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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안을 밟아라

- [귀신 씻나락 까먹는 소리(582)] 이승호 동화작가

기사승인 2019.12.12  17:4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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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옛날 일본 모처에서 있었던 일이다. 어느날, 웬 어엿븐 용 한 마리가 호수 위 다리에 나타났다. 용은 바닥에 “나를 밟고 가라”는 현수막을 깔고 또아리를 틀었다. 정체모를 용의 난데없는 농성이 시작됐다.

“저거, 전에 우리 동네 이발소 와서 삭발하고 간 용팔이 아녀?” “아녀.” “그럼, 저거 전에 마을회관 앞 공원에서 단식하던 용팔이 아녀?” “아녀.” “그럼 뭐여?” “나두 몰러!”

동네사람들은 갑갑한 마음에 용이 보이는 다리 한쪽 끝에서 <우리동네 100분 토론>을 열었다. “저 용은 황구렁입니다.” “농성 이유가 뭡니까?” “아무도 모릅니다.” 200분을 토론해도 쓰잘데기 없는 얘기만 오갔다.

“용팔이한테 한 걸음 더 가 보겠습니다!” 사회 손석희가 ‘용의 정체와 농성 이유’를 알아야 한다며 분연히 나서 용 있는 쪽을 향해 다리 한짝을 내딛...으려 하다가 다시 내려놓았다. 그 이유는 오늘날까지 밝혀지지 않고 있다.

 

 

(2)

하여간 이렇게 어수선할 때 동서고금 막론, 반드시 나타나는 도깨비방방이같은 존재가 있다. 추다르크같은 캐릭터다. 과연 어느날 웬 용맹무쌍 사무라이가 마을을 방문했다.

사람들이 손석희만 남겨두고 그가 오는 곳으로 달려가 떠들었다. “용좀 어떻게 해봐유!” “징그러 죽겄슈!” 심지어 어떤 사람은 이런 엉뚱한 질문까지 했다. “혹시 아는 사이유?”

추미애가 대답했다. “저 용과는 모르는 사이유. 적대적 피아 관계인 것이지, 개인 간의 관계는 신경쓰지 않아도 될 것 같구먼유...."

 

(3)

“으음, 용이 지 몸뚱아리를 콱콱 밞아달라네....” 한동안 용을 노려보던 사무라이가 중얼거렸다. 그는 언젠가 이런 날이 올 줄 알고 소쉬르 선생한테 미리 용류 행동언어를 공부한 바 있었다. “밟아달라면 밟아줘야지!”

용에게 다가간 사무라이는 사정없이 밟고, 밟고, 또 밟으며 다리를 건넜다. “깨갱깨갱!” 용은 아프고 당황하여 개소리를 내질렀다.
 

“그런데 말입니다.” 바로 그때 김상중이 나타났다. “용팔이는 오묘한 해석불가의 미소를 사람들에게 보내곤 물 속으로 토꼈다는 겁니다. 용팔이의 그 미소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그걸 본 사무라이는 고개를 여러번 갸우뚱거렸다는 겁니다.”


 
 

(4)

사건이 있던 그날밤, 마을의 모처에서 머물던 사무라이는 웬 어엿븐 여인의 방문을 받았다. “뉘시랴?” “소녀는 용왕의 딸 용녀유” “근디유?” “아부지가 님헌티 뭘좀 부탁디려 보라구...” “뭔디유?” “들어봐유.....”

용녀의 장황한 하소연을 간단히 정리하면 이렇다. 용가족이 물속에서 살고 있었는데, 언젠가부터 웬 괴물지네가 나타나 괴롭힌다는 얘기였다. “그래서 날더러 어쩌라는 규?” 사무라이가 물었다. “놈을 작살내주시문 고맙겄슈.” 용녀가 어엿븐 표정을 지으며 대답했다.

 

 

(5)

문답이 계속됐다. “근디 무슨 근거루다 내가 지네를 잡을꺼라 생각한 규?” “실은 벌써 알아봤쥬.” “은제유?” “아까유” “얼러리, 그러문, 그 거시기, 뭐냐....” “맞아유.”

실은 다리 위에서 “나를 밟고 가라”고 지랄하던 용이 자신이었다는 것이다. 사무라이의 힘을 확인해보려, 느껴보려 쇼를 했다는 것이다. 자세한 얘기는 부록 보시기로 하고, 짧게 정리하면, 사무라이는 과연 지네괴물을 작살냈다.

빙빙 돌아왔는데, 그러니까 이 얘기의 주제는 “어떤 존재는 왜 스스로 밟히기를 원하는가?”라는 것이다. 특히 “어떤 상황, 어떤 시점에서 밟히기를 갈구하는가”가 핵심이다.

 

 

(6)

엊그제 시답잖은 단식을 끝낸 황교안이 다시 “나를 밟아달라”고 애걸복걸하고 있다. 밟아주자. 일본 용녀 소원도 들어줬는데, 국적이 한국인 황교안 부탁을 거절하면 쓰나. 그냥 거두절미하고 밟아드리자, 콱콱!

사족1. 밟아주십사 몇몇 정치인에게 부탁드렸다. 다 거절했다. 거절 이유는 타당했다. “나보고 똥 밟으라고?”

사족2. 밟기 싫다는 정치인들에게 다시 이렇게 귓속말 했다. “그럼 침이라도 한번 퇘 어뜌?” 이 침 얘기 이해하시려면 부록도 챙겨보시라.

 

 

(부록)


뒷얘기

사무라이는 무기를 챙겨 괴물지네가 있는 산으로 향했다. 산에 도달하니 괴물이 보였다. 거대한 몸뚱아리로 산을 일곱번 반이나 휘감고 있었다. 사무라이가 화살을 날리기 시작했다. 지네는 비웃으며 그 화살들을 팅팅 튕겨냈다. 사무라이는 화살촉에 자신의 침을 묻혀 “전쟁담당 귀신님, 도와주슈....” 하며 화살을 날렸다. 지네는 그 침화살을 맞고 쓰러졌다. 용왕의 딸은 감사표시로 사무라이에게 온갖 선물을 다 주었다. Hidesato coated the tip of the arrow in his saliva, and said a prayer to Hachiman, the god of warriors. This time his arrow struck true, and he brought down the ōmukade.
 

사무라이는 누구?

Fujiwara no Hidesato came to the bridge. he crossed the bridge, crunching its great body under his feet. The serpent slithered back into the lake, and the bridge was clear again.
 

용의 딸, 용녀

She introduced herself as the daughter of the dragon king of Like Biwa. She knew that Hidesato must be a brave warrior, because he had so fearlessly trampled(짓밟았다) her body.

 

 

괴물지네

오오무카데. 大百足. ōmukade who lived on Mount Mikami.

 

 

다리 소재지

There is a famous bridge in Shiga Prefecture known as Seta no Karahashi.


선물 목록 (김영란법 위반)

- 꺼내도꺼내도 다시 채워지는 쌀자루. a bag of rice which never became empty no matter how much rice was taken from it.
- 잘라써도 끊어써도 끝이 없는 비단. a roll of silk which never ran out no matter how much was cut from it.
- 요리 나와라 뚝딱 요술 냄비. a cooking pot which always produced the most delicious food without the need for fire.
- a large temple bell, which Hidesato donated to Mii-dera.

관리자 freemediaf@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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