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결정까지 대놓고 부정” “위법한 권한 남용” 비판
방통위 무리수에도 방문진 이사회는 여전히 야권 우위
▲의사봉 두드리는 이동관 방통위원장. ⓒ연합뉴스 |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가 18일 “독립적으로 수행돼야 할 MBC 특별감사 업무에 참여해 MBC 감사업무의 공정성을 저해하고 독립성을 침해했고, MBC 사장 선임과정에 대한 부실 검증 및 MBC와 관계사 경영에 대한 관리·감독을 소홀히 했다”는 등의 이유로 김기중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이사 해임을 의결했다.
앞서 방문진 야권 이사 5인은 17일 “사법부 결정을 무시하고 방통위가 김기중 이사 해임을 강행한다고 하더라도 권태선 이사장 해임과 마찬가지로 신속한 집행정지와 이사 복귀 과정을 밟게 될 것”이라며 “방통위는 더 이상 공영방송 장악 시도로 우리 사회에 불신과 혼동을 야기하지 말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방통위는 해임을 강행했다.
앞서 서울행정법원은 지난 11일 권태선 방문진 이사장이 방통위를 상대로 제기한 해임 처분 집행정지 신청을 인용했다. 방통위는 지난 8월21일 권 이사장을 해임 처분했는데, 법원은 해임처분 취소소송 1심(본안소송) 선고일로부터 30일이 되는 날까지 효력을 정지하도록 결정했다. 공영방송 이사의 해임처분 집행정지 신청이 인용된 것은 권 이사장 사례가 최초다.
서울행정법원은 결정문에서 “해임 사유 중 상당 부분은 방문진 이사회가 심의‧의결을 거쳐 그 의사를 결정했거나, 그 심의‧의결과 관련된 사항에 해당함을 알 수 있다”며 “이사 개인으로서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를 위반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김기중 이사의 주요 해임 사유였던 MBC 특별감사 업무 참여 역시 이사회 결정 사항이었다.
이와 관련 방문진 이사회는 지난달 8일 “옵서버 파견은 사장 선임 책임이 있는 방문진으로서 MBC감사 동의와 협조로 진행했으며 MBC 감사업무를 방해한 적이 없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외에도 김기중 이사의 다른 해임 사유는 ‘MBC 관리 감독 부실’이라는 권 이사장 해임 사유와 유사하다. 김 이사 역시 다시 방문진에 복귀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권태선 방문진 이사장이 지난 8월 방통위 앞 기자회견에서 발언하는 모습. ⓒ연합뉴스 |
방통위는 권 이사장 복귀에 “방문진의 의사결정 과정에 혼란이 발생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벌어진 데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즉각 항고 의사를 밝혔지만 법원은 “피신청인(방통위)이 주장하는 (해임의) 공익상 필요가 신청인이 입는 손해를 희생하더라도 옹호해야 할 만큼 구체적이고 개별적인 정도에 이르렀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판단한 상황이다.
더불어민주당 언론자유특별위원회는 18일 “합의제 행정기구의 취지를 무시한 채 대통령 지명으로만 구성된 ‘2인 체제 방통위’는 오늘 김기중 이사 해임을 밀어붙였다. 사법부가 권태선 이사장 해임을 인정하지 않은 논리라면, 김기중 이사에 대한 해임도 방통위의 위법한 권한 남용”이라고 비판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도 같은 날 “이제는 법원 결정까지 대놓고 부정하고 짓밟는 형국”이라며 “김기중 이사 해임 사유는 권 이사장 때와 마찬가지로 억지투성이다. 김 이사보다 많은 해임 사유를 적시했던 권 이사장도 집행정지 신청이 인용된 상황에서, 추가 해임을 밀어붙인 것은 방송장악에 이성을 상실한 방통위의 몽니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MBC본부는 또 “김기중 이사 해임 결정 당사자는 이동관이다. 이번 해임처분은 향후 법원에서 집행 정지될 가능성이 높다는 걸 알면서도, 법원 판단을 정면으로 부인하며 강행했다는 점에서 더 악질적”이라며 이동관 위원장의 즉각 사퇴를 요구했다. 이런 가운데 방통위가 방문진 이사 해임을 위한 무리수의 수위를 높일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현재로선 어떠한 경우의 수에서도 여권 이사들이 수적 우위를 점할 수 없기 때문이다. 현재 방문진 이사회 구도는 김 이사 해임에도 5대4로 야권 우위다. 방통위가 김기중 이사 몫으로 빠르게 보궐이사를 임명해도 구도는 5대5여서 MBC사장 교체는 불가능하다. 기존 이사들 임기는 2024년 8월까지다.
19일 오후로 예정된 방문진 정기이사회에서는 김성근 이사의 거취를 놓고 이사들 간 논쟁이 예상된다. 방문진 야권 이사들은 17일 “방문진법은 이사회 정원에 대해 9인의 이사로 구성됨을 명확하게 규정하고 있다”며 방통위를 향해 “권태선 이사 보궐이사로 임명된 김성근 임명은 법원 결정에 대한 이행조치로써 마땅히 스스로 취소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국회 과방위 야당 간사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김성근 이사는 그 자체로 원천 무효”라고 했고, 언론노조 MBC본부는 “최소한의 양식이 있다면 김성근 씨는 지금이라도 즉각 사퇴하는 것이 옳다”고 주장했다. 김성근 이사의 직무가 정지되면 이사회 구도는 5대4로 다시 야권 우위가 된다.
때문에 방통위가 추가적인 방문진 이사 해임 움직임에 나설 것이란 전망은 자연스럽다. 하지만 빠른 해임을 위해 각종 무리수를 둘수록 이동관 위원장 스스로 국회 다수 의석을 가진 야당에 ‘탄핵’ 사유를 제공하게 되고, ‘MBC장악’ 속도가 늦어질 경우엔 여권내 ‘이동관 책임론’이 불거지기 때문에 시간이 흐를수록 이동관 위원장 입지가 줄어들 것이란 예측도 있다.
* 이글은 2023년 09월 18일(월) 미디어오늘 정철운 기자의 기사 전문입니다. 기사원문 보기 클릭
관리자 freemediaf@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