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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노조가 기업 사업보고서 들여다보는 이유

- [인터뷰] 이은용 언론노조 민실위원장 “산업자본의 미디어 침투 구조 살펴봐야 할 때”

기사승인 2023.02.21  20:5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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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서울행정법원은 종합편성채널 지분 1% 이상을 보유한 기업 명단을 공개하라고 판결했다. 이 재판을 통해 종편 주주 명단이 공개됐고, 시민사회단체는 종편 주주를 검증하는 활동을 전개했다. 이후 종편 주주에 대한 관심은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지만, 최근 종편 주주 명단에 대한 관심이 살아나고 있다. 불씨를 살린 이는 전국언론노동조합 민주언론실천위원회다. 3582여 개의 기업 보고서를 열람해 종편 주식을 갖고 있는 기업들을 공개했다. 현재까지 TV조선·채널A·MBN 주주 명단이 공개됐으며, JTBC는 분석 중이다. 종편뿐 아니라 한국경제 주주 명단도 공개됐다.

미디어오늘은 작업을 주도한 이은용 민실위원장을 만나 언론사 주주 명단이 공개되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물었다. 인터뷰는 2월20일 언론노조에서 이뤄졌다. 아래는 일문일답.

 

▲ 한국경제 CI, 한국경제 주주 구성. 자료=민주언론실천위원회, 디자인=안혜나 기자

 

- ‘기업이 종편 주식을 매입하는 것이 문제인가’라는 반박이 나올 수도 있다. 법적으로 문제가 있는 것도 아니다. 주주 명단을 공개하는 작업이 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가.

“김중배 동아일보 편집국장이 1991년 편집국을 떠나면서 ‘언론은 자본과 힘겨운 싸움을 벌이지 않으면 안 되는 시기에 접어들었다’고 했다. 언론이 자본이라는 큰 권력과 맞닥뜨렸다고 본 것인데, 이 흐름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2021년 최저임금에 대한 갈등이 불거졌을 때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에서 나온 자료를 경제 관련 매체들이 인용했다. 그중 한국경제도 있었다. 전경련 회원사들이 한국경제 주식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알려졌을 때다. 한국경제 주식 구성을 들여다보는 작업이 시작됐고, 산업자본의 미디어 침투 구조를 살펴봐야 할 때라고 생각했다. 이후 채널A·MBN·TV조선까지(조사 범위가) 넓어지게 됐다.”

- 기업이 종편이나 신문사 주식을 매입하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는가. 매입 이유가 핵심일 것 같다.

“되짚어보면 이유는 간단하다. 종편 주주는 (대주주 신문사들의) 지배력 유지에 도움을 주는 기업들인데, 보도국이 제대로 보도할 수 있을까. 물론 SPC그룹이 종편 주식을 갖고 있지만, 종편이 SPC 관련 논란을 보도하지 않았거나 소홀히 했다고 말할 수는 없다. 그런데 SPC보다 더 많은 힘을 가진, 더 많을 지분을 가진 주주에게 비슷한 일이 일어난다면 보도국이 편안하게 보도할 수 있을까. 공정하지 않은 환경이 발생할 수 있다.”

- 토론회에서 ‘언론의 힘은 문제를 보도하지 않을 때 나온다’는 말을 들은 기억이 있다. 주주에 대한 비판보도를 하지 않는 방식으로도 언론의 힘이 작동할 수 있다.

“주주가 보도국에 전화해 ‘우리 기사를 이렇게 써도 되는가’라고 한다면 간부들이 100% 자유로울 수 있을까. 언론이 광고주한테 휘둘리는 경우가 있는데, 주주한테는 더 쉽게 휘둘릴 것이다. 그래서 부적절한 가능성에서 탈피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구조가 있다면 의심할 필요가 없다. 경영과 보도를 분리해 기자들이 공정하게 보도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들어준다면 사회적 비용을 덜 치르게 될 것이다.”

 

▲이은용 위원장이 2020년 미디어오늘과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미디어오늘.

 

- 보고서가 공정보도의 구조를 만드는 것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고 보는 것 같다. 다음 계획은 무엇인가.

“종합 토론회를 준비하고 있다. 우리도 꾸준히 감시해야 한다. 보고서만 던져놓고 멈추지는 않을 것이다. 우선 JTBC를 보고 있고, 지역 매체를 분석해달라는 이야기도 있다.”

- 보고서를 통해 어떤 변화들이 생기길 기대하는가.

”언론을 감시할 수 있는 지표로 사용됐으면 한다. 현재까지 나온 보고서를 통해 어떤 기업이 종편과 한국경제 주식을 샀는지 확인할 수 있게 됐다. 자료가 공유돼 널리 쓰이길 바라고 있다. 언론이 주주와 관련된 기사를 어찌 작성하는지 감시도 나오길 바란다. 무엇보다 매체 안에서의 동력도 생길 것으로 본다. 예컨대 채널A 보도국, 한국경제 편집국 안에서 ‘주주에 휘둘리는 기사를 쓰면 곤란하다’는 노력이 나올 수 있다.“

- 끝으로 기업들에게 바라는 점은 무엇인가.

”종편 주식을 갖고 있지만 보고서에 등장하지 않은 기업들은 우리에게 제보를 해줬으면 한다.(웃음) 종편이 진짜 좋아지길 바라고 투자한 주주들은 제보를 생각해줬으면 한다. 제보가 누적된다면 종편의 공정보도 체계를 가꾸고 지켜나가는 데 바탕이 될 것이다.“

 

* 이글은 2023년 02월 21일(화) 미디어오늘 윤수현 기자의 기사 전문입니다. 기사원문 보기 클릭

 

관리자 freemediaf@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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