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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총선 민의 받들어 ‘국민 개돼지로 보는 법‧제도’ 손봐야

- [칼럼] 고승우 한미일연구소 상임대표ㆍ언론사회학 박사

기사승인 2024.04.19  10: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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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대 국회의원선거일인 10일 오후 유권자들이 투표를 위해 줄지어 서 있다. [사진=연합뉴스]

 

고급스럽게 말하면 여의도 문화, 좀 으스스하게 말하면 여의도 금기사항, 시대적 취향을 섞는다면 여의도 프레임이 있다. 그것은 주권자인 국민을 업신여기거나 개돼지로 여기는 태도로 굳어 있는 부분이다. 국민의 머슴을 뽑는 것과 직결된 정당법과 공직자 선거법, 국방자주권에 대한 한미동맹, 사상의 자유와 직결된 국가보안법에 나 몰라라하는 시대착오적 태도다.

4월 총선 결과 이후 정치권은 민의의 선택이 준엄하다는 점에 입을 모으고 있는 바 22대 국회에서는 민주주의 발전을 가로막는 적폐들을 청산해야 할 것이다. 이번 총선은 거대 여야당 등이 유권자를 표밭으로 보고 각종 선거공학적 기법을 쏟아냈지만, 민의의 심판은 절묘한 결과로 제시됐다.

윤석열 정권의 검사정치에 대한 준엄한 심판을 내리면서도, 잘한 것 없는 거대 야당에게 단독 개헌이나 대통령 거부권을 거부할 수 있는 무소불위의 권한까지 주지 않았다. 여의도 정치권이 협상과 타협을 하라는 주문성 경고를 확실하게 각인시켰다. 수천만 명의 유권자의 총체적 표심의 결과는 초현실적 의지의 작동 결과가 아닐까 할 정도의 탄복을 자아내게 한다.

선거 결과는, 지난 수십 년간 가속화되고 있는 시민사회의 선진화된 정치의식화가 가공할만한 수준이고 그 흐름과 강도가 더 세졌다는 점에서 대단히 주목된다. 정치권이 시민사회의 시대적 요구가 얼마나 뜨겁고 강렬한 것인지는 2017년 촛불혁명 이후 더욱 명확해지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은 시민사회가 SNS를 통한 집단 소통과 동원 구조 속에 수구보수 세력에 대해 가한 준엄한 심판의 성격이었다. 이어 2020년 총선에서 유권자들은 민주당에 180석을 몰아주었지만, 민주당 정권은 무능과 무기력 속에 이렇다 할 개혁을 이뤄내지 못하고 2022년 정권을 내주고 말았다.

수구보수 세력은 2022년 대선을 통해 기사회생 했지만 자신들이 키워온 전통적인 수구보수 세력의 대표를 대선 후보로 내지는 못했다. 유권자가 그것까지 허용치 않은 것이다. 당선자 윤석열은 민주당이 발탁한 인물이었고 수구보수 세력에 편입되어 최고 권력자가 되었다.

유권자는 문재인 정권의 미숙하고 무소신인 정치와 달리, 검사 출신 윤석열이 정치 문외한이지만 최소한 법치만큼은 흠잡을 데 없을 것이란 기대가 커 그를 선택한 것이 아닌가 추정된다. 그러나 그런 기대는 지난 2년간 철저히 배신당했다. 검사 출신 대통령의 법치는 상식‧ 원칙과 거리가 너무 멀어 집권 2년 만에 총선을 통해 심판받았다.

한국 유권자의 선진화 뺨치는 오늘날 모습 결코 우연이 아니다. 그것은 4.19혁명, 광주항쟁, 87년 6월항쟁, 97년 선거에 의한 첫 정권 교체, 2017년 촛불혁명 등으로 민중이 피와 땀을 흘리면서 투쟁한 결과라는 점이다. 하지만 수십 년간 정치적 격변이 지속되는 과정에서 지배세력은 민중만큼 적극적으로 정치적 민주화를 도입한 적은 거의 없었고 민중이 궐기한 이후 정치 공백기에 다시 집권해 과실을 즐기는 정도의 일을 반복해 왔다. 이번 선거에 임해서도 여의도를 중심으로 한 정치 지배집단이 부적절하기는 마찬가지다.

이번 선거에서 거대 여야정당은 4년 전과 마찬가지로 정파적 이기주의를 앞세워 앞다퉈 위성정당을 만드는 기현상을 반복했다. 양당제의 폐해를 극복하는 것이 목적인 제도가 악용되어 유권자의 선택을 왜곡, 변질시키면서 민주주의를 후퇴시켰다는 비판을 자초했다. 동시에 이번 선거는 진정한 민주주의와는 거리가 먼 제도에 의해 실시되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즉 현행 정당법, 공직선거법에 담겨 있는 국민의 참정권을 제한하는 독소조항을 22대 국회는 제거해야 할 것이다.

정당법은 정당 설립의 조건을 까다롭게 해놓았는데 정치 선진국에서는 1인 정당 설립도 가능하다는 점에 비춰 문제가 심각하다. 공직선거법은 이미 선출된 공직자의 기득권을 지나치게 인정하는 반면 공직 도전 신인의 정치 행위를 제한하고 있어 불공평하고 후진적이다. 이는 총체적으로 국민을 국가의 주권자가 아닌 개돼지로 보는 제도인데도 시정되지 않은 채 이번 총선에도 적용되었다.

이번 총선은, 지난해 이후 심화되고 있는 남북한의 전쟁 관련 험악한 분위기 속에서 실시되었지만, 어느 정당 어느 정치인도 진지하게 그 해법을 말하는 것을 보기 힘들었다. 북한은 핵무력 정책을 최고의 법인 헌법에 명시한데 이어 남한에 대해서도 전쟁 중에 있는 두 교전국 관계라며 '통일 성사 불가'를 강조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윤석열 정권은 굳건한 한미동맹을 바탕으로 한 한미일 군사공조 강화와 군사력 증강만이 해법이라고 올인하고 있다.

한미동맹이 강조하는 '북한이 핵을 사용하면 정권 종말일 것'이라는 구호에는 '북한 핵 사용을 방지할 대책 강구의 필요성'과 함께 ‘북한 정권 종말이면 남한은 멀쩡할 것인가?’라는 합리적 의문이 담겨 있다. 22대 국회는 한국의 국방자주권이 미국에 가 있는 한미동맹의 명암에 대해 국민 속 시원하게 규명하고 평화를 관리할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다.

한반도에서 전쟁이 발생할 수위가 높아졌다고 해외에서 불안해하는데 정작 국내 정치권은 전쟁을 방지하고 평화를 정착시킬 방안에 대해 함구하고 있다. 이는 국가보안법 때문인 것은 물론이다. 겨대 여야가 국보법의 개폐 문제를 21대 최종회기에 다루기로 합의한 것을 주목하면서 22대 국회 개원 이전에 사상과 표현의 자유가 정상화될 수 있는 입법이 되기를 희망해 본다.

국보법이 등장하면서 서구적 개념의 진보는 원천적으로 착근이 불가능해졌다는 점, 이 악법이 존속하는 한 21세기 인공지능의 국가적 경쟁력이 타격받을 것이라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 국보법은 민족의 사활적 이해관계인 국민의 통일 선택권을 박탈하고 있다는 점에 여의도는 주목해야 할 것이다.
 

관리자 freemediaf@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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