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fault_top_notch
default_news_top
default_news_ad1
default_nd_ad1

JTBC ‘K-가곡 100년사’ 일제와 뒤얽힌 총론 차원의 접근 아쉬워

- 일제의 민족 문화 말살 정책과 친일 미 청산도 짚었어야
[칼럼] 고승우 80년해직언론인협의회 공동대표ㆍ언론사회학 박사

기사승인 2021.01.05  14:20:52

공유
default_news_ad2

2020년 방송가 연예가는 트로트 열풍, 광풍이 휩쓸었고 올해 초도 여전히 큰 흐름을 보여주고 있는 가운데 일제가 트로트와 함께 한민족의 정체성 파괴용으로 보급에 주력했던 가곡도 부각되고 있는 양상이다. 트로트는 일제가 1백 여 년 전 식민지 지배 목적의 하나로 보급에 주력했던 일본 엥카의 영향으로 생긴 대중가요로 흔히 뽕짝이라고 불렸다. 트로트와 함께 역시 일제가 보급에 힘을 쏟은 가곡은 독일, 이탈리아에 뿌리를 둔 것으로 한민족 고유음악을 억제하면서 그 대안으로 강요했던 또 다른 장르였다. 일제가 1930년대 독일, 이탈리아와 함께 추축국동맹을 맺었던 배경도 가곡의 국내 보급 이유의 하나로 추정된다.

지난 12월31일 JTBC의 ‘차이나는 클라스’는 ‘위로와 희망, K-가곡의 힘’을 주제로 소개했는데 이는 가곡의 음악성에 국한해 그 나름대로 의미 있지만 트롯 열풍의 연장이나 그 곁가지로 부각되는 것으로 비춰졌다는 면도 생략키 어렵다. ‘K-가곡 100년사’라는 접근 방식이 친일 행적으로 비판받는 홍난파가 봉숭아를 작곡한 시점을 출발점으로 잡는 방식인데 이런 식은 일제 침략을 전후해 등장한 근대소설 등 문화예술의 시효를 따지는 방식과 유사하다.

 

▲ 지난해 12월31일, JTBC ‘차이나는 클라스’의 ‘위로와 희망, K-가곡의 힘’ 방송 갈무리.

 

지난해 국내 방송가는 트로트 열풍에 휩쓸리는 와중에 가곡에 대해서도 방송가 일부에서 ‘K-가곡’으로 이름 붙여 다룬 바 있다. 가곡은 국내에서 오랜 세월 동안 익숙해진 분야이다 보니 대중성은 물론 상업성도 강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국권을 강탈한 외세가 그 도입을 주도했던 파괴적인 의미와 오늘날 국내에서 큰 유행을 하는 것에 대해, 일본의 전쟁범죄 외면 세력들이 어떤 시각으로 볼까를 생각하면 씁쓸해진다.

일제 총독부의 문화정책에 호응한 것은 민족혼 말살을 노린 외세의 요구에 순응한 것으로 부역의 비판을 자초하는 작품 활동이었다는 지적을 피하기는 어렵다. 일제가 보급에 앞장섰던 친일 문화예술의 프레임은 홍난파 등 친일 문화예술인들이 해방이후 이승만 정권 등에서 주류행세를 하면서 이어졌고 그것은 오늘날까지 친일잔재를 온존시키는 악역의 일부를 맡고 있다는 점을 중시해야 할 것이다.

JTBC의 이 프로가 그동안 긍정적 평가를 받아왔던 것에 걸맞게 이번 프로에서 △총론과 각론 차원의 시각에서 가곡과 트롯은 일본의 한민족 고유문화말살과 왜색 문화 강제 이식 목적용이라는 공통점이 있으며 △친일 청산이 아직도 현재 진행형이라는 점 △외세의 지배와 문화적 침략 정책 등 에 대해서도 밀도 있게 소개했더라면 하는 점이 아쉬웠다. 가곡, 트롯은 외세 침략과 강압으로 초래된 굴욕적이고 비극적인 사회 구조나 체제는 배제한 채 순수, 사랑, 이별 등 한탄조의 신변잡기에 국한하고 있는데 이는 일제가 식민지 조선 민중들의 패배주의와 현실 순응을 강요하는 사상, 심리전의 요체였다고 보아야 한다.

우리 문화예술 분야의 친일 세력이 해방이후 정치권의 친일 세력 발호 속에서 관련 분야를 수십 년간 장악하고 주도했으며 그 결과가 오늘날과 같은 현상으로 이어졌다는 점을 지적하는 균형 잡힌 내용이 방송을 통해 소개되었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해방이후 일제 잔재가 청산되지 않은 상황에서 거의 모든 문화예술 분야는 주류언론과 함께 일제의 잔재가 온존되는 비정치적 분야의 핵심 부분으로 존속해 왔다. 더욱이 이들 분야는 긴 세월이 흐르면서 대중문화로 깊이 뿌리내린 측면도 강해서 일제 잔재라는 비판에 대해 ‘1백 년이 지난 역사인데 어쩔 거냐?’하는 식의 논법이 힘을 얻고 있는 형편이다.

예를 들어 예술의전당이 지난여름 한국 가곡 100주년을 기념하며 뽑은 가곡이 모두 10곡이었는데 그 가운데 일부가 친일인사의 것이어서 문제가 된 바 있다. 또한 지난해에는 3.1운동 100주년 기념연주회에서 친일인사들의 곡이 연주돼 논란이 되기도 했다. 이와 함께 시와 소설 등의 문학 분야는 친일행각으로 지탄받는 인사들이 여전히 시대를 대표한 문인들로 군림하고 있고 지자체에서도 그들을 앞세워 향토 상품으로 개발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의 또 다른 현실을 볼 때 오늘날 문화예술계나 언론, 일부 지자체가 보이는 태도는 설득력을 잃게 된다. 즉 우리나라는 항일운동 등에 대한 독립운동가 발굴이 해방이후 80년이 가까운데 아직도 진행되면서 국경일마다 단골행사의 하나로 소개되고 있는 형편이다. 또한 해방이후 정치사회 정상화에 기여한 민주화운동에 대한 사회적 홀대를 들 수 있는데 우리나라 국가유공자 가운데 군인, 경찰이 대다수 이고 독립운동가나 민주화 인사는 극소수에 불과하다.

국가보훈처에 따르면 보훈 대상자는 2017년 12월31일 현재 257만3100명으로 그 96.3%가 군인(일부 경찰 포함)이고 독립유공자는 2.9%(7만5068명), 민주유공자는 0.8%(2만1128명)에 불과하다. 민주유공자는 4·19혁명 및 5·18 유공자뿐이다. 군인과 경찰 유공자 가운데 친일 행적의 오점이 있는 인사도 공적은 공적이니 인정해야 한다는 논리는 관련 정책의 한 원칙으로 굳어져 있다. 일제잔재 청산을 위한 노력의 하나인 성노예, 정신대 문제 해결은 여전히 미흡한 상태이고 일본은 이에 적극 대항하면서 한국에 보복조치 등을 취하고 있다. 독립운동을 하면 3대가 망한다는 말은 여전히 이 사회의 부끄러운 자화상의 한 부분이 되고 있다.

방송가에서 친일의 한 형식으로 지탄받았던 음악들이 종편, 지상파 가릴 것 없이 몰입하는 듯한 현상이 지속되고 있는 것은 위안부, 정신대 문제로 한일 간에 정치, 안보, 경제 등 분야에서 파열음이 나오고 있는 상황에 비춰 생뚱맞은 느낌을 준다. 한일 정부가 각을 세우고 있는 데 일본이 식민 지배를 하던 시절 심어놓은 대중음악들이 크게 소개되고 있으니, 철면피한 억지 논리를 앞세우고 있는 일본 극우세력이 볼 때 큰 박수를 보내고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들 정도다.

일본이 전쟁범죄를 부인하거나 그 청산을 외면하는 것은 인륜에 반하는 파괴적인 행각이라는 것은 두 말할 필요가 없고 이런 측면에서 방송가는 돌다리도 두드려 보는 식의 신중함과 전향적인 자세를 보이는 것은 필요하다고 본다. 시대를 역행하는 일본의 일부 지배세력을 정상으로 돌리기 위한 효과도 있을 것이다. 방송이 대중문화에 대한 사회적 선호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측면도 있지만 역으로 방송의 의제설정 기능에 의해 건전하고 건강하면서 생산적인 문화적 자극을 사회에 제공하는 기능 또한 중요하다. 문화예술의 발전 등은 대중매체와의 연관성이 크다는 점에서 2021년에는 방송계가 전쟁범죄를 외면하는 일본인들이 비웃을지 모를 방송은 삼가는 식의 노력과 성과가 있기를 기대해 본다.

 

관리자 freemediaf@gmail.com

<저작권자 © 자유언론실천재단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default_news_ad3
default_nd_ad5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default_news_ad4
default_nd_ad3
default_news_ad5
default_news_bottom
default_nd_ad4
default_bottom
#top
default_bottom_not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