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fault_top_notch
default_news_top
default_news_ad1
default_nd_ad1

윤석열, ‘대결’에서 ‘협치’로 바꿔야

- [특별기고] 이부영 자유언론실천재단 이사장

기사승인 2022.09.30  18:48:20

공유
default_news_ad2

전세계 엄중한 신냉전시대 도래했는데

야당 탄압하고, 당내 비판에 보복할 때인가

국민적 저항 전에 국정운영 방식 바꿔야

 

날마다 아침이면 신문 머리제목을 들여다보기가 두렵다. 공중파건 종편 방송이건 아침 메인뉴스를 듣기가 겁난다. 정치야 그렇다고 하고 나라 안팎의 경제뉴스를 접할 때마다 깊은 숨을 쉬게 된다. 물가, 환율, 주가의 동향에 이미 비상이 걸려 정부 부처들도 대응에 바쁘다. 미국이 풀린 달러를 거둬들이고 물가 상승을 억제하려는 일방적 금리 인상이 달러 강세를 불러오는 바람에 우리 뿐아니라 전 세계 다른 나라들의 돈 시세가 폭락하고 있다.

주가가 떨어지고 물가가 오르고 있어 서민들의 삶이 어려워지고 있다. 영국의 파운드 가치가 폭락하더니 중국의 위안화도 비명을 지른다. 한국도 증권안정펀드를 풀어 국채를 매입하는 등 급한 불을 끄고 있다.


미국의 신냉전 구도와 한국의 위상

미국은 트럼프 행정부와 바이든 행정부도 가릴 것 없이 이미 자신의 경제엔진이 식어가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하고, 바짝 추격하고 있는 중국을 따돌리기 위해 동맹-비동맹을 가르고, 비동맹 쪽에 대해서는 안면몰수한 채 자유무역과 공정의 원칙을 깨뜨리고 있다. 동맹국에 대해서도 미국의 이해를 관철하기 위해 희생을 강요하고 있다.

한국은 1980년대 말 민주화의 진행, 88올림픽의 성공적 개최, 남북관계의 해빙과 함께 전 세계적 탈냉전시대를 맞으면서, 비록 평화통일을 성취하지는 못했어도 미국 일국지배 국제체제의 혜택을 누리면서 신흥 민주산업국가로 성장했다. 한국은 후발 산업국가로 진입하려는 중국보다 몇 발 앞선 기술과 경영에 힘입어 거대한 중국시장에 진출할 수 있었고 그에 따른 수혜를 누릴 수 있었다. 한국의 21세기 무역수지 흑자는 미국+일본과의 교역액보다도 중국과의 교역액이 높은 상황에서 계속되어왔다.

그와 같은 국제무역 현상이 경제교역에서는 중국이 가장 중요한 몫을 차지했지만 군사안보에서는 미국과 여전히 중요한 관계를 유지함으로써 한국 내부의 의식구조의 분열을 일으켰다. 한국 내부에서는 미국, 중국과의 관계에 균형을 유지해야 한다는 현실적 주장이 있지만 지난 70여 년 유지된 분단체제의 벽이 법률로, 의식으로 더욱 큰 힘을 보이고 있다.

트럼프가 마지막으로 시도했던 북한 비핵화를 위한 싱가포르, 하노이 협상이 실패로 돌아갔고 그가 퇴장하자 동아시아의 신냉전은 바이든에 의해 현실화되었으며 그에 발맞춰 등장한 윤석열 한국 정부는 분단체제의 재구조화에 착수했다. 그런데 이번 윤석열의 한반도 신냉전 재구축에는 적지 않은 난관이 예상된다. 1940~50년대 냉전시대 구축에는 힘 넘치는 미국이 군사원조와 비군사 지원도 아끼지 않았지만 이제는 동맹국들의 돈과 인력, 심지어는 기술과 시스템까지 미국으로 가져가려 하고 있다. 제조업 복원(Reshoring)이 그것이다.

미국은 유럽에서는 미국과 나토 동맹국들을 묶어서 러시아에 대항하여 우크라이나 전쟁을 지원하고 있다. 과거 소련의 동유럽 동맹국들을 나토에 가입시켜 함께 우크라이나의 대러 전쟁에 나서도록 하고 있다. 러시아에 대한 공포증에 시달리는 동유럽 국가들은 미국의 동맹국들로 편입되고 있다. 심지어 중립국이었던 스웨덴, 핀란드도 나토에 가입했다. 서방은 러시아에 친미정권을 세우려한다.

천연가스와 원유 그리고 식량 수출국인 러시아에 유럽국가들은 의존하지 않을 수 없다. 한국이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고통과 갈등을 겪고 있는 현상이 세계 도처에서 일어나고 있다. 유라시아 대륙의 심장부를 차지하는 대륙국가 중국과 러시아는 4800㎞의 국경선을 공유하면서 실제로는 많은 갈등과 대립 요인을 가지고 있지만 미국의 압박과 제재를 피할 수 없어 동맹국이 되어가고 있다. 1975년 미국이 베트남 전쟁에서 빠져나오면서 중국과 소련의 대립과 갈등을 조장하면서 소련방 해체, 동유럽국가들의 체제전환에 성공하고 중국이 개혁개방(자본주의화)을 선택하도록 압박하여 탈냉전시대의 유일강자로 등장했다.

미국은 이번에도 아프가니스탄에서 발을 빼면서 본격적으로 우크라이나 전쟁을 주도하여 유럽에서 나토로 하여금 러시아에 맞서도록 하고 있다. 인도-태평양 권역에서는 호주, 인도, 일본과 미국이 콰드(Quad)동맹을 결성, 하위 동맹국인 한국, 필리핀, 타이, 인도네시아, 뉴질랜드 등과 함께 중국을 포위하려 하고 있다. 일본, 한국, 대만 등 반도체 배터리 등의 선진기술 보유국들에게는 미국 내부로 공장을 이전하도록 유인, 압박하고 있다.

 

신냉전체제를 만들어가고 있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왼쪽부터), 조 바이든 미국대통령, 시진핑 중국국가주석. 사진=연합뉴스

 

그러나 1975년 베트남 종전 당시의 구도와는 전혀 다르다. 그 구도는 중국과 소련의 분열, 중국과의 국교 수립이라는 뚜렷한 전략 목표가 있었다. 그런데 현재는 중국과 러시아의 동맹화를 조장하고 있다. 민주국가와 독재국가 양축으로 몰고 가려는 구도다. 숨은 의도는 푸틴 정권을 무너뜨리고 러시아에 동유럽국가 형태의 친미, 친서방국가를 수립하려는 것이다. 그러나 동유럽 친러국가들의 상실(러시아는 그렇게 생각한다), 소련방의 해체를 러시아인들은 큰 모멸로 받아들이고 있으며 과거의 소련방 시대를 그리워한다. 슬라브 민족주의가 강렬하게 대두하고 있다. 서방측의 기대와는 달리 푸틴에 대한 지지가 치솟고 있다. 

현실적으로 중국과 러시아는 미국과 나토, 일본이 자신들을 포위, 압박하여 위협하는 이상, 중-러 동맹은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본다. 더구나 미국-나토-일본의 가치동맹은 지난날 이른바 선진국 부국 중심이라면, 중국, 러시아, 인도, 브라질, 남아프라카연방(BRICS) 그리고 이란, 터키, 인도네시아, 사우디아라비아 국가들은 주로 식민지 반식민지 경험 국가들이어서 미국 중심의 국가들보다 중국-러시아 중심국가들이 숫적으로 훨씬 많다.

분명한 것은 한국이 식민지배를 경험한 국가로서, 민주화와 산업화에 성공하고 문화적으로도 선진적인 모범을 보이는 국가로서, 후자의 그룹에게 훨씬 친화적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윤석열의 한국은 미국, 일본, 나토의 G7, G10 끝자락에 붙기 위해 안간힘을 쓰지만 이른바 선진국의 꼴찌 정도에 그치고 말 것이다.


윤석열의 ‘외교참사’는 시작에 불과할 것

윤석열 정권은 지금 영국, 미국, 캐나다 순방을 마친 결과 때문에 정권 초기 큰 위기에 허덕이고 있다. 외교적 성과로 지지도를 한껏 끌어올리면서 힘있게 국정을 수행해야 할 대통령이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국내가 아니라 미국 뉴욕의 미국과 일본의 정상들을 만나는 외교 현장에서 대통령 자신이 저지른 실수 때문에 ‘외교 참사’가 발생한 것이다. 역대 정권들이 돌다리도 두드리면서 접촉한다는 한일 정상회담에서 일본 수상에게서 의전상의 모욕을 당함으로써 국민에게 큰 상처를 안겨주었다. 찾아간 장소가 정상회담을 할 곳이 아니었을 뿐 아니라 양국의 국기조차 설치되지 않을 곳으로 찾아갔다. 그리고 아무런 합의도 만들지 못했다. 이어서 미국 대통령의 초청 국제회의장에서 회의가 끝나고 48초 동안 혼잡한 분위기 속에 몇 마디 나눈 것을 한미정상회담이라고 강변하고 있다. 이 약식 대담 뒤에 윤석열 대통령이 참모들에게 내뱉은 이야기가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국회에 대한 막말로 이어져 있다. 미국 대통령과 회담을 마치고 난 대통령의 소회라고는 믿어지지 않는 내용이었다.

지난 5월 중순 바이든 대통령은 방한에서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SK하이닉스, LG 등 대기업들로부터 미국에 반도체 전기차 배터리 공장들을 4백~5백억 달러를 투자하여 세우겠다는 약속을 받아갔다. 그리고 이어서 미의회는 ‘인플레 감축법’과 ‘반도체-과학 지원법’이라는 입법을 추진했다. 미국에 투자한 한국 전기차 기업들에게는 미국정부의 지원금을 배제하는, 그래서 한국 전기차들은 미국 시장에서 내쫓기게 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비슷한 경우에 당면했던 일본과 독일의 자동차 업계는 입법과정에서 불이익에서 제외되었다.

이같은 전말은 널리 알려져 있다. 미의회의 해당 법률 입법과정은 이미 바이든 대통령의 방한 이전부터 추진되어왔던 일로서 주미대사관, 외무부, 통상관계부처들이 파악해야 마땅한 업무였을 것이다. 대통령실과 대통령에게도 미국방문 훨씬 이전에 보고-검토되었어야 당연했다. 대통령의 욕설 파문 문제보다도 국익이 엄청난 규모로 날아가는데도 제대로 입법과정과 내용에 대해서 파악-분석-보고가 없었다면 당장 책임을 면치못할 일이다. 일부 관계자들은 법안의 규모가 너무 방대해서 미처 분석해내지 못했다는 어처구니없는 변명을 하고 있다. 미국에 투자하는 배터리 공장의 경우에도 미국내의 판매에 제약당하는 경우가 발생할 것이 예상되고 있다. 윤석열 정권에게는 이처럼 나라의 먹고살 일에 대해 ‘개념’조차 없는 현실이 이번에 드러났다.

 

용산 집무실로 출근하며 도어스테핑을 하는 윤석열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검찰 말고는 다른 경험이 없다

대통령은 국정의 세부에 대해 전문적인 지식을 가질 수 없고 가질 필요도 없다. 그러나 외교안보, 행정-국회-법원 등의 메카니즘, 문화-교육-복지 등에 대해서는 기본적 철학을 지니고 있어야 할 것이다. 다른 일은 해보지 않고 오로지 검찰업무에 전념하여 최고직위인 검찰총장에 임명되었다면 그 분야에서는 최고의 전문가일 것이다.

검찰 특수수사에서 대통령을 비롯한 고위 공직자와 재계인사들을 수감시키면서 자신을 ‘정의의 수호자’로 자부하는 자긍심을 가지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검사들에겐 좀도둑이건 대통령이건 인간을 범죄자로 보아야 한다는 직업의식이 있다. 더욱이 전쟁까지 치른 분단 한국에서 검사는 ‘체제수호의 파수꾼’이라는 직업의식이 깊이 각인되어 있다. 이들에게 있어서 ‘친미’와 ‘보수’는 움직일 수 없는 원칙이 되어 있다. 더구나 검찰총장 직위까지 오른, 특수수사통으로 잔뼈가 굵은 윤석열은 그 원칙이 체질화되어 있다.

검사가 아닌 대통령으로서 이번 유엔총회 연설내용은 그의 인식을 가감 없이 그대로 드러냈다. 분단 한국의 지도자로서 한국이 처한 위급한 처지, 식민지배를 경험했지만 민주화-산업화에 성공한, 작지만 큰 대한민국의 경험을 다른 많은 제3 세계 국가들과 나누고 싶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그들의 입장을 대변해서 일하겠다는 각오를 밝혔어야 했다. 미국이 말하고자 하는 ‘자유’와 ‘연대’의 메시지만을 간단히 반복했을 따름이었다. 이런 정도의 국격을 드러냈다.


신냉전시대의 도래... ‘정쟁과 대결’만으론 안돼

우리에게 다가오는 외교안보 경제교역 위기, 인구감소와 기후생태 위기, 일자리와 건강 위기 등을 어떻게 극복해갈 것인지, 윤석열에게서는 아무런 단초를 찾을 수 없다. 그에게서는 오직 자신과 대결해왔던 경쟁자들에 대한 정치보복, 수감 의지만이 드러날 뿐이다. 야당을 탄압하고 당내의 비판자를 솎아내면서 분란 없이 국정을 이끌어갈 수 있겠는가.

그러나 그 자신과 주변의 조력자들의 면면에서는 시대의 고민도, 해결책도 찾아볼 수 없다. 다시 광화문 광장과 전국 대도시 중심에 윤석열을 지지하지 않았거나 지지했던 군중들이 함께 모여서 그의 실정을 규탄하면서 위기 속에서 세월을 허비하는 장면이 연출되지 않을까 걱정할 따름이다.

이제 그 악순환을 끊어내야 한다. 그의 주변을 대결과 정쟁으로만 끌고가려는 인간군으로부터 협치와 공생의 인간군으로 바꾸지 않으면 그 자신까지 파멸로 빠뜨리게 될 것이다. 우선 이번 정기국회부터 파탄을 맞을 것이다. 예산부터 제대로 심의조차 하지 못하게 될 것이다. 국회의사당과 거리에서 저항에 마주할 것이다. 대통령 자신부터 바꾸지 않으면 한 발짝도 나아갈 수 없을 것이다.

 

 

필자 소개

 

* 이글은 2022년 09월 30일(금) 더칼럼니스트에 게재된 글입니다. 더칼럼니스트 기고 원문 보기 클릭

 

 

관리자 freemediaf@gmail.com

<저작권자 © 자유언론실천재단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default_news_ad3
default_nd_ad5
default_news_ad4
default_nd_ad3
default_news_ad5
default_news_bottom
default_nd_ad4
default_bottom
#top
default_bottom_not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