 또는 타의에 의해 순치된 언론은 기계적으로 이 법의 허용 범위 안에서 보도하는 것에 익숙하다.

국내 보수, 진보 언론은 모두 국보법에 저촉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북한 핵과 미사일을 보도하고 있는 것이다. 국민들은 이를 매일 접하면서 집단 세뇌, 확증편향 심화와 같은 현상이 발생한다고 볼 수 있다.

국보법이 지배하는 남측에서는, 북한 핵과 미사일은 평화를 위협하는 도발이며 그로 인해 평화와 안전이 크게 위협받는다는 견해가 주를 이룬다. 현 상황의 뿌리는 미국과 소련의 냉전체제와 한반도 분단과 전쟁, 휴전 등으로 이어지는 긴 과정 속에서 복잡하게 엉켜 있는데도 말이다.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노동당 비서국 확대회의를 열어 당 중앙위원회 조직개편 방안을 논의했다. 조선중앙통신은 김 위원장이 6월27일 당 중앙위원회 본부청사에서 비서국 확대회의를 주재했다고 28일 보도했다. ⓒ 연합뉴스

 

따라서 한반도 문제의 해법을 찾기 위해서는 미국의 동북아 군사전략 등이 포함된, 모든 당사자들을 망라한 구조적인 원인 등에 대한 파악과 분석이 필요하지만 실제 그렇게 하는 법은 드물다. 그 결과는 뻔하다. 미국이 절대 선이라거나 북한이 절대 악이라는 인식만이 언론계 전체를 지배하게 되는 것이다.


북한에 대한 사회과학적 분석과 설명은 종북, 친북으로 낙인찍혀

지역 분쟁이나 국가간 갈등은 국가이기주의나 정권 욕구 등이 혼재해 있는 것은 물론이다. 그러나 북한에 대해 그런 것이 포함된 사회과학적 분석과 설명을 가감 없이 공개했다가는 자칫 ‘고무 찬양 동조’ 등으로 낙인찍히거나 종북, 친북으로 분류돼 한국 사회에서 유무형의 불이익을 감수할 각오를 해야 한다.

남측에서 고착화된 적대적 대북 언론 보도 공식 속에서 미국은 북한이라는 ‘악의 축’에 대적하는 가장 정의로운 주인공으로 굳어져 있다. 미국의 대북 정책이나 전략은 정의를 구현하려는 목적이라며 남측 언론에 의해 무비판적으로 소개되거나 암묵적 지지를 받는다. 그러면서 미국을 비판하는 것은 미국에 반대하는 것 아니냐 하는 논리가 나오고 그것은 결과적으로 북을 돕거나 이롭게 한다는 식으로 평가되는 경우가 많다.

즉 ‘반미=친북’이라는 식이다. 이런 단순 논리는 이른바 빨갱이 사냥이나 종북 몰이에 흔히 동원되는 수법이었고 지금도 마찬가지다. 국보법은 미국의 한반도 정책이 어떤 성격의 것이든 그것을 돕는 막강한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북측을 국보법에 의해 반국가 단체로 규정한 상태에서 언론이 한반도 사태를 객관적으로 평가, 전망하는 것이 쉽지 않다. 그러나 언론은 이런 제약을 요리조리 피해 나가는 노하우를 지니고 있다. 그것은 자기 검열이다. 언론은 북한에 대해 어떤 식으로 표현해야 별탈이 없는지에 대해 잘 알고 있고 그것을 반복하는 데 익숙하다.

자기 검열은 사실관계를 뒤틀거나 심할 경우 가짜뉴스로 지탄받을 수 있는 그늘이 짙어 언론이 국민에게 알릴 의무를 제대로 하지 않는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21세기 인공지능시대에 역행하는 국보법이 자기검열을 강요하는 측면에 대한 심도 있는 공론화가 필요하지만 이에 대해 언론은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군부통치 시절 보도지침 변형된, 지능화된 형태로 존재

박정희, 전두환 군부통치 시절 북한 관련 보도에서 자기검열과 함께 강제되는 외부 통제의 하나가 보도지침이었다. 보도지침은 전두환 정권시절 ‘땡 전 뉴스’로 상징되었던 것처럼 독재 권력이 대중매체의 보도를 공작 정치나 비민주적 정치에 악용했다. 보도지침은 정권에 유리한 기사는 부각시키고 그렇지 않은 기사는 작게 하거나 아예 싣지 못하게 언론에 강제한 권력의 불법적인 행위였다.

보도지침은 민주화가 진행되면서 전두환 정권처럼 정부 부처가 직접 자행하는 방식은 사라졌다. 하지만 이명박근혜 정권은 언론 통제라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낙하산 사장을 언론사에 내려 보내는 방식으로 정권이 원하는 식의 보도를 하도록 만들었다. 이는 언론사 최고위층을 이용해 언론을 통제하는 것으로 변형된, 지능화된 보도지침 방식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즉 정권이 언론사를 상대로 보도지침을 내려 보내는 방식 대신 낙하산 사장이 청와대만을 해바라기처럼 바라보게 하면서 정권이 원하는 기사가 무엇인지를 보도토록 언론사 내부를 강제한 것이다. 이는 21세기형 보도지침이라 하겠다.

남북관계와 관련해서 국보법은 수십 년 동안 남한 언론을 포함해 사회 전반에 강요된 가장 강력한 보도지침이다. 국보법은 언론의 원천적이면서, 가장 기본적인 사상과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면서 일상적인 보도에 영향을 미치고 통제하고 있다. 이에 따라 언론이나 시민사회의 평화통일 추진 노력, 실천을 불가능하게 만들고 있다.

국보법이라는 최악의 보도지침은 북한을 타격하는 것보다 남한 내의 토론부재 문화를 확산시키면서 죽기 살기식 경쟁과 갈등의 씨앗이 되고 있다. 국보법은 남한사회를 국보법에 찬성하는 세력은 갑, 국보법에 반대하는 세력을 을로 규정하는 갑을 관계가 뿌리 깊고 이 같은 차이는 차별로 연결되면서 사회내부를 병들게 하고 있다.

 

▲ 정부 수립 경축식에 참석한 한미수뇌들. 왼쪽부터 미진주군사령관 하지, 태평양미육군 총사령관 맥아더, 한국 초대 대통령 이승만. ⓒ 연합뉴스

 

국보법은 이승만이 일제의 치안유지법을 모방해 만들었고 일제 잔재를 온존시키고 평화통일 시도를 원천 봉쇄하는 것을 목표로 만든 최고의 악법이다. 이승만의 반민족적 범죄 가운데 가장 심각한 것의 하나가 국보법이다. 반만년 한민족 역사에서 동족에 대해 ‘사상은 민족에 우선 한다’는 식의 역사적 잔학행위를 자행하고 6.25를 전후해 수많은 양민 학살이 자행된 것에 대해 이승만의 책임을 반드시 물어야 할 것이다.


국정원 제공 북한 관련 자료 언론 즉각 기사화하면서 카더라 뉴스도 양산

국보법에 중독된 언론을 심각하게 농락하는 정부 기구의 하나가 국정원이다. 국정원이 제공하는 국보법을 바탕으로 제작된 보도지침이 북한 관련 자료다. 국보법에 의해 정상적인 이성이 작동하지 않게 된 언론은 국정원의 자료를 즉각 기사화하는 일을 반복한다. 그 뿐 아니다. 언론은 국정원의 자료를 근거로 온갖 상상력을 동원해 카더라 뉴스를 양산하기도 한다.

북한에 대한 직접 취재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이라 언론은 북한 관련 정보에 목말라 있기는 하다. 그러나 공식 언론매체는 보도의 원칙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공식 언론매체가 아닌 것이다. 언론의 무책임한 태도는 북한 보도에서 매우 심각하다. 북한이 오보 등을 문제 삼을 걱정이 없다는 점 때문인지 국정원이 내주는 보도 자료를 기사화하는데 주저치 않는다.

국정원의 자료 가운데 일부는 시간이 지나면서 허위로 들어나기도 하지만 언론사는 태연하다. 독자나 시청자에 대한 사과 등은 거의 하지 않는다. 국보법이 언론을 파렴치한 흉기로 변질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 국정원은 북한과의 물리적, 심리적 적대관계를 상정하고 만들어져 국민의 세금으로 가동되는 정부기구다. 국정원의 업무 가운데 하나는 대북 심리전도 포함된다. 손안대고 코푸는 식으로 북한을 남한이 접수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것이 심리전이다.

국정원은 북한을 상처주고 괴롭히면서 타격하고 궁극적으로 북진통일을 달성하기 위한 심리전을 일상적으로 벌이고 있다. 국정원이 심리전을 수행하는 것 자체를 나무랄 수는 없다. 그러나 그 심리전의 한 부분이 대중매체를 수단삼아 벌어지고 있고 그로 인한 사회적 폐해가 심각하다는 것이다.

 

▲ 국가정보원. 사진=국가정보원 홈페이지

 


미국, 자국민 상대 심리전 벌이면 위법 한국은 국보법 때문에 가능

심리전이 납세자인 국민을 상대로 벌어지는 것도 국보법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국민 모두가 적을 고무, 찬양할 가능성이 있는 존재로 불온시하는 국보법이 수십 년 간 뿌리내리면서 국정원 등 권력기관의 대국민 심리전이 일상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국정원은 종북 세력을 현실적으로 존재하는 내부의 적이라고 규정하고 이들에 대한 심리전 등을 언론을 통해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때 이명박, 박근혜 대통령이 종북 척결이나 좌파 척결을 외친 것도 국정원의 대국민 심리전을 합리화하기 위해 멍석을 깔아준 행위였다.

미국의 경우 자국민을 상대로 군이나 정부기관이 심리전을 펴지 못하도록 규제하고 있다. 납세자를 상대로 작전을 벌인다는 것은 국민에게 정보기관으로써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관련법에 위배되는 것과 함께 스스로 존립 근거를 파괴하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세금으로 충당되는 정부예산을 지원받지 못하는 것은 정보기관이 고사되는 것을 의미한다. 개 꼬리가 개 몸통을 흔들어서는 안 된다는 논리가 존중되어야 하지만 한국에서 그렇지 않다. 민주주의가 제대로 정착되지 않은 사회라는 명백한 증거의 하나다.

국보법에 의해 중독된 언론은 남북관계 정책, 군사훈련 등에서 주로 한미 정부의 선전매체의 역할을 담당한다. 수구 보수 언론의 경우는 특히 심각하다. 수구언론은 국보법을 적극 옹호하면서 대북 적대적인 한미 정부의 대북 정책을 지지한다. 이들 언론은 한미 정부의 대북 정책이나 군사대책 등은 하나같이 정의와 진실을 추진하는 것으로 미화하고 북한의 경우 대외 정책은 음모가 숨어 있다는 식이고 북한의 군사적 행동은 모두 도발로 매도한다.


수구 언론, 북한 숨소리만 빼고 다 불신의 대상인양 보도

북한이 평화협정을 주장하면 위장 평화공세라고 비판하고 남북간 교류를 주장하면 남남 갈등을 유발하려는 흉계가 숨어 있다며 깔아뭉갠다. 북한은 숨소리만 빼고 다 불신의 대상인 것처럼 보도한다. 국내 언론은 남북관계 보도에서 전쟁 발생 시 정부의 전적인 통제를 받는 전시언론과 같은 역할을 하면서 직간접적인 대북 심리전의 하부 기구로 전락한지 오래다.

전시 상태에서 언론은 정부의 절대적 통제에 놓이게 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정전협정이라는 허약한 시스템에 의해 평화가 유지되는 한반도 상황은 전시상황과 거리가 멀지 않다는 식의 논리가 기승을 부리면서 정치나 각종 제도도 이런 상황을 전제로 시행된다. 언론도 정전협정의 객관적 의미를 정확히 읽으면서 보도 활동을 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

 

▲ 2018년 4월18일 경기도 파주 판문점 내 공동 경비구역에서 남측과 북측 병사들이 경계 근무를 서고 있다. ⓒ 연합뉴스

 

정전협정은 그 조문 속에 평화협정으로 전환하는 것을 규정하고 있지만 언론은 대부분 정전협정을 고수해야 하는 것이 지상과제인양 보도한다. 언론이 미국과 국내의 일부 친미주의자들의 노리개가 되고 있는 것으로 비유할 수 있다. 남북 대치가 장기화되면서 국내 대부분의 언론은 국보법의 고무, 찬양, 동조라는 올가미를 두려워하면서 자기 검열을 일상화하고 있다. 또한 국정원이나 국방부의 ‘멸공통일’ 입장에 서서 북을 바라보고 북에 대해 보도하는 것이다.


언론, 정부 선전매체가 아닌 평화통일 달성위한 자세 지녀야

국정원이나 국방부는 북과의 무력 대치나 충돌에 대비해 만들어진 정부 기구다. 이들 기관의 성격상 일상적으로 대북 심리전을 펴려 하고 언론 등을 이용하려는 속성을 지니고 있다. 국내법은 대통령이 군통수권자로 되어 있는데 이는 정치가 군보다 우위에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군이 정치를 좌우해서는 안 되고 언론은 이를 정확히 인식하고 보도활동을 해야 한다.

정부 부처에는 통일부와 외교통상부도 있다. 남북관계에서 평화적인 방식으로 교류하고 통일을 추진한다는 목표를 지닌 기구다. 언론은 헌법에 규정된 평화통일을 달성키 위한 목표를 위해 제 4부라는 언론 본연의 자세로 북을 바라보고 보도해야 하는 것이 맞다. 언론이 정부 부처의 선전매체로 전락하는 것은 정부의 하부 기구로 편입되어 궁극적으로 국민에 대한 언론 서비스를 악화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언론은 정부가 올바른 대북 정책과 평화통일 정책을 추진토록 감시하고 비판하면서 대안을 제시 노력을 하는 것이 정답이다.

 

 

관리자 freemediaf@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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