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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보법 폐지 주장에 제동 건 헌재와 대법원-민변·시민 등 강력 반발

- [고승우의 국보법 연재(14)] 인권위 ‘국보법 제정 후 사상·표현의 자유 침해 논란 지속’

기사승인 2022.08.04  20:5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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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초 진보적 시민사회단체 등을 중심으로 국가보안법 개정 또는 폐지를 지지하는 주장과 운동이 거세지자 당시 여당 등 진보적 정당이 그에 호응했다. 또한 그 해 8월 국가인권위원회가 법무부 등에 국가보안법 폐지를 공식 권고했다. 그러자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이 잇따라 국보법 합헌 결정을 하거나 그 폐지를 반박하는 판결을 내놓으면서 맞불을 놓았다.

두 헌법 기관의 결정, 판결은 당시 법체계에서 국보법이 위헌이 아니라는 점 등을 강조한 것으로 국회의 입법권과는 별개의 것이었다. 즉 3권 분립 차원에서 국회가 국보법을 개폐하는 것에 대해 헌재 등이  왈가왈부 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두 헌법 기관의 국보법에 대한 완강한 입장은 당시 노무현 정권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했던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은 사법부에 속하지만, 헌법재판소는 사법부에 속하지 않는 독립된 기관이다. 대법원의 재판이 주로 개인과 개인과의 재판이라서 개개인에게 영향을 준다면 헌법재판소의 재판은 국가나 법을 상대로 하는 재판이기에 사회나 제도에 영향을 주게 된다. 두 헌법 기관의 국보법 옹호 태도는 수구보수층은 물론 일반 시민사회에도 미치는 영향이 컸다.


인권위의 국보법 폐지 권고에 헌재와 대법원 합헌 결정 등으로 맞물

노무현 정부 당시 3개 국가기관이 앞 다퉈 국보법에 대한 입장을 밝힌 것은 이 사회가 국보법에 대해 지니고 있는 부정적 태도를 반영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당시 국보법 개폐 논란은 성과가 없었지만 국가기관이 폐지를 공식 주장하는 견해를 표명해 주목을 받았다. 1948년 정부 수립이후 국가기관이 국보법 폐지를 건의한 것은 그 때가 처음이었고 그 이후에 유사한 사례는 없었다. 이런 점에서 이들 국가기관의 국보법에 대한 견해나 결정 등을 좀 더 자세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국가인권위원회(당시 위원장 김창국)는 2004년 8월24일 전원위원회를 열고, “양심의 자유를 침해하는 국가보안법을 폐지하고 국가보안법 관련 사범 문제를 해결할 것”을 국회의장과 법무부장관에 권고했다. 국보법은 1948년 제정 이래 50여 년간 끊임없이 인권과 사상·표현의 자유 침해 논란을 일으켜왔고 이로 인해 인권·시민단체와 진보적 지식인 등은 이 법을 비판하고 그 폐지를 요구해왔다. 유엔 등 국제기구도 이 법의 폐기를 촉구한 바 있지만 국가 기관이 이 법안을 폐지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기는 당시가 처음이었다.

한편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의 국보법에 대한 결정, 판결 내용은 국가인권위의 권고 결정에 찬물을 끼얹었다. 헌법재판소는 국가인권위가 국보법 폐지 권고문을 발표한지 이틀 뒤인 2004년 8월26일 최악의 독소조항인 보안법 제7조(찬양·고무)에 대해 재판관 전원일치로 합헌 결정을 내렸다. 헌법재판소는 제7조에 대해 재판관 전원일치로 합헌 결정을 내리면서 보도자료를 통해 입법부가 이런 판결내용을 반영할 것을 요구했다.

 

▲ 헌법재판소. ⓒ 연합뉴스

 

이어 대법원도 그로부터 수일이 지난 8월30일 한총련 간부에 대한 판결문을 통해 국가보안법 개폐에 반대한다는 적극적인 정치적 주장을 밝혔다. 대법원의 위와 같은 판결에 대해 당시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이하 민변),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들은 ‘대법원의 판결문 중 북한에 동조하는 세력이 늘어가고, 통일전선의 형성이 우려되는 상황임을 직시할 때 체제 수호를 위해 관용에는 한계가 있어야 한다는 부분은 지나친 표현이라며 ‘대법원이 사건과 직접 관련이 없는 국보법 폐지 논리를 반박한 것은 사법부가 입법부의 입법 활동에 개입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당시 민변은 “대법원이 입법정책에 대한 호·불호를 표현한 것은 정치적 영역을 침범, 3권 분립의 원칙을 스스로 어긴 것”이라고 질타했다.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의 판결은 남북 분단이라는 특수상황에서 국보법의 필요성이 인정된다는 최고 법률기구의 입장을 확인한 것으로, ‘국보법 폐지’를 권고한 국가인권위의 결정과 당시 정치권의 국보법 개폐 논의에 제동을 거는 결정적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은 헌법에 규정된 최고의 법적기구로 이들 기구가 국보법 폐지를 공식적으로 반대하면서 노무현 정부의 국보법 폐지 움직임이 둔화된다.

당시 여대야소 국면으로 국보법 개폐가 가능할 수도 있는 정치 상황이었고 진보적 시민사회운동 진영도 국회의사당 주변에서 장기 농성을 하는 등 국보법 폐지를 강하게 주장했었다. 그러나 헌재와 대법원의 잇단 반대 의견 발표 후 노무현 정권의 국보법 개폐 추진력이 약해지게 된다.

국보법에 대해 국가인권위가 발표한 국보법 폐지 권고 발표문 전문 가운데 결론 부분은 국보법의 문제점이 압축되어 있어서 소개한다. 이어 헌재와 대법원의 국보법 옹호 판결문 내용도 소개한다.


국가인권위원회의 국보법 폐지 권고 주요 내용

-- 첫째, 국가보안법은 그 제정과정에서부터 태생적인 문제점을 안고 있을 뿐만 아니라, 국가의 기본법인 형법이 제정된 이후에 이루어진 수차례의 개정도 국민적 합의 없이 절차적 정당성을 결한 채 이루어졌다. 따라서 국가보안법은 법률의 규범력이 부족한 법으로서 그 존재 근거가 빈약한 반인권적 법이라고 본다.

둘째, 국가보안법은 행위형법 원칙에 저촉되며 죄형법정주의에 위배되며, 사상과 양심의 자유, 표현의 자유 등 인간의 존엄성을 해할 소지가 많은 점이 지적되고 있다.

셋째, ‘국가안보’ 관련 사안은 형법 등 다른 형벌 법규로 의율이 가능하여 국가보안법이 폐지되더라도 처벌 공백이 거의 없다고 볼 수 있다. 단 필요시, 미흡한 부분에 대하여는 형법의 관련 조문을 개정·보완하는 방안을 강구할 수도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우리나라는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국제사회의 여론과 결정을 수용할 필요가 있으며, 시대적 환경 변화에 부응하는 자세로 북한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

국가보안법은 몇 개 조문의 개정으로는 이상에서 지적한 문제점들이 치유될 수 없고, 그 법률의 자의적 적용으로 인한 인권 침해 역사, 법 규정 자체의 인권 침해 소지로 인해 끊임없는 논란을 일으켜온 현행 국가보안법은 ‘전면 폐지’하는 것이 시대적 요구라고 판단된다. --

한편 이명박 정권 시절인 2012년 1월20일 국가인권위원회(당시 위원장 현병철)는 ‘국가보안법의 폐지’ 의견을 삭제하고 대신 ‘국보법 남용을 방지해야 한다’고 의견을 내 동일한 국가기구가 다른 목소리를 내는 일이 벌어졌다. 대통령에 따라 인권을 보는 시각이 달라진다는 것을 드러낸 사례다. 어느 것이 과연 인권 보호, 신장에 기여하면서 정의와 진실에 가까운 것인지는 역사가 언젠가 밝힐 것이다.

 

▲ 국가인권위원회.

 


헌법재판소, 국보법 제7조 제1항 합헌 결정으로 국보법 폐지 주장 반대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주심 이상경 재판관)는 2004년 8월26일 국보법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렸다. 그간 독소 조항으로 꼽혀온 제7조 제1항(찬양·고무죄)과 제5항(이적표현물 소지 등)에 대해 소수 의견조차 없이 재판관 9명의 ‘전원일치’로 합헌 결정을 내린 것이다.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1991년 이전 국보법과 달리 개정된 국보법은 법규 개념의 다의성과 적용범위의 광범성이 제거됐고 기존 결정이나 학설, 법원의 판례에 의해 개념이 정립돼 있다”며 “죄형법정주의에 위반된다는 주장은 이유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국보법 7조를 형법상 내란죄 등으로 대체할 수 있다는 주장에 대해 ‘형법상 내란죄 등 규정의 존재와는 별도로 독자적 존재 의의가 있다’고 언급, ‘분명히 평화시대를 기조로 한 형법상 내란죄나 외환죄는 고전적이어서 오늘날 우리가 처한 국가의 자기안전-방어에는 다소 미흡하다’고 판시한 1990년 판례를 유지했다.

재판부는 이적표현물 소지죄 조항과 관련, '단순한 학문연구나 순수 예술활동을 목적으로 이적표현물을 소지-보관한 경우 처벌대상이 아니라는 점은 대법원 판례로 확립돼 있다'며 '그러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할 목적으로 소지한 경우 처벌토록 한 현 조항은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대법원, 판결문 통해 국보법 폐지는 ‘일방적 무장해제’라며 반대

대법원 1부(주심 이용우 대법관)는 2004년 8월30일 국가보안법 상 찬양·고무 혐의로 구속기소돼 2심에서 징역 2년6월을 선고받은 한총련 간부인 이모씨(대학생) 등 2명의 상고를 기각하는 판결문을 통해 ‘일방적 무장해제’ ‘체제수호’ 등의 표현을 포함시키는 방식으로 국가보안법 폐지에 반대하는 입장을 강하게 밝혔다(동아일보 2004년 9월2일).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북한은 1950년 불의의 무력남침을 감행함으로써 민족적 재앙을 일으켰고 수많은 도발과 위협을 계속해오고 있다는 경험적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되며, 역사적으로 우월함이 증명된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헌법체제를 양보할 수 없는 이상 일방적 무장해제를 가져오는 조치에는 신중을 기해야 한다”며 “나라의 체제는 한번 무너지면 다시 회복할 수 없으므로 국가의 안보에는 한치의 허술함을 허용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이어 “아무리 자유민주주의 사회라 하더라도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전복시키려는 자유까지 허용함으로써 스스로를 붕괴시켜 자유와 인권을 모두 잃어버리는 어리석음을 범해서는 안 되며, 더욱이 오늘날 북한에 동조하는 세력이 늘어가고 통일전선의 형성이 우려되는 상황임을 직시할 때 체제수호를 위해 허용과 관용에는 한계가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또 북한이 국가보안법상 반국가단체인지 여부에 대해 “남북정상회담이 개최되고 공동선언이 발표됐지만 북한이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전복하고자 하는 적화통일노선을 완전히 포기했다는 명백한 징후를 보이지 않고 있고, 뚜렷한 민주적 변화가 없는 만큼 북한의 반국가단체성이 소멸했다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5월1일 조선인민혁명군 창설 90주년 (4월25일) 기념 열병식을 성과적으로 보장하는 데 기여한 평양시 안의 대학생, 근로청년들과 기념사진을 찍었다고 조선중앙TV가 5월2일 보도했다. 김 위원장이 열병식 참가 청년들을 향해 왼손 엄지손가락을 치켜들고 있다. 사진=조선중앙TV 화면, ⓒ 연합뉴스

 


민변 “헌재와 대법원 국보법 폐지반대 태도는 사법부 한계 드러낸 것”

헌재와 대법원이 국보법 폐기에 대해 반대 견해를 밝힌 뒤인 2004년 12월6일 민변(당시 회장 이석태 변호사)은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의실에서 ‘2004년 한국인권보고대회 및 토론회’를 열고 두 헌법기관과 여당을 강력 비판했다(오마이뉴스 2004년 12월6일).

이석태 전 민변 회장은 당시 인권보고대회에서 인사말을 통해 “대법원과 헌법재판소는 안보 불안 등의 이유로 국보법 폐지 반대의 의견을 피력함으로써 우리 사회의 개혁 요구에 대한 사법부의 한계를 드러냈다”며 “얼마 전 헌재의 신행정수도 관련 헌법소원 사건에서 뜻밖에 생소한 ‘관습헌법’ 이론을 내세워 위헌 결정을 선고하는 등 일련의 시대착오적 사태는 사법부의 민주적 구성과 운영을 위한 시민참여와 감시가 법치주의 실현에 절실한 과제임을 다시금 확인시켜줬다”고 강조했다.

이 전 회장은 이어 “올 한해 정부와 집권여당은 시민단체를 비롯해 각계각층의 개혁입법에 대한 강력한 요구와 국회의 다수를 차지한 여세를 몰아 개혁입법 추진의 기세를 올리는 듯 했다”면서 “하지만 야당을 비롯한 기득권 세력의 완강한 반대와 집권여당 내의 난맥상으로 인해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추진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평가했다.

이날 보고대회 제3세션에서 송호창 변호사(민변 국가보안법 TFT)는 “2004 불타는 국가보안법”이라는 제목의 발제를 통해 “90년대 후반에서부터 시작된 국보법 폐지운동이 2004년에 총화를 이뤄 시민사회단체와 법률가단체가 법이론적·실천적으로 결합했다는 점은 주목할 점이다. 국보법 폐지에 대해 한나라당은 독자적인 입장이 없는 가운데 보수언론의 원색적인 색깔논쟁을 앵무새처럼 따라할 따름으로, 그 주장은 법리적으로나 논리적으로 전혀 앞뒤가 맞지 않는다. 그러나 문제는 보수세력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개혁세력임을 자임하는 열린우리당에 있다”며 아래와 같이 지적했다.

-- 국보법 폐지운동의 경과를 살펴보더라도 열린우리당의 존립근거는 과거청산이고, 개혁의 완성이다. 그 시금석이 국가보안법의 폐지임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열린우리당은 자중지란에 빠져있고, 적시에 적절한 행보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총선을 통해 열린우리당이 과반수의 다수당이 되었음에도 머뭇거리기만 하여 더욱 안타까울 따름이다. 그러나 국가보안법은 마지막 숨통이 넘어가지 직전에 있음이 분명하다. 완전히 재로 사라지기 전에 마지막 불꽃을 일으키듯이 국가보안법은 최후의 몸부림을 치고 있다. 그 대미를 장식할 강력한 의지와 열정, 그리고 투쟁이 절실한 때이다. 그들(한나라당)의 목적은 국보법 폐지주장을 빨갱이로 덧칠하는데 있으므로 그들의 주장에 논리는 전혀 필요하지 않다. 그러나 국보법 폐지론은 칼날같은 법률적 근거 위에 있어야 한다. --


‘국가보안법 폐지 국민대회’ 여야당의 태도 질타-문동만 시인 사법부 태도 비판 시 발표

한편 노무현 대통령이 MBC ‘시사매거진2580’과의 인터뷰에서 “냉전시대의 유물인 국보법을 박물관으로 보내야 한다”고 밝혔다고 알려진 2004년 9월5일 서울 여의도 국회앞에서 열린 ‘국가보안법 폐지 제1차 국민대회’에서 대회 참가자들은 투쟁결의문을 통해 “최근 헌재와 대법원 1부가 내놓은 국보법에 대한 결정과 판결을 통해, 또한 이에 적극 동조하고 있는 한나라당의 행태를 통해, 수구보수세력들의 국보법 사수의지를 재확인한다”며 “이는 분단과 냉전을 이유로 전 국민을 국가안보의 볼모로 취급하며 인권과 민주주의를 철저히 희생시켜온 구시대적 사고의 전형”이라고 지적했다(오마이뉴스 2004년 9월6일).

 

▲ 국가보안법 갈무리. 사진=법제처 국가법령정보센터 홈페이지

 

이들은 “심지어 민주개혁을 지향한다는 열린우리당의 일부 의원들조차 한나라당의 개정도 아닌 개정안과 하나도 다를 바 없는, 말도 안되는 개정안을 내놓고는 국민여론을 모아야 한다느니, 한나라당의 반대를 최소화해야 한다느니 운운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 국민적 배신감과 함께 분노를 느끼지 않을 수 없다”며 열린우리당을 질타했다.

이들은 사법부와 여야 국보법 개정론자들을 향해 각각 “수구정치집단과 같은 구시대 이념과 질서를 선동하는 행태를 당장 멈추라”, “16대 국회에 제출된 개정안에도 못 미치는 사실상의 존속론임을 인정하고 국보법의 전면적인 폐지 대열에 동참하라”고 경고했다.

이날 ‘국가보안법 폐지 제1차 국민대회’에서 문동만 민족작가회의 자유실천위원회 간사(시인)가 “나는 고백한다”는 제목의 장문의 시에서 최근 국보법을 옹호한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을 신랄하게 아래와 같이 질타했다.

-- 미안하지만 법의 집행관들이여 / 법의 최대 모독자는 법 자체이다 / 당신들이다 / 백주대낮 일간지 광고란에 군대 궐기를 선동하는 / 수구의 격문이 나돌아도 당신들이 금지옥엽으로 아끼는 국가보안법은 / 수면제 먹은 개처럼 누워 있었다 /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가 탱크를 밀어 청와대로 들이 닥쳤어도 당신들은, / 예리한 법문들은, 눈알 한번 부라리지 않았다 인혁당을 아는가 / 여덟 명의 죄 없는 사람들의 목을 매었다 사형선고 후 불과 20시간 만에, / 눈먼 국가보안법으로 아주 정략적인 국가보안법으로 / 당신들 만의 국가-보안법으로 / 그때 당신들은 법관이었는가 아주 젊고 유능한 유신의 5공의 법관이었는가 사회적 위기를 염려하는가 당신들 / 악법 수호를 권고하고 선동하는가 당신들 / 56년 세월 눈먼 칼에 쓰러진 저 많은 영혼들을 꺼내 / 다시 부관참시하고 있는가 / 젊은 청춘들의 이마에 꽝! 꽝! 꽝 붉은 도장을 찍어대고 있는가 당신들이야말로 수구의 통일전선을 획책하고 있다 / 악법을 울타리로 갖은 신문 사설로 대로 곳곳에 내걸린 플래카드로 / 나는 구별하지 못하겠다 당신들 일이 박정희의 것인지 전두환의 것인지 / 새로 선임된 계엄사령관의 것인지 나는 고백한다 사법의 권한을 넘어 사회변화의 운명을 쥐락펴락 하고자 / 하는 당신들께 고백한다 / 나는 예비 반국가사범이다 / 나는 특정사상을 추종하지 않지만 사상의 힘을 신뢰한다 사상은 맹종의 대상이 아니라 상상력의 우물임을 믿는다 나는 이 땅 천민자본주의가 천년 만년 유구하리라 절대 믿지 않는다 어떤 측면에선 저주한다 자본의 폐악을 경고했던 / 사상가들의 진정성과 예지력을 신뢰한다 / 폭력이 아니라 머리로 말로 가슴으로 / 어쩔 텐가 다 붙잡아 족칠 텐가 처넣어 주리를 틀 텐가 56년 낡은 칼 이슬 같은 사람들 적잖이 베었으면 이제 알아서 칼을 놓아라 의심을 제도화한 죄과를 안다면 이제 칼을 녹이라 / 인간이 자유의지를 갖고 있다는 진실을 인정하라 그 자유의지는 어떤 폭력구조로도 봉쇄할 수 없음을 인정하라 미안하지만 법의 집행관들이여 당신들의 의식구조부터 세계화하라 / 시대는 질풍노도로 달려오는 자유와 화해의 시대 / 내 머릿속을 염탐하지 마라 내 자유의지는 충분한 균형감과 상상력으로 충만하다 국가보안법 너 없어도 이 세계는 굳건하다 평온하다 이제 안녕이다. --

 

▲ 필자 소개

 

 

 

관리자 freemediaf@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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