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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신한 딸년

- [귀신 씻나락 까먹는 소리(347)] 이승호 동화작가

기사승인 2018.11.15  14:5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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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배신 딸년

강자 크레타는 약자 메가라를 공격했다. 약자는 강자가 핵폭탄을 날려도 끄덕없었다. 약한나라 왕의 머리카락 한 올 때문이었다. 그 귀신들린 머리카락 한 올이 나라를 지켜주고 있었던 것이다. “내가 완전 대머리 되기 전에는 어림없지.” 약한나라 왕은 강한나라 왕을 비웃었다.

어느 날, 약한나라의 공주년이 성벽 위에서 문득 강한나라의 왕을 보게 됐다. “오메, 등치좀 봐. 병사들 호령하는 모습도 참으로 늠름하구먼!” 딸년은 강한나라 왕에게 홀딱 반했다. “으떻게 님의 마음을 읃는디야..... ” 딸년은 고민했다. “그려, 아버지 머리카락을 잘라다 바치문 내 사랑을 받아줄 껴!” 딸년은 잠든 애비의 머리카락을 기어코 잘라버렸다. 국방의 의무를 다하던 약한나라 왕의 머리카락은 그렇게 허무하게 잘렸다.

 

“쟤 누군디 자꾸 날 본댜?” “반해서 본다네유” (17th-century engraving of Scylla falling in love with Minos.)

 

“호호, 지가 그랬슈. 지가 지 애비 머리카락 짤랐슈. 인제 우리나라 막 공격하셔두 돼유.” 딸년은 강한나라 왕을 찾아가 자랑했다. “저거 애비 배신하고 나라 배신한 년이구먼. 완전 왕재수년이구먼.” 왕은 사랑을 주기는커녕 딸년을 재수없어 했다. “하여간 저 지지배 덕에 이제 맘놓고 공격해두 되겄구먼!” 왕은 딸년을 바다에 던져버리곤 함대를 출발시켰다. “약한나라 향해 직진!”

“엉엉, 왜 이러는 규! 엉엉, 내가 뭘 잘못했다고 그류! 나한티 직진으로 오시문 안되겄슈?” 딸년은 울부짖으며 왕이 타고 있던 배에 죽기살기로 달라 붙었다. 그때 어디선가 물수리 한 마리가 날아오더니 딸년을 쪼아댔다. 딸년은 결국 바다 속으로 풍덩하고 말았다. (이거 비밀인데, 물수리의 정체는 애비였다.)

후일담1. “명색이 공주인디 목숨은 살려주는 게 어뗘?” “그려, 돈 드는 것두 아닌디.” 그리하여 신들은 물속에서 허우적거리는 딸년을 불쌍히 여겨 새로 변신시켜줬다. 새년으로 거듭난 딸년은 님이 타고 있떤 배 주변을 한동안 맴돌더니 어디론가 쓸쓸히 사라져 버렸다.

후일담2. 이 스토리를 뒤늦게 접한 싸이는 ‘새’라는 노래를 만들어 크게 히트시켰다. 가사는 이러했다. “나 완조니 새됐어~~.”

 

머리카락 아니라 아예 머리통을 통째로 갖다 바쳤다는 설도 있음. Scylla presents the head of Nisus, her father, to Minos. Scylla was brought the head, along with the lock of purple hair which was the source of Nisus' power......

 


(2) 배신 언년이

막말공주 언년이는 한국당씨를 사랑하게 됐다. 무엇보다도 덩치가 커서 듬직했다. 국당씨의 품에 안기고 싶었다. 한 마리 새가 되어 훨훨 날아 국당씨의 품에 안기고 싶었다. 그 품에 안기면 뭐든지 잘될 것 같았다. 공주의 사랑은 점점 깊어만갔다.

국당씨를 사랑하게 되니 평생을 약속했던 바미씨가 점점 싫어졌다. 바미가 덩치는 작아도 장차 크게 성장하리라 기대했다. 사귀던 남자들을 걷어차고 그 품에 안겼다. 근데 클 생각을 하지 않았다. 발육부진에다가 성장정지가 됐다. 심지어 퇴행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엄습했다.

공주는 바미씨를 버리기로 했다. 그러나 할 말이 없었다. 명분이 없었다. 이럴 땐 전공인 막말 대신 막연하고 추상적인 방구를 뀌는 게 유리하다. 우선 밖에서 이렇게 떠들고 다녔다. “바미씨는 바르지도 않고 미래도 없슈!”

 

“사실 나두 할 말은 읎쥬.....”

 

과연 바미의 반응이 나왔다. “정체를 밝혀라!” 언년이가 역공했다. “국당씨한테 가겠다고 한 적 없다이!” 바미씨 수염털도 잡고 흔들어댔다. 타이밍 맞춰 국당씨도 눈 찡긋거리며 “공주를 사랑한다”고 알랑방구를 뀌기 시작했다.

마침내 사랑이 이루어질 것이다. 이제 날짜만 잡으면 될 것이다. 청첩장에 쓸 말은 충무로 인쇄소에 맡기면 될 것이다. 축가는 싸이가 부르면 좋을 것이다. “너 완조니 새됐어~~.”

   

“어디서 이렇게 자꾸 똥냄새가 나는 겨....”

 

 

(부록)

 

딸년
약한나라의 공주 스킬라. Scylla. a princess of Megara in Greek mythology. 딸년의 변신조는 키리스. 백로의 일종 바다새. 키리스는 그리스어 케이로(keiro, 자르다)에서 유래.

 

강한나라 크레타의 왕
미노스. 아들 안드로게오스의 죽음을 핑계로 아테네를 공격하기로 결심하고 교두보인 메가라를 먼저 공격. 신화에서 메가라의 왕과 아테네의 왕 아이게우스는 형제로 등장. 여러사람이 물었다. “그년을 꼭 그렇게까지 바닷물에....?” 왕이 답했다. “내가 왕이니께 공명정대해야지. 정의한 무엇인가 못읽어봤어? 배신자 년을 받아들이면 내 위상이 스겄냐구.” 미노스는 과연 크레타의 법체계를 잘 정비해 여타 도시국가들의 부러움을 샀다. 사후에도 저승의 판관이 되어 사자들의 살아생전 삶을 심판했다.

 

약한나라 메가라의 왕
니소스. Nisus(Nisos). 자주색 국방모(國防毛)를 딸년한테 가위질 당함. possessed a single lock of purple hair which granted him and the city invincibility. 딸년 교육 잘못시킨 죄로 역시 새 되심.

 

신화의 역사적 배경
이 이야기는 해상패권을 장악한 크레타가 본토 그리스로 세력 넓혀나가는 과정을 보여 준다네요.

 

 

이야기
When Minos, the King of Crete, invaded Nisus's kingdom, Scylla saw him from the city's battlements and fell in love with him. In order to win Minos's heart, she decided that she would grant him victory in battle by removing the lock from her father's head and presented it to Minos. Disgusted with her lack of filial devotion, he left Megara immediately. Scylla did not give up easily and started swimming after Minos's boat. She nearly reached him but a sea eagle, into which her father had been metamorphosed after death, drowned her. Scylla was transformed into a seabird (ciris), relentles

 

 

‘공주의 연애’ 사진전

(작품제공=언년이)

 

 

관리자 freemediaf@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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