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3월 27일자 동아일보 1면은 ‘천안함 침몰’에 관한 기사로 뒤덮였다. 「해군함 서해 침몰···104명 중 40여 명 실종 / 군 “백령도 인근서 폭발로 선미 구멍”···청(靑) “북한과 연계성 확실치 않다”」라는 제목만 보면 그 사건의 원인을 짐작할 수가 없다. 기사 내용은 아래와 같다.
서해를 순찰 중이던 해군 초계함 천안함이 26일 오후 9시 45분경 백령도 서남쪽 1.8km 해역에서 초계 임무를 수행하던 도중 원인 모를 폭발과 함께 함정 바닥에 구멍이 뚫려 침몰했다고 합동참모본부가 밝혔다. 당시 천안함에는 104명의 승조원이 탑승하고 있었다. 이 중 58명은 구조됐으나 나머지 46명 중 상당수는 실종된 것으로 알려졌다.
군과 정부는 이번 침몰의 원인과 관련해 북한의 어뢰 등의 공격에 의한 것일 가능성이 적다면서도 북한과 관련한 사건일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
군 관계자는 “현재 확인된 것은 배 아랫부분에서 폭발이 일어나 선체 아래에 구멍이 생겼다는 것일 뿐”이라며 “폭발이 외부에서 비롯된 것인지, 내부에서 발생한 것인지는 시간을 갖고 정밀하게 조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침몰 지점이 북방한계선(NLL)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는 점 등을 미뤄 볼 때 북한의 공격 가능성은 적은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 “원인 조사에는 시간이 꽤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천안함 침몰 사건(정부의 공식 명칭은 천안함 피격 사건)’에 관해 언론이 가장 관심을 쏟은 것은 사고 원인이 ‘어떤 폭발’인지, 아니면 ‘좌초’ 또는 ‘충돌’인지, 또는 ‘좌초 뒤 충돌’인지였다.
동아일보는 3월 29일자 6면에 그 문제에 대한 기사(「북 3일째 침묵···무관해서? 무관한 척?」)를 크게 실었다. 이 기사는 북한의 도발 가능성에 대한 주장과 그에 대한 반론을 다음과 같이 정리했다.
“북 연루 가능성 있다”: 1)대청해전 패배 보복 2)유화 공세 안 먹히자 군사 모험주의로 전환 3)분쟁지역 부각시켜 미에 평화협정 압박 4)화폐개혁 반발 무마 대남 무력 분쟁 의도
“지나친 억측”: 1)보복이라면 왜 밤에 몰래 2)북·미 대화 등 민감 시기에 전쟁 부를 도발 했겠나 3)NLL 12km 남쪽 지점 적 잠수정 침투 어려워 4)1, 2차 연평해전과 달리 감청·레이더 포착 없어
이명박, ‘언론의 추측성 보도는 위험’
조선일보는 3월 31일자 1면 머리기사(「침몰 전후 북 잠수정이 움직였다」)에서 ‘익명의 정부 소식통’ 말이라며 ‘북한군의 ‘공격 가능성’을 가장 먼저 제기하고 나섰다.
천안함 침몰사고의 원인으로 북한 잠수정 또는 반잠수정에 의한 어뢰·기뢰의 공격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는 가운데 사고 발생 지역인 백령도에서 멀지 않은 북한 서해안 잠수함 기지에서 천안함이 침몰한 지난 26일을 전후해 잠수정(또는 반잠수정)이 사라졌다가 다시 나타난 사실이 확인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소식통은 30일 “천안함 침몰사고 이후 미 정찰위성 사진 등을 정밀분석해본 결과, 백령도에서 50여㎞ 떨어진 사곶기지에서 잠수정(반잠수정)이 지난 26일을 전후해 며칠 간 사라졌다가 다시 기지로 복귀한 것으로 파악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움직임을 보인 잠수정(반잠수정)의 종류와 숫자(규모)에 대해선 확인되지 않았다.
이 소식통은 “북 잠수정이나 반잠수정이 기지에서 사라졌다가 나타나는 경우는 종종 있는 일이어서 이번 사고와의 연관성을 단정하기는 힘들다”며 “구체적인 정황을 확인 중”이라고 전했다. (···)
(···) 김태영 국방장관도 29일 국회 국방위에서 “북한 반잠수정은 어뢰 2발을 발사할 수 있다”며 반잠수정에 의한 피격 가능성을 부인하지 않았다.
그런데 정작 국군통수권자인 대통령 이명박은 위와 같은 조선일보 기사가 나간 이튿날인 4월 1일 “언론에 자꾸 추측성 보도가 나오는데 위험한 것 같다”고 말했다. 동아일보는 4월 2일자 1면에 이명박이 발언한 내용을 보도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천안함 침몰 사고와 관련해 “외국의 해전사(海戰史)를 봐도 원인 규명에 1년이 넘게 걸리는 경우도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통령은 1일 대통령특사로 최근 외국을 다녀온 한나라당 의원들과의 오찬간담회에서 “원인을 제대로 알기 전에 혼란스럽게 하면 안 된다. 선진국 대열에 든 나라답게 시간이 걸리더라도 제대로 원인을 밝혀야 한다”며 이렇게 말했다고 복수의 참석자가 전했다.
이 대통령은 한 의원이 “북한과 관련이 있을 가능성이 큰 게 아니냐”고 묻자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조사를 하는 것이다. 북한 관련 문제도 있을 수 있겠으나 만약 우리가 북한 쪽이라고 (얘기)한다면 증거를 내놓아야 하는데 자칫 국제적인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이 대통령은 “언론에 자꾸 추측성 보도가 나오는데 위험한 것 같다”며 “(군 당국은) 절대 있는 그대로 보고하고 발표해야 한다. 군에 그렇게 지시했다”고 말했다고 참석자들이 전했다.
국군의 최고급 정보를 모조리 보고받고 있는 대통령이 4월 1일 천안함 침몰 사고에 대해 “북한이 개입한 증거가 없다”고 단언하고, 국방부도 그런 보도자료를 돌렸는데 조선일보는 어떻게 그보다 하루 전에 ‘익명의 정부 소식통’을 통해 ‘북한 잠수함 또는 잠수정의 움직임’을 파악했을까? 이 분야의 전문가들이라면 ‘기자의 작문’이라고 볼 수밖에 없을 것이다.
또 하나, 분명히 기억해야 할 일이 있다. 최첨단 위성통신시설을 이용해서 한반도와 주변 바다의 남북한 병력과 함정의 동향을 샅샅이 파악하는 능력을 가진 미국은 천안한 침몰 사고 뒤 닷새가 지난 3월 31일까지는 물론 그 뒤 한참 동안 북한 잠수함(정)이 사고 당일 백령도 부근에 나타났다는 정보를 한국 정부에 건네준 적이 없다고 한다.
동아일보는 4월 2일자 39면에 「국가 안보의 기본까지 허물어서는 안 된다」라는 사설을 올렸다.
해군 초계함 천안함의 침몰 원인에 관해 일주일 동안 각종 의혹 제기와 정치 공세, 음모론이 난무하면서 나라의 내부 분란이 커지는 양상이다. 어쩐 일인지 침묵을 지키던 북한은 이 틈에 군사적 협박을 재개했다. 북은 그제 한미 독수리훈련(3월 8∼29일)을 ‘북침전쟁 연습’이라고 생떼를 쓰면서 “한미 해군 전투함선을 바다에 수장해 버리고 말 것”이라고 위협했다. 천안함 침몰과 우리의 내부 불안을 대남 공세에 역이용하는 전술로 판단된다.
천안함 침몰의 원인 규명과 실종 장병 구조, 위기 대응은 정부와 군 당국이 총력을 기울여 수행해야 할 시급한 과제다. 정치권을 비롯한 각계의 역량도 거기에 집중해야 한다. 그런데 지금 우리 사회가 돌아가는 모습을 보면 우려스러운 점이 적지 않다. 민주당은 천안함 사태의 수습을 책임지고 있는 김태영 국방부 장관과 김성찬 해군참모총장의 해임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들에게 잘못이 있다면 정확한 원인 조사가 끝난 뒤 따질 것은 따지고 거취를 거론해도 늦지 않다. 거친 강물을 건너는 긴박한 상황에선 말을 갈아타지 않는 법이다.
야당과 일부 사회단체 및 언론은 북한의 개입 가능성에 대한 군 당국의 원론적 언급을 ‘북풍에 의한 보수층 결집 음모’라고 주장한다. 무책임한 편가르기다. 이들은 천안함 참사를 6·2 지방선거의 불쏘시개로 쓰려는 의도마저 드러낸다. 국가 안보를 위협하는 대형 사고가 터졌을 때는 내부 분열을 멈추고 외부로부터의 위험을 먼저 경계하고 제거하는 것이 상식이다.
일부 사회단체는 국방부에 천안함의 임무와 일지, 교신 내용, 항해기록, 해군 지침과 매뉴얼, 기뢰에 의한 폭파 또는 오폭 의혹, 독수리훈련 작전기록을 통째로 내놓으라고 요구했다. 이들 자료 중에는 군사기밀도 일부 포함돼 있다. 침몰 원인과 조사 과정을 국민 앞에 투명하게 공개해야 하겠지만 국가 안보에 직결된 민감한 군사기밀까지 가리지 않고 내놓으라는 것은 지나치다.
‘천안함 침몰 사건 조사 결과’에 대한 찬반 양론
4월 11일 천안함 침몰 사고의 원인을 밝혀내기 위해 민간·군인합동조사단이 구성되었다. 조사위원으로는 민간전문가 30명, 군인 100명이 선정되었고, 위원장에는 카이스트(한국과학기술원) 원장을 지낸 유덕용이 임명되었다.
침몰된 천안함이 인양된 직후인 4월 16일자 동아일보 35면에는 「천안함이 대한민국의 역량을 묻는다」라는 사설이 나왔다.
천안함 함미가 인양됨에 따라 병사들의 시신 수습과 함께 사고 원인을 규명하는 작업이 급물살을 타게 됐다. 중요한 ‘사건 현장’이 확보된 만큼 지금부터는 침몰을 초래한 직접적인 원인이 무엇인지 차분하면서도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조사가 필요하다. 현재까지 나온 단서로 보면 외부 요인에 따른 사고 가능성이 높다. 과연 누구의 소행인지 물증을 찾아내는 것이 조사 작업의 핵심이라고 본다.
부분적으로 공개된 함미의 상태는 처참했다. 연돌(굴뚝)과 하푼미사일 2기, 경어뢰 2발이 장착된 어뢰발사관 1문이 사라졌다. 갑판 아래쪽 바닥이 역(逆) V자 모양으로 솟구쳐 올랐고 절단면은 너덜너덜 찢겨졌다.
이런 정황만으로도 외부 요인, 그것도 아주 강력한 폭발이 사고의 원인이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함미의 좌현 절단면이 강한 압력을 받은 듯 움푹 들어간 것은 천안함이 좌현에서 접근해온 어뢰나 기뢰 같은 폭발물에 의해 두 동강 나면서 침몰한 것으로 추정되는 근거다. 근년에 서해에서 우리 해군과 세 차례나 충돌한 북한의 소행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지만 구체적인 증거가 나올 때까지 일단 기다려야 한다. 섣부른 예단에 따른 감정의 분출은 정확한 진상 규명을 방해할 수 있다.
그렇더라도 북한의 소행으로 밝혀졌을 때 어떻게 대응할지는 미리 준비해 놓을 필요가 있다. 김태영 국방부 장관은 그제 북의 개입이 확실할 경우 “군사적, 비군사적 모든 다양한 계획을 나름대로 강구하고 있다”고 밝혔다가 논란이 일자 “모든 대비를 강구하겠다”라고 수정했다. 복잡하게 말할 것 없이 정치적 외교적 대응과 결단은 정부에 맡기고, 군은 군사적 대응 준비를 하면 된다. (·····)
원인 규명을 해나가는 과정도 중요하다. 과정이 투명해야 조사 결과가 신뢰를 확보할 수 있고, 그래야만 가해자에 대한 대응도 지지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천안함 침몰은 국가 안보와 직결된 사건인 만큼 군이 모든 조사 과정이나 증거물을 100% 공개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기밀주의에 매몰돼 불필요한 오해를 사는 일은 피해야 한다. 공개가 어려운 것은 양해를 구하되, 공개해야 할 것은 과감히 공개해 국민의 신뢰를 얻어야 할 것이다. 그래야만 근거 없는 유언(流言)이나 선동을 잠재울 수 있다. 정치권은 불필요한 의혹을 증폭시키고 정쟁을 조장하는 일을 해서는 안 된다. (·····)
세계는 지금 우리가 천안함 침몰 같은 국가적 위기를 맞아 어떻게 일을 처리해 나가는지 주의 깊게 지켜보고 있다. 이성적 합리적인 자세로 대처해야만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할 수 있다. 천안함은 대한민국의 총체적인 역량을 묻고 있다. 우리는 천안함 사병들의 고귀한 희생을 헛되게 할 수 없다는 결의를 굳게 다져야 한다.
천안함 침몰 원인을 조사해온 민군 합동조사단 공동단장 윤덕용은 5월 20일 국방부 대회의실에서 ‘천안함 침몰사건 조사 결과’ 발표를 통해 해저에서 수거한 ‘결정적 증거’인 어뢰 뒷부분 추진부와 군이 확보한 비밀자료 분석에 근거해 “천안함은 북한제 어뢰에 의한 외부 수중 폭발의 결과로 침몰했다는 결론에 도달했다”고 밝혔다. 동아일보는 5월 21일자 1면 머리에 「“북 잠수정이 북한제 어뢰로 천안함 침몰시켰다」라는 제목 아래 ‘합조단이 제시한 북의 어뢰 공격일 수밖에 없는 결정적 증거 6가지’를 요약해서 실었다.
1)손으로 쓴 ‘1번’, 북 표기방법 일치
민군 합조단은 15일 오전 9시 25분경 천안함 침몰 해역 47m 수심에서 쌍끌이 어선을 동원해 각각 5개의 순회전 및 역회전 프로펠러, 추진모터, 조종장치를 통째로 건져냈다. 이 어뢰 부품들을 ‘북한산 무기 소개책자(캐탈로그)’에 소개된 CHT-02D의 설계도면과 비교한 결과 크기와 형태가 정확히 일치했다. 또 추진체 뒷부분 내부에 손으로 직접 쓴 ‘1번’이라는 한글 표기는 7년 전 수거한 북한의 훈련용 어뢰에 적힌 ‘4호’와 표기방법이 일치했다.
2)어뢰 화약, 천안함 34곳 이상서 검출
천안함 곳곳에서는 어뢰의 화약 성분이 검출됐다. (···) 천안함에서 검출된 알루미늄 산화물이 수거한 어뢰 프로펠러 2곳에서도 똑같이 발견돼 이 어뢰가 천안함을 타격한 주범임이 확인됐다.
3)사라진 북 잠수함 천안함 침몰 후 복귀
합조단은 천안함 침몰(3월 26일) 2, 3일 전 북한의 상어급 잠수함 1척과 연어급 잠수정 1척이 서해 북한 해군기지를 이탈한 뒤 2, 3일 뒤에 기지로 복귀했다고 밝혔다.
4)함체 절단면 강력한 수중 폭발 입증
함체를 지탱해주는 용골과 외판이 위로 심하게 꺾였다. 주갑판도 좌현 쪽이 위로 크게 변형됐고 함수·함미의 밑바닥도 아래쪽에서 위쪽으로 꺾여 함체 좌현 아래에서 수중 폭발이 있었음을 보여줬다.
5)백령도 초병 ‘100m 높이 물기둥’ 목격
(···) 합조단은 백령도의 해안 초병이 높이 100m, 폭 20~30m의 섬광 기둥을 발견했고, 천안함 좌현 견시병이 폭발과 동시에 넘어지면서 얼굴에 물방울이 튀었다는 진술 등을 근거로 들었다.
6)시뮬레이션 통해 버블제트 확인
합조단은 다양한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입증 작업을 거쳤다. 천안함이 어떻게 두 동강 났는지에 대해 수차례 시뮬레이션을 통해 수심 약 6~9m, 가스터빈실 중앙으로부터 좌현 3m 위치에서 폭발량 200~300kg 규모의 폭발이 있었던 것으로 결론지었다.
동아일보는 합조단의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위 기사와 같은 날짜 31면에 극도로 격앙된 논조의 사설(「김정일 집단, 너희가 ‘우리 민족’이냐」)을 내보냈다.
천안함 폭침은 북한 김정일 집단이 ‘1번’ 어뢰로 저지른 도발이었다. 한국 민군과 미국·영국·호주·스웨덴을 포함한 다국적 합동조사단은 어제 북한이 개발한 CHT-02D 중어뢰가 천안함을 침몰시켰다고 공식 발표했다. (·····)
궁지에 몰린 북한은 합조단 발표 시작 30분 만에 국방위원회 성명을 통해 ‘날조극’이라며 “국방위원회 검열단을 파견하겠다”고 큰소리쳤다. 강도살인범이 현장검증을 하겠다는 망발이다. 후안무치한 김정일 집단은 움직일 수 없는 물증 제시에 당황했는지 “제재에 대해 전면전쟁을 포함한 강경조치로 대답할 것”이라는 협박을 늘어놨다. 북이 전면 도발을 해온다면 우리는 결연한 자세로 김정일 집단에 최후를 안겨줄 만반의 준비를 갖춰야 한다. (·····)
민주당 정세균 대표는 어제 “북한의 공격에 의한 것이라면 안방에서 당한 안보 무능을 그냥 넘어갈 수 있느냐. 군통수권자인 대통령이 책임져야 한다”면서 대통령의 사과와 내각 총사퇴를 요구했다. 민주당이야말로 그동안 “이명박 정부가 근거도 없이 북의 소행으로 몰아가고 있다”며 북을 감싸고 돈 것에 대해 먼저 국민 앞에 사과해야 한다.
안보시스템의 허점에 대해 대통령과 군 수뇌부는 통렬히 반성해야 하고, 국민은 정부의 책임을 추궁할 수 있다. 그러나 민주당과 좌파세력은 그런 말을 할 자격이 없다. 2002년 6월 29일 발생한 제2연평해전 때 김대중 당시 대통령의 햇볕정책으로 물렁해진 교전수칙 때문에 적의 도발 앞에서 우리 해군은 손발이 묶여 6명의 장병이 희생됐다. 그런 민주당이 북한의 천안함 폭침에 대해 ‘안보무능 정권’ 운운하는 것은 자가당착이다.
민군합동조사단이 조사 결과를 발표하기 시작한 지 30분 뒤인 오전 10시 30분 북한의 최고권력기관인 국방위원회는 대변인 성명을 통해 “천안함 조사결과는 날조됐다”고 주장하면서 국방위 검찰단을 남측으로 파견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민군합동조사단은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정전상태이고 정전 관리를 하기 위해 유엔사 정전위가 편성돼 있기 때문에 이와 같은 사건이 북한과 어떻게 연루됐느냐는 점은 정전위에서 판단할 문제”라는 이유로 북한의 검열단 파견 수용을 사실상 거부했다. 그러자 북한 인민무력부장 김영춘은 5월 22일자로 보낸 ‘통지문’에서 “남측의 말대로 조사 결과가 객관적이고 과학적이라면 우리 검열단을 받아들이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동아일보는 5월 22일자 27면에도 강경한 내용의 사설(「한미일 ‘김정일 특권집단 사유경제’의 목을 죄라」)을 실었다.
(···) 북한 특권집단은 김대중·노무현 정권이 집권한 10년 동안 ‘남한 특수(特需)’를 누렸다. 좌파정권이 북한에 바친 돈은 공식적으로 8조 원을 넘는다. 김대중·김정일 정상회담을 위한 ‘뒷돈’이나, 남한의 각계 인사들이 북한을 방문하거나 거래하면서 준 돈까지 합치면 10조 원을 훨씬 넘을 것이다. 북한은 이 돈을 대부분 핵무기와 미사일 개방 등 군비 증강과 김정일 특권집단의 사유경제를 살찌우는 데 썼다. (·····)
국제사회는 6·25 전쟁 이후 최악의 도발을 자행한 북한 특권집단의 목을 죄는 실효성 있는 경제 제재에 나서야 한다. 과거 미국이 김정일의 ‘통치 비자금’이 숨겨진 것으로 지목된 방코텔아시아(BDA)은행의 북한 금융계좌를 동결하자 북한은 전전긍긍했다. 국제사회가 세계 각국 금융기관의 불법 북한 계좌를 샅샅이 찾아내 돈줄을 끊어놓으면 북한 특권집단은 호화 생활물품이나 군사물자를 구입하기 어려울 것이다. 일본도 총련을 통한 대북 송금 루트를 차단해야 한다.
정부는 북한이 ‘민족적 범죄’를 사죄하기 전에는 북한 기득권집단에 도움이 되는 모든 형태의 대북 지원을 중단할 필요가 있다. 우리 국민도 해외관광을 나갔을 때 북한이 운영하는 식당과 상점을 일절 방문하지 않는 구체적인 행동으로 북한 특권집단의 사금고를 차단하는 데 힘을 보태야 한다. 강력한 비군사적 응징은 군사적 보복 못지않은 효과를 낼 수 있다.
민군합동조사단이 ‘천안함 침몰 사건 조사 결과’를 발표하자 조·중·동을 비롯한 보수언론은 ‘전폭적인 신뢰’를 보였지만, 다수의 진보적 언론과 시민단체들, 그리고 개인들은 “조사 결과를 신뢰할 수 없다”는 반응을 나타냈다.
군사전문월간지 <디펜스21+> 편집장 김종대는 “북한 잠수정의 제원이나 낙후도 등을 고려할 때 그 수준을 ‘초등학교 야구단’이라고 한다면, 한미 합동군의 수준은 ‘프로 야구단’이라며, 만일 합동조사단의 발표대로라면 초등학교 야구단이 프로 야구단을 이기는 사태가 발생한 것”이라고 말했다.
합동조사단에 민주당 추천 민간위원으로 참여해서 활동하다 ‘천안함 좌초설’을 주장했다는 이유로 해군에 의해 고소당한 바 있는 신상철(인터넷매체서프라이즈 대표, 필명 독고탁)은 ‘합조단은 국가에서 위임한 조사기관’이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임을 전제로 아래와 같이 제안했다.
1)합조단의 발표에 의거, 대한민국 국방의 최고책임자인 국방장관은 즉시 해임되어야 하고 그 과실에 상응하는 처벌을 받아야 한다.
2)최고의 첨단 장비를 갖추고 있음에도 적의 접근을 탐지하지 못하고 기습공격을 허용함으로써 국토 방위에 대한 국민의 불안감을 증폭시키게 한 함장, 전대사령관, 함대사령관, 참모총장, 합참의장 등 모든 지휘관은 군사재판에 회부되어야 한다.
3)적의 공격인지 사고인지 판단조차 하지 못하여 두 달이라는 시간을 허비할 만큼 무능하기 짝이 없는 국방부 내 정보·작전 부서의 지휘관들 역시 그에 상응하는 징계가 따라야 한다.
4)사안의 위중함에 대한 판단도 없이, 영토 침해 및 기습공격의 당사자인 적국과 불과 20km도 채 떨어져 있지 않은 백령도에 대통령이 가도록 만든 청와대 참모 및 안보라인 책임자들 전원을 해임해야 할 것이다. 이는 대통령의 유고를 가져올 수 있는 중대사인 만큼 상응하는 처벌이 따라야 할 것이다.
5)위의 일련의 조치가 이루어진 후, 사건의 당사자이며 조사의 대상인 군이 조사를 맡아 지휘함으로 인하여 진실이 왜곡되었을 가능성에 대하여 국회 차원의 조사(국정조사)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며, 사건과 이해 관련성이 없는 민간 전문가 그룹이 폭 넓게 참여하여 투명하고 객관적이며 공정한 조사가 이루어지도록 해야 할 것이다(서프라이즈 2010년 5월 21일자).
6·2 지방선거와 동아일보의 ‘천안함 북풍 몰이’
민군합동조사단이 ‘천안함 침몰 조사 결과’를 발표한 5월 20일은 제5회 전국 지방자치제선거를 13일 앞둔 날이었다. 한나라당과 야권은 6월 2일에 치러질 지방선거를 이명박 정권에 대한 ‘중간 평가’로 보고 치열하게 맞서고 있었다.
역대 선거에서 자주 드러났듯이, 보수세력은 ‘북한의 안보 위협’을 소재로 정치적 위기의식을 일으키는 이른바 ‘북풍’을 가장 강력한 선거운동 무기로 사용해 왔다. 6·2 지방선거도 예외는 아니었다. 이명박 정권은 ‘천안함 사건’이라는 ‘호재’를 최대한으로 이용하려고 했다. 동아일보를 포함한 보수언론은 거기에 적극적으로 호응했다.
동아일보는 5월 24일자부터 지방선거 투표일인 6월 2일자까지 ‘천안함 사건’ 관련 사설을 무려 17편이나 내보냈다. 그 가운데 논조가 가장 강한 사설들의 요지를 보기로 하자.
「천안함 46용사 유족에게 무릎 꿇어야 할 사람들」(5월 24일자)
“그 사람들은 달나라에서 사나? 말이 안 통한다. 대한민국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들이다.” 2002년 6월 제2연평해전 때 아들 윤영하 소령을 잃은 윤두호(68·예비역 해군 대위) 씨는 천안함 사건 조사 결과를 비방하는 사람들에게 분통을 터뜨렸다.
천안함 희생 장병 46명의 유족은 어제 군 당국의 조사 결과 설명을 듣고, 침몰 직전의 선내 모습을 담은 폐쇄회로 영상을 보며 다시 오열했다. “반드시 응징해야 한다”는 분노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천안함 전사자 가족협의회는 성명을 통해 북한의 만행을 규탄하고 사죄를 요구했다. 유족들은 특히 우리 사회 내부를 향해 “진실을 왜곡하거나 전사자와 가족의 명예를 훼손하고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행위를 용납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
내부 폭발설은 희생 장병들의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유언비어다. 미군의 오폭설이나 우리 기뢰에 의한 폭발설, 선체 자체의 피로파괴설, 좌초설도 북을 감싸기 위한 의혹 제기였다. 일부 야당 정치인과 친북좌파 세력, 철없는 누리꾼은 유족들에게 무릎을 꿇고 사죄해도 시원치 않을 사람들이다.
국민참여당 유시민 경기도지사 후보는 ‘억측과 소설’이라는 망발을 했다. 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는 “북의 공격 가능성은 낮다”고 했다가 조사단 발표 후에는 대통령 사과와 국방부 장관 등의 해임 및 군사법원 회부를 주장했다. 민주노동당은 “요건을 상실한 F학점 보고서”라고 조사 결과를 평가절하하면서도 가해자인 북의 책임은 거론하지 않았다. 인터넷 매체 서프라이즈 대표 신상철 씨는 월터 샤프 주한 미군사령관의 한주호 준위 장례식 참석과 주한 미국대사의 백령도 방문을 거론하며 충돌의 주체로 미국 군함을 지목했다.
「‘김정일 집단’ 응징, 실효가 있어야 한다」(5월 25일자)
이명박 대통령은 어제 북한의 천안함 격침을 ‘대한민국을 공격한 군사도발’로 규정하고 북한의 추가적 군사 도발에 즉각 무력 대응할 것을 선언했다. 대북정책 기조의 대전환을 국내외에 알리는 선언이다. 천안함 폭침은 대한민국에 대한 공격일 뿐 아니라 동족에 대한 집단살인 행위다. 이 대통령이 밝힌 대응조치는 정당하며 그 책임은 전적으로 유엔 헌장과 정전협정, 남북 기본합의서를 위반한 북에 있다. (·····)
이 대통령은 “북한이 대한민국과 국제사회 앞에 사과하고, 사건 관련자들을 즉각 처벌할 것”을 요구했다. 북은 “우리의 궁극적 목표가 군사적 대결이 아니라 한반도의 안정과 평화”라는 대통령의 말을 허투루 들어서는 안될 것이다. 북은 국제사회가 참여한 조사결과를 ‘남한 정부의 자작극’이라고 몰아붙이며 검열단을 파견하겠다는 억지를 부렸다. ‘1번’ 어뢰의 증거가 명명백백한 상황에서 그런 검열단이 있거들랑 누구 지시로 어떤 부대가 공격을 했는지 밝히는 조사를 시작할 일이다.
천안함 사태로 한반도 정세는 중대한 국면 전환을 맞고 있다. 천안함 침몰이 대한민국을 공격한 북한의 군사도발로 명백히 드러난 이상 대통령은 5000만 국민의 귀중한 생명과 재산, 국가를 수호하기 위해 비상한 각오로 행동에 나서지 않을 수 없다. 친북좌파 정권이 햇볕정책의 미명 아래 잘못 길들인 북의 버릇을 근본적으로 고쳐야 할 때다.
「이종석씨의 경우」(5월 26일자)
노무현 정부 시절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차장, 통일부 장관을 지낸 이종석 씨가 언론매체를 통해 “노무현 정부는 국방비를 연간 9% 안팎으로 증액했는데, 이명박 정부는 국방비 증가율을 3%대로 깎았다”고 비판했다. 노 정부의 국방비 증액은 따지고 보면 2012년 전시작전통제권 전환과 한미연합사 해체에 따른 치명적인 대북 억지력 상실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자 이를 보완하는 추가비용의 성격이 짙었다. 전작권 전환은 노 정부가 먼저 제기해 미국과 합의에 이른 것이다.
이 씨의 주장은 상당 부분 자화자찬으로 실상을 호도하고 있다. 이 씨는 노 정부가 북방한계선(NLL)의 긴장을 완화하기 위해 2004년 서해상 우발적 충돌방지 체계를 수립해 5년 동안 NLL과 휴전선에서 한 차례도 교전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당시 NLL을 둘러싼 충돌이 없었던 것은 북한이 2004년 남북 장성급 회담 이후 서해를 공동어로수역과 평화수역 등으로 공동관리하자고 줄기차게 매달렸기 때문이다. 노 정부는 2007년 정상회담에서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 구상에 합의해줬다. 우리의 바다에 관한 권리를 일부 양보하면서 얻은 일시적 위장평화는 자랑할 일이 아니다. (·····)
노 정부는 2004년 비무장지대에서 대북 심리전 효과가 큰 대북방송 확성기를 철거했다. 이 씨는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과 함께 대북심리전에서 탁월한 효과를 발휘했던 수단을 포기하는 데 핵심 역할을 했다. 이 씨는 북의 급변사태에 대비한 ‘개념계획 5029’를 ‘작전계획 5029’로 격상시키는 논의를 중단하는 데도 주도적 역할을 했다. (·····)
2007년 10·4선언은 다음 정권에 대부분의 부담이 돌아가는 퍼주기 계약서였다. 노 전 대통령은 “북한의 핵개발이 일리가 있다”는 말을 거침없이 했다. 노 정부가 수립한 감상적 대북정책의 설계자 겸 전도사가 이 씨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 정권에서 대북정책을 주무른 핵심으로서 종북(從北)주의 정책이 낳은 안보 불안 요소에 대해 국민에게 사죄하는 마음을 가져야 도리다.
「10년 전 주적(主敵) 실종 이후의 안보를 돌아본다」(5월 26일자)
천안함 폭침으로 우리의 주적은 북한 김정일 집단임이 다시 한 번 분명해졌다. 국방부는 올해 발간할 <010 국방백서>에 주적 개념을 명확히 하는 내용을 당연히 넣을 것으로 보인다. ‘주적’이란 표현은 1994년 남북 실무접촉 북측 대표의 ‘서울 불바다’ 협박 이후 <1995 국방백서>에 처음 들어갔다가 2000년 남북 정상회담을 계기로 사라졌다. 올해 국방백서에 이 개념이 다시 들어가면 사실상 10년 만의 부활이다.
주적 개념의 실종은 2000년 6월 김대중 대통령이 평양에서 남북정상회담을 하고 돌아와 “한반도에 더 이상 전쟁은 없다”고 선언한 것이 계기였다. <2000 국방백서>는 국방목표 부분에서 ‘주적인 북한의 현실적 군사위협…’이라고 적었다. 주적 표현이 포함된 <2000 국방백서>가 발간된 뒤 북한의 항의로 다음 해부터는 아예 국방백서란 이름의 책조차 나오지 않았다. 노무현 정권 때인 2004년 국방백서가 다시 나왔지만 주적이란 단어는 보이지 않았다. (···)
좌파 정권의 친북 정책은 우리의 대북 안보태세 및 안보의식을 크게 이완시키고 혼란을 준 것이 사실이다. 북한은 핵실험과 미사일 및 로켓 발사로 적화 야욕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는데도 우리는 햇볕정책에 취해 군인이 누구의 공격에 대비해 철통같이 나라를 지켜야 하는지를 확신하지 못했다.
「‘긴장 리스크’에 대응하며 ‘안보 DNA’로 단합하자」(5월 27일자)
북한은 천안함 폭침 사건 조사 결과 발표 이후 우리 정부의 제재조치에 연일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면서 대남 협박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남유럽 재정위기에 천안함 후폭풍이 겹치면서 국내 금융시장도 다소 출렁거린다. 궁지에 몰린 북한은 앞으로 여러 형태의 위협과 도발로 한국 사회 내부를 흔들려고 할 것이다. 우리가 ‘긴장 리스크’를 견디지 못하고 ‘안보 피로증’에 빠져 북한의 공갈에 무릎을 꿇는다면 저들의 의도가 적중하는 것이 된다. 그래선 안 된다.
북한은 어제 “남한의 대북 심리전 방송이 재개되면 서해지구 북남 관리구역에서 남측 인원과 차량에 대해 전면 차단조치가 취해질 것”이라고 협박했다. 명시적으로 언급하진 않았지만 개성공단 폐쇄를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된다. 우리는 최악의 경우 경제적 손실을 ‘안보 비용’으로 간주하고, 근로자의 신변 안전에 만전을 기하며 개성을 떠날 준비를 할 필요가 있다. 북한이 그동안 매년 3000만 달러(약 375억 원)를 벌었던 금강산 관광을 중단한데 이어 3800만 달러(약 475억 원)를 챙겼던 개성공단까지 폐쇄하면 그들의 경제 규모와 형편상 아쉬울 게 많을 것이다. 우리는 우리대로 3000억 원 이상의 기업 손실보상금이 소요되겠지만 무원칙한 ‘대북 퍼주기’보다는 훨씬 명분이 있다.
북한은 “확성기가 설치되는 족족 조준 격파사격으로 없애버리기 위한 군사적 조치를 취하게 될 것”이라고 위협했다. 김태영 국방장관은 “만약 북한이 사격하면 교전수칙에 따라 ‘비례성 원칙’을 적용해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북의 도발에 자위권을 발동하는 것은 당연하다.
「국회 대북 결의, 할 의원만 하고 반대자 공개하라」(5월 28일자)
미국 집권 민주당과 야당인 공화당은 25일 하원에서 천안함을 침몰시킨 북한을 강력히 규탄하고 국제사회의 대응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411 대 3이라는 압도적 찬성으로 통과시켰다. 민주·공화 양당은 이에 앞서 한국 민군과 다국적 조사단의 최종 조사결과가 나오기도 전인 13일 상원에서 천안함 침몰을 외부집단 소행으로 규정하고 한반도 안보를 위한 유엔 안보리 대북 결의 준수를 촉구했다. 미국·일본·영국 등 25개국이 규탄 성명을 냈고 미주기구(OAS)를 비롯한 국제기구들도 동참했다.
정작 피해 당사자인 우리나라 국회는 사건 발생 2개월이 지나고, 최종 조사 결과가 발표된 지 1주일이 지나도록 침묵하고 있다. 한나라당이 대북 결의안을 내자고 설득해도 제1야당 민주당이 한사코 거부한다. 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는 “천안함 침몰이 북한 소행이라고 해도 많은 의문이 남아 있다”며 결의안 채택을 회피했다.
민주당은 “우리는 전쟁이냐 평화냐, 혼란이냐 안정이냐의 기로에 서 있다”며 지방선거를 ‘전쟁과 평화’ 구도로 몰아가려고 안간힘을 쓴다. 2007년 대선 때 “(이명박 후보가 당선되면) 전쟁 날 수 있다”고 유권자들을 위협한 김대중 전 대통령의 복사판이다. (·····)
국회가 해군 46명의 목숨을 앗아간 적을 규탄하지 않고, 책임자의 사과와 처벌을 요구하지 않는 것은 대한민국의 수치다. 우리 국회는 가만히 있는데 다른 나라의 규탄 성명과 결의안을 접수하고 있으려니 더 부끄럽다. 민주당이 움직이지 않는다면 한나라당·자유선진당의 찬성하는 의원들만으로 결의안을 채택하고 기권 또는 반대한 의원들의 이름을 역사에 남기면 된다. 국민이 이들을 반드시 기억해야 병든 친북 정치를 청산할 수 있다.
「친북세력, 북이 보낸 ‘천안함 팩스’대로 선동하나」(5월 29일자)
북한이 최근 천안함 사건은 남한 정부가 조작한 것이라는 거짓 해명과 선동을 담은 문건을 팩스나 e메일로 남한 일부 종교단체와 대북 교류 및 지원 단체들에 보내고 있다. 북이 보낸 문건은 25일자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대변인 담화와 26일자 노동신문에 실린 「역적패당이 조작한 북 어뢰 공격설의 진상을 논한다」는 제목의 글을 함께 담아 모두 A4용지 15쪽 가량이다. 북한 조선불교도연맹(조불련)은 26일 천태종 앞으로 보낸 e메일에서 “남측 당국이 함선 침몰 사건을 우리와 억지로 연계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북의 선전전은 천안함 사태에 대한 책임을 모면하고, 6·2 지방선거를 앞둔 남한 내 반정부 여론을 고조시키려는 의도로 보인다.
북의 선전전이 시작된 후 일부 친북좌파단체는 북의 주장을 거의 그대로 대변하고 있다. 남북공동선언실천연대, 한국진보연대, 민주노동당 등 38개 좌파 단체들은 조사 결과가 발표된 20일 공동기자회견을 열어 “이명박 정부의 천안함 침몰 사건에 대한 짜맞추기 조사 결과를 인정할 수 없다”며 핵심적인 자료 공개와 전면 재조사를 요구했다. 이들은 “천안함 사건이 일어날 때 서해상에서 미군이 지휘하는 한미연합 ‘전쟁연습’이 벌어지고 있었다. 이 사건에 미국이 관련됐다는 의혹에 대해 해명하라”며 북을 감싸고 반미를 책동했다. (·····)
야권이 6·2 지방선거 운동을 ‘전쟁세력 대 평화세력’ 구도로 전환한 것 역시 이러한 움직임과 무관한 것 같지 않다. 민주당 등 야4당 대표와 수도권 시도지사 단일 후보들은 어제 기자회견에서 “현 정권의 선거용 전쟁 놀음을 투표로 심판해 달라”고 호소했다. 친북단체들과 야권이 북의 주장에 장단을 맞추는 것은 이적행위나 다름없다. 수사기관은 이들의 행태를 분석해 북의 ‘팩스 지령’과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 철저히 파헤쳐야 할 것이다.
「‘민족 살인 해놓고 적반하장’ 북 선동에 남은 뭐하나」(5월 31일자)
북한이 천안함 조사 결과를 부정하고 우리의 제재조치에 맞서는 선전선동에 연일 열을 올리고 있다. 북은 어제 평양에서 ‘10만 군중대회’를 열었다. 이 대회에서 노동당 평양시당 최영림 책임비서는 “괴뢰패당이 외세와 공조해 응징과 보복의 사소한 움직임이라도 보인다면 한계 없는 보복 타격, 강력한 물리적 타격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협박했다. 북한의 대남 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도 어제 “사소한 도발이 전면전쟁으로 번질 수 있다”고 위협했다. 천안함 폭침에 대한 한국과 국제사회의 대응이 심상치 않자 전쟁 분위기를 띄워 내부 결속을 꾀하고 위기를 모면하려는 것이다.
또 북한은 남한의 종교사회단체에 천안함 조사 결과가 날조됐다고 주장하는 문건을 보낸 데 이어 국방위원회와 조국통일민주주의전선(조국전선)을 동원해 선전 공세를 폈다. 국방위 박임수 정책국장은 28일 평양 주재 해외언론과의 기자회견에서 천안함을 폭침시킨 어뢰의 추진체에 적힌 ‘1번’에 대해 “1번 표기는 체육선수에게만 쓴다”고 주장했다. 그는 “조사단에 참여한 미국은 우리와 아직도 전쟁 중인 국가이며 영국과 호주는 한국전쟁에 참전했던 나라들이라 믿을 수 없다”고 말했다. (·····)
북한의 조국전선이 29일 발표한 「남조선 인민들에게 보내는 공개편지」는 “지방선거는 평화냐 전쟁이냐 하는 심각한 정치적 대결”이라며 “이명박 역적패당을 단호히 심판해야 한다”고 선동했다. ‘민족 살인’을 해놓고 우리 선거에 개입하려는 태도가 가증스럽다. 이런 편지가 야당의 득표에 도움이 되지도 않을 것이다.
「북한 인권기록보존소가 필요한 이유」(6월 1일자)
천안함 사건은 대한민국 영해로 불법 침투한 북한 잠수정이 어뢰를 쏴 46명의 우리 장병을 죽인 반인륜적 범죄다. 북한은 범행을 부인하며 남한의 일부 좌파세력이 만들어낸 해괴망측한 논리를 끌어다 우리에게 덮어씌우기를 하고 있다. 지금은 분단 때문에 천안함을 격침시킨 범죄자들을 기소하지 못하지만 통일이 되면 그들을 찾아내 반드시 법정에 세워야 한다. (·····)
국회 법사위가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북한인권법안을 수정해 북한인권기록보존소 업무를 법무부에 맡기기로 했다. 북한인권기록보존소는 서독의 중앙법무기록보존소를 벤치마킹한 것이다. 1961년 베를린 장벽을 설치한 동독은 서독으로 탈출하는 동독인들에게 총을 쏘아 사살했다. 서독은 이를 묵과할 수 없는 인권 침해라고 판단했다. 당장은 기소할 수 없더라도 총격을 가했거나 명령한 이들을 언젠간 법정에 세울 경우에 대비해 완벽하게 조사를 해놓아야 한다는 뜻에서 중앙법무기록보존소가 탄생했다. (·····)
민주당도 진정으로 북한 주민의 인권을 생각한다면 북한인권기록보존소 설치에 반대해서는 안 된다. 통일 후 북한 인권지옥의 실상이 드러났을 때 어쩌려고 그러는가.
「‘삐라 인터넷 앵무새’ 총동원한 북의 대남 심리전」(6월 2일자)
북한은 천안함 사태에 대한 응징을 모면하기 위해 심리전으로 우리의 내부를 분열시키려는 전략을 동원하고 있다. 국가정보원은 북한이 해킹으로 입수한 우리 국민의 주민번호와 아이디를 도용해 국내 포털 사이트에 거짓 주장을 담은 글을 띄운 사실을 적발했다. 경찰은 지난달 31일 서울 성수동의 한 대형마트와 옥수역 근처에서 “천안함 사태의 증거가 조작됐다”는 내용의 유인물 300여 장을 수거했다.
대남 심리전은 남한의 일부 종북 세력과 북한이 거짓을 주고받으면서 기정사실로 만들려는 공작이다. 천안함 사건이 터졌을 때 북한은 시치미를 떼고 어떤 발언도 하지 않았다. 그때는 남한의 일부 좌파들이 천안함이 “좌초해 동강났다” “철판 피로 때문에 부러졌다” “내부 폭발로 침몰했다” “미군 잠수함과 충돌해 가라앉았다”는 ‘소설’을 썼다. 어지러운 유언비어를 한 방에 잠재운 것은 지난달 15일 쌍끌이 어선이 기적같이 건져 올린 어뢰 추진부와 2006년 우리 군 정보당국이 제3국을 통해 손에 넣은 북한의 수출무기 카탈로그였다. (·····)
북쪽의 선전선동을 따라 외는 남쪽 앵무새들은 “북한에서는 1호를 쓰지 1번이라는 말을 쓰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1996년 강릉 잠수함 침투때 생포된 이광수 씨는 “북에서 어뢰 부품을 다룰 때는 ‘번’을 쓴다”고 증언했다. 북한은 남한의 종북 세력이 떠드는 주장을 짜깁기해 사이버 세계로 전파하고 다시 남한의 앵무새들이 이를 인용한다. 남과 북이 주고받으면서 거짓을 사실로 둔갑시려는 ‘증폭 공작’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야권의 지방선거 압승과 미풍이 된 ‘북풍’
6·2 지방선거는 야권의 압승, 한나라당의 참패로 끝났다. 동아일보는 6월 3일자 1면 머리기사 제목을 「여 예상 밖 참패···민심은 정권을 견제했다」라고 달았다.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한나라당은 서울에서 오세훈이 가까스로 민주당의 한명숙을 앞섰고 경기도에서는 김문수가 ‘민주연합후보’ 유시민에 신승을 거두는 한편, 전통적 텃밭인 부산·대구·경남·울산에서 승리했을 뿐, 전남북과 광주, 인천·충남·충북·대전·경남·강원·제주에서 야권 후보들에게 패배했다. 한나라당이 전통적 지지 기반으로 여기던 경남과 강원에서 고배를 든 것은 충격적이었다.
이 기사의 부제목은 「광역단체장, 한나라 5 대 민주 7… 여 수도권 기초단체장도 완패」이다. 바로 그 밑에는 ‘지방선거 승부 가른 6가지 요인’이 정리되어 있다.
1) 천안함 북풍이 여(與)에 역풍으로 2) 방심한 보수층… 젊은 층은 결집 3) 지방선거 여 패배 징크스 확인 4)다시 분 노풍… 친노 세력 부활 5) 충청 민심 세종시 수정안 거부 6) 진보세력 ‘교육감 단일화’ 위력
동아일보가 ‘지방선거 승부 가른 6가지 요인’ 가운데 으뜸으로 ‘천안함 북풍이 여에 역풍으로’를 꼽은 것은 ‘의미심장’하다. 한나라당과 동아일보를 비롯한 보수언론이 ‘천안함 사건’을 호재 삼아 ‘북풍’을 거세게 일으키면서 국민의 ‘안보 불안’을 조장하려고 전력을 쏟았는데도 지방선거에서 ‘참패’를 당했음을 인정한 셈이다.
동아일보는 지방선거 결과가 야권의 압승으로 나타난 6월 3일자 35면에 「이 대통령, 선거 없는 시기에 할 일 많다」라는 사설을 실었다.
6·2 지방선거가 끝나 이제 2012년 4월 총선 때까지는 재·보궐선거를 제외하고는 큰 선거가 없다. 이명박 대통령의 5년 임기가 아직 반환점을 돌지 않았지만 다음 총선과 대선 일정을 감안한다면 이때까지의 1년 10개월이 본격적으로 일할 수 있는 기간이다. 지방선거에서 여당인 한나라당이 비록 대패했지만 이 대통령은 초심으로 돌아가 국정 수행에 흔들림이 없어야 한다.
이 대통령의 최우선 과제는 천안함 사태를 교훈 삼아 통일까지 염두에 둔 안보전략을 짜는 것이다. 북한이 다시는 도발할 엄두를 내지 못하도록 국내적 국제적 대북 제재의 고삐를 바짝 조여야 한다. 우리의 안보 역량을 키우기 위한 군 개혁, 군 전력의 강화, 한미연합 방위태세의 공고화가 필요하다. 2012년 4월로 예정된 전시작전권 전환 연기 문제도 본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올 11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의 성공적 개최 준비에 한 치의 소홀함도 없어야 한다. 안보 외교를 위해서도 좋은 기회다.
선진일류국가 달성을 위해 우리 사회 전반의 시스템 선진화를 이뤄나가겠다는 목표도 소홀히 할 수 없다. 교육·토착권력형 등 3대 비리를 척결하고 검찰과 경찰 개혁을 포함한 사법 개혁을 추진하겠다는 약속도 차질 없이 추진해야 할 것이다. 지방선거를 의식해 미뤄뒀던 주요 경제정책의 추진에도 속도를 내야 한다. 재정 건전성을 높이기 위한 조세 개혁, 서비스업 선진화를 위한 제도 개혁, 공기업 구조 조정이 대표적이다. 성장 동력의 확충과 서민경제 안정화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투자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이 필요하다. (·····)
지방선거 패배로 정부 여당의 정치적 동력이 떨어질 우려가 있다. 국정의 안정적, 성공적 수행을 위해서는 야당의 협조를 얻고 국민과 소통하는 이 대통령의 정치적 리더십 발휘가 그 어느 때보다 긴요하다. 대통령의 발밑부터 제대로 살펴야 한다. 현재 청와대와 정부를 구성하고 있는 인적 진용이 과연 최적의 구성인지, 제대로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있는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 측근 비리에도 각별히 신경 써야 한다.
동아일보는 6·2 지방선거 기간에 이명박 정권과 한나라당의 ‘대변지’처럼 북풍에 부채질을 하는 데 온갖 힘을 쏟았다. 그러나 정작 ‘북풍’이 ‘미풍’으로 그치자 이 사설은 이명박 정권이 지방선거에서 이기려고 ‘북풍’을 대대적으로 몰아치게 한 사실, 그리고 동아일보를 포함한 보수언론이 거기에 앞장선 일은 전혀 언급하지 않은 채 이명박이 앞으로 해나가야 할 일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야말로 독자를 ‘청맹과니’로 여기는 뜬금없는 글이다.
지방선거에서 대승을 거둔 민주당 대표 정세균은 선거 이튿날부터 곧바로 이명박 정권에 대한 공세를 시작했다. 그는 6월 3일 서울 영등포 당사에서 열린 선거대책위원회·최고위원회 연석회의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민심을 받아들여 전면적으로 국정을 쇄신하고 정운찬 총리 등 내각은 총사퇴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또 “4대강 공사 즉각 중단, 세종시 수정안 철회, 대결적 대북 정책 철회, 천안함 사고를 선거에 이용한 데 대한 이 대통령의 사과 및 군 책임자 즉각 문책 등을 요구했다”(동아일보 6월 4일자 1면).
‘천안함 사건’ 1주년과 보수·진보의 주장
천안함 침몰 사건 1주년이 되던 2011년 3월 26일, 언론의 평가는 보수와 진보로 확연히 나누어졌다. 먼저 동아일보의 3월 26일자 사설(「북 사과 거부에 힘 실어주는 민주당과 친북 세력」)을 보자.
천안함 폭침 사건이 발생한 지 1년이 지났지만 북한의 소행임을 인정하지 않는 민주당의 태도는 변하지 않았다. 우리 장병과 국민이 북한의 도발에 얼마나 더 희생되고 고통을 받아야 정신을 차릴 것인지 민주당에 묻는다. 그러고도 책임 있는 공당, 국정의 한 축을 담당하는 제1야당이라고 할 수 있는가.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는 그제 “아직까지도 천안함 침몰 원인에 대해 국민도, 세계적인 학자들도 의혹을 갖고 있다”고 주장했다.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국민의 80%가 천안함 폭침을 북한의 소행이라고 믿고 있다. 국내외 최고 전문가 73명이 참가한 국제 민관합동조사단이 북한의 소행임을 명백히 밝혀냈다. 결정적인 물증인 북한 어뢰 부품까지 폭침 현장에서 발견됐다. 박 원내대표가 말하는 ‘세계적 학자들’이란 도대체 누구인지 궁금하다. 혹시 폭발 현장의 조건과 맞지도 않는 실험 결과를 진실이라고 우기는 일부 교수를 ‘세계적인 학자들’이라고 지칭한 것이라면 중대한 왜곡이다. (·····)
우리 국민의 일치단결과 확고한 안보관이야말로 핵과 미사일, 장사정포, 각종 생화학무기, 20만 명의 특수부대를 보유한 북한의 도발 의지를 꺾을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무기다. 제2의 천안함 사건을 막으려면 정부와 국민이 북의 실체를 정확히 인식하고 새로운 각오를 다져야 한다. 우리가 북한에 천안함 폭침에 대한 사과를 요구하는 것은 재발 방지를 위한 압박의 의미도 크다.
오늘 오전 10시 국립대전현충원에서는 천안함 46용사 1주기 추모식이 엄수된다. 서울광장을 비롯한 전국에서 추모 행사가 열린다. 46용사는 누군가의 사랑하는 아들이요, 아버지 혹은 형제들이다. 아직까지 천안함 폭침이 북한의 소행이 아니라며 북한을 계속 비호하는 친북세력은 국민의 추모 열기를 똑똑히 봐야 한다.
경향신문 3월 26일자 사설(「천안함 1년, 발전적으로 승화시키자」)은 국내외 상황을 이렇게 분석했다. “북한 어뢰정 소행이라는 정부의 진상 조사 발표에도 불구하고 사건의 실체가 과학적으로 완전히 규명되지 못한 탓에 국민 여론은 분열되고 한반도 긴장은 고조될 대로 고조되었다. 남북은 긴장 완화 계기를 마련하지 못한 채 미국·일본과 북한·중국·러시아가 대립하는 신냉전의 틀 속에 갇혔다.”
‘천안함 침몰 사건’이 일어난 지 1년 5개월이 가까워지는 2011년 8월 22일 의혹 투성이인 그 사건의 진실을 가려낼 가능성이 큰 것으로 예상되는 재판이 시작되었다. 해군을 비롯한 정부 관계자들이 2010년 5월 중순 <서프라이즈> 대표 신상철(전 민군합동조사단 민간위원)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한 데 관한 첫 번째 공판이었다. 고소인 쪽은 신상철이 “<아시아경제>에 실린 ‘작전 지도’ 사진을 인용해서 천안함 좌초설을 계속 주장하는 등 허위사실을 퍼뜨려 해군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주장했다.
8월 22일 첫 번째 재판에서 피고인 신상철은 재판부가 ‘준비기일 공판’에서 허락한 데 따라 천안함 침몰에 관한 동영상(<천안함의 진실 버전 3.3>)을 법정의 화면에 띄우면서 30여 분에 걸쳐 ‘모두진술’을 했다. A4용지로 50쪽 분량의 동영상 첫 화면에는 「본 소송사건의 본질」이라는 글이 실려 있었다.
정부와 국방부에서 주장하는 바, 1)한미합동군사훈련 중인 서해상에서, 2)야간에 3)북한의 잠수정이 들키지 않고 4)비정상적으로 육지에 근접하여 5)단 한 발의 버블제트 어뢰로 천안함을 격침시켰다는 국방부의 주장에 대하여
1)당시 한미합동군사훈련은 ‘대잠훈련’이었던 상황에서 2)천안함은 기동 에 제한을 받는 첫 번째 사고에 이어 3)선체가 절단되고 침몰되는 두 번째 사고로 이어지는 일련의 항해사고이며 4)폭발을 입증할 수 있는 그 어떤 증거도 존재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5)소위 스모킹건이라고 국방부가 제시한 ‘어뢰’는 조작된 것이라는 피고인의 주장이 서로 대치하고 있는 가운데 어느 것이 진실인지를 밝히는 것이 본 소송사건의 본질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신상철, 「천안함 침몰사건 첫 재판 모두진술 프레젠테이션」, 서프라이즈 2011년 8월 22일자).
한국의 거의 모든 언론매체들은 천안함 재판이 여러 차례나 계속되는 동안침묵으로 일관하다시피 했다. 미디어오늘만이 외롭게 재판 실황을 보도했다.「천안함 구조인양선박, 차량관리 담당자가 맡아」(2011년 8월 27일자), 「해작사 작전처장 ‘천안함 9시 15분 좌초’라고 보고했다」(9월 20일자), 「‘천안함 잠수정 보고 누락’ 감사원 뒤집히나」(9월 22일자), 「천안함 제3 의 부표 정체 드디어 밝혀지나」(9월 24일자) 등이다. 미디어오늘의 ‘천안함 재판’ 보도는 2013년까지 끈질기게 계속되었다.
‘천안함 사건’ 명예훼손 재판이 열리던 시기에 한겨레와 경향신문, 오마이뉴스와 프레시안을 비롯한 ‘진보적 매체들’은 ‘침묵의 카르텔’을 맺었던 것인가? 2010년 3월 26일 천안함 침몰 사고 이래 그렇게 끈질기게 기사와 논평으로 ‘북한 어뢰에 의한 폭침설’을 반박하던 자세는 어디로 사라졌는가?
‘천안함 사건’은 2012년 6월에 다시 언론과 대중의 눈길을 끌었다. 미국 버클리대학 박사 출신으로 ‘30년 경력의 대잠수함전 전문가’인 안수명(69세)의 단정적인 결론 때문이었다. 6월 23일자 한겨레 1면 머리와 3·4면 전체를 차지한 기사에는 안수명이 그렇게 단정하는 논리와 근거가 상세히 실려 있었다. “서해바다라는 현실의 조건과 잠수정의 공격 능력, 어뢰가 목표물을 탐지해 찾아가는 음향신호 처리의 관점에서 보면 (어뢰에 의한 폭발의) 확률은 소수점이 얼마가 되든 0.00000001% 수준으로 거의 제로에 가깝다고 봐야 한다.”
안수명은 2011년 6월 정보공개법에 따라 미국 해군에 ‘천안함 관련 자료’를 요청했으나 자신이 필요하다고 설명한 자료를 받지 못하자 한국 정부 합동조사단이 발표한 ‘천안함 폭발 사건’에 관한 조사 결과 등을 바탕으로 연구와 검토를 거듭한 끝에 “어뢰에 의한 폭발은 아니다”라고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관리자 freemediaf@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