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제17대 대통령선거에 나선 한나라당 후보 이명박이 내건 주요 공약들 가운데 가장 눈길을 끈 것은 ‘경부운하(한반도대운하) 건설’이었다.
야당과 환경단체들은 경제성과 수질 오염, 막대한 공사비 등을 들어 ‘대운하 건설’을 격렬하게 비판했다. 그러자 한나라당 대선후보 이명박은 “공개 토론을 통해 검증하자”고 제안했다. 그러나 360여 단체로 구성된 ‘2007 대선 시민연대’가 공개 토론을 하자고 나서자 그는 거부한다고 답했다. 그것도 휴대전화 메시지로 “10년 전부터 100여 명의 전문가들과 함께 준비했다는 계획에 대한 논쟁을 사양한 것”이다(프레시안 2007년 9월 13일자).
‘4대강 살리기’인가 ‘대운하 건설’인가
2008년 2월 25일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뒤 한동안 ‘경부대운하’라는 말은 사라진 듯했다. 그런데 5월 23일 이명박 정부는 물론이고 많은 국민들을 놀라게 한 ‘사건’이 일어났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첨단환경연구실에 근무하는 연구원 김이태가 충격적인 ‘양심선언’을 한 것이다.
한반도 물길 잇기와 4대강 정비 계획의 실체는 운하 계획입니다. 저는 본 과제를 수행하는 데 있어서 소위 ‘보안각서’라는 것을 써서 서약했습니다. 제가 이 얘기를 올리는 자체가 보안각서 위반이기 때문에 많은 불이익과 법적 조치, 국가 연구 개발사업 자격이 박탈될 것입니다.
하지만 소심한 저도 도저히 용기를 내지 않을 수 없습니다. 모든 불이익을 감수할 준비를 하고요. 최악의 경우 실업자가 되겠지요.
그 첫째 이유는 국토의 대재앙을 막기 위해서입니다. 제대로 된 전문가분들이라면 운하 건설에 따른 대재앙은 상식적으로 명확하게 예측되는 상황이라 생각합니다.
저는 요즘 국토해양부 TF팀에게 매일매일 반대 논리에 대한 정답을 내놓으라고 요구를 받습니다. 아무리 머리를 쥐어짜도 반대 논리를 뒤집을 대안이 없습니다. (···)
이명박 정부는 영혼 없는 과학자가 되라고 몰아치는 것 같습니다. (·····)
국가 군사작전도 아닌 한반도 물길 잇기가 왜 특급 비밀이 되어야 합니까?(<다음 아고라> 2008년 5월 2일자).
2008년 12월 29일 경북 안동의 낙동강과 전남 무안의 영산강에서 국무총리 한승수가 참석한 가운데 ‘4대강 정비 사업’ 기공식이 열렸다. 생태하천 조성사업에 대한 사전 환경성 검토도 하지 않은 채 정부가 국토의 지형과 환경을 크게 바꿀 대규모 사업을 시작해버린 것이다. 한승수는 “4대강 살리기 사업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지금 우리가 꼭 해야 할 필수적인 사업”이라고 강조했으나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은 ‘대운하 위장 사업’이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국토해양부는 낙동강지구에서 불도저를 가동하기 5개월 전인 2009년 6월 1일 대통령 주재로 열린 국무회의 재정전략회의에서 당초 14조 원이라고 발표했던 4대 강 사업 예산을 18조 6,000억 원으로 늘릴 계획이라고 보고했다. 민자(民資)가 아니라 국비로 진행하는 사업의 예산을 4조 원이 훨씬 넘게 증액하겠다는 것이었다. 그 보고는 나중에 현실로 나타났다.
4대강 사업이 ‘대운하 사업’의 변형인지 아닌지를 둘러싸고 야권과 진보적 언론, 그리고 시민단체들이 뜨거운 논란을 벌이고 있던 동안 거의 침묵을 지키고 있던 동아일보는 2009년 12월 9일자 6면에 「4대강 예산 처리 싸고 본회의 파행 / 국토위 의결 과정 위법 논란」이라는 기사를 내보냈다.
국회 국토해양위원회는 8일 전체회의에서 3조5000억 원의 ‘4대강 살리기 사업’ 예산을 포함한 내년도 예산안 29조523억 원을 의결해 예산결산특별위원회로 넘겼다. 하지만 의결 과정을 둘러싸고 위법성 논란이 일면서 민주당이 이날 오후 국회 본회의를 보이콧하는 등 의사 진행이 파행됐다.
이날 국토위에선 4대강 사업에 찬성하는 한나라당과 “4대강 사업은 곧 대운하 사업”이라며 반대하는 민주당 의원들이 관련 예산안을 놓고 공방을 벌였다. 그러자 한나라당 소속 이병석 위원장은 예산안 의결을 선포하고 의원들에게 ‘이의’ 여부를 물어본 뒤 즉석에서 가결을 선포했다. 이에 민주당은 가결 직후 회의 속기록을 근거로 국회법 위반이라고 반발하고 나섰다.
이 위원장이 안건의 의결을 선포한 뒤 “이의 있느냐”고 물었을 때 일부 야당 의원이 “이의 있다”고 말했는데도 이 위원장이 이를 무시하고 가결을 선언했다는 것이다.
12월 10일 국토해양부 장관 정종환은 민관토론회에서 “4대강 사업을 차질 없이 진행해 내년 말까지 전체 사업 공정의 60% 이상을 끝내겠다”고 밝혔다.
4대강 사업은 물 부족에 대비하고 홍수를 예방하는 한편 지역경제를 활성화하는 등 다양한 목적으로 추진하는 정부의 핵심 사업인 만큼 최대한 빠르게 진행하겠다는 것이다. 4대강 사업을 둘러싼 찬반 논란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이른 시일 내에 사업을 본궤도에 올려 가시적인 성과를 내야 반대 여론을 잠재울 수 있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
국토부 관계자는 “전체 사업의 60% 이상을 내년 말까지 마치는 게 쉽지 않지만 내년 예산이 배정된 범위 내에서 최대한 속도를 내겠다”고 말했다. 내년에 4대강 사업에 들어가는 예산은 6조7000억 원이다(동아일보 12월 11일자 5면).
이명박 정부의 ‘4대 강 속도전’에 대해 여당 안에서까지 거센 비판의 소리가 터져나왔다. 국회 예결위원장을 지낸 한나라당 의원 이한구는 12월 11일, 한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국가 부채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정부가) 무슨 사업을 그렇게 준비를 철저히 안 하고 법적 절차도 제대로 안 밟는 인상을 주면서 자꾸 속도만 내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4대강 사업의 주요한 경제적 효과로 제시한 경기 부양과 일자리 창출에 관해 “토목사업이라는 게 주로 장비로 하기 때문에 옛날처럼 고용 창출 효과가 별로 없다”고 반박했다(경향신문 12월 11일자).
동아일보는 12월 17일자 39면에 「예산 국회, 여야 타협의 불씨 살려라」라는 사설을 실었다.
민주당 소속의 이낙연 국회 농림수산식품위원회 위원장이 그제 민주당 원내대책회의에 참석했다가 뭇매를 맞다시피 했다고 한다. 당의 방침과 달리 전날 해당 상임위 소관의 4대강 살리기 관련 예산안을 여야 합의로 통과시켰기 때문이다. 민주당 지도부는 “예결특위에서 전액 삭감하겠다”고 했고, 회의가 진행되는 동안 이 위원장은 곤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이 위원장이 내년도 4대강 전체 예산 5조4000여억 원 가운데 4066억 원을 합의 처리하긴 했지만 당초 정부안을 액면 그대로 수용한 것은 아니다. 4대강 지역 96개 저수지의 둑을 높이는 사업에 소요되는 총액은 유지하되 그중 700억 원은 4대강 지역이 아닌 다른 지역의 저수지에 사용하도록 타협안을 내 합의를 이끌어 냈다. 아무리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사안이더라도 접근하기에 따라서는 얼마든지 타협점을 찾아낼 수 있다는 정치의 묘미를 보여준 것이다. 그런데도 자기 당에서 도리어 ‘죄인’ 취급을 받아야 했으니 한참 잘못됐다.
농림위처럼 한다면 나머지 4대강 예산안에 대해서도 여당은 사업의 본질을 지키고, 야당은 체면을 살리면서 실리도 취하는 방향으로 합의 처리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그런데도 지금의 국회는 4대강에 발목이 묶여 오도 가도 못하고 있다. 내년도 전체 예산안과 예산안 부수법안을 연말까지 처리하지 못한다면 준예산을 짜야 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다. 민생과 국익에 관련된 법안들도 수북이 쌓여 있다. (·····)
사업 내용을 뜯어보면 4대강 살리기가 대운하 건설을 위한 위장사업이라는 민주당의 의심은 합리성이 없어 보인다. 모처럼 피어오른 타협의 불씨를 계속 살려 나가려면 민주당은 그런 의심부터 거두고 지역 주민의 이익과 국익의 관점에서 실리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정부와 한나라당도 양보할 것은 양보하면서 협상에서 성의를 보여야만 국민의 공감을 끌어낼 수 있을 것이다.
동아일보는 이 사설에서 “4대강 살리기가 대운하 건설을 위한 위장사업이라는 민주당의 의심은 합리성이 없어 보인다”고 단정했다. 과연 그럴까? 이 문제는 이명박 정권이 국민을 상대로 ‘사기’ 또는 ‘협잡’을 하고 있지는 않은가 하는 의혹으로 계속 확대되어 나간다.
이명박 정권이 주장하는 ‘4대강 살리기’가 진실인지 거짓인지를 가려내려고 헌신적으로 노력한 사람들 가운데 대표적인 인물은 최병성(환경운동가·생태교육가·목사)였다. 그는 2010년 3월에 초판 1쇄가 나온 <강은 살아 있다-4대강 사업의 진실과 거짓>(황소걸음 출판)의 「머리말」에 다음과 같이 적었다.
대운하가 4대강 사업으로 탈바꿈한 지난 2년 남짓 동안 4대강을 발로 뛰며 사라질 비경과 생태를 카메라에 담았습니다. 어름치의 산란탑과 물속 생태를 찍기 위해 수중카메라도 구했습니다. 4대강 사업의 진실을 알기 위해 밤낮으로 정부의 많은 서류들을 뒤지고, 강에 관련된 책과 논문들을 살펴보았습니다. 어느덧 4대강 관련 자료만 커다란 책꽂이에 가득합니다.
신기한 것은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을 알아갈수록 그 안에 감춰진 거짓이 점점 커보이기 시작했습니다. 홍수 예방과 물 부족 해결, 지역 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 등 정부의 주장 그 어느 것에서도 진실을 찾을 수 없었습니다. 4대강 사업을 반대하는 국민의 목소리를 정부는 “반대를 위한 반대”라고 폄하합니다. 그러나 “찬성을 위한 찬성‘이 더 위험합니다. 국민과 국토와 생명에 대한 국가권력의 폭력을 옹호하는 무책임한 행위이기 때문입니다.
‘4대강 살리기’란 이름으로 전 국토를 유린하는 광란의 삽질이 시작되었습니다. 지금 4대강엔 포클레인 바퀴 아래 죽어가는 생명의 신음이 흐릅니다. 강변 정화라는 이름으로 쫓겨나는 농민들의 탄식이 흐릅니다. 수자원 확보라는 미명 아래 댐과 저수지 건설로 삶의 터전에서 내몰리는 산골 주민들의 절규가 강물이 되어 흐릅니다. 지금 4대강엔 죽음의 행진곡이 가득할 뿐입니다(14~15쪽).
한나라당 기관지처럼 ‘4대강 사업’을 홍보
민주당이 강력히 반대하던 ‘4대강 사업’에 대해 충북지사 이시종과 충남지사 안희정이 2010년 8월 초에 소속 정당인 민주당의 주장과는 크게 다른 견해를 밝혔다.
먼저 이시종이 8월 3일 정부과천청사의 국토해양부 4대강 살리기 추진본부를 예고 없이 방문해서 본부장 심명필을 만났다. 그는 “4대강 사업에 큰 틀에서 찬성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충북도의 수자원 관리와 생태하천 복원 문제를 지속적으로 합의하자고 심 본부장에게 제의했다.”(동아일보 8월 4일자 1면).
동아일보 8월 5일자 1면 머리에는 「안희정 충남지사도 “4대강 사업 계속”」이라는 기사가 대서특필되었다.
4대강 사업에 반대하던 안희정 충남도지사가 사실상 찬성 쪽으로 돌아섰다. 김두관 경남도지사도 국토해양부 4대강 살리기 추진본부장과 만나겠다는 의사를 밝히는 등 사업 추진에 유연한 자세를 보이고 있어 4대강 사업추진 속도가 빨라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충남도는 4일 4대강 사업에 반대하는 광역자치단체에 사업 지속 여부를 묻는 국토부의 공문에 대한 답신에서 “4대강(금강) 사업 가운데 자치단체 대행 사업은 계속하되 문제가 발견되면 대안을 마련한 뒤 정부와 협의해 수정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또 “충남도가 대행 협약을 체결해 추진 중인 금강 살리기 사업 4개 공구는 모두 착공돼 정상 추진되고 있어 지속 여부를 묻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덧붙였다.
동아일보는 같은 날짜 31면에 「민주당, 4대강 반대 거둘 때 됐다」라는 사설을 올렸다.
(···) 이시종 지사는 지방선거 때 4대강 반대 공약을 내걸었고, 당선자 시절에도 “4대강 사업을 중단한 뒤 사업 타당성 환경성 검토를 다시 하겠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취임 후 “충북의 금강은 낙동강처럼 대규모 보나 준설 등 운하를 의심케 하거나 환경을 파괴하는 것은 별로 없어 논란거리는 적다”며 사업 중단의 뜻이 없음을 밝혔다. 정치성 반대 공세만 펴다가는 금강의 물 흐름을 원활히 하고 환경을 가꿀 기회를 놓치고, 결국 지역 주민의 이익에도 반한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6월 선거에서 3선에 성공한 민주당 소속 박준영 전남지사는 당선 직후 “4대강 반대는 정치투쟁이고 영산강은 지역 현안사업인데 영산강 사업을 정치논리에 따라서 외면해선 안 된다”며 ‘4대강 사업 절대 반대’라는 당론을 비판했다. 명분에 집착한 당론에 끌려 다니지 않고 강 살리기의 효용성을 인정하면서 주민의 뜻을 수용한 실용정치의 사례다. (·····)
같은 당 소속 안희정 충남지사는 정부 공문에 대한 답신에서 “무조건 반대만 하지 않고 실증적 조사와 대화를 하겠다”고 한발 물러선 듯한 태도를 보였다. (···) 충청지역의 젖줄인 금강이 정치논리에 함몰되다 보니 아리송하고 복잡한 태도를 낳는 것 같다. 단순 명쾌하게 주민을 위한 행정을 펴는 것이 그를 당선시켜준 민심에 보답하는 길이다. 멀리 내다보면 그것이 국민의 지지를 받는 정치인으로 성장하는 방도이기도 하다.
동아일보 8월 6일자 사설(「4대강 ‘가치 극대화’ 위해 정부 더 분발하라」)은 한나라당 기관지에나 나올 법한 글처럼 읽힌다.
4대강 살리기 사업을 줄곧 반대했던 일부 자치단체장들이 ‘4대강 사업 수용’으로 돌아서면서 오랜 갈등의 실마리가 풀리는 분위기다. 4대강 사업을 국가 백년대계 차원에서 성공시키려면 비판세력은 물론이고 주민과 활발한 소통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정부는 반대의견 가운데 사업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내용은 유연한 자세로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정부는 먼저 4대강 사업이 ‘강 살리기’임을 분명히 해야 할 것이다. 지난달 정세균 당시 민주당 대표가 4대강 사업을 반대하는 시민단체들과 만나 “대운하로 의심되는 4대강 사업을 치수사업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듯이 대운하 사업의 사전 포석이라고 믿는 사람들이 아직도 남아 있다. (·····)
공무원 한 명이 반대세력으로부터 험한 말을 듣더라도 의견을 끝까지 경청하고 어떻게든 접점을 찾는 노력을 다할 필요가 있다. 4대강 사업은 홍수 예방과 수질 개선, 물 확보를 위해 하는 일이고 그 결과 생명과 생태계가 복원될 수 있음을 몇 백 번이라도 설명하는 수고를 마다해서는 안 된다. 4대강 사업은 청계천 복원보다 훨씬 규모가 크고 이해 당사자가 많다. 지난달 임명된 박인주 대통령사회통합수석비서관은 “사회가 다원화돼 있으므로 반대편의 목소리도 적극적으로 듣는 자세로 임하겠다”고 밝혔다. 박 수석은 자신의 소임인 ‘사회 통합’을 4대강 사업에서부터 실천하기 바란다. (·····)
녹색성장은 환경 보호와 경제 발전을 동시에 추구한다. 우리가 지난 10년간 성장 동력을 잃고 ‘고용 없는 성장’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4대강 살리기는 녹색기술, 녹색직업, 녹색인재를 키워내는 새로운 기폭제가 될 수 있다. 영국의 ‘제3세대 환경주의’ 기구는 우리나라의 녹색성장 능력이 세계 4위라고 평가했다.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과 시장을 창출해 녹색산업을 키울 기회를 놓쳐선 안 된다.
MBC 피디수첩 ‘4대강 수심 6m의 비밀’
이명박 정부가 군대의 ‘토목공사’ 식으로 밀어붙이는 ‘4대강 사업’이 대운하 건설을 위한 것이라는 사실을 설득력 있게 주장하는 방송 프로그램이 2010년 8월 초순에 완성되었다. MBC의 <피디수첩> 팀이 4대강 사업과 관련된 공직자들이나 전문가들을 장기간 취재한 결과를 토대로 제작한 「4대강 수심 6m의 비밀」이 바로 그것이었다.
국토해양부 4대강 살리기 추진본부는 “피디수첩 팀이 미리 배포한 보도자료가 명백한 허위사실인 데도 신문과 방송, 인터넷 등을 통해 급속하게 확산되고 있다”면서 서울남부지방법원에 방송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동아일보는 8월 18일자 13면에 「PD수첩 ‘4대강 수심 6m 비밀’ / 김재철 사장 지시로 불방 / 법원 가처분 신청은 기각 / 노조, 긴급 심야 대책회의」라는 기사를 2단 크기로 실었다.
MBC는 17일 오후 11시 15분에 방송할 예정이던 「PD수첩-4대강 수심 6m의 비밀」편을 결방하고 「VJ 특급 비하인드 스토리」를 대체 방영했다.
PD수첩이 결방된 이유는 김재철 사장이 방송 2시간여를 앞두고 해당 프로그램의 사전 시사를 제작진에게 요구했으나 제작진이 이를 거부하자 사규 위반을 이유로 방송 보류를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MBC 오행운 PD는 이날 오후 자신의 트위터에 “사장이 보류 결정을 내린 상태여서 불방이 확실시되고 있다”고 전했다.
「PD수첩-4대강 수심 6m의 비밀」편은 이명박 대통령이 대운하 사업의 중단 의사를 밝힌 지 3~6개월 뒤 4대강 살리기 계획의 기본 구상을 만들기 위한 비밀팀이 조직됐으며, 이 팀에는 청와대 관계자 2명을 비롯해 국토해양부 하천 관련 공무원들이 소속돼 있었다는 내용을 다룰 예정이었다. 이 프로그램에는 4대강 사업과 관련된 변경 과정에서 이 대통령의 모교인 동지상고 출신과 영포회 회원들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주장도 포함돼 있었다.
방송에 앞서 국토부는 “허위 사실을 다루고 있다”며 서울남부지법에 방송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으나 법원은 이를 기각했다. 서울남부지법은 “방송이 이뤄진다고 해서 신청인에게 중대하고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입힐 우려가 있다는 점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고 밝혔다.
MBC 노동조합은 “사장의 부당한 개입으로 방송이 보류됐다”면서 물리적 대응에 나서기로 했다. 야당과 시민단체들도 ‘방송의 독립성을 침해하는 행위’라고 거세게 비판했다. PD수첩 제작진은 “회사 쪽이 한 주 뒤에 프로그램을 방영하지 않으면 다른 프로그램 방송을 거부하겠다”고 사장에게 통보했다.
진통 끝에 「4대강 수심 6m의 비밀」은 결국 한 주 뒤인 8월 25일에 방영되었다. 그 내용은 ‘4대 강 살리기’가 대운하 사업과 무관하다는 정부의 주장을 완전히 뒤엎었다. 정부 안에 구성된 ‘비밀팀’이 대통령의 지시를 받아 4대강 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며, 강에 유람선을 띄우고 주변을 개발하겠다던 대운하 사업의 ‘변형’이 바로 그 사업임이 드러났다. 홍수를 조절하는 기능을 갖추려면 문제의 지역을 관리해야 하는데도 사업 주체가 중점적으로 정비하는 곳은 홍수와는 전혀 상관이 없는 대규모 도심지역이었다. 그 지역은 200여 년 동안 홍수 피해에 대한 예방이 되어 있어서 보를 건설하고 물 관리를 할 필요가 없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4대 강의 수심을 6m까지 깊게 만들려는 것은 ‘강 살리기’와는 무관하다는 사실을 시청자들은 확연히 알 수 있었다(<폭력의 자유>, 495~496쪽).
동아일보는 10월 24일자 10면에 「이포보로 간 이 대통령 / “큰 일엔 반대 많은 법”」이라는 기사를 내보냈다.
이명박 대통령은 22일 경기 여주군 이포보에서 “큰일에는 원래 반대가 많다. 역사적인 일에는 반대가 있기 마련”이라며 4대강 사업 반대론에 대한 소회를 밝혔다. 이날 전국의 16개 보(작은 댐) 가운데 한강 수역의 이포보 등 완공된 4개 보에서 ‘4대강 새물결맞이’ 행사가 열렸다. 이포보는 지난해 환경단체 간부 3명이 41일 동안 크레인을 불법 점거하고 시위를 벌인 상징적인 장소다.
이 대통령은 이날 축사에서 “대한민국의 4대강은 생태계를 더욱 보강하고 환경을 살리는 그러한 강으로 (다시) 태어났다”고 평가했다.
이어 리셉션 등의 발언을 통해 “나도 대학 때 (한일협정에) 반대했다. 반대하던 사람들이 돌아서서 (결과에 대해) 긍정적으로 바뀌면 좋은 것”이라며 여론의 호전 가능성에 기대감을 내비쳤다. (···)
이 대통령은 그러면서 “반대하는 분들은 ‘내가 반대를 하니 (나의 반대) 목소리를 반영해서 (정부가) 더 잘 만들었을 것’이라고 생각하며 위로받고, (서로 그렇게) 이해하고 존중하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4대강 사업이 완성 단계(공정 93%)에 접어든 만큼 이 이상의 국론 분열을 중단하자는 제안이었다.
감사원, ‘4대강 사업은 총체적 부실’
이명박이 대통령 임기를 한 달 남짓 남기고 있던 2013년 1월 17일 감사원은 ‘4대강 살리기 사업 주요 시설물 품질 및 수질 관리 실태’에 관한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동아일보는 1월 18일자 1면에 「“4대강 보 16곳 중 11곳 / 부실 공사로 안전 위협”」이라는 기사를 실었다.
이명박 정부가 역점을 두고 추진해 온 4대강 사업이 주요 시설물 보의 내구성 부족과 미흡한 수질 관리, 부당한 준공검사 등으로 총체적 부실 상태에 놓여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은 국토해양부 등을 대상으로 지난해 5~7월 ‘4대강 살리기 사업의 주요 시설물 품질과 수질 관리 실태’에 대해 벌인 감사 결과를 17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4대강의 총 16개 보 가운데 11개 보는 보수가 부실해 안전을 위협받고 있었고, 공주보를 비롯한 15개 보에서는 세굴(강물에 강바닥이 파이는 현상)을 방지하기 위한 보 바닥 보호공이 유실되거나 침하돼 있었다. 또 수문 개방 시 구조물과 보 하부에 가해지는 충격을 견디기 어려운 소규모 고정(固定)보의 설계 기준을 적용해 수문이 훼손될 우려가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환경부는 수질 관리 과정에서 화학적산소요구량(COD)이 아닌 일반 하천의 생화학적산소요구량(BOD) 등 부적절한 지표를 적용해 수질 상태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상수원이 있는 7개 보의 구간에 조류 경보제를 운영하지 않아 현재 음용수로서의 안전성이 저하될 우려가 높은 상태다. 국토부는 사업의 효과나 경제성을 검토하지 않은 채 4대강의 모든 구간에 일괄적으로 대규모 준설을 실시하는 등 주먹구구식으로 사업을 진행했다고 감사원은 설명했다.
감사원은 이번 감사와는 별도로 지난해 11월부터 4대강 사업 입찰 담합 등에 대한 감사를 벌이는 중이며 일부 입찰 부조리 사례를 확인해 조사를 확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동아일보는 1월 19일자 31면에 「4대강, 감사 결과 존중하고 더 푸르게」라는 사설을 올렸다.
심명필 전 4대강 살리기 추진본부장은 지난해 말 퇴임 직후 동아일보 인터뷰에서 이명박 정부의 최대 국책사업인 ‘4대강 살리기 사업’에 대해 스스로 100점 만점에 95점이라고 평가했다. 3년 8개월 간 사업을 진두지휘한 그는 “하천 준설을 통해 1년 내내 물이 흐르는 강을 만들고 홍수와 가뭄에 견딜 수 있는 수자원 관리가 이뤄졌다”고 자랑했다.
그제 공개된 감사원의 감사 결과를 보면 심 본부장의 주장을 곧이곧대로 믿기 어렵다. 4대강의 주요 시설물인 보의 내구성과 수문의 안전성에 문제가 있고 불합리한 관리로 수질이 악화할 우려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규모 준설로 유지관리 비용이 2880억 원이나 되는 문제도 드러났다. 22조원을 들인 대형 국책사업을 임기 내에 마무리하려고 무리하게 속도를 내다가 관리 감독에 빈틈이 생기고 부실 징후가 나타난 것이다. 감사원이 2010년 1차 감사에서는 “문제가 없다”고 해놓고 이번에는 다른 감사 결과를 내놓은 데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도 있다.
4대강 추진본부는 감사 결과에 대해 “시민단체의 주장만 받아들여 문제를 부풀렸다”며 억울해한다. 권도엽 국토해양부 장관도 어제 “보의 안전과 기능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반박했으나 감사원의 구체적 지적들에 대해서는 일부 사실을 인정하고 보완을 약속했다. 감사 결과를 부풀려서도 안 되고 깎아내릴 이유도 없다. 정부 당국은 감사 결과를 무겁게 받아들여 설계, 수질, 유지보수 과정에서 드러난 문제를 꼼꼼히 재점검하고 철저한 보완책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지난해 대선후보 TV토론에서 “4대강 사업에 대한 여러 가지 문제 제기를 알고 있다. 위원회 등을 구성해 잘못된 점을 보완하겠다”고 말했다. 약속대로 새 정부는 정부와 민간 전문가가 참여한 위원회를 구성해 공정하고 투명하게 문제점을 찾아내고, 부실을 털어낼 후속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동아일보는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살리기 사업’이 이 지경이 되기까지 무엇을 했는가? 2010년 8월 6일자 사설(「4대강 ‘가치 극대화’ 위해 정부 더 분발하라」)에서 “4대강 사업은 홍수 예방과 수질 개선, 물 확보를 위해 하는 일이고 그 결과 생명과 생태계가 복원될 수 있음을 몇 백 번이라도 설명하는 수고를 마다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는데, 그 이후 이명박 정부가 그렇게 하고 있는지 여부를 감시하고 비판해야 마땅한 언론의 기능을 충실히 수행했는가? 전혀 그렇지 않다. 한나라당 기관지처럼 그 사업을 허황된 언어로 미화하는 데만 열중했다.
감사원이 박근혜의 대통령 취임을 49일 앞두고 ‘4대강 사업’에 대한 감사 결과를 발표한 것은 기회주의의 전형으로, ‘새 권력’의 부담을 덜어주려는 것이라고 비판했어야 한다. 그런데 동아일보는 “감사 결과 존중하고 더 푸르게”를 외쳤다. 무책임한 언론의 민낯을 여지없이 드러낸 셈이다.
관리자 freemediaf@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