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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사태로 여의도식 정치적 풍토의 변화 가속화되나

- [기고] 고승우 80년해직언론인협의회 공동대표ㆍ언론사회학 박사

기사승인 2022.09.08  16:4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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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사태가 전 국민적 관심사 속에 진행되고 있다. 한 때 당 대표로 두 번의 큰 선대를 치른 젊은 정치인이 대통령과 집권정당에 도전하는 정치 드라마가 점입가경이다.

국민의힘에서 이준석을 내치고 그 이후 비상한 조치를 취할 때 절차적 민주주의가 제대로 지켜졌는지의 논란에 대해서는 법원에서 이준석의 손을 들어주었다. 국민의힘은 총력전 형식으로 이준석 배제 조치를 취하고 있고 그 것은 윤석열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란 해석이 분분하다.

이준석은 동원 가능한 모든 의사소통채널을 이용해 자신이 정당하다는 메시지를 발산하면서 당 체질의 환골탈태를 외치고 있다. 그는 탈당후 창당과 같은 방식에는 손 사례를 치면서 ‘대를 위한 소의 희생’이나 ‘선당후사’와 같은 ‘구시대’ 논리에 대해 반박하고 있다.

이준석 사태는 외견상 실정법과 정당법 적용에서 고려해야 할 상위법과 하위법의 관계나, 조직 내 규범의 변경에서의 규칙 준수와 그 정당성 등이 뒤섞이면서 큰 파열음을 내고 있다. 이 번 사태는, 수년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으로 시작된 여의도식 정치의 구조적 변화가 지속되고 있다는 것으로 해석돼 주목된다.

 

▲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9월4일 오후 대구 중구 김광석 거리를 찾아 당원·시민들과 인사하고 있다. 이 전 대표는 기자회견 방식으로 지역 당원들과 시민들을 만났다. ⓒ 연합뉴스

 

박근혜의 전 대통령은 촛불혁명의 공세 속에서 탄핵 당했고 그 후 집권한 문재인 정부의 무능, 무기력과 조국사태를 통한 강남진보의 실체는 내로남불로 지탄받았다. 그런 와중에 보수 거대 야당의 당 대표로 국회의원 경력이 전무한 30대 청년 정치인이 당선됐다. 이어 시작된 대권 경쟁에서 여권에서는 비주류 정치인이 대선후보가 되고 제 1 야당에서는 정치문외한 검찰총장 출신이 후보가 되어 결국 정권교체가 이뤄졌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이후 5년 사이에 벌어진 정치권의 변화에서 기득권 주류세력에 대한 국민적 심판이 지속됐다는 공통점이 발견된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은 개인의 정치적 자질보다 문재인 정부에 대한 심판의 반사작용이었던 것으로 해석되는 측면이 강했다. 그런데 윤 대통령이 기대에 못 미치는 정치를 하면서 집권초반 급격한 지지율 하락 속의 이준석 사태가 발생, 여의도식 정치의 구조적 변화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는 징후가 농후하다.

윤 대통령은 집권 후 자신이 강조했던 상식, 정의나 법치를 실천하지 못하고 문재인 정부보다 개선된 정치를 보여주지 못하면서 지지율 추락의 곤욕을 치르고 있다. 윤 대통령이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는 물론 그 이후에도 이준석 사태, 김건희 여사 논문 문제 등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대통령과 직결되어 있는 것으로 보여 지는 문제들에 대해 납득하기 어려운 태도를 지속하면서 집권 여당내 지지 세력이 그것을 적극 두둔하는 행보를 취하고 있다.

이준석 사태는 집권당의 ‘비상한 결정’에 대해 계속적인 소송전으로 이어지면서 이준석 본인이 집권세력에 대한 최대의 비판자, 공격자 역할을 하고 있다. 이준석은 대통령과 지지세력에 대한 공세에서 신군부, 쿠데타. 민주주의 등과거 운동권이 보수집권 세력을 향해 썼던 상징적 어휘를 사용하는 등 과거 보수정치인들과는 매우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는 이른바 진보세력의 영역을 좁히는 듯한 인상도 주고 있다.

이준석 사태는 향후 법원의 판단 등에 따라 걷잡기 힘든 국면으로 치달을 경우 윤 정부가 심각한 정치적 위기를 맞을지 모른다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윤 정부는 ‘사건은 사건으로 덮는다’는 공식을 따르듯 문재인 정부시절의 의혹 사건과 이재명 민주당 대표에 대한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조치들이 국면전환을 가능케 할지, 새로운 정치를 요구했던 유권자들로부터 어떤 식의 반응을 이끌어낼지 불투명해 보인다.

이준석 사태 속에서 그 실체가 드러나고 있는 여의도식 정치풍토는 당 대표, 최고위원제가 상명하복 시스템 형식으로 정착되어 있다. 국회의원은 개개인이 헌법기관인데도 당 최고 결정권자나 당기구의 결정사항에 순응하는 일이 관행화되어 있다. 국회의원은 오직 국민만을 바라보고 정치 서비스를 최대한 유권자에게 제공해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 국회는 군대식 문화가 지배하면서 일사불란한 언행이 강조되고 또 그렇게 되풀이 된다.

여의도의 정치문화가 군 지휘관이 정점에서 지휘하는 식의 패거리 정치로 고착화된 것은 박정희, 전두환 등 국사독재자들이 군림하면서 부터로 기억된다. 미국 의회는 당대표나 최고위원회 같은 시스템이 없는데 한국에서 그렇게 된 것은 대통령이 국회를 통제하기 쉽게 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국회의원은 일단 당선되면 자신을 뽑아준 유권자보다 당 대표나 당 주류의 눈치를 살피며 상명하복과 같은 짓을 너무 잘하는 것으로 비춰진다. 국회의원은 많은 특권이 주어져서 그런지 몰라도 당 대표의 공천권 앞에서 꼬리를 내리고 순종하는 모습이 일반적이다. 당대표가 공천권을 행사하면서 밑으로부터 의사결정이라는 풀뿌리 민주주의는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있다. 여의도의 독특한 정치문화가 정치적 후진성을 지속시키는 암적 요인이 되고 있는 것이다.

 

▲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사진=장슬기 기자

 

정당내의 군대식 상명하복과 같은 사고방식, 논리전개 등은 정당내부나 언론  등에서 전혀 문제제기를 하지 않고 있는 익숙한 정치현실이 되어 있다. 그곳에서는 주로 힘의 논리만이 지배한다. 힘이 센 곳에서 하는 말과 행동이 모범답안이라는 식이다. 이는 권위주의 정권에 의해 수십 년간 순치된 불통문화의 부작용이 여의도 정치에서 대단히 심각하다는 비판을 자초하는 부분이다.

이준석 사태는 어떤 면에서 해방이후 바뀐 적 없는 거대 정당의 체질에 대한 도전이기도 하다. 그의 도전은 박근혜 탄핵을 결과했던 보수정당의 체질 문제, 조국사태로 인한 가짜진보 논란에 대한 유권자들의 심판이 내려진 뒤  등장한 정치변화의 신호탄의 성격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

그러나 민주당 내에서도 이준석을 꾸짖는 젊은 의원이 나타나는 것을 보면 거대여야 정당 모두 일사불란, 상명하복, 선당후사 등의 구시대적 논리의 포로가 되어 있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 여의도식 정치의 고정관념이 아직은 완강해 보인다. 하지만 미래에도 불변할 것 같지는 않다.

이준석의 정치적 논리 가운데 특히 두드러진 것은 대북문제 등에서는 미국식 강경입장을 답습하고 있다는 점이다. 서구의 교과서적 보수의 가치인 민족에 대한 관념을 찾아보기 힘들다. 한국의 저 출산 문제 등은 남북 군사적 대치를 평화협정과 같은 방식으로 해소해서 국민의 삶의 질을 파격적으로 개선하지 않으면 해결이 어렵다. 이런 점을 이준석이 파악했는지 여부는 알 수 없다.

이준석의 도전은 권위주의 시절의 체질로 굳어진 여의도 정치문화에 대한 강력한 문제제기의 성격을 지니고 있다.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모르지만 그의 도전은 결국 일정부분 효과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시대의 변화가 그것을 가능케 하고 있는 것이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19년 6월30일 오후 경기도 평택시 주한미군 오산공군기지에서 열린 장병 격려 행사에서 연설하고 있다. ⓒ 연합뉴스

 

하지만 이준석이 대선에서 트럼프식 정치를 실천하는 것으로 비춰진 점은 재고될 부분이다. 트럼프의 인종차별주의, 백인우월주의 등 상궤를 벗어난 정치행위가 백악관 주인이 되는데 기여했지만 그는 오늘날 간첩죄 혐의를 받는데 까지 몰리고 있는 형편이다. 이준석이 트럼프 정치에 대해서 깊이 살피고 있는지 궁금하다.

 

 

관리자 freemediaf@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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