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fault_top_notch
default_news_top
default_news_ad1
default_nd_ad1

국보법 토론과 소통문화를 병들게 만드는 희대의 악법

- [고승우의 국보법 연재(08)] 고스톱, 폭탄주, 노래방 등 성업은 국보법 탓?

기사승인 2022.07.22  11:47:23

공유
default_news_ad2

동서양의 것들이 꼭 같아야 할 필요는 없으나 한국의 진보와 보수의 개념은 서양의 그것과 크게 다르다. 그 이유는 여러 가지일 것이다. 동서양의 문화와 전통, 학문적 특성 등이 다르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한국의 경우 그 이유 중의 하나로, 상상의 자유를 불허하는 국가보안법을 빼놓을 수 없다.

진보는 사상과 표현의 자유를 기본으로 한다. 막힌데, 거칠 데 없이 자유롭게 상상하고 거침없이 말하지 못하는 진보는 생존 자체가 불가능하다. 그 성장이나 발달은 꿈도 꾸지 못한다.

한국의 국보법의 사상과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것으로 유엔 등 세계 인권 관련 기구 등이 규탄하면서 없애라고 외친지는 정말 오래되었다. 그러나 한국 정부는 그것에 귀를 막고 있다. 창피한 줄도 모른다. 남북이 대치하는 상황이니 어쩔 수 없다고 둘러댄다. 그러나 국보법의 여러 조항을 보면 찬양, 고무 죄를 규정한 7조 말고 다른 조항들은 여타 형법 등에 다 들어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견해다.

수구세력은 왜 기를 쓰고 국보법을 유지하려는가? 그것은 이법이 그들에게 엄청난 부당 이득을 주기 때문이다. 이승만이 깔아놓은, 수구보수에게 부당 이득을 주는 이 악법을 한사코 유지하려 발버둥치는 것이다. ‘고무 찬양 동조한다’는 것은 지극히 관념적, 주관적인 것이어서 귀에 걸면 귀걸이 식으로, 고무줄 잣대처럼 써먹을 수 있는 것이다. 권력마음 먹은 데로 국보법 위반죄를 뒤집어씌울 수 있어 그 폐해가 크고 국제사회가 규탄하고 있는데도 이 법을 존속시키고 있다.

한국의 진보는 국보법에 수십 년 간 시달린 탓에 사고 영역이 제한되어 있고 자기 검열을 열심히 해야 감방에 가지 않는다는, 공포에 짓눌린 고정관념의 포로가 되어 있다. 국보법을 완장처럼 휘두르는 수구보수는 진보 앞에서는 조폭처럼 때로는 ‘슈퍼 갑’처럼 폭력을 행사하는 경우가 많다. 이들은 자신들이 진보에 비해 애국 애족을 앞장서하는 주류인 양 처신한다. 이런 사례는 너무 많다.

예를 들어 비상식적 처신을 한 박근혜 대통령의 변호를 맡았던 법조 전문가들이 태극기를 들고 헌재 법정에 나오거나 광화문 거리를 누비면서 탄핵 추진이나 찬성하는 쪽을 종북, 친북이라고 매도했다. 이들은 태극기를 마치 자기들의 전유물인양 휘두르는 것도 생뚱맞다. 이런 말도 되지 않는 언행을 하면서도 그들은 조금도 부끄럽거나 주저하지 않는다. 이들은 미국 성조기도 들고 나오는데 미국을 조국이나 제 민족보다 섬기는 그 심리 상태를 무어라 표현해야 할 것인가.

 

▲ 국가보안법 갈무리. 사진=법제처 국가법령정보센터 홈페이지


국보법은 공안당국의 철밥통 밥벌이 보장해줘

공안당국은 동서양의 이념대결이 1990년대 초를 전후해 종식되었다는 것이 세계사에 기록될 정도인데도 아직도 이념차이는 국사범으로 다뤄야 한다는 식의 법의식으로 무장하고 있다. 정보화 사회, 인공지능시대가 되는 등 사회가 엄청나게 발전하고 질적, 양적으로 변하고 있다. 하지만 공안당국은 세상을 자본주의와 사회주의라는 이분법으로만 보고 판단하면서 행동한다. 일부 언론도 이런 부분을 답습하고 있다.

공안당국 관계자는 간첩을 조작하기 위해 외국의 공문서를 위조해도 그리고 그것이 들통이 났는데도 윤석열 정부에서 고위직에 발탁되었다. 국민에 대한 공안당국의 서비스가 범죄 집단의 소행과 다를 바 없었지만 그것이 뭐 그리 심각한 것이냐 하면서 상식 공정, 정의를 앞세우던 윤석열 대통령은 그 당사자를 발탁했다.

한국 사회에서 국보법의 피해자는 당사자는 물론 가족까지 회복할 수 없을 정도의 피해를 입고 평생 고통 받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잘못해서 또는 의도적으로 국보법을 적용할 위치에 있었던 공안당국이나 사법부 종사자들은 그런 잘못이 드러난다 해도 대부분 아무런 일도 없었던 것처럼 기득권을 유지하는 것이다. 공안당국의 밥벌이는 국보법이 보장해주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인가, 종북 또는 친북으로 매도되는 사람은 이 사회에서 많은 불이익을 강요당하면서 주눅이 들어 살아가고 있다. 권위주의 정권하에서 경찰과 검찰이 국보법을 악용해 괴롭히는 일이 다반사로 벌어지지만 속수무책인 경우가 너무 많았다. 진보는, 자기 자신은 자기가 지켜야지 살아남지 결정적인 순간에 반사회적 인사로 전락해 고립무원의 외톨이가 되기 일쑤였다.

사회에 관심이 남다른 사람은 남북관련한 자신의 말과 글에 신중해야 하고 혹시 대형 공안 사건으로 엮일 것에 대비해 경계해야 했다. 일기장은 국보법 7조 ‘고무, 찬양, 동조죄’의 결정적 증거가 되어 곤욕을 치를 수 있다. 합법적 공간에서 정치, 사회활동을 하려면 만에 하나 국보법에 저촉될 소지가 있는 것은 아예 외면하고 멀리해야 했다.

예를 들면 국보법에 저촉될 위험성이 큰 남북문제, 외세문제 등에 눈을 감는 것이다. 이들 문제를 전문으로 다루는 조직이나 개인도 다 자기 검열을 철저히 하면서 국보법을 피해가기 위해 전전긍긍했고 지금도 마찬가지다. 수구적 체질을 지닌 일부 공권력은 지나칠 정도로 영악해서 노동문제를 전문으로 하는 단체에 대해서도 안보 차원에서 죄를 묻고 탄압하는 재주를 부려왔고 지금도 마찬가지다.

박근혜 정권 시절 청와대는 박 정권에게 비판적이면 좌파로 규정하고 강력 대처하라는 지시를 내리거나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대응하라는 지시를 내려 그 관련자가 처벌받았다. 자기지지 세력이 아니면 적으로, 그것도 사회에서 가장 큰 불이익을 강요당하는 세력이라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탄압하던 시절이 불과 십여 년 전이었다.

 

▲ 박근혜 정권 시절, 문화·예술계 지원배제 명단인 이른바 ‘블랙리스트’ 작성·관리에 관여한 혐의에 대해 법원으로부터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석방돼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에서 나오고 있다. ⓒ 연합뉴스

 

국보법의 보호를 받으면서 수십 년간 남한을 지배한 것은 불평등한 한미관계였다.  미국이 일본 항복이후 점령군으로 남한에 진주한 뒤 친미세력을 광범위하게 조직, 확대시켰고 평화적 남북통일에 여러 가지 장애물로 작동했다. 한미동맹이라는 구조가 얼마나 지독하게 미 국익을 보호하는 불평등 관계로 만들어졌는지에 대한 철저한 파악과 그 정상화 방안을 강구하는 작업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수구세력이 국보법 만든 이승만을 모시는 이유와 고스톱, 폭탄주, 노래방

수구세력이 국보법을 신주단지 모시듯 하면서 국보법을 만든 이승만의 동상을 광화문에 세우거나 국부로 모시자고 목소리를 높이는 것은 앞에서 살핀 바와 같이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 그들은 이승만이 수구보수에게 기울어진 정치, 이념의 운동장인 국보법을 선물한 것이 얼마나 고마울 것인가?

이승만이 막걸리 보안법을 만들어 놓으면서 사회가 어떻게 변했을까를 파악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우선 국보법의 그물망을 피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의 하나는 말을 하지 않는 것이다. 침묵이 금이고 엮이지 않을 최상의 선택이다. 학교에서도 수업이나 강의 중에 한 말을 학생들이 ‘찬양 고무’라고 신고하는 세상이다. 말을 한다는 것은 일단 위험에 노출될 수 있고 국보법으로 엮이는데 결정적 증거가 된다.

그 다음으로 화를 자초할 발언을 할 것을 경계해서 아예 말을 하지 않거나 최소한으로 적게 하는 형식의 놀이가 시대에 따라 개발되었다. 고스톱, 폭탄주, 노래방 등이 대표적이다. 여가문화가 국보법이 지배하는 현실에 걸맞게 시대에 따라 다양하게 등장한 것이다. 순간적인 말실수만으로 패가망신 당하는 국보법을 원천적으로 피할 수 있는 형식으로 놀이 문화가 만들어지고 대중화 된 것이다.

고스톱은 3명만 모이면 바로 시작해 화투에만 몰두할 수 있고 폭탄주는 술판 초반에 대취해 버리니 인사불성이 되기 마련이다. 노래방은 대화가 필요하지 않고 노래 가무를 즐기는 공간이다. 살아가면서 가족, 친지, 친구를 안 만날 수는 없다. 만나면 즐거워야 한다. 그래야 좋은 추억으로 남는다. 그러나 대화하다 보면 주제가 광범위해지고 그것이 정치 현실 등으로 치닫는 것은 위험을 자초할 수 있다.

그러다 보니 대화하지 않고 즐거운 시간을 가질 수 있는 수단이 개발된 것이다. 한국의 대표적인 이들 3 가지 여가 문화의 공통점은 대화가 별로 필요치 않다는 점이다. 대신 감정적 교류는 활발하니 만남의 기쁨은 상당부분 충족된다.

사회생활은 인간관계로 이뤄지고 그것은 소통을 통해 활성화된다. 사회학자들은 이를 주목해 사람들이 모여서 대화하고 정보를 교환하는 장소를 중시해 카페, 사랑방, 우물가 등을 소통의 장소로 설명한다. 한국의 경우 사랑방, 다방 등이 그런 장소였다.

박정희가 민주주의를 탄압하면서 재벌을 앞세운 경제 발전을 시도하고 개발 독재를 강행한 결과 산업사회가 되면서 고스톱, 폭탄주, 노래방 등이 등장했다. 이는 결코 우연이라 보기 어렵다. 국보법으로 좁혀진 민주주의 환경에 걸 맞는 놀이문화가 개발된 것이다. 글을 쓰지 않고 말을 하지 않으면 국보법에 저촉될 위험의 상당부분은 예방될 수 있다. 사상과 표현의 자유가 허용되지 않는 닫힌 사회에서 생존을 위한 방법이 한국적 여가 문화로 정착한 것이라 할까.

 

▲ 1968년 한국수출산업공업단지(현 서울디지털산업단지)에서 열린 제1회 무역박람회 개막식에 참석한 박정희 전 대통령.

 

국보법의 폐해는 놀이문화에만 영향을 미친 것이 아니다. 표현의 자유를 생명으로 하는 언론, 사회적 소통 문화에도 그랬다. 언론은 남북문제 등에서 항상 국보법을 의식해 핵심을 피하거나 북한을 규탄하는 논리를 포함시켜 같은 민족보다 이념을 앞세우는 환경조성에 앞장선 형국이다. 소통문화의 경우 여의도 여야 정치권의 경우에서 보듯 제한 없는 끝장토론보다는 말꼬리 잡기, 종북 몰이가 등장하면서 이성적인 대화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국보법은 ‘구동존이 화이부동(求同存異  和而不同), 즉 의견을 같이 하는 것을 같이 찾아보면서 의견이 다른 부분은 미뤄두며, 화합하나 부화뇌동하지 하지 않는다’는 정신과는 담을 쌓게 만드는 최악의 흉기가 되고 있다.


한민족의 역사는 대화와 소통, 기록문화로 타의 추종 불허

한민족의 역사를 보면 대화와 소통, 그리고 기록 문화가 타의 추종을 불허할 만큼 탁월했다. 그런데 이승만이 만들어 놓은 국보법의 지배가 장기화되면서 그것을 멈추게 한 것이다. 조상들이 무한한 상상력을 통해 지식을 교환하고 가다듬은 사례는 무수히 많은데 그 가운데 하나는 한국을 대표하는 성리학자인 이황과 고봉 기대승이 8년 동안 벌인 ‘사단칠정 논쟁(四端七情論爭)’이다.

논쟁 당시 퇴계는 성균관의 으뜸 벼슬인 정3품의 당상관직 대사성까지 지낸 59세의 노대가였고, 고봉은 겨우 과거에 급제한 33세의 소장에 지나지 않았다. 그런데도 퇴계는 고봉의 이론을 신중히 검토하면서 자신의 잘못을 발견할 때마다 고쳐나가기를 주저하지 않았던 것이다.

한편 기록문화의 정수로 세계문화유산에 등록된 조선왕조실록은 조선시대의 공식 사서로 왕의 동정을 중심으로 한 정치사와 사회·경제·문화사적 내용 등이 상당수 담겨있다. 세계가 그 가치를 인정하는 조선왕조실록은 공정성과 객관성을 담보할 엄격한 규율에 따라 사관들에 의해 작성되었다. 왕의 실록은 반드시 해당 왕의 사후에 작성되었으며, 사관들은 독립성과 비밀성을 부여 받아 작업했다.

사단칠정 논쟁과 조선왕조실록에서 확인된 한민족의 소통 및 기록 문화의 DNA가 국보법에 의해 억제되고 있다. 하지만 이는 머잖아 정상화 될 것이 확실하다. 국보법이 없어질 날이 올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손을 놓고 기다려서는 안 된다. 그런 날이 앞당겨지도록 최대한 노력이 취해져야 한다. 한국이 21세기의 4차 산업시대, 즉 무한한 상상력이 요구되는 시대에 낙오하지 않으려면 국보법을 없애야 한다.

한반도를 둘러싼 강대국의 이해관계에 따른 정세변화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활발한 공론화를 통한 능동적인 대응이 필요한데 이를 가로막는 것이 국보법이다. 한반도에 평화를 정착시킬 방안 가운데 북한과 견해가 같을 경우  ‘고무 찬양 동조’로 공격받게 되어 있기 때문이다. 평화통일, 통일 대박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국보법 개폐가 시급하다.

윤석열 대통령은 안보 튼튼과 함께 평화통일의 노력도 병행해야 할 헌법적 책무가 있다는 것을 한시도 잊어서는 안 된다. 대통령은 협치의 원칙에서 전쟁 위기감이 고조되는 한반도 사태에 대한 국민의 여론을 다각도로 확인해 대북 정책에 반영해야 한다. 골육상쟁은 6·25로 끝내야 한다. 더 이상 한민족 후손에게 21세기 전쟁의 상흔을 물려주는 일은 없도록 해야 한다.

이런 지상과제를 위해서도 대북정책에 대한 국민의 의견을 확인하는 작업을 서두르는 것이 최선이다. 대통령이 임기 동안에 국민적 지지를 받으면서 미래세대를 행복하게 만들 대북정책을 실천해야 한다.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주재하에 7월2일부터 6일까지 평양 4·25문화회관에서 노동당 각급 당위원회 조직부 당생활지도 부문 일군(간부) 특별강습회가 열렸다고 조선중앙TV가 7월7일 보도했다. 김 위원장이 강습회 참가자들에게 손을 들어 답례하고 있다. 사진=조선중앙TV화면, ⓒ 연합뉴스


강대국 노리개 되지 않으려면 자주적인 정책 수립해야

국제사회는 강대국들의 횡포가 자심해 눈감으면 코 베가는 형국이다. 강대국들은 그들만의 집단이기주의를 추진하면서 이에 저항하는 국가에 대해 유엔 제재 등을 앞세워 굴복을 강요하는 등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지구촌을 약육강식의 논리가 지배하게 만들고 있다. 자기 이익 챙기기에 혈안이 된 강대국의 노리개 되지 않으려면 자주적인 정책 수립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한국의 경우 한반도의 주인답게, 한반도에서의 전쟁을 방지하고 동북아를 포함한 지구촌 전체의 번영과 행복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강대국의 제국주의적 노선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 로드맵은 이미 6자회담, 6·15공동선언, 판문점, 평양선언 등에 잘 나와 있지만 국보법 등의 장애물을 뛰어넘지 못했다. 국보법이 버티고 있는 한 남북간의 어떤 합의도 제대로 실천될 수 없다는 현실을 모두가 직시해서 이를 극복할 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다.

 

▲ 필자 소개

 

관리자 freemediaf@gmail.com

<저작권자 © 자유언론실천재단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default_news_ad5
default_news_bottom
default_nd_ad4
default_bottom
#top
default_bottom_notch