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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틀러가 되고 싶은 아베 신조

- 정치후진국 일본의 암울한 미래
〈김종철 자유언론실천재단 이사장ㆍ동아투위 위원장〉

기사승인 2018.10.05  12:3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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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11일 제주에서 열릴 예정인 ‘대한민국 해군 국제관함식’에 참가할 일본 자위대가 자국 함선에 욱일기(旭日旗)를 달고 오겠다고 고집하고 있어 국제적으로 비판 여론이 거세게 일고 있다. 한국 정부는 해상사열 때 일제 전범기인 욱일기를 달지 말라고 일본에 요청했으나 자위대 통합막료장(한국의 합참의장 격)인 가와노는 지난 4일 정례 기자회견에서 “자위함기(욱일기)는 해상자위관의 자랑이므로 내리고 관함식에 갈 일은 절대 없다”고 말했다. 해상자위대가 욱일기를 앞세워 제주항에 들어온다면 국내의 반일감정이 극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욱일기의 대한민국 영토 진입을 끈질기게 주장하는 일본 해군의 배후에는 그 나라 총리 아베 신조가 있다고 추정할 수 있을 것이다.

지난달 20일 열린 자유민주당(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3선에 성공한 아베는 “앞으로 헌법 개정에 매진해 나가겠다”고 공언했다. 현재 ‘평화헌법’으로 불리는 일본 헌법 9조 1항에는 “일본 국민은 정의와 질서를 기초로 하는 국제평화를 성실히 희구하고, 국권의 발동에 해당하는 전쟁과 무력에 의한 위협 또는 그 행사를 국제분쟁의 해결수단으로 영원히 포기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9조 2항은 이렇다. “전항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육해공군과 그 밖의 전력을 보유하지 않는다. 국가의 교전권은 인정하지 않는다.”

아베는 일찍이 2013년 9월 미국의 보수단체에서 연설하면서 “나를 우익 군국주의자라고 불러도 좋다”고 말한 바 있다. 총리라는 인물이 군국주의자를 자처하는데도, 사학 비리 등 여러 가지 추문에 관련된 혐의가 사실로 입증되었는데도, 그에게 선뜻 총리 3선을 안겨주는 집권 자민당이야 말로 ‘정치후진국 일본’이라는 오명을 자초한 극우적 수구집단임이 분명하다. 자민당이 만들어진 1947년부터 현재까지 총리를 지낸 인물 33명 가운데 24명이 그 당 소속이다. 자민당이 더러 다른 정당과 연정을 한 적은 있지만, 일본은 ‘자민당 1당 지배 국가’라는 비판을 벗어날 수 없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10월 2일 개각 뒤 도쿄 관저에서 각료들과 사진을 찍고 있다. 도쿄/EPA 연합뉴스

 

아베는 이 달에 안에 열릴 임시국회에 ‘전쟁 가능한 국가’를 뼈대로 하는 개헌안을 제출하겠다고 한다. 반대여론이 만만치 않지만, 군국주의를 위해서라면 온갖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그가 필사적으로 개헌을 이루려고 할 것은 자명해 보인다. 불행하게도 일본이 군국주의의 첨병이 될 수 있는 군대를 보유하게 된다면 가장 먼저 일본의 가상적국이 될 가능성이 높은 나라는 대한민국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다. 일본은 한반도의 어느 지역에서 자국민의 안전이 위태로워졌다는 이유 등으로 군대를 상륙시키겠다고 주장하거나, 실제로 그렇게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미국과 중국이 그것을 방관하지는 않겠지만, 군국주의자 아베가 어떤 구실을 만들어서라도 아돌프 히틀러의 전철을 밟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1939년 8월 31일 밤 폴란드 국경에 인접한 독일 도시의 방송국에 폴란드 군복을 입은 독일 요원들이 침투해 그곳을 점거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독일의 자작극이었다. 그것을 구실로 독일은 9월 1일 선전포고도 하지 않고 폴란드를 선제공격했다. 그것이 제2차 세계대전의 시발점이었다.
아베 신조는 일제가 저지른 침략과 학살, 인권유린을 완전히 부정하는 일본 극우세력의 대표이다. 그는 일제가 조선을 식민지로 삼아 40년 가까이 억압하고 착취한 사실을 전혀 인정하지 않음은 물론이고 조선의 여성들을 성노예(속칭 위안부)로 강제 동원해 혹사한 만행도 ‘10억 엔’으로 해결하려 들었다. 중일전쟁 당시인 1937년 일본군이 난징 주변과 시내로 도망친 중국 국민당군 ‘잔당’을 수색한다는 명분으로 6주 동안 포로들과 민간인 30만여명을 학살한 사건도 아베는 시인하지 않고 있다. 게다가 그는 일제의 잔재인 ‘교육칙어’를 부활시키려 드는가 하면 ‘독도는 일본 땅’이라고 중고교 교과서에 싣게 만들었다.

아베가 이끄는 일본은 과거사 청산이라는 면에서 같은 전범국가였던 독일과 정반대 길로 달려왔다. 뉘른베르크 재판을 시작으로 나치전범 응징에 나선 독일은 70여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전범이라는 사실이 확인되면 90세가 넘은 노인조차 기소해서 재판을 받게 하고 있다. 그렇게 철저한 역사 청산이 독일을 ‘정치 선진국’으로 만드는 동인이 되었음은 물론이다.

아베 신조의 할아버지 아베 간은 보수적 가문에서 태어났지만 반전, 평화, 친노동을 지향했다. 그런데 아베 신조는 태평양전쟁의 ‘1급 전범’ 용의자로 꼽혔다가 도쿄 맥아더사령부의 ‘배려’로 기소를 면한 외할아버지 기시 노부스케의 뒤를 따라가고 있다. 일본이 전쟁 가능한 국가가 되어 자위대가 정식 군대로 개편되면 ‘하일, 히틀러’를 연상시키는 ‘하일, 아베’ 소리를 듣고 싶다는 것일까?

나라와 사회를 발전시키는 차원에서 일본이 안고 있는 최대 약점은 청년 세대를 포함한 시민사회의 정치적 역동성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국에서는 독재와 부정부패를 자행하는 정권을 응징하기 위해 4월혁명, 광주민중항쟁, 6월항쟁 같은 투쟁이 잇달아 일어났다. 특히 지난 2016년 10월 말에 시작된 촛불집회는 23차에 걸쳐 연인원 1700만여명이 참여하는 거대한 혁명으로 발전했다. 그 결과로 국정농단의 주범인 박근혜와 최순실은 감옥으로 가서 1·2심에서 장기형을 선고받았고, 이명박도 그 뒤를 따랐다. 아베가 한국의 정치지도자라면 비슷한 처지에 빠졌을 것이다.

아베는 근년에 모리모토학원과 가케학원에 특혜를 준 사건 때문에 정치적 사망선고 직전에 이른 적이 있다. 그는 고위 관료들을 동원해 거짓말을 하게 하고 증거를 인멸함으로써 가까스로 궁지를 벗어났다. 역설적으로 그의 장기는 미국의 트럼프 정권에 비굴할 정도로 아부하면서, 미국보다 강경하게 북한 제재론을 주장하는 것이다. 그러던 그는 올해 들어 남한과 북한이 극적으로 화합하고 트럼프가 거기에 호응하자 무임승차 하듯이 북한을 향해 추파를 보내고 있다.

어쨌든 아베가 자랑할 수 있는 것은 일본의 경제가 호황을 누리고 있다는 점이다. 대졸자 취업률이 98%로 역대 최고라는 사실은 한국의 젊은이들에게는 꿈같은 일로 여겨질 것이다. 그러나 ‘아베노믹스’가 돈을 마구 찍어내어 유동성을 높이는 정책을 일삼음으로써 고용률을 높이고 경기를 향상시킨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된다고 본다.

2018년 들어 한반도에서는 민족 자주와 자결의 기운이 거세게 치솟아 오르고 있다. 가까운 시일 안에 통일이 되지 않더라도, 지금 같은 추세로 남북의 평화공존과 협력을 향한 노력이 계속된다면 우리 겨레는 전쟁의 위협에서 벗어나 공동 번영의 길로 함께 나아갈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아베가  군국주의 개헌을 한다 하더라도 남과 북이 하나가 되어 그의 야욕을 여지없이 물거품으로 만들어 버릴 수 있을 것이다.

관리자 freemediaf@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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