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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계형 기자에게 벌어진 믿기지 않는 일 … 팩트에만 충실했을 뿐"

- [제31회 안종필 자유언론상 수상 소감] 특별상 : 한상진 <뉴스타파> 기자

기사승인 2019.10.25  14:5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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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진 <뉴스타파> 기자

 

믿기지 않는 일이 나에게 벌어졌습니다. ‘안종필자유언론상’ 수상, 꿈에도 생각해 보지 않은 일입니다. 상 받을 만한 일을 한 것도 떠오르지 않아 더 당황스럽습니다. 언론개혁에 온 몸을 바쳤던 故 이용마 기자가 받았던 상이라는 생각까지 스치니 머릿속은 더 복잡해집니다. 감사하다는 말보다 부끄러움이 앞섭니다.

수상 사유를 전달받았습니다. 뉴스타파가 올해 내놓은 ‘전두환 프로젝트’, ‘로비스트 박수환 문자’, ‘2012년 윤석열 녹음파일’, ‘민국100년 프로젝트’가 적혀 있었습니다. 마음이 좀 놓였습니다. ‘그저 참여한 1인’에 불과한 내가 뉴스타파를 대신해 받는구나 싶었습니다. 모두 동료 선후배들 덕입니다. 

언론계 선배들께서 ‘2012년 윤석열 녹음파일’ 보도 이후 벌어진 논란에 마음을 쓰신 것 같아 죄송합니다. 뉴스타파를 사랑하는 마음만큼 걱정도 크셨을거라 짐작합니다. 뉴스타파를 지지, 후원해 준 시민들의 비판과 조언도 여전히 이어지고 있습니다. 속상할 때도 있지만, 모두 뉴스타파가 존재하는 동력이자 이유라 생각하며 감사하고 소중히 받아들입니다. 

4개월이 다 됐지만, 많은 분들이 지금도 묻습니다, ‘윤석열 보도가 어떻게, 왜 나오게 됐는지’를. 대단한 과정을 기대하는 눈치도 느껴집니다. 그런데 평소와 다름없이 팩트 확인에만 충실했을 뿐, 다른 특별한 건 없었습니다. 국민적 지지를 받는 검찰총장 후보자를 상대로 한 기사였으니 걱정이 없었던 건 아니지만, 보도과정은 다르지 않았습니다. 

뉴스타파가 ‘윤석열 녹음파일’을 보도한 이유는 하나입니다. 고위공직자, 그것도 최고 권력기관의 수장이 될 사람의 인사청문회 발언내용이 과거와 달랐기 때문입니다. 정치인, 고위공직자의 말바뀜은 당연히 언론의 검증대상이자 책무입니다. 보도를 결정하며 김용진 대표가 내게 한 말에 모든 게 담겨 있습니다. “인사청문회는 고위공직자가 국민들에게 적격성을 심사, 인정받는 공적인 자리다. 그런 자리에서 나온 ‘과거와 다른 발언’은 마땅히 주권자인 국민들에게 알리고 검증해야 한다.” 내 생각도 같았습니다. 

고백하건데, 나는 생계형 기자입니다. 먹고 살려고 기사를 씁니다. 지금까지 그랬고 앞으로도 그럴 것입니다. 그렇게 생계를 의탁해 하는 일이니, 어떤 식으로든 사회에 보탬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자주 합니다. 내 밥벌이로 사회를 혼탁하게 만드는 건 너무 뻔뻔하고 천벌받을 일이니까. 좁쌀만큼이라도 이 사회에 도움이 되는 글쓰기를 하는 것, 이것이 나에겐 전략이자 목표입니다.

뉴스타파가 아니었다면 나는 지금쯤 직업이 바뀌었을 것입니다. 인형눈알 붙이는 기술도 없는 내가 어디에 있었을지를 생각하면 아찔합니다. 게다가 운명처럼 자리잡은 뉴스타파에서 나는 존경할 수 있는 선후배 언론인들을 동료로 두고 일하고 있습니다. 세상에 이런 운도 보기 드물 것입니다.   

안종필자유언론상 시상 사유에 이런 문장이 들어 있었습니다. ‘자유언론 실천을 염원하는 동아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의 정신 구현에 매진할 것을 굳게 믿으며...’ 쳐다보기도 힘든 언론계 대선배들이 나를 믿는다니, 이제 어디 도망갈 곳도 없게 됐습니다. 등 뒤에 있던 다리가 불살라지면 이런 기분일까요. 동아투위의 정신이 훼손되지 않도록, 안종필 선배의 이름에 누가 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 하는 것밖에 다른 길이 없습니다. 부족한 사람에게 상을 주신 동아투위에, 그리고 뉴스타파에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이부영 자유언론실천재단 이사장이 한상진 <뉴스타파> 기자에게 제31회 안종필 자유언론상 특별상을 수여하고 있다.

 

제31회 안종필 자유언론상 시상식 기념사진. 사진=조형주

 

제31회 안종필 자유언론상 시상식 기념사진. 사진=조형주

 

제31회 안종필 자유언론상 시상식은 10월 24일 오후 7시 뉴스타파 함께센터 리영희홀에서 제25 통일언론상 시상식 및 자유언론실천선언 45주년 기념식과 함께 개최됐다. 이날 행사 마친 뒤 촬영한 참석자들의 기념사진.

관리자 freemediaf@gmail.com

<저작권자 © 자유언론실천재단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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