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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대 대선-‘박근혜 대통령 만들기’(1)

- 조선일보 대해부 5권 - 22장(1)

기사승인 2021.01.06  10:0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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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2년 8월 20일 박근혜가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로 확정되었다. 그는 경기도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전당대회에서 선거인단 직접투표와 여론조사 지지율을 환산한 전체 유효투표의 84%인 8만6589표를 얻었다. 역대 주요 정당의 대선 경선에서 가장 높은 득표율이었다. 김문수가 8.7%인 8955표를 얻어 2위를 차지했다. 조선일보는 8월 21일자 1면 머리 기사에 「대통령의 딸, 대통령 후보됐다」라는 제목을 달았다. 부제목은 「박근혜, 새누리당 전당대회서 84% 득표  / “위기·불안의 시대 준비된 지도자가 필요”」이다.
 
  박 후보는 ‘준비된 지도자’ ‘안정된 지도자’를 내세우며 “산업화 시대의 성장 패러다임, 민주화 시대의 분배 패러다임을 넘어서는 새로운 제3의 변화, 국민 행복 시대”를 만들겠다고 했다. 대한민국 주요 정당에서 여성을 대통령 후보로 뽑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아버지인 박정희 전 대통령에 이어 부녀 대통령이 나올지도 주목된다. (·····)
  박 후보는 후보 수락 연설을 통해 “지금 우리가 직면한 국내외 환경은 매우 어렵다. 많은 나라가 경제 위기 속에 표류하고 있고, 북한의 도발과 핵 위협, 영토 갈등과 동북아 질서 재편까지 어느 것 하나 만만치 않다”며 “이런 위기의 시대에는 준비된 지도자가 필요하다. 불안의 시대에는 안정된 지도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 등 야권 의 경쟁 후보들이 정치권에서 충분한 경륜을 쌓지 못한 것과 자신을 대비시킨 것이다. 박 후보 진영에서는 대선 과정에서 이 같은 ‘준비된 대통령’ ‘안정된 지도자’론을 부각시킨다는 전략이다.
  이와 함께 박 후보는 “친·인척과 권력형 비리를 담당하는 특별감찰관제를 도입하겠다”고 했다. 그는 또 “국민 대통합의 시대를 열어가겠다”며 “대한민국을 사랑하고 아끼는 누구와도 힘을 모으겠다. 100% 대한민국을 만들겠다”고 했다.

 이 기사는 ‘대통령의 딸’이 ‘대통령 후보’가 되었다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런데 그 후보의 아버지가 1961년 5월 16일 군사쿠데타를 일으켜 민주정부를 뒤엎고 18년 동안 독재정치를 했다는 사실은 ‘소개’하지 않는다.

 조선일보는 같은 날짜 3~5면을 ‘박근혜 기획특집’으로 꾸몄다. 마치 한나라당 당보를 보는 듯하다. 그 ‘특집’ 가운데 유난히 눈길을 끄는 제목들을 중심으로 내용을 살펴보자.

 · 「“본선에서 가장 큰 장애물은 나와의 싸움… 불통·고집 이미지는 실체 없는 낙인 찍기 / 박근혜 후보 일문일답」(3면)

 -본선에서 가장 힘든 장애물?
  “저하고의 싸움이겠죠.”
 -아버지의 뒤를 잇겠다는 생각?
  “국민이 행복한 나라를 만들겠다. 그것이 부모님께서 그런 나라를 만들려다 못다 이루신 꿈을 이룰 수 있는 기회가 아닌가 생각한다.”
 -불통과 고집의 이미지가 있다.
  “낙인 찍기 아닌가. 불통의 실체가 있느냐. 자꾸 몰아가고 만들어가고…, 말을 만들어서 그런 사람으로 채색을 하는 것 아닌가.”
 -앞으로 “박근혜가 바뀌네”를 보여줄 것인가.
  “국민의 삶이 더 나아지는 길이라면 제가 얼마든지 거기에 맞춰서 바뀔 수 있다. 그런 자세로 하면 아마 계속 바뀌어 나가겠죠. 제가 정치를 시작했던 15년 전과 지금은 아마 엄청나게 달라졌을 거다.” (·····)
 -5·16과 유신 등 역사관 문제는?
  “우리도 곧 이어 역사의 심판에 오를 것이고, 힘든 민생이 산더미같이 놓여 있는데, 계속 역사와 과거를 가지고 그렇게(논쟁) 할 여유가 있는가. 그게 국민이 바라는 바인가. 과거로 자꾸 가려고 하면 한이 없다.”

 · 「학창 시절 생활기록부 보니 / 고3 때 ‘지나친 신중성 때문에 과묵’ 평 / 중·고등학교 6년 동안 반에서 1등 놓친 적 없어」(4면)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의 학창 시절 생활기록부를 보면 박 후보는 모범생, 요즘 표현으론 ‘엄친딸’이었다. 성심여중과 성심여고 재학 시절 6년 내내 반에서 1등을 한 번도 놓치지 않았다. 중학교 1학년 2학기부터 고등학교 2학년까지 내내 반장을 맡았다. 고교 3년 동안은 결석이나 지각 없이 개근했다.
  장충초등학교 시절에도 특별히 어느 한 과목에 치우치지 않고 전 과목에 걸쳐 고루 성적이 좋았다. ‘우’가 많았던 4학년 때를 제외하고는 거의 모든 학년의 과목에서 ‘수’를 받았다. 또 초교 시절 ‘행동발달 상황’ 평가에선 친절 예의, 사회성, 자율성, 근로성, 준법성, 협동성, 정직성 등 거의 모든 부문이 최우수인 ‘가’였다. 다만 ‘명랑성’ 부문은 3학년 때를 제외한 나머지 학년 전부에서 ‘나’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박 후보의 담임교사들이 박 후보에 대해 적은 의견란에는 거의 예외 없이 ‘성실’ ‘겸손’ ‘침착’ ‘근면’ ‘타의 모범’이라고 적혀 있었다. 고1 때 담임은 박 후보에 대해 “스스로 정당한 일을 할 줄 아는 용기를 지녔음”이라고 적었다. 다만 “특정한 아동들과만 노는 습관이 있음”(초교 1학년), “약간 냉정한 감이 흐르는 편”(초교 4학년), “매사가 훌륭. 단 하나 지나치게 어른스러움이 흠”(고교 2학년), “지나친 신중성 때문에 과묵”(고교 3학년)이라는 평가도 간간이 들어가 있다.

 조선일보는 이 기사들과 같은 날짜 39면에「박 후보, 비장한 각오로 자신과 당을 바꾸라」라는 사설을 올렸다.

  (·····) 박 후보는 “국가의 성장이 국민 개개인의 행복으로 연결되지 않는 시대로 바뀌었다”면서 “경제 민주화와 복지, 일자리가 삼위일체를 이루는 새로운 시스템을 만들겠다”고 했다. 박 후보가 5년 전 대선에 도전할 때 내걸었던 “세금은 줄이고, 규제는 풀고, 법치는 세우겠다”는 공약과는 크게 다른 내용이다. 2008년 금융 위기가 낳은 신 빈곤층 출현, 노후 불안, 청년실업 확산 등으로 사회 경제적 양극화 현상이 심화돼 부익부 빈익빈이란 70~80년대의 정치 구호가 되살아나는 듯한 우리 사회의 현실이 박 후보에게 정책적 대전환을 압박한 결과다. 박 후보의 정책과 노선의 변화는 박 후보, 새누리당, 전통적 지지층 3자 사이의 정치적 일체감을 흔들어 놓을지 모른다는 일부 지적도 따른다.
  그러나 박 후보가 풀어야 할 더 어렵고, 대선 승패와 직결되는 숙제는 박 후보 지지층과 비 지지층 사이에 절벽처럼 벌어진 간격을 어떻게 건널 것이냐는 점이다. 박 후보는 대구·경북을 중심으로 한 영남권과 50대 이상 유권자의 압도적 지지를 받고 있다. 반면 대선 승부의 흐름을 주도하는 수도권·20~40대 유권자들과 박 후보 사이에 파인 깊은 골을 메울 뚜렷한 방책을 아직 발견하지 못한 상태다. (·····)
  당장 박 후보는 캠프를 감싸고 있는 낡고 노후한 분위기부터 쇄신하지 않으면 안 된다. 박 후보가 대한민국의 미래를 책임지겠다면 대한민국의 미래를 경영하기 위한 새로운 정치적·정책적 틀이 필요하다. 과거의 성공 방식에 묶여 있는 사람들에게서 신사고가 나오기는 힘들다. 박 후보는 주변을 둘러보고 무엇을 바꿔야 하는가를 직시하고 행동에 옮겨야 한다. (·····)
  박  후보는 어려서부터 정치 속에서 성장했다. 그러나 박 후보가 목격하고 경험하고 그로부터 정치를 배웠던 1970년대와 오늘 사이엔 어마어마한 변화가 있었다. 유권자 인구 구성, 권력 문화, 언론 환경 등 모든 것이 변했 다. 박 후보는 후보로 지명된 이 순간 비장한 각오로 이런 변화를 수용하고, 그 변화를 넘어설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박 후보가 먼저 변해야 당이 변할 수 있고, 박 후보와 당이 함께 변해야 지금 박 후보를 지지하지 않는 국민들에게 다가설 수 있을 것이다.

 이 사설은 대통령 후보 박근혜가 안고 있는 ‘약점들’을 자상하게 지적하면서 무엇을 어떻게 극복해야 하는지에 관한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정론지’를 자처하는 신문이라면 이렇게 한나라당 기관지나 쓸 법한 사설을 싣지는 못할 것이다.


  박근혜에 유리한 ‘북풍 프레임’ 짜기

 민주통합당 대통령 후보 문재인은 ‘10·4 남북 공동성명’ 발표 5주년이 되는 2012년 10월 4일 남북관계 구상을 담은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발표했다. 그는 “참여정부를 끝으로 중단됐던 지점을 출발점으로 삼되 한 단계 업그레이드해서 나아가겠다”고 말했다.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핵심은 북핵 문제 해법으로 남북에 미·중·일·러가 참여하는 ‘6개국 정상선언’이다. 문 후보는 “6개국 정상 선언이 보장한 한반도 평화구상을 실천해 가면서 북핵 문제 해결과 북미·북일 관계 정상화, 정전협정의 평화협정으로의 전환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
  문 후보는 ‘서해 평화협력지대’를 구축하겠다는 구상도 밝혔다. 서해에서 빈발하는 긴장을 방지하기 위해 서해 북방한계선(NLL) 주변에 남북 공동어로구역, 평화수역을 두겠다는 것이다. 그는 “NLL은 그대로 두면서 남북 등거리 수역을 평화수역으로 선포하고 공동어로를 하면 서해교전을 일으킨 것 같은 우발적 충돌을 막고 서해 어민들 생계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와 함께 문 후보의 남북관계 전략에 있어 양대 축을 이루는 것은 ‘남북경제연합’ 구상이다. 문 후보는 남북경제협력공동위를 가동해 개성공단을 활성화하고, 금강산 관광을 즉각 재개하며, ‘제2개성공단’도 조성할 계획이라고 했다(조선일보 10월 5일자 5면).

 조선일보는 바로 그 이튿날 문재인의 대북정책을 비판하는 사설(「문재인 대북 ‘평화 구상’, 노무현·김대중 시대로 회귀인가」)을 내보냈다.

  (···) 다음 정부가 꽉 막힌 남북관계에 숨통을 틔우려면 현 정부 정책을 그대로 가져갈 순 없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은 그에 앞선 노무현·김대중 정부의 대북정책이 국민의 폭넓은 지지를 받지 못하고 국민 과반수가 대북정책의 전환을 요구한 당시의 시대적 배경을 반영한 결과다. 문 후보가 현 정부 대북정책에 대한 국민 상당수 비판을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의 정책으로 돌아가자는 뜻이라고 해석하고 있다면 그것은 지나친 단순화다.
  문 후보 주장은 한국과 국제사회가 북한에 핵 포기를 압박하지 않고 우선 북한을 포용해야 핵을 포기하게 될 것이란 논리로 미국·일본을 향해 함께 대북 햇볕정책을 펴자고 설득하겠다는 얘기다. 한반도 평화 구상이 실효를 거두려면 남쪽의 대북정책 변화에 상응하는 북한의 변화가 뒤따라야 한다. 그런 면에선 문 후보가 이번에 내놓은 구상의 효과에 대해선 상당 부분 이미 부정적 평가가 내려져 있다. 북한은 김대중 정부가 햇볕정책을 내걸고 북한에 대해 대대적인 지원을 하던 시기에도 몰래 핵개발을 추진해온 사실이 뒤에 드러났다. 이어 햇볕정책을 계승한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6년엔 장거리미사일 발사와 핵실험을 석 달 간격으로 해치웠다. 이로 인해 북한에 건넨 막대한 달러가 핵과 미사일 개발에 쓰인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었고 햇볕정책이 북한의 행동을 변경시키는 효과를 발휘했다는 주장도 근본적으로 흔들렸다.
  문 후보는 대북정책을 발표하면서 북한의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에  대해선 단 한마디도 없이 “이명박 정부의 ‘북핵 우선론’으로 남북관계는 최악의 상황으로 후퇴하고 남북 대결 속에서 수많은 인명과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고 말해 북한 도발마저 현 정부 정책 잘못 때문이라는 듯한 주장을 폈다. 이런 논리에 얼마나 많은 국민이 동의할지 의문이다.
  문 후보의 평화 구상이 국민을 납득시키려면 김대중·노무현 정권의 10년 햇볕정책이 바꾸지 못한 북한의 핵 보유 집념을 ‘문재인 식 햇볕정책’으로 어떻게 포기하게 만들겠다는 것인지를 보다 논리적으로 설명해야 한다. 


 대선에 노무현의 ‘NLL 포기 발언’ 끌어들이기

 2009~2010년에 청와대 통일비서관을 지낸 바 있는 새누리당 의원 정문헌은 10월 8일 통일부에 대한 국정감사를 하는 자리에서 “2007년 10월 3일 오후 3시 백화원초대소에서 열린 남북 단독 정상회담 당시 회담 내용이 녹음됐다”면서 “노 전 대통령은 당시 김정일에게 ‘NLL 때문에 골치 아프다. 미국이 땅 따먹기 하려고 제멋대로 그은 선이니까 남측은 앞으로 NLL을 주장하지 않을 것이며, 공동 어로활동을 하면 NLL 문제는 자연스럽게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정문헌은 국가정보원에 보관된 ‘대화록’의 내용에 들어 있다는 노무현의 발언 내용을 구체적으로 들었다. “내가 전 세계를 돌아다니면서 북한이 핵 보유를 하려는 것은 정당한 조치라는 논리로 북한 대변인 노릇을 열심히 하고 있으니까 북한이 나 좀 도와달라”고 김정일에게 말했다는 것이었다.

 정문헌이 국정원에 보관된 남북 정상회담의 ‘대화록’(만약 실재한다면)을 공개한 것은 남한과 북한을 대표하는 ‘정상’의 비밀대화를 고의적으로 ‘누설’한 행위였다.

 조선일보는 10월 9일자 사설(「노 전 대통령의 ‘NLL 포기 발언’ 진위 확실하게 가리라」)에서 다음과 같이 주장했다.

  (···) 지난달 29일 북한 국방위 정책국 대변인은 “박근혜가 북방한계선 존중을 전제로 (노무현 대통령·김정일 위원장 간) 10·4 선언에서 합의된 문제를 논의하겠다고 주장하는 것은 남북공동합의의 경위와 내용을 모르는 무지의 표현”이라고 했다. 만일 노 전 대통령이 정상회담서 “남측은 NLL을 주장하지 않겠다”고 했다는 정 의원의 말이 사실이라면 북한은 그 발언을 근거로 “남북 정상 간에 NLL 무효화가 합의됐는데 무슨 딴소리냐”라고 주장하고 있는 셈이다.
  이번 대선에 출마한 유력 대선 후보들은 모두 남북대화를 재개하겠다는 입장이다. 거기에 대비해서도 노 전 대통령의 NLL 포기 발언이 있었는지 지금부터 분명히 해두지 않으면 안 된다. 사실 이 문제 규명은 그다지 어렵지 않다. 남북 정상 간의 단독 회담이 있었는지 밝히는 것은 남북 간 신뢰를 해치는 일도 아닌 만큼 정부가 당시 배석자 전체를 상대로 확인해보면 된다. 또 단독 회담 대화록이 실제 존재한다면 국회 정보위가 비공개로 열람해 노 전 대통령의 문제 발언 부분을 확인하면 된다. 

 이 사설은 대통령선거를 앞둔 민감한 시기에 새누리당 의원이 ‘대화록’을 공개한 것이 실정법을 어기고 외교 관례를 깨뜨린 행위라는 사실을 비판하지 않고 노무현의 ‘NLL 포기 발언’이 정말로 있었는지를 확인하자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조선일보는 10월 10일자부터 ‘NLL 포기 발언’에 관한 기사들을 잇달아 내보냈다. 노무현 정부 시기에 민정수석과 비서실장을 지낸 문재인을 간접적으로 공격하는 데 ‘안성맞춤’인 소재를 그 어떤 매체보다도 열심히 쟁점화한 것이었다. 기사 제목들만 보아도 조선일보의 보도 방향을 명확히 알 수 있다.

  · 「노 “NLL 영토선 아니다”···재임 중 군과 계속 갈등 / 올 대선 안보 핵심 이슈 NLL···노무현·군의 갈등사(史), 김장수 당시 국방 반박 “NLL, 끝까지지켜야 할 선”」, 「새누리 ‘노·김정일 비밀대화록’ 의혹 국정조사 요구 / 민주당·노무현재단 반발」(10월 10일자 6면)
  · 「“NLL 주장 않겠다는 노 발언 요약 보고서, 청와대 올라왔다” / 김정일과 정상회담 때 의혹 여권 고위 관계자 밝혀」(10월 11일자 1면)
  · 「“노, 김정일 만나 NLL 외 놀라운 발언 쏟아내” / 여권 관계자 “이 대통령, 노무현「김정일 대화록 공개 고민했다”···2007년 노·김 둘만의 회담은 없었던 것으로 파악」(10월 11일자 4면)
  · 「여 “노·김 회담록 공개를”···이재정 “남북관계 파탄”」(10월 12일자 6면)
  · 「문재인 “NLL 사수” “남북공동어로” 양립 가능할까 / NLL과 서해협력지대」(10월 13일자 3면)
  · 「문 “노의 NLL 발언이 사실 아니면 박이 책임져야”···박 “당시 회담 관련된 사람들이 명백하게 밝혀라” / 박근혜·문재인까지 가세한 ‘노무현·김정일 대화록’ 논란」(10월 13일자 4면)
  · 「“노 전 대통령 ‘NLL 포기 발언’ 국책기관이 정상회담 전에 연구” / 새누리 “즉흥적 발언 아니다···관련회의엔 문재인도 참여”」(10월 15일자 6면)
  ·「현직 대통령으론 첫 연평도 첫 방문 / 이 대통령 “NLL 목숨 걸고 지켜야”」(10월 19일자 1면)
  · 「NLL···여 ‘문재인 정조준’ 야 ‘박근혜표 신북풍’ / 새누리 “문의 NLL 입장, 노무현과 큰 차이 없다” / 민주당 “NLL 지켜야 한다는 데 추호의 이론 없다”」(10월 19일자 5면)
  · 「박근혜·문재인 정면충돌 / 박 “NLL 포기? 이런 세력에 나라 맡길 수 있나” / 문 측 “신북풍공작 배후는 박 자신인 것 드러나”」(10월 20일자 1면)
  · 박, 직접 나서 공격···NLL을 대선 중반 승부처로 판단 / 박·문 어느 한쪽도 물러설 수 없는 전면전으로 번져」(10월 20일자 5면)
  · 「민주당, NLL 정상회담 대화록 열람 거부 / 국회 정보위 확인 작업 불발」(10월 25일자 1면)
  · 「원세훈 국정원장 “노·김 회담록 있지만 공개는 못한다” / “정상회담 녹취한 테이프와 그것을 풀어쓴 녹취록 보관”」(10월 30일자 4면)
  ·「“NLL 논란, 목숨 바친 용사에 대한 모독” / 제2연평해전·천안함 유족들 울분 터뜨려」(11월 2일자 1면)
  · “노·김 회담록 100쪽 넘어···곳곳에 NLL 발언” / 이한구, 여권 인사론 처음으로 분량 등 구체적 언급, 이 “여야가 확인하면 논란 끝나···출처는 안 밝혀」(11월 2일자 6면)
  · 「[연평도 포격 2년] (2) 연평도 포격 도발 2년 NLL 군사지도 바뀌었다 / 북, 헬기 70여대 전진 배치···올 초 공기부양정 기지 건설로 백령도까지 17분밖에 안 걸려」(11월 20일자 1면)

 이상과 같이 조선일보는 ‘NLL 포기 발언’ 관련 기사들을 융단폭격 하듯이 쏟아냈다. 문재인과 민주당은 ‘대화록’의 존재 자체를 부인하거나 노무현이 그런 발언을 한 적이 없다고 응수하기에 바빴다. 조선일보만 보는 사람들은 문재인이 노무현의 뒤를 이어 NLL을 포기하리라는 인상을 강하게 받았을 것이다. 대선운동 초반에 문재인 캠프는 득표에 부정적 영향만 미치는 논란에 휩쓸려들어 가쁘게 숨을 몰아 쉴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조선일보는 11월 22일자 35면에 「북 연평도 포격 2년, NLL 분명히 안 해두면 또 도발한다」라는 사설을 실었다.

  북한이 서해 연평도 군부대와 민가에 포탄 160여 발을 쏟아부어 우리 해병대원 2명과 민간인 2명의 목숨을 앗아간 지 2년이 지났다. 북한은 연평도 포격 이후 서해 5도와 근접한 황해도에 헬기 70여대를 전진 배치하고 백령도에서 17분 거리에 공기부양정 기지를 새로 짓고 수시로 서해 5도 상륙 훈련을 해왔다. 우리 군도 서북도서방위사령부를 창설하고 K-9 자주포·지대공 미사일 등을 새로 배치하거나 더 늘려 북한 도발에 대비해왔다.
  북한은 우리 군이 연례적으로 해오던 해상 사격 훈련을 트집 잡아 연평도에 기습 포격을 해왔다. 우리 군이 훈련한 연평도 인근 해상이 북방한계선(NLL) 남쪽임이 분명한데도 그 해역이 자기들 영해라고 억지 부린 것이다. 북한은 십 수 년 전부터 자기들 멋대로 해상분계선을 그어놓고는 53년 휴전 이후 남북 간 해상 경계선 역할을 해온 NLL을 무너뜨리려고 시도해왔다. 북한이 NLL을 침범하면 응징을 받게 된다는 것을 확실하게 인식하도록 하지 못하면 북한은 언제든 서해 5도를 향해 추가 도발할 가능성이 있다.
  박근혜·문재인·안철수 대선 후보 모두가 “NLL을 확고히 지키겠다”고 말하고 있다. 박·안 후보는 “북한이 NLL을 남북경계선으로 인정하면 서해 공동어로 수역을 협의할 수 있다”고 했고, 문 후보는 5년 전 노무현 전 대통령과 북한 김정일 당시 국방위원장이 발표한 10·4 선언에 포함된 ‘서해 평화협력 특별지대’를 추진하겠다고 했다.
  서해에서 NLL을 지키면서 공동 어로를 할 수 있으면 좋은 일이다. 그러나 북한은 중앙방송을 통해 “10·4 선언에 명기된 서해 공동 어로 구역과 평화수역은 철두철미 NLL의 불법성을 전제로 남북이 합의한 조치 중 하나”라며 “NLL 존중을 전제로 10·4 선언 내용을 논의하겠다는 박근혜년의 떠벌림은 남북 합의의 경위와 내용을 모르는 무지의 표현”이라고 쌍말을 해댔다. 지난 정권이 NLL을 무시하기로 북한과 이미 합의했었다는 투다. 그래서 국민은 10·4 회담 시 남북 정상 간 대화 내용이 더욱 궁금하다. 문 후보 측은 노 전 대통령이 NLL을 포기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적이 없다고만 할 것이 아니라 정상회담 대화록을 확인하는 데 더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든지, 아니면 북한 측에 사실이 아닌 주장을 하고 있다고 공식 항의를 해야 한다.
  북한이 세 후보 기대대로 순순히 NLL을 존중할 뜻이 없다는 것은 분명하다. 대통령 후보들은 공동 어로를 말하기에 앞서 어떻게 북한이 NLL을 지키도록 할 것인지 하는 대책을 먼저 밝혀야 한다.

 조선일보 사설의 이런 논조가 어떤 후보에게 더 유리할 것인지는 새삼 물을 필요도 없는 일이었다.

 

관리자 freemediaf@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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